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3. 8. 11. 선고 2021고정1000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대전 동구 B<1>에 있는 주택을 상가로 변경하기 위해 상시근로자 1명을 고용하여 건물철거 및 리모델링을 하던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대전 동구 B에 있는 주택철거 및 리모델링 공사현장에서 2019. 7. 11.부터 2019. 8. 20.까지 근로한 D의 2019. 8. 임금 3,225,800원, 연장근로수당 263,150원 등 임금 합계 3,488,950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 보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0다50601 판결 등 참조).

2)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도1151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피고인이 2019. 7. 31.경 D와 대전 동구 B 지상 건물의 철거 및 리모델링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와 관련하여, 근로계약기간을 ‘2019. 8. 1.부터 2019. 10. 30.까지’, 업무의 내용을 ‘사무관리 및 시공 일체의 관리’, 소정근로시간, 근무일, 휴무일을 ‘09:00부터 17:00까지, 1주일에 5일 근무, 2일(토요일, 일요일) 휴무, 한 달에 1일 지정 휴무’, 임금을 ‘월 500만 원’으로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실, D는 수사기관과 이 법정에서 “2019. 7. 11.부터 2019. 8. 20.까지 피고인으로부터 고용되어 근로자로서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일하였다. 2019. 7. 11.부터 2019. 7. 31.까지는 일당 200,000원으로 정한 임금을 지급받았고, 2019. 8. 1.부터는 근로계약서에 따라 월 500만 원의 임금을 지급받기로 하였는데, 피고인이 2019. 8. 1.부터 2019. 8. 20.까지의 근로기간에 해당하는 임금과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2)

그러나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D가 피고인에 대한 관계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

가)

피고인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자신은 공사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관계로 D에게 이 사건 공사를 전적으로 맡기고 그 대가로 5,000만 원 상당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D를 고용한 것이 아니라 D에게 도급 내지 위임을 하였을 뿐이고, 다만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한 D의 요청에 따라 형식적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이라는 취지로 일관하여 주장하고 있다.

나)

실제 피고인은 ‘E’이라는 상호로 고물상을 하는 사람으로서 건물의 철거 및 리모델링 공사에 대하여 어떠한 지식이나 경험이 있다는 사정은 찾을 수 없다. 반면, D는 ‘F’이라는 상호로 공사업에 종사하여 온 사람이고, 피고인과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기간 동안에도 위 ‘F’의 사업자등록을 계속하여 유지하고 있었다.

다)

피고인과 D가 작성한 근로계약서(증거기록 2권 제12쪽)는 업무의 내용과 관련하여 ‘일반 공무와 대관·대민 업무는 고용주의 업무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업무진행 시 별도의 계약에 의함’이라는 기재가 있고, 임금에 대하여는 ‘월 500만 원(부가세 별도)’으로 기재되어 있다.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추가 업무와 관련한 별도의 계약 체결을 예정하거나, 임금에 대하여 부가가치세를 지급한다는 내용은 근로계약과는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 피고인은 실제로 위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근로계약기간 중인 2019. 8. 10.경 D와 이 사건 공사 현장과 관련하여 ‘수목식재공사계약’과 ‘수목관리계약’을 따로 체결하기도 하였다.

라)

D는 피고인과 이 사건 공사에 관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 이전에도, G, H의 건물 철거 및 인테리어 공사와 관련하여 도급계약서와 근로계약서를 함께 작성하거나 근로계약서만을 작성한 후 각 공사를 맡아 진행한 사실이 있다. G, H는 자신들의 공사와 관련하여 진행된 각각의 민사 소송에서뿐만 아니라 이 법정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하여, D의 요구로 공사에 관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으나 실제로는 D가 해당 공사를 도급받아 자신들의 구체적 관여 없이 공사와 관련 업무를 도맡아 수행하였다는 취지로 주장, 진술하였다. G, H와 D 사이에 진행된 각각의 민사 소송에서는 처분문서의 증명력에 따라 G, H의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이러한 사정은 D가 피고인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가 아니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상당한 설득력을 갖게 한다.

마)

D가 2018. 11. 8. H와 작성한 근로계약서(피고인 제출 증 제9호증)에 의하면, D는 H에 의하여 고용된 근로자로서 2018. 11. 8.부터 2019. 12. 31.까지 대전 중구 I에 있는 H의 주택 공사 현장에서 주 6일 09:00부터 17:00까지 근로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D가 피고인에게 고용되어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였다고 주장하는 2019. 7. 11.부터 2019. 8. 20.까지의 기간은 그 전부가 D의 H에 대한 근로계약기간인 2018. 11. 8.부터 2019. 12. 31.까지의 기간과 중복된다. 이러한 사정을 보아도 과연 D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서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상당한 의문이 든다.

바)

피고인은 대전지방법원 2019가단125239호로 D를 상대로 도급 관계를 주장하며 부당이득반환청구 및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D는 대전지방법원 2020가단134703호로 피고인을 상대로 임금 등 청구의 반소를 제기하였다. 위 민사소송의 1심에서는 피고인의 본소청구가 전부 기각되고, D의 반소청구가 일부 인용되었으나, 항소심인 대전지방법원 2021나104069(본소), 2021나104076(반소) 사건에서는 2023. 4. 5. “D는 피고인에게 600만 원을 2023. 6. 30.까지 지급한다. 피고인은 나머지 본소청구를 포기하고, D는 반소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이루어졌고, 양 당사자가 이의하지 아니함에 따라 2023. 4. 22. 위 결정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장민주

각주1) 공소장에는 ‘대전 동구 C’로 기재되어 있으나, 제출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D에게 주택 철거 및 리모델링 공사를 맡긴 현장은 ‘대전 동구 B’에 있는 주택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