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4. 6. 12. 선고 2023나203045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71,930,313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10. 15.부터 2024. 6. 12.까지 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 하라.

3.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4.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당사자 주장의 요지

가.

원고

원고는 피고가 운영하는 대전 유성구 소재 D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고 한다)에서 49개월 간 근로를 제공하였고, 매월 1,800만 원의 급여를 수령하였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7,350만 원[= 1,800만 원 ×(4년 + 1/12년)] 상당의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원고는 2021. 12. 17. 이 사건 병원 직원인 E 이사와의 대화 도중 퇴직금 채권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밝혔으므로, 피고의 퇴직금 지급의무는 소멸되었다.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가 2017. 9. 1.부터 2021. 9. 30.까지 1,491일 동안 피고에게 고용되어 이 사건 병원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근무한 사실, 원고가 퇴직 전 3개월 동안(2021. 6. 30.~ 2021. 9. 30., 92일) 월 1,800만 원을 임금으로 지급받은 사실은 당사자 간 다툼이 없다.

이를 기초로 하여 산정한 30일 평균임금은 17,608,695원(= 1,800만 원 × 3개월 ÷ 92일× 30일, 이하 원 미만 버림)이고, 원고의 근속일수는 1,491일이므로 법정 퇴직금은 71,930,313원(= 17,608,695원 × 1491일 ÷ 365일)이 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퇴직금 71,930,313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퇴사한 날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날의 다음날인 2021. 10. 15.부터 피고가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존부를 법원에서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이 법원 판결 선고일인 2024. 6. 12.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1>,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근로자의 임금채권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강력한 보호를 받으므로, 임금채권에 관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의사표시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다105505 판결,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6다26099 판결 등 참조).

2)

채권의 포기(또는 채무의 면제)는 반드시 명시적인 의사표시만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고 채권자의 어떠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에 의하여 그것이 채권의 포기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이를 인정하여야 하나, 그와 같이 인정하기 위하여는 당해 권리관계의 내용에 따라 이에 대한 채권자의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을 엄격히 하여 그 적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다27150 판결,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0505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녹취록(을 제1호증)에 의하면, 원고가 2021. 12. 17. 이 사건 병원의 경영을 담당하는 E 이사와의 대화 도중, E가 "그럼 퇴직금 관계는 없는 걸로 해주실 수 있으신 거에요, 원장님?"이라고 묻자 "당연하지"라고 대답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갑 제2 내지 7호증, 10 내지 20호증(각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 증인 E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 발언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얽힌 금전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 도중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언급한 것일 뿐 퇴직금채권을 아무 조건 없이 확정적으로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달리 원고가 퇴직금 채권을 포기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1)

2021. 12. 17. 당시 원고와 E 간 대화의 맥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퇴직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기존 대여금 1억 원의 반환 및 세금 · 월세 지원금, 인센티브 약정금 등의 지급을 요구하였고, E는 원고에게 "피고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다른 금전적인 관계를 정리해놓은 다음 남은 금원을 지급하려고 한다"며 피고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특히 퇴직금이 정리되어야 다른 남은 금원을 지급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퇴직금은 주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던 것이다. 위와 같은 대화의 맥락에 비추어 보건대, 원고의 위 발언 취지는 '피고의 뜻대로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되니 다른 금원을 신속히 지급해달라'고 요청한 것일 뿐이므로, 다른 금원의 지급과 무관하게 확정적, 종국적으로 퇴직금을 포기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2)

위 대화는 원고와 E 2명 사이에 있었던 것이고, E가 일방적으로 대화 내용을 녹음하였으며, 원고는 당시 E가 위 대화를 녹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만약 원고가 대화의 녹음 사실을 알았다거나 자신의 발언으로 퇴직금을 확정적으로 포기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았더라면 그와 같은 발언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3)

원고는 위 발언 이후 약 3일 뒤인 2021. 12. 20. E에게 "27일 이내로 대출금을 주었으면 하네. 다음 주 월요일 정리가 되지 않으면 피고를 만나 1억을 받아야 겠네. 그때는 퇴직금과 인센티브 이야기를 다시 하게 될 것이네"라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송하였다. 위 메시지 내용에 따르더라도 퇴직금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원고의 발언은 피고로부터 1억 원의 대여금을 반환받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음이 명확히 확인되고, E 역시 이러한 원고의 의사를 분명히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4)

피고는 원고가 1억 원의 대여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 이후인 2022. 6.경에 이르러서야 위 대여금 1억 원을 변제하였다. 2021. 12. 17. 무렵에는 위 대여금, 세금 · 월세 지원금, 인센티브 등의 지급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는데, 원고 입장에서 1억 원이 넘는 다른 금원조차 변제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7,000만 원에 이르는 퇴직금을 일방적으로 포기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5)

7,000만 원 상당의 퇴직금을 포기한다는 것은 사용자와 근로자 양측 모두에게 중요한 사항이고 통상 이러한 내용은 서면으로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거래 관행임에도, 피고는 원고의 음성을 비공개적으로 녹음하는 것 외에 원고의 퇴직금 포기 의사를 확인하는 취지의 서면을 남겨두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였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항소를 대부분 받아들여 위 인정범위에 해당하는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에 대하여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명희(재판장) 손정현 권겸

각주1) 의료법의 여러 규정과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의사나 의료기관을 상법 제4조 또는 제5조 제1항이 규정하는 상인이라고 볼 수는 없고, 의사가 의료기관에 대하여 갖는 급여, 수당, 퇴직금 등 채권은 상사채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대법원 2022.5. 26. 선고 2022다200249 판결 등 참조), 원고의 퇴직금 채권에 관하여는 민법이 정한 지연손해금률이 적용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