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B 주식회사(이하 '원청'이라 한다)는 광주광역시로부터 'C' 건설공사를 도급받았다. 원고는 원청으로부터 위 건설공사 중 '토공, 가시설 및 구조물공사 2구간 건설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공사기간 2020. 7. 10.부터 2022. 3. 31.까지, 공사금액 5,830,000,000원으로 정하여 하도급받는 내용의 공사계약을 체결하였다.
D은 2020. 11. 14. 원고와 사이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원고에 최초 입사하여 C 현장(이하 '이 사건 공사현장'이라고 한다)에서 근무하였다.
원청 안전관리자 E은 2021. 7. 22. 이 사건 공사현장에 출근하여 조회를 마치고 작업할 장소로 이동하던 D에게, 원고 공사부장 F과 현장소장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안전벨트 고리 미체결로 삼진아웃에 해당한다'고 말하였고(이하 위와 같은 말을 '이 사건 통보'라 한다), 이에 D은 이 사건 공사현장을 떠났다.
D은 2021. 9. 23.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통보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원직복직 및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의 지급을 구하는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11. 18. 원고의 D에 대한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D이 위 초심판정에 대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2. 25. 'D은 기간제근로자에 해당하는데, 원고가 D을 해고한 사실이 인정되고, D을 해고하면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아니한 절차상 하자가 인정되므로 위 해고는 부당하다'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2021. 7. 22. D에게 행한 해고는 부당해고임을 확인한다. 원고는 이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D을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관련 재심판정'이라고 하고, 관련 재심판정 중 원직 복직 및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지급명령 부분을 가리켜 '이 사건 구제명령'이라고 한다).
원고는 2022. 4. 5.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관련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23. 4. 13. 청구가 기각되었고(대전지방법원 2022구합102146), 원고가 항소하지 않아 2023. 4. 29.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소송'이라고 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22. 6. 20. 원고가 이 사건 구제명령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이 지났음에도 D에게 해고일로부터 공사기간까지 임금상당액을 미지급하여 이 사건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5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5, 6호증, 갑 제7호증의 1, 2, 을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D은 일용근로자에 불과한 점, D은 무단으로 공사현장에서 이탈한 뒤 돌아오지 않았을 뿐 원고가 D을 해고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원고는 D에게 출근을 독려하는 문자를 보내기도 한 점, 이 사건 공사가 2022. 3. 31. 종료되어 D의 구제신청은 구제이익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D의 구제신청은 각하 또는 기각되었어야 함에도 이 사건 구제명령은 이와 달리 판단하였으므로 위법하고, 이 사건 구제명령이 위법한 이상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판단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서로 독립하여 별개의 법률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때에는 선행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무효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행처분의 하자를 이유로 후행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없고(대법원 1996. 3. 22. 선고 95누10075 판결 참조), 행정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하여는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것인지 여부를 판별함에 있어서는 그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함을 요한다(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1두4566 판결 참조).
이 사건 구제명령과 이 사건 처분은 후자가 전자의 처분을 전제로 한 것이기는 하나 각각 별개의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독립한 행정처분이므로, 이 사건 구제명령에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어 당연무효인 경우에만 이 사건 구제명령의 하자로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있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구제명령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만 주장할 뿐 이 사건 구제명령의 무효사유를 주장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구제명령이 위법하다거나 부당하여 이 사건 구제명령이 취소되어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설령 원고의 이 사건 구제명령에 대한 위법·부당성 주장을 무효주장으로 선해해 본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인정사실, 앞서 든 각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와 D 사이의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D이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근무했던 기간 등에 비추어 보면, D은 이 사건 공사가 종료될 때까지 근로하는 기간제 근로자로 봄이 타당한 점, ② "더러워서 일을 못하겠다"는 D의 발언은 원청 안정관리자의 퇴출요청에 항의하는 의미로 볼 여지가 큰 바 D의 위 발언을 자진사직의 의미로 단정할 수 없고, 원고 공사부장으로서는 원청 안전관리자의 D에 대한 퇴출요청을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바, 원고가 이 사건 통보를 묵인하는 방법으로 D과의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은 해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한 점, ③ 원고는 D의 사용자가 아닌 원청의 이 사건 통보로 D에 대한 해고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구제명령은 위 통보 자체를 해고로 본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통보가 있었음에도 원고가 현장을 이탈한 D에게 연락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정 등에 미루어 보아 묵시적으로 해고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것인 점(원고는 해고의 의사표시는 명시적으로만 행해질 수 있는 것이지 묵시적으로는 행해질 수 없다고도 주장하나, '해고'란 사용자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근로관계를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해 종료시키는 것을 말하고, 이러한 해고는 명시적 의사표시로서의 방법 뿐 아니라 묵시적 의사표시의 방법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다), ④ 원고측에서 D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관련 재심판정 이후인 바 이를 들어 원고가 D에게 이 사건 공사현장에 복귀하도록 독려하거나 요청하였다고 볼 수도 없는 점, ⑤ 원고는 서면으로 해고사유 및 시기를 통지하지 않은 점, ⑥ D이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받을 필요성이 있는 이상 구제이익은 여전히 인정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해고사유 및 시기를 통지하지 않고 D을 해고하였는바, 해당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정한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효력이 없고, 이와 같이 판단한 이 사건 구제명령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덕(재판장) 이민정 김한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