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3. 4. 5. 선고 2021구합107731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1. 8. 4. 원고에게 한 건축허가신청 불허가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반도체 공정용 화학 소재 등을 생산하는 회사로, 2020. 12. 10. 피고에게 당진시 B 공장용지 23,948.40㎡(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에 불산 등의 화학 물질을 제조하기 위한 공장(이하 ‘이 사건 공장’이라고 한다)을 건축하기 위한 건축허가 신청(이하 ‘이 사건 신청’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나.

피고는 2021. 1. 13. 및 2021. 2. 16. 원고에게 이 사건 신청과 관련하여 ‘타지역에서 불산 누출사고 등으로 안전성 우려에 대한 부분이 해소되지 않아 그 동안의 사고원인, 사후 재발방지 대책 등 전문가와 시민들로 구성된 토론회(공정회) 개최 및 상시 안전점검을 위한 기구를 구성·운영 등 주민안전 위험 등에 대한 안전대책 수립’ 등의 보완을 요구하였다. 원고는 위 보완 요구에 따라 2021. 4. 5. 피고에게 불산의 피해 반경 예측내역, 관리적 대책, 기타 안전성 확보 방안 및 피해 최소화 조치 계획이 포함된 ‘공장 안전 운용 대책 및 방안’을 제출하였다.

다.

피고는 2021. 4. 26.부터 2021. 7. 5.까지 네 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제출된 은 Ⅰ. 피해반경을 제외하고는 모두 충남 금산군 C에 있는 공장(이하 ‘금산 공장’이라고 한다)의 사례만을 담고 있어 당진 내 건축하고자 하는 공장에서 진행되는 공정정보, 안전 장치 및 예상 설비 등의 안전성 관련 내용이 없으며, 주민고지, 보호 및 대피계획 역시 누락되어 있으므로 제출한 내용이 주민 안전 등의 위험에 대한 대책을 수립한 것이라 보기 어려움’이라는 이유로 이에 대한 보완을 요구하였다. 원고는 2021. 7. 9. 피고에게 신규 공장 조감도와 금산 공장에서 발생했던 사고 현황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공장에서의 대책 등의 내용이 포함된 ‘당진 공장 안전시스템 계획’을 제출하였다.

라.

피고는 2021. 8. 4. 아래와 같은 사유로 이 사건 신청을 불허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마.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행정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충청남도행정심판위원회는 2021. 12. 13. 청구기각 재결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을 제4, 5, 8, 10 내지 14, 1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가.

절차적 하자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단순히 주민들의 반대 등 처분사유만을 적시하고 피고가 이 사건 소송에서 주장하는 ‘법령상의 제한위반은 없으나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라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에 따라 이 사건 신청을 불허한다’는 처분근거는 명시하지 않았다. 결국 이 사건 처분에는 처분의 이유를 제시하지 아니하여 행정절차법 제23조를 위반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

나.

실체적 하자

1)

건축허가권자는 건축허가신청이 관계 법규에서 정하는 제한에 배치되지 않는 이상 건축허가를 하여야 하고, 정해진 제한사유 외의 사유를 들어 거부할 수 없으므로 피고가 제시하는 사정들은 건축허가를 제한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금산 공장에서 몇 차례 불산 누출 사고가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나, 이후 안전대책을 강화하여 2016년도 마지막 사고 이후로는 추가적인 사고가 없었고, 이 사건 공장은 완전 밀폐형으로 설계하는 등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추후 공장 착공 및 운영 과정에서 각종 법령에 따라 그 안전성에 대하여 점검을 받게 되어 있는바 이 사건 신청을 불허가할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도 없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신청을 불허가한 것은 위법하다.

2)

원고는 이 사건 공장이 신축될 예정인 D단지에 입주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공장과 관련한 사업계획서 및 입주신청서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제출하여 적격심사 통보를 받았다. 비록 위 적격심사를 한 주체가 피고가 아닌 한국산업단지공단이라고 하더라도 원고는 행정기관의 처분에 신뢰를 가지고 이 사건 신청을 하였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처분으로 공장 건축허가를 불허한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반된다.

3.

절차적 하자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이 경우 행정청은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과 근거가 되는 법령 또는 자치법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야 한다(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4조의2).

다만 행정청의 자의적 결정을 배제하고 당사자로 하여금 행정구제절차에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처분의 근거 및 이유제시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처분을 하면서 당사자가 그 근거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이유를 제시한 경우에는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그로 말미암아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때 ‘이유를 제시한 경우’는 처분서에 기재된 내용과 관계 법령 및 당해 처분에 이르기까지의 전체적인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분 당시 당사자가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처분이 이루어진 것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어서 그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한다(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6두64975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피고가 이 사건 처분서에 ‘원고의 금산 공장에서 발생했던 사고 원인이나 사후 재발방지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와 시민들로 구성된 토론회 개최 및 상시 안전 점검을 위한 기구의 구성·운영 등 주민 안전 위험에 대한 안전대책 수립이 되지 않고, 불산 누출 등의 사고로 인한 주민들의 계속적인 반대의사가 있다’는 점을 처분사유로 기재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원고는 위 처분서의 내용을 통해 이 사건 공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산 누출 사고 발생 위험과 관련하여 토론회 및 상시 안전 점검 기구가 구성되지 않고, 주민들의 반대 민원이 계속됨으로 인해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를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4.

실체적 하자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건축허가권자는 건축허가신청이 건축법 등 관계 법규에서 정하는 어떠한 제한에 배치되지 않는 이상 같은 법령에서 정하는 건축허가를 하여야 하고,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요건을 갖춘 자에 대한 허가를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제한사유 이외의 사유를 들어 거부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두8946 판결 등 참조).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서는 당해 처분의 적법을 주장하는 처분청인 피고에게 그 적법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1984. 7. 24. 선고 84누124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이 사건 신청이 건축법 등 관계 법규에 규정된 제한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신청을 불허가할 만한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는지 여부이다.

피고는 이 사건 신청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에 이 사건 공장을 건축할 경우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데, 원고가 안전성 확보를 위한 주민들과의 공청회 개최나 상시 안전 점검 기구를 구성·운영하지 않았고, 원고가 제출한 ‘공장 안전 운용 대책 및 방안’만으로는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주민들이 계속하여 반대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이하에서는 피고가 제시한 위와 같은 사유들을 중심으로 하여 이 사건 신청에 대한 허가를 거부할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증거들, 갑 제12 내지 15호증, 을 제22, 2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F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신청을 불허가할 만한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2013. 7.경, 2014. 5.경, 2014. 8.경 및 2016. 6.경 금산 공장에서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2016. 6.경 발생한 마지막 사고 이후 원고는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의 종합진단명령에 따라 안전보건진단을 실시하고 이에 따른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완료하였으며 금산 공장에서 추가적인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점,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공장의 경우 외부에 불산이 누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공장을 완전 밀폐형으로 설계하고, 누출 감지기 및 누출 시 누액이 흘러들어갈 수 있는 저수조가 있는 지하 하역장을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금산 공장보다 더 안전하게 설계할 것이라는 계획을 제출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전에 금산 공장에서 불산 누출 사고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공장에서도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②

산업안전보건법 제44조 제1항 및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43조 제1항 [별표13]에 의하면 유해·위험물질 중 하나인 무수불산을 취급하는 이 사건 공장은 위험물질 누출 등으로 인해 근로자나 사업장 인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공정안전보고서를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하여 심사를 받아야만 설비를 가동할 수 있다. 또한 원고가 이 사건 공장을 설치·운영하기 위해서는 화학사고 발생으로 사업장 주변 지역의 사람이나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유해화학물질<1>이 누출될 경우의 위험성이나 누출시 계획 등이 포함된 화학사고예방관리계획서를 작성하여 환경부장관에게 제출해야 하며(화학물질관리법 제23조 제1항), 이 사건 공장 설치 이후에도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검사기관에서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환경부장관에게 제출하고,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기간마다 위 기관에서 정기검사 또는 수시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환경부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화학물질관리법 제24조 제2, 3항). 위와 같이 이 사건 공장 설치 및 운영과정에서의 불산 누출 위험성에 대한 대책은 관련 법령에서 정한 각종 절차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사항으로 보일 뿐 건축허가를 거부할 만한 사유는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③

원고에게 이 사건 공장과 관련하여 주민들을 상대로 한 공청회를 개최할 의무나 전문가와 시민들로 구성된 상시 안전 점검 기구를 구성·운영할 의무가 있다고 볼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공청회의 개최나 안전 점검 기구 구성이 불산 누출 사고 방지 등 이 사건 공장 운영의 안전성을 담보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바, 위와 같은 사유는 건축허가를 거부할 이유라고 보기 힘들다(이 사건 공장의 안전성은 오히려 산업안전보건법이나 화학물질관리법에서 정해 놓은 위와 같은 절차에 의해서 담보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요구하는 공청회나 안전 점검 기구는 지역 주민들의 불안과 반대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일 뿐이다).

④

피고는 불산 누출 등의 사고로 인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아 주민들이 계속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는 것도 이 사건 처분의 사유 중 하나로 들고 있으나, 인근 주민들의 반대는 그 자체로 건축허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적법한 기준이 될 수 없으므로,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건축허가신청을 반려하는 것은 위법하다(대법원 2001. 5. 8. 선고 2001두1482 판결,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0두9762 판결의 각 취지 참조).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처분사유로 삼은 내용은 적법한 처분사유가 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위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이상 원고의 신뢰보호원칙 위반 주장에 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덕(재판장) 이민정 김한울

각주1) 화학물질관리법 제2조 제7호, 제2호,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 제2조, 유독물질의 지정고시 제3조, [별표]에 따르면 플루오르화수소(불화수소) 및 이를 1% 이상 함유한 혼합물은 유독물질로서 유해화학물질에 해당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