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5. 8. 21. 선고 2022가합103762 판결

노동조합설립무효확인 등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 A조합(이하 '원고 조합'이라 한다)은 조합원의 생산성 향상과 건전한 교통문화 정착, 승객 서비스 증대 등을 목적으로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조합이고, 피고 D는 원고 조합에 생산자조합원으로 가입한 자이다.

나.

피고 B노동조합C분회(이하 '피고 분회'라 한다)는 2022. 5. 18.경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원고 조합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조직 대상으로 하는 산업별 노동조합을 설립하였고, 같은 달 22. B노동조합에 설립등록을 마쳤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음)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조합

원고 조합은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하여 설립된 조합이고, 피고 D는 원고 조합에 금원을 출자하여 생산자조합원으로 가입한 자로서 원고 조합의 근로자가 아니다. 피고분회는 피고 D와 같이 근로자가 아닌 자들이 구성원이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노동조합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따라서 피고 분회 설립의 무효 확인 및 피고 D가 피고 분회의 노동조합원의 지위 또는 원고 조합의 근로자 지위에 있지 아니함의 확인을 구하고, 피고들의 원고 조합에 대한 노동조합 또는 노동조합원으로서의 행위 금지를 구한다.

나.

피고들

피고 D를 비롯한 피고 분회의 구성원들(이하 '피고 분회 노동조합원'이라 한다)은 원고 조합과의 관계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 분회는 실질적 근로자로 구성된 적법한 노동조합이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노동조합법은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주체라고 명시하고(제2조 제4호 본문), 근로자에 관하여 직업의 종류를 묻지 않고 임금 · 급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수입으로 생활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1호).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에 있으면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그 밖의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을 말하고,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한 노무제공계약이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다.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주로 특정 사업자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 · 전속적인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 · 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 · 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5. 25. 선고 90누1731 판결,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 등 참조).

노동조합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 개선과근로자의 경제적 · 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제1조),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는 목적과 규율 내용이 다르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라는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두33712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갑 제6 내지 8,16 내지 19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분회 노동조합원들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피고 분회 노동조합원들은 원고 조합에 생산자조합원으로 가입한 뒤, 협동조합이용규정 생산자조합원 동의서(이하 '이 사건 동의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이 사건 동의서 제6조 제1항은 '생산활동을 하는 경우 조합원은 조합으로부터 배차받은 택시차량으로 생산활동을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배차받은 택시차량의 고장 또는 수리 등으로 생산활동이 곤란한 경우 조합으로부터 다른 택시차량을 배차받아 생산활동을 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어, 생산자조합원들은 원고 조합에게 택시운송노무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한다. 위 동의서 제11조 제1호는 조합의 이용비용은 이용자인 조합원들이 부담하도록 하고, 제2호는 2인 1차일 경우 월 90만 원을, 제3호는 1인 1차일 경우 월 130만 원의 이용료를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위와 같은 택시 이용료는 조합원들의 수익과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부과되는 비용이므로 조합원들은 최소한 매월위 이용료와 각종 유지비 이상의 수익을 얻어야 하는데,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조합원들은 매일 상당한 시간을 택시를 이용한 생산활동에 할애해야 한다. 결국 조합원들은 하루 일과의 상당 부분을 배차받은 택시영업에 종사하면서 그에 따른 수입을 얻고 있고, 이를 주된 소득으로 삼고 있다고 판단된다. 피고 분회 노동조합원들의 소득이 주로 원고 조합에게 의존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②

원고 조합은 E합자회사라는 상호로 택시차량과 이에 따른 면허를 이용하여 택시영업을 영위하는 법인형태로 존속하다가,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하여 원고 조합을 설립하면서 그 형태를 변경하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택시운송업을 영위하고 있다. 결국 조합원들이 원고 조합에게 제공하는 택시운송 노무는 원고 조합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에 해당하고, 조합원들은 원고 조합의 가입을 통해서 비로소 택시운송이라는 노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앞서 본 것처럼 이용료 등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려면 조합원들로서는 사실상 원고 조합에 전속되어 생산활동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조합원들은 원고 조합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택시운송 사업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③

원고 조합은 정관에서 아래와 같이 조합원의 자격, 가입, 탈퇴 등에 관한 내용을 정하고 있다.

결국 조합원들은 정관에서 정한 탈퇴규정에 의하여만 원고 조합에서 탈퇴할 수 있고, 조합원 지위가 존속하는 한 계속하여 위 ①항 기재와 같이 원고 조합의 소속으로 생산활동을 하여야 하는바, 조합원들은 원고 조합에게 지속적 · 전속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관계에 있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고 분회 노동조합원들이 원고 조합에게 지속적 · 전속적인 노무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이들이 원고 조합에서 자유롭게 탈퇴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위와 같은 판단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④

피고 분회 노동조합원들에게 적용되는 이 사건 동의서와 원고 조합의 정관은 원고 조합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조합원들이 납부하는 택시 이용료나 공제되어야 하는 각종 경비 항목도 원고 조합이 미리 정하여둔 것이다. 조합원들은 원고 조합에 가입하면서 그 세부적인 내용을 변경할 수 없고 조합원 가입여부만을 결정할 수 있을 뿐이다.

⑤

원고 조합은 영위하는 사업의 생산수단인 택시를 소유하고, 이를 조합원들에게 배차한다. 이 사건 동의서에 의하면 원고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관련 인 · 허가를 준수하도록 하면서 생산활동장소, 미터기 사용, 차고지 입고, 휴차조일, 유가보조금사용, 차량청결유지 등 준수사항 이행의무를 부과한다.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원고 조합에즉시 통보하도록 하고, 조합원들은 전체 운송수익을 원고 조합에게 납부한 후 원고 조합이 이 사건 동의서와 정관에서 정한 비용을 공제한 나머지를 익월에 수익으로 지급받는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보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판단 기준과 달리 요구되는 지휘 · 감독관계의 정도가 다소 완화되어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도 조합원들과 원고 조합 사이의 지휘 · 감독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⑥

원고 조합 정관 제18조 제1항에 의하면 조합원은 1좌 이상의 출자의무가 있고, 1좌당 출자금액은 2,000만 원이다. 그러나 피고 분회 노동조합원들인 피고 D는 100만 원, F은 50만 원, G는 100만 원, H은 100만 원만을 납입하였다. 원고 조합은 위와 같이 2,0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출자를 한 조합원들에게 '준조합원'의 지위를 부여하였는데, 준조합원은 원고 조합의 의결권과 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협동조합기본법은 자주적 · 자립적 · 자치적인 협동조합의 설립 및 운영을 촉진하고자 하는 데 그 입법목적이 있고, 조합원으로서 의결권이나 선거권 등 기본적인 조합 운영의 참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조합원들의 참여를 전제로 한 협동조합의 자주적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피고 분회 노동조합원들은 1좌당 출자금액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소액만을 납부하여 사실상 원고 조합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조합원의 지위를 갖지 못하고, 이들이 원고 조합 설립 이전 존속하던 법인 소속의 근로자였던 점까지 고려하면, 피고 분회 노동조합원들이 원고 조합의 형식상 조합원에 불과한 것으로 볼 여지도 크다.

⑦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근로계약의 체결 여부나 계약의 형식은 결정적 기준이 될 수 없고, 실질적으로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에 놓여 있는지 여부, 그리고 노동3권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가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이와 같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개념은 그 외연이 확대되어 현실의 다양한 노무제공형태를 포섭하게 되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분회 노동조합원들은 원고 조합의 정관 및 이 사건 동의서에 따라 택시를 사용하여 운송노무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수익을 지급받으며, 원고 조합이 결정한 이용료, 비용 공제 등의 적용을 받고 그 내용에 불합리하거나 불공평한 약정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조합원인 택시기사 개인으로서는 조합에서 탈퇴하는 것 외에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 분회 노동조합원들은 위와 같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에서 원고 조합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지휘 · 감독을 받으면서 실질적으로 원고 조합이 영위하는 사업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하고 있는바, 이들로 하여금 집단적으로 단결하고 노동조합을 통하여 원고 조합과 대등한 위치에서 노무제공의 내용과 조건을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 설령 이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보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는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⑧

피고 분회 노동조합원들이 원고 조합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기는 하였으나 이와 같은 사항들은 원고 조합의 의사에 좌우될 수 있으므로 이를 이유로 이들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근로복지공단 대전지역본부, 노동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피고 분회 노동조합원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한 판단에 법원이 기속된다고 볼 수 없고, 위 기관에서 이들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지위를 판단한 것도 아니어서 이 법원의 판단과 위 기관의 판단이 배치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 분회 노동조합원들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 분회는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어 적법하게 설립되었고, 피고 D도 원고 조합의 근로자<1>로서 피고 분회 소속 노동조합원의 지위를 갖는다. 따라서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원고 조합의 청구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 조합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성실(재판장) 박경환 조수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