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3. 1. 19. 선고 2022고정622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9. 4.경부터 2020. 7. 31.경까지 경기 가평군 B 소재 ㈜C(대표이사 D)에서 근무하고 퇴직한 사람이다.

피고인은 위 ㈜C에서 근무하던 중 대표이사 D과 사원 E 및 F으로부터 성추행 및 성희롱을 당한 사정에 대해 내부신고를 하여 조사결과 2020. 7.경 위 D과 E 및 F이 각각 징계처분을 받은 사안 관련하여, 이를 빌미로 회사 차원의 손해배상 합의를 요구하면서 ㈜C에 피고인이 직접 커피원두를 납품하는 계약 체결을 얻어내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20. 11. 10.경 세종특별자치시 G 소재 피고인의 주거지 부근에서 위 ㈜C의 인사팀에 위 성추행 및 성희롱 내용이 기재된 내용증명과 언론사 사건 제보서 및 고소장을 2개의 우편봉투에 나누어 동봉하여 보내고, 2020. 11. 20. 14:50경 ㈜C의 인사담당직원 H에게 “형사고발장과 언론사 기사제보 등을 준비하였다. 회사의 조치가 미흡하고 저에게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회사측 입장에서 저와 합의사항이 없다면 준비한대로 진행할 예정입니다.”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2020. 11. 23. 15:00경 위 H에게 “사건의 당사자에 대한 처우는 없었다고 봅니다. 합의를 한 적도 없었고, 그 외 다른 처우도 없었다는게 제 입장입니다만. 회사 차원에서 할 일을 전부 했다는 입장이시니 저도 그러면 형사고발과 더불어 언론사 제보를 진행하겠습니다.”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2020. 12. 9. 17:21경 위 D 등이 선임한 변호사 I에게 “회사가 합의할 수 있고, 제게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으며 일방적이지 않은 거래 제안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2020. 12. 10. 15:27경 위 D에게 “저는 회사에서의 조치를 원하는 것이지 개인적으로 당사자들에게 합의나 협의는 그 다음의 문제입이다. 제가 원하는 회사와의 합의는 저와 회사와의 합의가 일방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사료되며 일종의 제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2020. 12. 10. 16:08경 위 변호사 I에게 “제가 배우고 있는 일은 커피 로스팅하는 일입이다. 현재 C측에서 사용되고 있는 커피원두원재료를 제가 직접 납품하고 거래단가를 동일하게 맞춰 계약하신다면 회사나 개인의 추가합의가 아니기 때문에 일방적인 출혈이 없을 것으로 사료되며, 저는 저대로 새롭게 시작한 일로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있으리라 사료됩니다. 이러한 제안이 마음에 안드신다면 저는 그냥 법적 형사고발 절차를 밟을 생각이며, 저는 언론사들을 통해 사실을 기반으로 본건을 이슈화해 볼 생각입니다.”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이에 위 변호사 I으로부터 회사 경영 방침상 상품 납품 관련하여 개인적인 청탁을 들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자 2020. 12. 10. 18:07경 위 변호사 I에게 “제안이 청탁이라고 받아들여진다면 저는 더 이상 이야기할 내용이 없습니다. 형사고발을 진행할 것이고, 그 과정 중에 개인협의가 사법기관을 통해 진행될 듯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면 모든 일들의 판결문과 여러 사실근거 서류를 동봉하여 오픈하겠습니다.”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이후 위 변호사 I으로부터 ‘(피고인이) 추후 어떠한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회사측이) 합의금 500만 원을 지급하는 취지’의 합의 제의를 전달받고, 2020. 12. 16. 14:53경 위 변호사 I에게 회사측의 합의 제의가 부당하다고 하면서 위와 같이 커피원두 납품계약 체결을 고수하는 입장을 계속 유지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 ㈜C에 피고인이 직접 커피원두를 납품하는 계약 체결을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으면 형사고소 및 언론사 제보 등의 조치를 취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이는 방법으로 피해자 회사를 공갈하여 커피원두 납품계약 체결에 관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 회사의 운영 관계자가 이를 거부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2.

판단

가.

관련 법리

공갈죄의 수단으로서의 협박은 사람으로 하여금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고, 여기서 고지된 해악의 실현은 반드시 그 자체가 위법한 것임을 요하지 않으며, 또한 그 해악고지의 수단방법은 명시적이거나 직접적이 아니더라도 묵시적으로 피공갈자 이외의 제3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할 수도 있는 것이나, 그것이 정당한 권리자에 의하여 권리실행의 수단으로서 사용된 경우 행위의 주관적인 측면과 객관적인 측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그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지 않는 한 공갈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대법원 1990. 8. 14. 선고 90도114 판결 등 참조).

나.

인정 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 각 사실이 인정된다.

1)

피고인은 2019. 4. 8. 피해자 회사에 입사하여 2020. 7. 31.까지 근무하다 퇴직하였다. 피고인은 2020. 7. 15. 피해자 회사에 ‘2020. 7. 31.자로 사직한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2)

피고인은 2020. 7. 15.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의 대표이사 D으로부터 수 차례에 걸쳐 성희롱 및 강제추행의 피해를 입었고, 직원인 E, F으로부터도 성희롱을 당하였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여 피해자 회사에 제출하였다. 위 진술서에 나타난 D 등의 행위는 아래와 같다.

3)

피해자 회사는 2020. 7. 18. 임원 징계와 관련한 이사회를 개최하여 D이 성희롱예방규정을 위반하였음을 들어 D에게 무급 3월 및 감봉 6월의 징계를 하였고, 2020. 7. 29. E, F에게도 피고인에 대한 성희롱 행위와 관련하여 각 감봉 1월(E), 경고(F) 처분을 하였다. 한편 D은 2020. 7. 17. 피고인에게 ‘부당한 신체접촉과 언어폭력에 대하여 사과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과 문자를 보내기도 하였다.

4)

피해자 회사 인사팀 담당자는 위와 같이 D 등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진 이후 징계와 관련된 이사회 회의록, 징계처분장 등을 피고인의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피고인은 위 3인에 대한 징계가 자신의 고통 및 피해에 비해 너무 가볍다고 판단하고서 2020. 7. 31.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강원지청에 D 등에 대한 사업장의 적정 조치 이행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을 제기하였는데, 위 청에서는 피해자 회사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하여 적정한 조치를 이행하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5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서 2020. 10. 12. 이를 피고인에게 통지하였다.

5)

피고인은 2020. 11. 10. 피해자 회사의 인사팀에 D 등의 강제추행 또는 성희롱 내용이 기재된 서류, 언론사 사건 제보서 및 고소장을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하였다. 그 후 2020. 11. 18.부터 2020. 12. 1.까지 사이에 피해자 회사 인사팀 담당자 H과 피고인은 아래와 같은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6)

H은 피고인의 동의를 받아 피고인의 연락처를 D 등을 대리하는 변호사 I에게 알려주었고, 변호사 I과 피고인은 2020. 12. 9.부터 2020. 12. 16.까지 사이에 아래와 같은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7)

피고인은 I과의 위와 같은 대화 이후 2020. 12. 16. D, E, F을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하였고, D 등 또한 2020. 12. 24. 피고인을 무고 및 공갈미수 혐의로 고소하였다.

다.

구체적인 판단

위 인정사실을 비롯하여 기록을 통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갈의 고의로 정당한 권리행사를 빙자하여 사회통념상 용인되기 어려운 정도를 넘는 협박을 수단으로 피해자 회사로부터 돈을 갈취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피해자 회사의 대표자인 D은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피고인에 대하여 추행이나 성희롱을 한 바 없음에도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 차원의 보상을 끌어내기 위하여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고소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해자는 D 등의 성희롱 언행이나 D의 피고인에 대한 추행행위에 대하여 최초 회사에 대한 민원제기 단계에서부터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을 하였고, D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제출한 진술서를 확인한 후 2020. 7. 17. 피해자에게 자신의 행동을 사과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으며, 피해자 회사도 피고인에 대한 성희롱을 징계사유로 들어 D 및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내리기도 하였다. 한편 피고인의 고소에 따라 D이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의정부지방법원 2021고단3425)되었고, 위 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한 2020. 3. 21.자 강제추행 사실에 관한 유죄 판결이 내려지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 피고인은 그 주장과 같이 D 등으로부터 실제 강제추행 및 성희롱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②

한편 피고인이 문제삼은 D 등의 행동들은 피고인이 업무와 관련된 결재를 받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거나, 회식자리 또는 퇴근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법인의 대표자가 직무에 관하여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민법 제35조 제1항에 의하여, 법인의 피용자가 사무집행에 관하여 불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민법 제756조 제1항에 의하여 각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D 등의 행위가 직무관련성 또는 사무집행 관련성이 부정되어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 않게 될 여지는 있으나, 피해자 회사의 대표자 또는 직원들로부터 근무시간이나 회식 도중 성추행이나 성희롱 등의 피해를 당한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이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도 보상 내지 배상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던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이 행위자인 D 등이 아니라 피해자 회사에 피해회복 조치를 요구하였다거나,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피해회복과 관련한 협의를 시도하였다고 하여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를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권리행사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③

피고인은 2020. 7. 15.경 피해자 회사에 사직의사를 밝히면서 D 등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였고, 그 징계결과를 확인한 이후 2020. 7. 31. 고용노동청에 D 등에 대한 사업장의 적정 조치 이행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을 제기하였으며, 위 진정처리 결과를 통지받고 난 이후인 2020. 11. 10.경 피해자 회사 인사팀에 언론사 사건 제보서 및 고소장을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하면서 인사팀 직원이나 D 등을 대리한 변호사 I에게 ‘가해자들에게는 경미한 처분뿐이고 피해자에게는 아무런 조치도 취함이 없이 더 이상 회사는 관여하지 않겠다는데,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라는 취지의 호소와 함께 피해자 회사가 자신에게 적절한 처우를 해 주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D 등의 행위 이후 피해자 회사를 사직하는 등의 피해를 입었음에도 D으로부터 사과 문자를 1차례 받았을 뿐 피해에 대한 어떠한 배상을 받지 못하였다. D 등의 행위로 회사를 사직하고 아무런 피해배상도 받지 못하여 경제적으로 취약한 처지에 놓이게 된 피고인이 D 등의 행위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위와 같이 피해배상과 관련한 협의를 요구하게 된 일련의 과정이 통상적인 성폭력 피해자들의 대처 양상과 크게 동떨어져 있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언론이나 수사기관에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리겠다는 취지로 고지한 것은 성폭력 피해자가 선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권리실현 수단 중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다.

④

한편 피고인은 변호사 I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위 변호사가 ‘회사가 피해를 배상할 수는 없고, D 등이 개인적으로 피고인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수는 있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음에도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커피원두 납품계약을 체결해 줄 것을 제안하였고, 피해배상금이 아니라 계약 체결을 구하는 위와 같은 피고인의 제안이 다소 이례적이라고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2020. 12. 10. I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위와 같은 제안을 하였을 뿐이고, 거래단가를 기존에 피고인 회사가 매입하는 금액과 동일하게 맞춰 달라는 것을 제외하고 거래기간이나 공급 물량 등 구체적인 계약조건을 제시한 것은 아니었는바, 피고인이 자신이 D 등으로부터 피해를 입었음을 빌미로 피해자 회사에 대하여 부당하게 과도한 이득을 취하려 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⑤

한편 피고인은 I으로부터 납품계약 체결 관련 제안을 명시적으로 거절당한 이후 I에게 D 측의 합의안이 무엇인지 알려달라는 의사를 밝히기도 하였고, 이에 I이 ‘추후 어떠한 이의제기도 하지 않는 조건으로 500만 원을 지급할 것’을 제안하자 이를 부당하다며 거절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I이 제안한 합의금 500만 원이 과소하다고 여겨 이에 대한 거절의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이에 비추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커피원두 납품계약 체결을 고수하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하였다고도 보기 어렵다.

⑥

D 등을 대리한 I은 피고인으로부터 커피원두 납품계약 관련 제안을 받은 이후부터 일관되게 피고인의 요구를 명시적으로 거부하였는바, D 등이 피고인의 위와 같은 제안으로 실제 어떠한 공포심을 느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피고인으로부터 위와 같은 제안을 받은 이후 I이 피고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특히 2020. 12. 14.경 이후의 문자메시지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D 등은 피고인의 제안을 거절하는 한편 향후 피고인이 자신들을 고소하게 될 경우 ‘피고인이 허위의 강제추행 등 사실을 주장하면서 부당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려 한다’는 근거로 내세우기 위해 피고인의 위와 같은 계약 체결 제안 사실을 문제삼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3.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이 무죄 판결 공시 취지의 선고에 동의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는다.

판사 차호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