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대전 서구 B아파트상가 C호에 있는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의 대표자로서, 상시근로자 3명을 사용하여 실내건축 시공업 등을 운영하던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퇴직금 기타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8. 1. 1.부터 2019. 2. 28.까지 위 회사 소속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E의 2018. 12월분 임금 2,500,000원, 2019. 1월분 임금 2,500,000원, 2019. 2월분 임금 1,500,000원 및 퇴직금 2,904,110원 등 합계 9,404,110원을 당사자간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무죄 판단 요지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E이 D으로부터 받은 2,500,000원은 지급기일이 매월 일정하지 않고, 위임계약이나 도급계약이라고 하더라도 정기금으로 보수를 지급할 수 있으므로, 같은 액수의 금원이 반복적으로 지급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근로관계의 실질이 존재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② D으로서는 소송수행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공사대금 미수금을 수령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던 E에게 근로관계의 실질과 무관하게 재직증명서나 명함을 만들어 주었을 가능성도 있는 점, ③ E이 업무처리에 관하여 피고인 또는 F에게 보고한 사실 그 자체만으로는 근로관계의 실질이 존재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④ E은 업무처리에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비정기적으로 공사현장을 방문하거나 사건관계인을 만나거나 법원 또는 관할 행정청에 출석하였을 뿐이고, 출퇴근 시간, 휴가, 근무장소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으며, E에 대하여 적용되는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이 존재하지 않는 점, ⑤ E이 피고인이나 D의 직원으로부터 지시 또는 지휘감독을 받았다는 점에 부합하는 자료도 없고, 위임관계의 경우에도 위임받은 업무처리의 방향이나 경과를 위임인에게 알려줄 필요성이 있으므로 E이 자신의 업무처리 내역에 대하여 피고인의 동생인 F에게 보고한 행위 자체가 종속적인 근로관계를 징표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⑥ E과 피고인과 사이에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고, 근로에 관한 보험계약을 체결하기로 약정한 사실도 없으며, 근로기간을 정한 사실도 없고, 피고인이 E에게 지급한 금원에 대하여 근로소득세원천징수 대상으로 신고한 사실도 없는데다가, 오히려 E에게 지급한 금원을 회계상 급여가 아닌 ‘경비’ 항목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⑦ E이 이 사건 업무를 시작하게 된 경위, 수행한 업무의 실제 내용 등에 의하면, E이 처리한 업무의 실질은 공사대금에 관한 법적 분쟁을 처리하는 일종의 법률사무로서 위임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E이 D의 근로자로서 근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검사의 항소이유(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E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의 특성 상 회사에 출퇴근할 필요가 없어 피고인과 E 사이에 회사에 출근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고, E은 F나 피고인에게 업무 보고를 하였으므로 D의 직원으로서 피고인의 지휘감독을 받았으며, 피고인은 정기적으로 E에게 임금을 지급하였고, E에게 재직증명서를 발급하거나 명함을 만들어 준 사실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E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9. 7. 선고 2006도777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심이 인정한 각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E이 처리한 업무의 실질은 공사대금에 관한 법적 분쟁을 처리하는 일종의 법률사무로서 위임의 성격을 지니고 있을 뿐, 종속적인 관계에서 D에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으므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어 받아들이지 않는다.
E은 2018. 1. 1.부터 근로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도, 2018. 1., 2.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 대하여 피고인이나 회사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 오히려 수사기관에서는 “2018. 11. 임금까지는 날짜가 밀리기는 했지만, 지급해줬습니다.
그러다가 2018. 12. 임금부터 2019. 2. 임금은 주지를 않았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99면). 위와 같은 E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2018. 1. 1.부터 근로하였다고 기재되어있는 재직증명서의 기재도 신뢰하기 어렵다.
E은 2019. 2.경 D으로부터 수령한 100만 원에 대하여 어떤 명목으로 수령한 것인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였다. 위 금원이 임금이나 수당 등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자료도 확인되지 않는다.
E은 원심 법정에서 “이 돈을 7억 원을 받게 되면 변호사선임 성공보수 4,900만 원을 법무법인 줘야 돼요. 그리고 저한테도 급여도 안 줬고, 또 제가 4,900만 원을 변호사 수임료를 안 주게 되면 당연히 저도 얼마를 예를 들어서 보너스를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라고 진술하였다. 만일 E이 D의 소속 직원으로서 근로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면 G로부터 D이 밀린 공사대금을 수령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요구할 권한은 없는 것으로 보임에도, E은 마치 D이 E에게 법무법인에 대한 성공보수와 유사한 명목의 금원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거나 E이 이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처럼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당사자들이 인식한 E의 업무가 D의 직원으로서의 근로 제공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현찬(재판장) 김성하 조수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