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3. 7. 6. 선고 2021노3364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배상신청인의 배상신청을 각하하였는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4항에 의하면 배상신청인은 배상신청을 각하한 재판에 대하여 불복을 신청할 수 없으므로, 위 배상신청 각하 부분은 즉시 확정되어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①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은 이 사건 조합으로부터 투자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으므로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이 없다. ② 피해자와 투자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C이고 조합이 아니므로, 설령 C이 조합으로부터 투자계약 체결 권한을 부여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망행위의 판단 근거가 될 수 없다. ③ C이 조합으로부터 정산받을 3억 원 이상의 분양수수료 등 채권이 있어 피해자의 투자금을 전부 신탁회사에 입금하지 않은 것이므로, C이 투자수익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사실은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잘못이 있다.

3.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위 ①, ③과 같은 취지로 주장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❶ C과 조합 사이에 체결된 분양대행용역계약서상 C은 미분양이 발생한 경우에 분양물건을 인수할 수 있을 뿐, 피고인이 조합원 모집 업무를 하는 동안 미분양 여부나 미분양물건을 특정할 수 없는 점, 조합은 C에 조합원 자격 유무를 확인하지 않고 가계약금을 받지 말라는 내용으로 내용증명을 보낸 점, 조합의 추진위원회 위원장 내지 조합장을 수행한 M과 P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조합원 자격이 없는 자에게 미리 수익을 보장하는 투자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피해자와 미리 미분양될 물건을 특정하여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❷ 설령 피고인이 이와 같은 투자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었다고 보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조합이 지정하는 신탁회사에 지급하지 못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투자약정서에 기재된 내용과 같이 피해자에게 투자수익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❸ 피고인이 조합에 송금하였다고 주장하는 금액이나 송금 명의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주장대로 분양용역비를 공제한 나머지 금원을 조합에 송금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려운 점을 근거로 피고인에게 기망행위 및 편취범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임을 요하지 않으며,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고, 어떤 행위가 다른 사람을 착오에 빠지게 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는가의 여부는 거래의 상황, 상대방의 지식, 경험, 직업 등 행위 당시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일반적·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도7459 판결,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5도1991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심이 인정한 각 사정들을 이 사건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 여기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정상적으로 피해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 없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100만 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①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하여 E아파트의 특정 동․호수에 대하여 1년 간 투자하면 일반분양시 투자원금 2배를 보장하고, 분양이 되지 않으면 원금과 10%의 수익금을 반환하겠다는 약정을 체결하고 피고인이 운영하는 C 명의 계좌로 2,100만 원을 송금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이 피해자와 체결한 투자약정서에 의하면 동․호수가 특정되어 있고, 투자분양의 보장책으로서 1년의 투자기간에 투자수익을 평당 70만 원(30평의 경우 2,100만 원)으로 보장한다고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제13쪽).

②

C과 조합 사이에 체결된 분양대행용역계약서(이하 ‘분양용역계약’이라 한다)에 의하면, C은 ‘미분양발생 경우’에 한하여 조합물건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을 뿐, 조합원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조합원 가입 계약을 체결해 줄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설령 조합이 가계약을 체결한 사람들 중 일부와 조합원 자격이 없음에도 조합원 가입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계약금을 교부받은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 더욱이 L 등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조합원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가계약한 사실이 문제가 되자 관계 법령상 조합에서 최대한 수용 가능한 10명의 인원을 추려서 조합원 가입 계약을 체결해 준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에게 투자계약서 상의 동․호수에 대한 조합원 가입을 시켜줄 수 있었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

③

분양용역계약서 제11조, 12조의 내용 및 체계에 의하면 분양용역비는 분양물건의 매월 목표분양률 달성 시에 분양용역비를 청구하도록 정하고 있고, 미분양 물건의 경우에만 한정하여 분양용역비해당액을 제외한 금액으로 계약금을 정산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또한 위 계약서 제12조 제2항에 의하면 E아파트의 계약금은 2,100만 원이고, 피고인이 다른 가계약자들과 작성한 계약서에 의하더라도 가계약금은 200만 원 상당에 불과하므로(증거기록 제736쪽),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지급한 2,100만 원은 C이 임의로 보관하거나 정산할 수 있는 가계약금이 아니라 조합에 전달하여야 할 계약금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④

조합업무대행사인 M과 피고인이 2017. 12. 18.경 대화한 내용에 의하면, 조합에서는 조합원자격이 없는 사람들로부터 가계약을 유치하는 것을 ‘불완전판매’로 규정하고 위와 같은 계약을 체결하지 말라는 취지로 피고인에게 전달한 내용이 확인된다. 위 녹취록에 의하면 피고인과 조합 사이에 조합원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가계약이 처음부터 허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해자는 C이 분양대행한 다른 지역주택조합에도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었던바,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H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⑤

피고인이 피해자와 체결한 투자약정에 의하면, 피해자는 E아파트의 특정 동․호수에 대하여 투자금을 교부하였으므로, 피해자로서는 C이 조합으로부터 위와 같은 투자약정을 체결할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신뢰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투자약정 대상 동․호수가 C이 취득할 수 있는 미분양 물건인지 여부가 불명확하고, 위와 같이 조합이 조합원 자격 없는 사람에 대한 가계약을 금지하고 있으며, 피고인이 위 계약금을 조합에 전달하지 않고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고지하였다면, 피해자가 피고인과 위와 같은 투자약정을 체결하였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조합으로부터 이 사건과 같은 투자약정을 체결할 권한을 부여받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처분행위의 중요한 판단의 기초가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투자약정의 당사자가 조합이 아닌 C이라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⑥

피고인이 운영하고 있던 C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교부받을 시기에 정상적으로 직원들의 임금 등을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하는 등 경영상태가 어려웠다. 피고인이 동시에 진행하고 있던 다른 분양대행사업에서도 미수금이 발생하는 등 정상적으로 피해자에게 투자원금의 2배 또는 원금과 10%의 수익금을 반환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원금조차 반환하지 않았다. C과 조합 사이에 체결된 분양대행용역계약서 제5조에 의하면 분양관련 분양비용이나 홍보비용 등은 C이 부담하기로 정하고 있어서, C이 조합으로부터 정산받아야 할 인건비나 홍보비 채권이 3억 원 이상 존재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근거도 없다.

⑦

H 조합장인 P는 입주 시점이 되어 프리미엄이 붙었을 경우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고 이것을 미리 보장할 수 없다는 취지로 증언하였고, 통상적으로 지역주택조합의 사업 성공률은 높지 않은 것은 부동산 거래계에 잘 알려진 사정이다. 피고인이 대행한 다른 지역주택조합 분양대행 사업들도 대부분 실패하였다. 2017. 7.경 C의 계좌의 잔액은 100 ~ 200만 원 상당이었고, 피해자가 지급한 계약금은 ‘AA’로 이체되거나 식비나 유류비 등으로 사용되었다. 그 이후로도 위 계좌의 평균 잔액은 피해자의 원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다른 분양대행의 투자자들에게도 반환하여야할 채무가 존재하였던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에게 약속한 2배의 원금 또는 10%의 수익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있었다고도 보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현찬(재판장) 김성하 조수연

각주1) 실제로는 분양용역계약서와 달리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하여 목표분양률을 달성하지 못하여도 일단 모집된 조합원에 대한 분양용역비는 지급하기로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경우에도 피고인이 임의로 분양용역비를 공제하고 계약금을 납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합의까지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각주2) H조합장 P도 원심 법정에서 C의 정산금 청구에 대하여 조합원모집대행계약서와 상이한 부분이 있어서 지급을 보류한 상태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