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4. 10. 30. 선고 2023구합203763 판결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재심결정 취소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주식회사 D는 E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F(이하 ‘F’이라 한다)으로부터 G 온라인 센터를 위임받아 운영하는 물류대행 및 운송회사이고, 원고는 2014. 5. 23. 설립되어 택배업, 택배 서비스업, 일반 화물 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서, 주식회사 D와 사이에 같은 회사로부터 화물배송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배송업무 도급계약을 1년 단위로 체결하는 한편, 일정 규모의 배송기사들과 사이에 ‘배송 도급계약서’라는 명칭의 정형화된 양식을 사용하여 배송계약을 체결하여(이하 ‘이 사건 배송계약’이라 하고, 원고와 사이에 배송계약을 체결한 배송기사를 이하 ‘이 사건 배송기사’라 한다) 화물배송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나.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은 2017. 10. 16. 전국의 H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설립된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서, 그 산하에 온라인 배송 지회가 2020. 5. 24. 설립되어 이 사건 배송기사 50여 명이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다.

참가인은 2023. 3. 17. 및 2023. 3. 21. 원고에게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위 교섭에 응하지 않았고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도 않았다.

라.

이에 참가인은 2023. 3. 30.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2023. 3. 17.자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관한 시정신청을 하였고,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4. 10. ‘이 사건 배송기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참가인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참가인의 시정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I).

마.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23. 5. 8.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 5. 17. 인천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과 같은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결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포함), 을가 제1 내지 6, 8, 9호증, 을나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재심결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배송기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배송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는 전제하에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한 이 사건 재심결정은 위법하다.

①

이 사건 배송기사의 약 85%가 겸업을 하고 있고, 겸업 없이 이 사건 배송계약에 따른 배송업무만을 수행한 것은 이 사건 배송기사가 선택한 결과이지 원고의 지휘·감독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배송계약은 업무시간을 제약하거나 다른 배송업무를 금지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배송기사는 다른 사업자의 배송업무를 수행하여 수입을 얻을 수 있으며 실제로도 상당수 다른 사업자의 배송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배송기사가 소득의 상당 부분을 원고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②

이 사건 배송계약에 정형화된 양식의 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배송기사가 변경을 요청한 내용을 반영하여 배송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많으며, 이 사건 배송기사는 자유로운 의사 결정으로 배송계약을 체결하였는바, 원고가 배송계약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서비스 품질의 통일성, 화주사의 요청사항 반영 등으로 이 사건 배송계약의 내용이 일률적으로 정해진 것일 뿐이다.

③

이 사건 배송기사가 배송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러 시장이 존재하고, 겸업이 허용되어 다른 사업자의 배송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원고와 같은 사업자와 배송계약을 체결하여 좀 더 편하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일 뿐인바, 이 사건 배송기사가 원고의 사업을 통해서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④

이 사건 배송기사는 배송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수 있고, 실제로도 갱신하지 아니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한 원고와의 배송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고 더 유리한 조건의 다른 사업자와 배송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많다. 이 사건 배송기사는 겸업을 할 수 있고, 원고가 이 사건 배송기사에게 배송계약을 유지하도록 강제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배송기사와 원고의 법률관계가 지속적·전속적이라고 볼 수 없다.

⑤

이 사건 배송기사는 F이 제작하여 배포한 어플리케이션을 통하여 배송에 필요한 정보를 전송받고 배송완료 등록을 할 뿐 원고가 배송에 필요한 정보를 전송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배송 특성상 배송시간 지정은 불가피하고, 고객의 요구에 따라 배송시간이 정해진다. 이 사건 배송계약은 별도의 운행시간을 정하고 있지도 않다. 컴플레인 발생 시 배송기사에게 ‘발생경위 및 개선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통일된 배송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일 뿐이고, 배송기사의 업무수행에 차질이 있어도 별도의 징계처분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의 지휘·감독 아래 있다고 볼 수 없다.

⑥

노무제공의 대가로 보수를 받는 것은 배송계약상 당연한 것이므로 이 사건 배송기사가 배송업무의 완료에 따라 기본운송비와 추가 인센티브 등의 금품을 지급받았다는 점만을 이유로 이 사건 배송기사를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 또한 기본운송비는 노무 제공에 대한 급여가 아니라 월간 기본 배송건수에 대한 운송료에 불과하고 인센티브는 차량감가 보전을 위한 수당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이 사건 배송기사에게 지급하는 기본운송비와 인센티브 등을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으로 볼 수 없다.

⑦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와 대등한 관계에 있어 이 사건 배송기사에게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고 원고의 계약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설령 이 사건 배송기사에게 단체교섭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주식회사 D와의 계약에 구속되는 이상 실효성이 크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배송기사에게 노동3권을 보장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관련 법리

노동조합법은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주체라고 명시하고(제2조 제4호 본문), 근로자에 관하여 직업의 종류를 묻지 않고 임금·급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수입으로 생활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1호).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사용자와 사용종속 관계에 있으면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그 밖의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을 말하고,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한 노무제공계약이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다.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주로 특정 사업자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3. 5. 25. 선고 90누1731 판결,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 등 참조).

노동조합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제1조),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는 목적과 규율 내용이 다르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라는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두33712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을가 제7호증, 을나 제5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배송기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와 체결한 배송계약에서 정한 ‘배송도급 단가 및 인센티브 조건’에 따라 기본운송비, 인센티브 등을 지급받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월 26일, 통상 하루 10시간(10:00부터 20:00까지 또는 12:00부터 22:00까지)을 이 사건 배송계약에 따른 배송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근무형태에 비추어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와 체결한 배송계약에 따른 배송업무를 수행하는데 매일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 배송기사는 하루 일과의 상당 부분을 이 사건 배송계약에 따른 배송업무를 수행하면서 그에 따른 수입을 얻고 있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배송기사의 소득이 주로 원고에게 의존하고 있음이 인정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배송계약에는 업무시간을 제약하는 규정이 없고, 다른 배송업무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도 않아 겸업을 할 수 있으며, 실제로도 이 사건 배송기사의 약 85%가 겸업을 하고 있어 이 사건 배송기사가 소득의 상당 부분을 원고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배송기사의 근무형태에 비추어 이 사건 배송계약에 따른 배송업무 이외의 다른 배송업무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고, 또한 병행하더라도 간헐적이고 임시로 할 수밖에 없어 다른 배송업무에 할애할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바 여전히 이 사건 배송기사의 소득은 주로 이 사건 배송계약을 통해 창출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 측에서 미리 마련한 정형화된 양식의 ‘배송 도급계약서’에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기재하여 이 사건 배송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바, 이 사건 배송기사는 계약서의 개별 조항을 취사선택하거나 그 내용을 변경할 수 없고 단지 자신의 성명 등을 기재하고 날인함으로써 배송계약 체결 여부만을 결정할 수 있을 뿐이다. 특히 ‘배송 도급계약서’에는 보수에 관해 ‘배송도급 단가 및 인센티브 조건’이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는데, 배송계약 체결 전 배송기사의 의사를 반영하여 변경될 여지는 없어 보이고 실제로도 변경된 사례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가 보수를 비롯하여 이 사건 배송계약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배송기사가 변경을 요청한 내용을 반영하여 배송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많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이를 입증하는 아무런 증거가 제출된 바 없다. 또한 원고는 화주사의 요청으로 배송계약의 내용이 일률적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나, 원고가 이 사건 배송계약 체결 이전에 이미 주식회사 D와 사이에 화물배송업무를 수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인 이상, 어디까지나 원고가 이 사건 배송기사와의 관계에서는 배송계약의 내용을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원고는 주식회사 D와 사이에 화물배송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계약을 체결하여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와 사이에 배송계약을 체결하고 상품배송의 노무를 제공하여 실제로 원고가 주식회사 D로부터 위탁받은 화물배송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바,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와 사이에 배송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비로소 E을 운영하는 F의 상품 판매 및 배송이라는 일련의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상품을 배송하는 노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는바,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하고 있고 이로써 그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배송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러 시장이 존재하고 겸업을 할 수 있는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의 사업을 통해서만 그러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배송기사가 다른 물류 시장에서 원고의 사업에 제공하는 노무에 필적하는 노무를 제공하는 것은 어려워 보이고, 겸업을 통해 다른 물류 시장에 제공할 수 있는 노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바, 이 사건 배송기사는 여전히 원고의 사업을 통해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이 사건 배송기사가 시장에 접근하기 위하여 원고가 아닌 다른 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기는 하나, 이러한 사정은 가능성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이 사건 배송기사가 원고와 배송계약을 체결하여 원고의 사업을 통해 시장에 접근하고 있는 이상 현실적으로 이 사건 배송기사의 원고에 대한 종속성을 부정할 수 없다. 더욱이 아래에서 살펴보듯이 이 사건 배송기사와 원고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일 수밖에 없는바, 이 사건 배송기사가 일단 원고와 사이에 배송계약을 체결하여 원고의 사업을 통해 시장에 접근하고 있는 이상 원고가 아닌 다른 사업자를 새로이 선택하여 시장에 접근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4)

이 사건 배송계약은 1년 단위로 체결되고 있고, 배송계약 제9조에서 정한 해지 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동일한 조건으로 1년씩 자동으로 연장되고 있는바, 이에 따라 이 사건 배송기사는 실제로도 계약의 갱신으로 1년 이상 계속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배송기사는 그 근무형태에 비추어 이 사건 배송계약에 따른 배송업무 이외의 다른 배송업무를 병행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고, 또한 병행하더라도 간헐적이고 임시적일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 사건 배송계약은 배송차량의 사양, 즉 차량의 종류, 장착 장비, 차량 도색 및 디자인 등을 일정하게 정하면서 그 비용의 대부분은 이 사건 배송기사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 배송기사가 원고와 사이에 배송계약을 체결하여 원고에 대한 노무를 제공하기 시작한 이상 이 사건 배송계약을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고, 원고와의 계약관계와 동시에 또는 그 계약관계를 이탈하여 다른 사업자와 배송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의 사업을 통해 진입한 시장과 다른 시장의 배송업무를 원고의 배송업무 수행과 같은 정도로 수행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배송기사와 원고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이 인정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배송기사가 배송계약을 다시 체결하지 않을 수 있고 실제로도 그러한 경우가 빈번하며 겸업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다. 또한 배송기사 각자의 사정에 따라 원고와의 법률관계를 지속하지 아니하거나 겸업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이는 이 사건 배송계약의 내용, 이에 따른 진입비용, 근무형태 등에 비추어 예외적인 경우에 속하고 그 유지 정도도 이 사건 배송계약의 정도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바, 이로써 이 사건 배송기사와 원고 사이의 법률관계의 지속성·전속성을 일반적으로 부인할 것은 아니라 하겠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5)

이 사건 배송계약은 원고가 이 사건 배송기사에게 배송데이터를 전송하여 그 상품에 대한 배송업무를 시작하고, 이 사건 배송기사는 ‘상품배송 예정 정보’를 SMS로 안내하여야 하며, 소비자에게 상품을 인도한 직후 지정된 장비를 사용하여 배송완료 등록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배송계약은 이 사건 배송기사가 원고가 요청한 배송권역의 배송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고, 원고의 사정에 따라 배송권역을 상시 변경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예약배송 차량 특약으로 이 사건 배송기사가 준수하여야 할 기준을 정하면서 이 사건 배송기사로 하여금 원고가 해당 차량 냉동, 냉장 칸의 운영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관제시스템을 갖추도록 정하고 있고, 원고가 이 사건 배송기사에게 차량 교체를 요구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이 사건 배송기사는 정상 운행이 불가능할 경우 다른 차량을 즉시 대체투입하고 원고에게 통보하여야 하며, 그 귀책사유 및 기타 배송기사의 사정으로 인하여 지정한 예약시간에 배송을 완료하지 못한 경우 원고는 임의로 다른 차량을 사용하여 배송할 수 있고 그 비용은 배송기사가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다. 컴플레인 발생 시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에게 ‘발생경위 및 개선계획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이 사건 배송계약의 내용은 그 자체로 원고가 이 사건 배송기사의 배송업무를 지휘·감독할 필요성이 반영된 결과로 이에 따라 이 사건 배송기사가 배송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이상 원고와 이 사건 배송기사 사이에 지휘·감독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고, 이 사건 배송기사가 독립된 사업자의 지위에서 자율적으로 배송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원고가 아닌 F이 배포한 어플리케이션을 통하여 정보를 전송하고 있고, 별도의 운행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배송시간만 지정되어 있는데 이는 상품배송 특성상 불가피한 것이며, 통일된 배송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컴플레인 발생 시 ‘발생경위 및 개선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였을 뿐이라면서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배송계약은 원고가 이 사건 배송기사에게 배송데이터를 전송하는 주체로 정하고 있고, 배송기사의 배송완료 등록 등을 통해 배송상황을 확인하면서 지정된 시간에 배송을 완료하지 못한 경우 원고가 임의로 배송하고 배송기사에게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바, F이 아닌 원고가 배송데이터를 활용하여 자신의 사업 영역 내에 있는 이 사건 배송기사의 배송업무를 관리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원고로서는 통일된 배송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이 사건 배송기사의 배송업무를 지휘·감독할 필요성이 큰 바, 원고의 주장처럼 단순히 배송 품질과 서비스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 사건 배송기사로부터 ‘발생경위 및 개선계획서’를 제출받았던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6)

이 사건 배송계약에 따라 이 사건 배송기사는 1일 배송업무에 대하여 고정적으로 정해진 기본운송비를 지급받고, 기준건수 초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받으며, 새벽 배송 등 특정한 배송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별도의 인센티브를 지급받고 또한 일정한 배송거리를 넘어서면 초과운송비도 지급받고 있는바, 원고가 이 사건 배송기사에게 지급하는 금액은 기본적으로 이 사건 배송기사가 노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 기초한 고정급 내지 기본급의 성질을 띤 기본운송비와 노무 제공의 양, 정도 등에 따라 추가로 지급되는 인센티브, 초과운송비 등으로 정해져 있다. 특히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가 배정한 물량에 한해 배송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배송기사에게 일정한 노무 제공을 하도록 하고, 그 노무 제공의 대가로서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노무 제공의 대가로 보수를 받는 것은 당연하므로 이를 근거로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고, 기본운송비는 노무 제공에 대한 급여가 아니라 배송건수에 대한 운송료에 불과하며, 인센티브 역시 감가수당에 불과하여 위와 같은 기본운송비, 인센티브가 노무 제공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기본운송비는 고정급의 성질을 띤 것으로서 배송건수에 대한 운송료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할 수 없고, 인센티브 역시 이 사건 배송기사의 노무 제공을 유인하여 그 노무를 제공한 것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것으로 보아야지 단순히 원고의 주장처럼 감가수당에 불과한 금액으로 취급할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7)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배송계약에 따라 이 사건 배송기사가 노무 제공하는 배송업무의 내용과 형태 및 이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가 정해지고 있음에도 그 내용은 원고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있다. 그리고 원고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결정된 배송계약상 불합리하거나 불공평한 약정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이 사건 배송기사 개인으로서는 배송계약을 해지하는 것 외에 달리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사건 배송기사는 그 소득을 주로 원고에게 의존하고 있고, 원고와의 배송계약을 계속하여 유지하지 않는 이상 원고의 사업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면서 들어간 비용을 회수하기도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그 배송계약을 해지하는 선택을 하는 것조차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배송기사는 이와 같이 상당한 정도로 구속되어 있는 이 사건 배송계약이 정하고 있는 바에 따라 노무를 제공하고 있고, 그 노무 제공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유들에 의하여 손해를 배상하거나 계약을 해지당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열악한 지위에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배송기사로 하여금 집단적으로 단결하고 노동조합을 통하여 원고와 대등한 위치에서 배송계약의 내용과 조건을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 할 것이므로, 설령 이 사건 배송기사를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보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는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김양규(재판장) 권종현 송현섭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