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6. 7. 8. 선고 2023가합206439 판결

주문

1.

원고의 주위적,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검체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피고와 자신 소유의 차량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지입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2022. 4.경부터 위 차량을 이용하여 피고가 지정하는 업체에 검체를 배송하였다(계약서는 2023. 8. 17. 자로 작성되었다).

나.

피고는 2023. 8. 16. '품위유지위반, 이 사건 계약 제2조 위반(현장관리자지시 위반), 이 사건 계약 제7조 위반(거래처와의 신뢰에 약영향을 미칠 경우)'을 사유로 들어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을 2023. 9. 16. 자로 해지한다고 통보하였고, 원고에게 2023년 9월분까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지입료를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가.

주위적 청구

비록 이 사건 계약의 형식은 지입계약이지만, 원고는 피고의 지시에 따라 배송업무를 수행하고 매월 10일 급여를 받은 근로자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피고는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함으로써 원고를 해고하였다. 피고는 해고 사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사유들이 모두 인정되지도 않으므로 위 해고는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23. 10. 10.부터 원고를 복직시킬때까지 매월 4,774,533원의 비율로 계산한 미지급 임금과 위자료 3,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예비적 청구

원고가 성실하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였는데도 피고가 정당한 사유없이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 것은 이행지체 또는 이행거절의 채무불이행에 해당하거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2023. 10. 10.부터 원고를 복직시킬 때까지 매월 4,774,533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 상당액의 손해와 위자료 3,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3.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1. 6. 9. 선고 2009두9062 판결 등 참조).

나.

제1항의 인정사실과 증거들, 갑 제4 내지 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모두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원고는 피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위임계약의 성질을 가지는 배송위탁계약의 일종으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다음 자기 소유의 영업용 차량을 이용하여 배송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일 뿐이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주위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①

이 사건 계약은 명칭부터가 근로계약이 아닌 '차량지입계약'이고, 원고에게 고정된 근무시간, 근무장소에서 근로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업무의 내용을 정하는 제5조에서 원고가 피고로부터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 사건 계약이 정하고 있는 계약해지 사유 역시 '배송업무의 원활한 수행 여부'와 직접 연관된 것으로서 통상적인 용역계약, 위임계약의 해지사유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반면, 복무규정 위반, 사내 질서 훼손 등의 제반 사유를 포괄하는 징계해고 사유와는 그 내용을 상당히 달리한다.

②

원고는 영업용 화물차량의 소유자로서 사업자등록을 보유하고 있고, 해당 차량에 관한 유지 · 관리비용을 스스로 부담하였다고 보인다. 나아가 원고는 2015년 및 2016년 주식회사 C 소속 근로자로 근로소득을 얻은 전력이 있을 뿐 이 사건 계약이유지된 기간 동안에는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없이 종합소득세를 납부하였으며, 4대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원고가 피고의 복무규정, 인사규정,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받았다고 볼 만한 사정도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③

이 사건 계약 제2조는 원고가 피고 소속 관리자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실제로 원고가 배송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고 직원으로부터 배송 장소, 위치, 담당자 연락처 등의 정보를 제공받거나 배송 시간, 순서, 검체 보관 온도 설정 등에 관하여 일정한 지시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화주의 요청에 따라 정해진 시간, 장소에 일정한 온도를 유지한 상태로 검체를 운반하여야 하는 배송업무의 본질에 기인한 것이므로, 배송업무의 전체적인 내용을 피고가 정하였다거나 원고가 피고 직원들의 위와 같은 시간, 장소, 준수사항 등에 관한 지시를 받고 이를 따랐다는 사정만을 들어 원고가 근로자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와 같이 배송업무의 특성상 당연히 요구되는 일정한 사항들만 준수한다면, 원고는 배송업무의 구체적인 수행 시간, 경로, 휴게 여부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고, 피고가 이에 대한 지휘 · 감독을 실시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보인다.

④

원고는 고정된 기본급과 수당의 형태로 구성된 금액이 아니라 운송 거리, 수행일수 등 업무 수행 실적에 연동된 금액을 업무 수행의 대가로 지급받았고, 이에 따라 실제로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금액은 월별로 상당한 편차를 보인다.

⑤

원고는 피고 외에도 다른 업체로부터 위탁받은 운송 업무를 수행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은 사실이 있음을 자인하고 있고, 피고가 이처럼 원고가 다른 업체의 운송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나 대체인력을 고용하여 배송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도 없으므로,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이 강하게 유지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4.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성립 여부

민법상의 위임계약은 그것이 유상계약이든 무상계약이든 당사자 쌍방의 특별한 대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위임계약의 본질상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이를 해지할 수 있고 그로 말미암아 상대방이 손해를 입는 일이 있어도 그것을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다만 상대방이 불리한 시기에 해지한 때에는 그 해지가 부득이한 사유에 의한 것이 아닌 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나, 그 배상의 범위는 위임이 해지되었다는 사실로부터 생기는 손해가 아니라 적당한 시기에 해지되었더라면 입지 아니하였을 손해에 한한다. 그리고 수임인이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던 중 사무처리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위임계약을 해지함으로써 위임인이 그 사무처리의 완료에 따른 성과를 이전받거나 이익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별도로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임계약에서는 시기 여하를 불문하고 사무처리 완료 이전에 계약이 해지되면 당연히 위임인이 그 사무처리의 완료에 따른 성과를 이전받거나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계약 당시에 예정되어 있으므로, 수임인이 사무처리를 완료하기 전에 위임계약을 해지한 것만으로 위임인에게 불리한 시기에 해지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다71411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위임인의 이익과 함께 수임인의 이익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위임의 경우에도 위임인은 정당한 이유 유무에 관계없이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그 해지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인 수임인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대법원 2000. 4.25. 선고 98다47108 판결,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2다118860 판결 등 참조).

앞서 제3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배송위탁계약에 해당하는 이 사건 계약은 위임계약의 성질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계약이 원고에게 배송업무의 수행 대가로 지입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유상위임의 성격을 가지고 있더라도 피고가 이를 해지한 것이 곧바로 이행지체 또는 이행거절의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앞서 든 증거들과 원고에 대한 당사자본인신문결과, 이 법원의 D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의 계약해지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예비적 청구는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①

배송위탁계약이라는 이 사건 계약의 본질적인 특성상, 피고의 거래처들인 검체배송 상대방에게 차질 없이 정확한 일시 · 장소에 배송을 실시하는 등 그들의 요구사항을 충족하여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이 사건 계약 존속의 중요한 전제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이 사건 계약은 제2조에서 피고의 요청에 따른 시간 · 장소에 배송업무를 수행할 것을 명시하면서, 이와 함께 제7조에서 원고의 고의 · 과실로 피고의 업무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원고로 하여금 피고와 함께 합의하여 그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②

그런데 원고는 피고의 거래처인 'E의료재단'에 검체 배송업무를 수행한 이후, 해당 업체 건물 내에서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는데도 '자가용 차량으로 불법적인 화물운송을 한 사실을 발견했다'는 이유를 들어 임의로 주차장 내에서 사진을 촬영한 다음 이를 신고한 사실이 있음을 자인하고 있다. 그러나 원고의 신고 결과 아무런 제재등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의심하였던 것처럼 자가용 승용차가 실제 화물 운송에 이용되었는지 여부조차 분명하지 않으며, 설령 그렇더라도 그 행위가 현행 법령상 금지된 불법행위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이러한 원고의 행위는 우선 건물 내에서 사진촬영을 금지한 해당 업체의 지침에 반하는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별다른 확실한 근거 없이 피고 또는 그 거래처가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피고와 거래처 사이의 신뢰관계에 상당한 악영향을 초래하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③

이에 해당 업체를 비롯하여 피고에게 검체 배송에 관한 업무를 위탁하고 있던 다수의 거래처들이 원고의 위 제보 사실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피고에게 원고를 배송업무에서 배제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하였고, 피고는 원고의 행위를 정당화할 만한 별다른 사유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거래관계 유지를 위한 목적으로 위와 같은 요청을 수용하여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기에 이르렀다고 보인다. 나아가 피고는 계약해지 과정에서 원고가 현장관리자지시를 위반하고 거래처와의 신뢰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사유를 원고에게 명시적으로 통보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계약 제6조 제3항에서 정한 바와 같이 1달의 시간적 여유를 두고 그 기간까지 약정한 지입료를 모두 지급하는 등 약정에 따른 해지 절차와 요건을 모두 준수하기도 하였다.

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성립 여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는 정당한 이유를 들어 위임계약의 성질을 가지는 이 사건 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한 것이므로, 이를 피고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예비적 청구도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재은(재판장) 오민관 임은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