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은 상시 22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을 행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2016. 10. 7. 전국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으로, 이 사건 회사 근로자 중 12명이 원고의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B노동조합(이하 '소외 노동조합'이라고 한다)은 2003. 6. 18. E 지역 내의 환경미화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지역단위 노동조합으로 이 사건 회사 근로자 중 8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원고는 2022. 1. 1. 이 사건 회사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였고, 같은 날 원고의 교섭요구 사실이 공고되었다. 소외 노동조합도 2022. 1. 7. 이 사건 회사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여 이 사건 회사는 2022. 1. 10. 원고와 소외 노동조합을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한다고 공고하였으며, 2022. 1. 29. 원고가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확정 및 공고되었다. 원고는 2022. 2. 15. 유효기간을 2022. 1. 1.부터 2023. 12. 31.까지로 하여 이 사건 회사와 아래와 같은 내용의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소외 노동조합은 2022. 2. 24.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원고와 이 사건 회사를 상대로 이 사건 단체협약 제18조, 제21조, 제23조, 제24조, 제31조, 제33조, 제53조, 제60조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시정을 신청하였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단체협약 제21조, 제23조, 제24조, 제31조, 제33조, 제53조, 제60조(이하 '이 사건 조항들'이라고 한다)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여 원고와 이 사건 회사에게 이 사건 조항들에 관하여 소외 노동조합의 의견을 수렴한 후 다시 교섭하여 차별 부분을 해소할 것을 명하였다.
원고는 2022. 5. 27.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공정대표의무위반으로 판단한 부분에 대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8. 8. 초심과 같은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결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단체협약 제23조가 인사위원회의 노동조합측 위원에 과반수 노동조합인 원고측 노동조합원들만을 포함시키도록 한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31조 제2항이 징계대상자에게 증인신청 및 증거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노사간대표위원의 합의로 징계처분 당사자와 소속노동조합 대표의 인사위원회 참석여부를 결정한다고 하여 방어권 보장에 영향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선정되는 것이 어려운 만큼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된 노동조합에게는 그만큼의 권한도 부여되어야 하므로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작성한 단체협약은 존중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을 체결할 당시 교섭 내용에 대해서 어떠한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던 소외 노동조합이 뒤늦게 단체협약의 내용에 대해서 문제삼는 것은 부당하다.
판단
관련 법리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하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고한다)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못하도록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29조의4 제1항).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한편,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차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와 같은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에게 주장・증명책임이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및 공정대표의무에 관련된 법령 규정의 문언,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와 목적,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 및 그 조합원의 노동3권 보장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가지는 대표권은 법령에서 특별히 권한으로 규정하지 아니한 이상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보충교섭이나 보충협약 체결을 포함한다)과 체결된 단체협약의 구체적인 이행 과정에만 미치는 것이고, 이와 무관하게 노사관계 전반에까지 당연히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
사용자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을 포함한 사업장 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단체협약 자체에서는 아무런 정함이 없이 추후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합의・협의하거나 심의하여 결정하도록 정한 경우, 그 문언적 의미와 단체협약에 대한 법령 규정의 내용, 취지 등에 비추어 위 합의・협의 또는 심의결정이 단체협약의 구체적인 이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보충협약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는 때에는, 이는 단체협약 규정에 의하여 단체협약이 아닌 다른 형식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위임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위 합의・협의 또는 심의결정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권 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단체협약 규정에 의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만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의 근로조건과 관련이 있는 사항에 대하여 위와 같이 합의・협의 또는 심의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을 위 합의・협의 또는 심의결정에서 배제하도록 하는 것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이나 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으로서 공정대표의무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두37772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항들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소외 노동조합을 차별하는 것으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취지의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21조는 직원의 채용, 배치전환, 전직, 전보, 휴직, 변상판정, 대기발령, 징계, 해고 등 인사 전반에 관하여 원고와 사전에 합의한 후에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단체협약 제23조는 직원의 채용, 포상, 해고, 징계, 전보, 전직, 휴직 및 각종 인사관리 규정의 신설이나 개정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하여 사용자 측 대표 2명과 원고측 대표 2명(원고 위원장 및 노동조합 전체 조합원 중 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명하는 1인)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에서 심의 및 의결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근로조건 자체를 실체적인 내용면에서 통일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향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발생할 경우 이 사건 회사와 합의, 협의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권한을 교섭대표노동조합인 원고에게만 부여하고 소외 노동조합의 참여를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으로서 원고와 소외 노동조합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24조와 제31조 제4항은 사용자의 인사 결정이나 징계처분에 이의가 있을 때, 이의제기 및 재심에 대하여 인사위원회에서 심의를 하고, 인사처분 당사자 및 소속 노동조합 대표의 인사위원회 참석여부를 노사간대표위원<1>이 정한다고 하고 있다. 근로자나 소속 노동조합 대표에게 인사처분이나 징계 절차에서 인사위원회에 직접 참석하여 소명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해당 근로자에게 적절한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절차이다. 그런데 위 조항에 의하면 소외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및 소외 노동조합 대표는 원고와 이 사건 회사가 인사위원회 참석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인사위원회에 참석하여 소명할 기회를 박탈당하는바, 이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소외 노동조합 및 소속 조합원들을 차별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원고는 단체협약 제31조 제2항에 의하면 징계 대상자에게는 소명의 기회와 증인신청 및 증거자료 제출의 기회가 주어지므로 인사위원회 참석에 제한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지 않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기회는 원고 조합원과 소외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동일하게 부여되는 것이고 소외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만 부여되는 권리가 아닌 점, 인사위원회에 직접 출석하여 자신의 의견을 직접 진술할 수 있는 기회는 방어권 행사에 있어서 중요한 절차인 점, 그럼에도 소외 노동조합 조합원들이나 소외 노동조합은 원고 조합원들에 비하여 해당 절차에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점(원고는 자신 소속 조합원에 대하여는 인사위원회에 참석하여 해당 조합원을 위해 변론하기를 원할 것으로 보이므로, 실질적으로 원고 소속 조합원들은 소외 노동조합 조합원들과 다르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참석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다른 방어권 보장 절차가 있다고 하여 위 각 조항이 소외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차별이 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33조 제4항은 촉탁직 직원에 대한 근로계약해지시 원고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고, 같은 조 제6항은 촉탁직 직원의 근로계약 종료일이 대행계약 만료일인 경우에는 그 직원을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하며, 그 직원 대신 원고가 추천하는 복수의 입사지원자 중 노사합의로 신규채용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촉탁직 직원의 신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에 관하여 합의할 권한을 원고에게만 부여하는 것은 소외 노동조합에 대한 차별에 해당하고, 이는 앞서 본 것과 같이 인사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대하여 원고에게만 협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제33조 제6항에 따라 원고 추천으로 채용되는 근로자들은 원고에 가입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을 수밖에 없는데, 새로운 근로자를 채용할 때 소외 노동조합을 배제할 특별한 이유도 없어 보이는 점에서 소외 노동조합에 대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53조 제3 내지 8항, 제60조 제5항은 복리후생과 관련된 각종 비용들과 장학금 및 건강검진비를 원고가 지정하는 계좌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각 비용은 사용자로부터 노동조합이 지급받아 소속 노동조합원들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금품인데, 위 각 조항은 위 돈을 원고에게 지급한다고만 정하고 있을 뿐, 원고가 그중 소외 노동조합에게 해당 조합원의 몫을 송금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거나 그 분배 시기나 방법에 대하여 정하고 있지 않은 점, 원고로서는 일단 위 금원을 자신이 보유하고 있음으로 인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기부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액을 원고에게 송금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각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소외 노동조합을 차별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원고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기 어려운 만큼 해당 노동조합에게는 그에 맞는 권한이 있어야 하므로 일부 단체협약 조항이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공정대표의무위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거나 소외 노동조합이 교섭 당시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뒤늦게 단체협약 조항에 대해서 문제를 삼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동일한 사용자에게 고용되어 동종의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에게는 통일된 근로조건의 기준이 적용될 필요성이 있는바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여 근로조건을 통일하고 단체교섭을 효율화함으로써 복수의 노동조합 사이의 마찰을 피하고 사용자와 노동조합들간의 복잡한 관계를 조화시키기 위한 것이지, 특정 노동조합에게 단체협약 체결에 있어서의 유리한 지위를 부여하기 위함이 아니다.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선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노동조합이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하여 다른 노동조합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내용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소외 노동조합이 이 사건 단체협약체결절차에서 이 사건 조항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기회가 있었는지 여부를 알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단체협약 내용이 공정대표의무에 반하는 경우에는 단체협약 체결 이후라도 당연히 해당 조항에 대해서 문제를 삼을 수 있는 것이므로 소외 노동조합이 뒤늦게 이 사건 조항들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덕(재판장) 이민정 김한울
각주1) ‘노사간대표위원’이라고만 되어 있을 뿐 노동조합측 대표가 원고라고 명시적으로 되어 있지는 않으나, 원고는 이 사건 재심과정에서 단체협약 제18조의 ‘노동조합’은 원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조합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위 ‘노사간대표위원’ 중 노동조합측 대표가 원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하지 않았고, 다만 해당 조항이 합리적인 차별이 아니라는 주장만 하였으므로 위 노사간대표위원 중 노동조합측 대표위원은 원고측 대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