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3. 11. 23. 선고 2022노2396 판결

주문

1.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2.

피고인 A를 징역 8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피고인 A에 대한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3.

피고인 주식회사 B을 벌금 10,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 주식회사 B에게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①

망인의 작업은 전구 교체가 아닌 형광등을 제거하고 LED등으로 재설치하는 작업으로 경작업이 아니고, ② 망인의 작업 당시 작업높이는 2미터 이상으로 작업대가 필요하고, 망인을 비롯한 작업자들에게 안전모가 지급되었다거나 2인 1조의 근무가 실질적으로 가능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사망에 대하여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음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 주식회사 B은 C 주식회사로부터 대전 중구 D건물의 건물관리 용역을 도급받았고 피고인 A는 광주 광산구 E건물, 3층 F호에 있는 피고인 주식회사 B 소속 관리소장으로서 피고인 주식회사 B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책임이 있는 자이다.

1)

피고인 A

피고인은 2020. 11. 22. 16:05경 대전 중구 D건물 지하3층 발전기실에서 피고인 주식회사 B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 G(남, 63세)로 하여금 높이 3.9m에 설치된 천장 조명등을 LED로 변경하는 작업을 지시하였다.

그곳은 작업 도중 사다리에서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였으므로 이러한 경우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하여야 하고 근로자에게 안전모를 지급하고 이를 착용하게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작업 당시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해 주지 아니하였으며 이에 따라 약 2.6m 높이의 사다리에서 작업을 하게 된 피해자에게 안전모를 지급하지도 아니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업무상의 과실로 피해자가 작업 도중 불상의 이유로 추락하게 하여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의 과실로 피해자를 추락에 의한 두부손상을 원인으로 사망에 이르게 함과 동시에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피고인 주식회사 B

피고인은 위 제1항과 같은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의 사용인인 A로 하여금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과 같은 위반행위를 하게 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나.

원심의 무죄 판단 요지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동식사다리 안전작업지침에 의하면 고소작업대·비계 등 설치가 어려운 협소한 장소에서 경작업(손 또는 팔을 가볍게 사용하는 작업으로서 전구교체 작업, 전기통신 작업, 평탄한 곳의 조경작업 등을 뜻함)을 할 경우 발붙임 사다리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작업높이가 350cm이하이어야 하므로, 망인이 했던 LED등 교체작업에는 이동식 사다리를 사용하는 것이 허용되는 점, ② 피고인들이 근로자에게 안전모를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주식회사 B의 정기 안전보건교육에 피해자도 참석하였는데, 해당 교육에서는 안전모사용지침, 이동식 사다리 안전작업지침 등이 교육자료로 첨부되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들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1)

관련 법리

가)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업무’란 사람의 사회생활면에서 하나의 지위로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를 말하고, 여기에는 수행하는 직무 자체가 위험성을 갖기 때문에 안전배려를 의무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사람의 생명·신체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을 의무내용으로 하는 업무도 포함되고, 이런 의무에는 법령상 의무뿐만 아니라 조리상 의무도 포함된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도3493 판결 등 참조). 업무상과 실치사상죄에 있어서의 업무라 함은 사람의 사회생활상의 하나의 지위에서 계속적으로 반복할 의사로 종사하는 사무를 말하고 그 업무상의 과실은 그 업무에 관련하여 다해야 할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아니한 경우를 가리킨다(대법원 2002. 5. 31. 선고 2002도1342 판결 참조).

나)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도9188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❶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항은 ‘사업주는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토사·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 그 밖에 작업 시 천재지변으로 인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위 규정에 따라 사업주가 하여야 할 안전상의 조치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며, 위 위임에 따라 제정된 고용노동부령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제42조 제1항에서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작업발판의 끝·개구부(開口部) 등을 제외한다]또는 기계·설비·선박블록 등에서 작업을 할 때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비계(飛階)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❷ 고용노동부는 2019. 3. 18. ‘이동식사다리 안전작업지침 개선방안’(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을 공지하였다. 이에 따르면 이 사건 사다리와 같은 발붙임 사다리(A형)의 경우 평탄·견고하고 미끄럼이 없는 바닥에 설치하되, 경작업에 사용하거나 고소작업대와 비계 등을 설치하기 어려운 협소한 장소에서 사용하도록 하고 있고, 발붙임 사다리를 사용할 수 있는 ‘경작업’에 대해서는 ‘손 또는 팔을 가볍게 사용하는 작업으로서 전구교체 작업, 전기·통신 작업, 평탄한 곳의 조경작업 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동식 사다리는 경작업에 해당하고 고소작업대나 비계 등을 설치하기 어려운 협소한 장소에 한정하여 사용할 수 있다.

❸ 위 지침이 경작업의 예시로 전구교체 작업, 전기통신 작업, 평탄한 곳의 조경작업을 들고 있는바 위 작업과 비슷한 난이도의 작업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이동식 사다리의 사용이 허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이 사건 작업은 기존 형광등을 탈거하고 LED등으로 교체하는 작업인데, 전구교체 작업의 경우 교환할 등을 등기구에서 분리후 새로운 등을 그 자리에 장착하는 수준의 작업임에 반하여 LED등 교체의 경우 단순한 분리-장착의 절차 외에 전원을 분리하여 연결하는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하므로 경작업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는 LED등 설치작업은 경작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회신하였고(증거기록 제2책 중 제2권 472쪽), 망인의 유족들이 피고인 주식회사 B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소에서도 법원은 망인의 작업이 경작업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고 설시하였다.

❹ 따라서 이 사건 작업은 경작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동식 사다리가 아닌 고소작업대나 비계가 설치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 상가에는 작업대나 비계가 구비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이 사건 작업장소는 가로가 1,960㎜, 세로가 3,100㎜이고, 기성품인 강관틀 비계는 그 크기가 가로 1,829㎜, 세로 1,219㎜이며 조립식 설치가 가능하므로 작업발판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공간적 여유가 없는 협소한 공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❺ 이 사건 지하실은 천정 높이가 약 3.7m 이상으로 평균적인 성인 남성의 신장을 고려하면 작업높이가 2m 내외가 될 개연성이 높으므로, 작업 상황에 따라 2인 1조로 작업하거나 안전대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상가의 설비 직원은 망인을 포함하여 2명이 24시간 격일제로 2교대 근무를 하고 있어, 2인 1조 작업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고, 안전대를 설치할 수 있는 설비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이 사건 상가에 관리직원 외 경비원이나 미화원이 함께 근무하였다거나 조회시 ‘사다리 관련하여 혼자 작업하지 말고 여럿이서 하라’, ‘사다리 관련하여 위험할 때는 경비하는 분의 도움을 받아라’라고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2인 1조의 작업수칙이 실질적으로 지켜졌다고 보기 어렵다.

❻ L은 수사기관에서 망인의 사망 전날 망인으로부터 피고인 A에게 말해서 LED등을 사무실에 갖다 놔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이에 대하여 위 피고인이 허락하여전등을 관리실에 가져다 두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2책 중 제1권 194쪽).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보면 사전에 망인과 피고인 A 사이에 LED등 교체작업과 관련한 이야기가 오갔던 것으로 보이고, 위 피고인은 다음 날인 22일에 망인이 LED등 교체작업을 하리라는 점에 대하여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❼ 이전에 이 사건 상가의 관리인으로 근무하였던 H는 피고인 A로부터 안전모, 안전대 등 보호구를 착용하도록 교육받은 사실이 없고, 실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안전일지에 형식적으로 서명만 하였을 뿐이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2책 중 제1권 674쪽). 이에 대하여 H는 원심 법정에서 종합적인 안전교육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을 다소 번복하기는 하였으나 위와 같은 번복 경위에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고, 위와 같이 증언하면서도 구체적인 교육 내용에 대하여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H의 수사기관의 진술이 보다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❽ 본사인 피고인 주식회사 B은 이 사건 상가 내의 안전교육은 관리소장인 피고인 A에게 전적으로 위임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이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