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4. 10. 24. 선고 2023가합202321 판결

주문

1.

원고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 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전력자원의 개발, 송·배전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공기업이고, 원고는 2003. 8. 11. 피고에 입사하여 배전원으로 근무하는 자이다.

나.

원고에 대한 선행 징계처분

원고는 2019. 11. 25. 대전세종충남본부 청양지사 B팀에서 공사감독 업무를 수행하면서 실제 준공이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준공 증빙서류가 없음에도 22건의 공사를 임의로 준공처리하여 5억 7,000만 원 상당의 공사비를 부당하게 지급하고, 영업일반공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배전공사 전문회사의 시공내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2억 8,000만 원 상당의 공사비를 과다지급하였으며, 19회에 걸쳐 출장여비 188만 원을 부당하게 수령하고, 26회에 걸쳐 근무지를 이탈하였다는 징계사유로 정직 6월의 징계(이하 ‘이 사건 선행징계’라 한다)를 받았다(갑 제1호증).

다.

원고에 대한 직위해제처분

1)

원고는 2020. 5.경 이 사건 선행 징계처분에 따른 정직기간이 만료되었으나 공황장애 치료를 위하여 2020. 12. 3.부터 2022. 12. 2.까지 2년간 병휴직을 하였다.

2)

원고는 2022. 10. 25. 피고에게 2022. 12. 3.자로 복직하겠다는 취지의 복직원을 제출하였으나, 피고는 2022. 12. 10.경 원고를 피고의 인사관리규정 제23조 제1항 제5호에 의거하여 직위해제하였다(이하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이라 한다, 갑 제2호증, 을 제2호증).

라.

관련 규정

피고의 인사관리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3호증, 을 제2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무효 확인 및 취소 주장

피고가 원고에 대해 한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은 실질적으로 피고의 취업규칙 제76조 제5호의 해임에 해당하는 징계처분임에도 다음과 같은 하자가 있다. 이에 원고는 주위적으로는 이와 같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므로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고, 예비적으로는 그 취소를 구한다.

①

원고는 직위해제 처분의 정당한 발령권자가 아닌 공주지사 인사담당자로부터 사전통지 없이 구두로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을 통보받았다. 또한 피고는 구체적인 직위해제 사유를 고지하지도 않았으므로,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은 원고가 불복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

②

피고는 인사규정상 원고에 대한 직위해제 계속 여부를 3개월마다 검토하여 원고에게 통지하여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았다.

③

원고가 수사 또는 조사받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원고의 비위행위가 있더라도 그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에는 그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④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은 원고의 선행 징계처분과 동일한 사유를 이유로 발령되었으므로 피고의 인사관리규정 제80조의 이중징계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나.

미지급 임금 등 청구

피고의 위법한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으로 인해 원고는 직위해제기간 동안의 일부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였고, 성과급을 차등지급받았으며, 직위해제 기간 동안 출근하지 못한 기간이 선사용 연차휴가로 정산되어 급여에서 차감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직위해제기간의 미지급 급여 41,876,984원, 미지급 성과급 5,093,050원, 선사용 연차휴가로 차감된 정산금 1,772,900원 등 합계 48,742,934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의 성격

1)

직위해제나 대기발령은 인사상 불이익한 처분에 속하기는 하나, 징계처분과는 그 성질을 달리하는 인사명령에 해당한다.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며,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직위해제나 대기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그 업무상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의 비교교량,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다만 하나의 요소일 뿐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권리남용에 해당되어 당연 무효가 되지는 아니한다) 등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참조).

2)

원고는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이 실제로는 해임의 징계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여러 가지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나, 앞에서 살핀 것처럼 직위해제는 인사명령으로서 징계처분과 법적 성격이 다르고, 원고는 2023. 12. 13.자로 직위해제 종료 발령을 받아 복귀하여 근로를 계속하고 있다. 원고의 주장과 제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이 해임에 해당하는 처분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이 징계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그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본다.

나.

이 사건 직위해제처분의 하자 존부

1)

절차적 하자의 존부

가)

법리

직위의 해제사유 통보의 시기와 방법에 관하여 아무런 정함이 없는 경우 직위의 해제사유 통보는 직위의 해제와 동시에 또는 직위의 해제 후 지체 없이 서면이나 구두 등의 적당한 방법에 의하여 행하되 본인이 그 당시의 전후 사정에 의하여 스스로에 대한 구체적인 직위의 해제사유를 알고 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별할 수 있을 정도로 통보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다30729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을 구두로 통보한 사실, 피고의 직위해제 처분 공문에는 그 사유가 ‘인사관리규정 제23조 제1항 제5호’라고만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앞에서 인정한 사실, 을 제5, 7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 즉 ① 피고의 취업규칙이나 인사관리규정에서 직위해제 처분의 통지 방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은 점, ②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은 징계처분과 법적 성격이 다른 인사명령에 해당하므로 을 제7호증에서 정한 피고의 징계에 대한 절차가 적용되지 않아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의 결과를 문서로 교부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닌 점, ③ 2021. 1.경부터 2021. 7.경까지 원고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국무조정실 및 산업부에서 감사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에 따라 피고는 2021. 8. 20., 2021. 9. 29. 원고를 청양경찰서에 전기공사업법위반, 배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청탁금지법’이라 한다) 위반으로 고발하였고, 원고도 이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이 사건 직위해제 이전인 2021. 10. 12.경 언론에서 원고의 비위행위를 지적하는 기사가 게재되는 등 원고로서도 이로 인해 직위해제 처분이 발령되었다는 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던 점, ⑤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은 원고의 소속인 대전세종충남본부에서 발령하였고 인사관리규정에 따라 직위해제 사유를 지속적으로 재검토해 온 점, ⑥ 피고의 인사규정상 위와 같은 재검토 결과를 원고에게 통보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점을 종합하면, 원고는 자신에 대한 직위해제 사유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이고, 피고의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에 어떠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2)

실체적 하자의 존부

가)

이중징계금지의 원칙 위반 여부

직위해제는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 등이 불량한 경우,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 있어서 해당 근로자가 장래에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로서의 보직의 해제를 의미하므로 과거의 근로자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와는 그 성질이 다르다(대법원 1996. 10. 29. 선고 95누1592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어느 사유로 징계를 받았다고 해도 그것이 직위해제 사유로 평가될 수 있다면 이를 이유로 새로이 직위해제를 할 수도 있고 이는 일사부재리나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다30729 판결 등 참조).

이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선행 징계처분의 징계사유와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사유 중 일부가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일사부재리 또는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저촉된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에 대한 선행 징계처분의 징계사유는 공사비 부당지급, 영업일반공사 준공 소홀, 출장여비 부당수령, 근무지 이탈이고,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의 사유는 전기공사업법위반, 배임, 부정청탁금지법위반으로 선행 징계처분의 징계사유와 완전히 동일하다고 볼 수도 없다.

나)

피고의 인사관리규정 제23조 제1항 제5호 해당 여부

피고는 원고에 대해 인사관리규정 제23조 제1항 제5호에 의거하여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을 하였고, 이 규정은 ‘직무와 관련된 금품·향응수수, 업무상 횡령·배임, 공금유용, 성폭력, 성희롱, 성매매로 인하여 감사원 및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 또는 수사 중이거나 사내 조사 중인 자로서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자’를 직위해제 처분 대상자로 삼고 있다.

앞에서 살핀 것처럼 피고가 산업통상자원부의 감사결과에 따라 원고를 청양경찰서에 전기공사업법위반, 배임, 부정청탁금지법위반으로 고발하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의 인사규정상 직위해제 처분 대상자에 대한 검찰의 기소나 법원의 유죄 판결까지 요구하지 않고, 산업통상자원부의 감사결과에 의하면 원고에게 위와 같은 혐의가 인정된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원고에 대한 수사는 부정한 청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C가 소재불명되어 참고인중지 상태일 뿐 무혐의 처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아가 원고가 수 억 원 상당의 공사비를 부당지급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금품 또는 향응을 수수하고, 공금을 유용한 부분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감사결과와 함께 고려할 때 원고에 대해 그 직위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 적정한지 숙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은 원고의 비위행위의 내용, 경위, 정도, 이로 인한 회사의 손해 규모 등에 비추어보면, 원고의 비위행위는 사회통념상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

다)

피고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1>

앞에서 본 사실 및 앞서 채택한 증거들, 을 제3, 4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에 대하여 피고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①

원고의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은 산업통상자원부의 감사결과 지적된 비위행위를 근거로 이루어졌고, 피고는 그 감사결과를 근거로 수사기관에 직접 원고를 고발하였다. 이러한 처분 경위에 비추어보면 피고가 구체적인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만연히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

②

피고는 앞에서 살핀 것처럼 원고의 비위행위로 인해 직무집행의 적정성과 신뢰가 저해될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하였고 원고가 계속 피고의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발생할 업무상 장애 등을 예방하고자 일시적으로 원고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하는 처분을 하였는데, 이와 같은 피고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③ 원고는 자신의 업무 소홀로 부당하게 공사비를 지급하거나 출장비를 수령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원고의 친구인 C가 소속 공사업체를 변경해가면서 피고와 하청업체 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도 C와의 금전거래가 있었던 사실에 대하여는 자인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근거로 피고가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을 한 것이 아무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다.

④

피고는 원고에 대한 수사가 참고인 중지로 중단되고 최종적인 수사결과를 확인할 수 없게 되자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을 종료하고 원고를 복직시켰다. 또한 피고의 인사관리규정 제23조 제6항에 의하면 최종적인 수사기관의 무혐의 처분, 법원의 무죄 판결이 있을 경우 직위해제 기간은 특별휴가로 처리되는 등 원고에 대한 불이익을 해소하는 수단을 마련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입은 불이익이 앞서 본 사정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공익상의 필요성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없다.

3)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에 어떠한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의 무효 또는 취소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이 무효 또는 취소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미지급 임금 등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함석천(재판장) 박경환 조수연

각주1) 원고는 피고의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으로 인한 원고의 고통이 지나치게 크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위와 같이 선해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