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법원에서 감축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4,304,168원 및 이에 대하여 2019. 11. 28.부터 2024. 4. 4.까지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 중 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대전 유성구 C에서 ‘D’이라는 상호로 과일·야채 도소매업을 영위하는 상인이고, 원고는 피고에게 고용되어 2018. 11. 27.부터 2019. 11. 13.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한 사람이다.
원고는 2019. 2. 20. 피고와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하고, 계약서 자체를 지칭할 때에는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원고는 2020. 10. 20.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피고를 상대로 임금체불 진정을 하였고, 위 노동청은 2021. 4. 16. ‘피고가 원고의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871,024원과 2019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임금 13,670,696원 합계 14,541,720원의 임금을 미지급 하였다’고 판단하였다.
피고는 2021. 12. 22. ‘원고에게 2019. 1.부터 2019. 7.까지의 연장, 야간근로수당 차액 13,903,546원 및 연차수당 633,472원 합계 14,537,018원의 임금을 당사자간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공소제기 되었다(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
관련 형사사건에서 피고는 ‘원고와 연장, 야간근로수당 등을 모두 포함한 포괄임금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이에 따른 임금을 모두 지급하였고, 원고의 실제 출퇴근 시간 및 휴게시간을 반영하면 원고에게 추가로 지급할 연장, 야간근로수당이 없다’고 다투었으나, 대전지방법원은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여 2022. 11. 3. ‘피고를 벌금 200만 원에 처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대전지방법원 2022고정310호).
위 판결에 대하여 피고가 항소하였는데, 대전지방법원은 2024. 2. 16. 위 판결을 검사의 공소장 변경에 따른 심판 대상의 변경으로 파기하고(범죄일람표 기재 미지급임금 합계액을 별지 기재와 같이 총 14,304,168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변경 전·후 범죄사실의 실질적인 내용은 동일하다), 피고의 위와 같은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원고의 연장, 야간근로수당 및 연차수당 미지급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에게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대전지방법원 2022노3220호, 현재 상고심 계속중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
원고는 2018. 11. 27.부터 2019. 11. 13.까지 피고에게 고용되어 휴게시간 없이 ‘원고가 경매 시작 전 거래처가 주문한 야채를 중도매인들에게 발주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시점’부터 익일 13:00경까지 근무하였다. 위와 같은 원고의 실제 근무시간에 기초할 때, 피고는 원고에게 별지 기재와 같이 약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 및 야간근로 수당을 합한 정당한 임금에서 기지급 받은 임금을 공제한 임금 차액 13,670,696원, 연차 유급휴가 미사용수당 633,472원을 합한 14,304,168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의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고, 피고는 원고와 연장, 야간근로수당 등을 모두 포함한 포괄임금 근로계약을 유효하게 체결하여 이에 따른 임금을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판단
미지급 수당에 관한 판단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가 담당한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야채 경매를 참관하는 것이었는데 원고는 매일 경매가 시작되는 00:30 이전에 거래처로부터 주문 받은 야채의 품목과 수량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던 점, ② 원고는 위 업무의 일환으로 23시 전후에 중도매인에게 야채를 발주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원고의 퇴근시간이 13:00로 명시되어 있는 점, ④ 원고는 관련 형사사건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거래처인 E마트에 야채를 배송한 후 배송한 물건을 마트 판매대에 진열하는 업무까지 하느라 13:00 이전에 퇴근할 수 없었다고 진술하였고, 피고도 경찰 조사에서 ‘마트에서 진열하는 것도 업무협조 차원에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점, ⑤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휴게시간은 01:00~02:30 및 08:00~09:30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원고는 위 각 시간대에 야채 경매를 참관하거나 물건을 배송하였기 때문에 휴식을 취할 수 없었던 점, ⑥ 근로자가 작업시간의 도중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있는 시간이라면 이는 근로시간에 포함되는바(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1990 판결 등 참조), 가사 야채 품목 별로 당일 경매 물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각 경매 사이에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시간은 모두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출근시간을 경매 시작 전 채소를 중도매인에게 발주하는 문자메시지 발송 시점으로, 퇴근 시간을 13:00경으로 인정하고, 별도의 휴게시간을 공제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별지 기재와 같이 연장, 야간근로수당 차액 13,670,696원과 미사용 연차수당 633,472원 합계 14,304,168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포괄임금제 합의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근로자가 실제로 근무한 근로시간에 따라 시간외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 등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시간외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 등의 법정수당을 산정하여 지급함이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적인 임금지급방법은 근로시간 수의 산정을 전제로 한 것인데, 예외적으로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면서도 법정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일정액을 법정 제 수당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 그러나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달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법정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지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 이상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이 사건 근로계약서 제5조 제4항에 ‘월 급여에는 고정·연장·야간·휴일근로시간을 반영한 수당이 포함되어 있으며, 원고는 이러한 포괄산정임금제 방식에 동의한다’고 규정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그러나 포괄임금제 약정의 경우 근로기준법 규정을 잠탈하여 사회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침해할 여지가 있으므로, 그 유효성을 인정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바, 기초사실 및 앞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포괄임금제방식의 임금 지급 약정이 유효하게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기본급 외에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등의 항목이 나누어 표시되어 있고(제5조 제2항), 시업시간, 종업시간 및 휴게시간 등 근무시간과 휴게시간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제4조 제2항).
원고는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한 후 당일 거래처에서 주문받은 야채품목 및 수량을 확인한 후 야채중도매인에게 발주하고 해당 야채품목별로 경매를 참관하였고, 경매가 끝난 후에는 구매한 야채를 분류하여 포장하고 이를 거래처에 배송하였으며 각 업무시간은 대체로 일정하였는바, 이와 같은 실제 업무내용에 비추어 원고의 업무가 실제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면서 동법 제63조 제3호에서 ‘감시적 또는 단속적 근로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사용자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사람’을 제외하도록 하였는데, 피고는 자신의 사업장에서 근로하는 근로자에 관하여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승인받은 사실이 확인되지 아니하는바, 만약 이 사건 근로계약의 내용을 포괄임금제 방식으로서 유효성을 인정한다면 위 규정을 잠탈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한편, 앞서 살펴본 근로시간이나 형태가 감시적·단속적 근로라고 보기도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근로시간은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근로시간보다 더 길고, 휴게시간(3시간)은 짧다. 이와 같은 근로계약는 근로자인 원고에게 불리한 약정이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연장, 야간근로수당 차액,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합계 14,304,168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일인 2019. 11. 13.로부터 14일이 지난 다음날인 2019. 11. 28.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4. 4. 4.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하는바, 이 법원에서 감축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주문과 같이 변경한다.
판사 설승원(재판장) 윤지숙 신일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