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 체결 및 갱신
참가인은 2021. 8.경 기전기사를 채용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구인 공고(이하 '이 사건 공고'라 한다)를 하였다.
참가인은 2021. 8. 29. 원고를 기전기사로 채용하고 다음날인 2021. 8. 30. 계약기간을 1년(2021. 8. 29. ~ 2022. 8. 28.)으로 정하여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이하 '1차 계약'이라 한다), 1차 계약서에는 휴게시간이 이 사건 공고(주간 2시간, 야간 4시간 30분)와는 다르게 주간 1시간(오후 12시 ~ 1시), 야간 2시간(오전 2시 ~ 4시)으로만 기재되어 있었다.
이후 참가인은 2022. 7. 13. 제225차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원고와 재계약하기로 의결하였으나 서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다(이하 '2차 계약'이라 한다).
참가인은 2023. 6.경부터 원고에게 2차 계약에 대한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였는데, 참가인이 제시한 근로계약서에는 휴게시간이 주간 1시간(오후 12시 ~ 1시), 저녁 1시간(오후 6시 ~ 7시), 야간 4시간 30분(오전 12시 ~ 4시 30분)으로 기재되어있었고, 원고는 위 휴게시간이 1차 계약서상의 휴게시간과 다르다는 이유로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였다.
한편 원고는 2023. 7. 8. 상급자인 기전과장 및 관리소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연차를 사용하여 2023. 7. 10. 이에 대한 시말서를 작성하였다.
참가인의 근로계약 갱신 거절 및 원고의 구제신청
참가인은 2023. 7. 19. 제243차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원고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의결하고 2023. 7. 28. 원고에게 2차 계약이 2023. 8. 28.자로 만료될 예정임을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 그러자 원고는 2023. 8. 23.부터 연차를 사용하고 다른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취업하여 그곳으로 출근하였다.
원고는 참가인이 원고를 부당해고 하였다고 주장하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24. 1. 17.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달리 원고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으나, 다만 ① 원고가 2023. 7. 8. 근무지를 무단이탈하였던 점, ② 참가인이 원고에게 2차 계약에 대한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였으나 원고가 특별한 이유 없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아니한 점, ③ 원고가 2차 계약이 종료하기 전 다른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직원으로 취업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는 이유로 2024. 4. 24.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27호증, 을가 제1 내지 3, 5, 7호증, 을 나 제1, 2, 5 내지 11, 1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통보에는 아래와 같은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존재하므로, 이를 적법하다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이 사건 통보의 절차적 하자
사용자가 해고를 서면으로 통지하면서 해고사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은 경우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해고통지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그런데 이 사건 통보서에는 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이유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통보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통보의 실체적 하자
이 사건 재심판정은 앞서 본 ① ~ ③번 사유를 근거로 참가인이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였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는 부당하다.
①번 사유 관련: 원고는 2023. 7. 8. 당일 연차를 사용하기 위하여 연차휴가원을 작성하여 제출하였고 정상적으로 결재가 완료되었으므로, 원고가 무단결근을 한 사실이 없다.
②번 사유 관련: 원고는 2차 계약 기간 내내 1차 근로계약서상에서 정한 휴 게시간 3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 동안 근무하였음에도, 참가인은 원고에게 휴게시간을 6시간 30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소급하여 작성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렇다면 원고는 늘어난 3시간 30분의 휴게시간에는 무상으로 노무를 제공하였다는 것이 되는바, 원고에게 근로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된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할 충분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③번 사유 관련: 원고는 계약만료일이 임박하여 생계를 위해 다른 직장을 구하게 된 것이고, 참가인은 원고가 연차를 내고 다른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근무계약 만료일 이후인 2023. 8. 30.경 다른 직원을 통하여 비로소 알게 되었으므로, 이러한 사정이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이 사건 통보의 절차적 하자 존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도록 하고,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며,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다. 기간제 근로계약은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당연히 종료하는 것이므로 갱신 거절의 존부 및 시기와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야 할 필요성이 해고의 경우에 견주어 크지 않고, 근로기준법 제27조의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기간제 근로계약이 종료된 후 갱신 거절의 통보를 하는 경우에까지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준수하도록 예정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기간제 근로계약이 종료된 후 사용자가 갱신 거절의 통보를 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27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1두45114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 통보는 참가인이 기간제 근로자인 원고에게 근로계약의 갱신 거절을 통보한 것이어서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통보의 실체적 하자 존부
관련 법리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지나면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 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근로자는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그리고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는데도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 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9두45647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비록 원고가 참가인과 사이에 작성한 1차 계약서 등에는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는 하나, 참가인이 원고와 체결한 1차 계약을 갱신한 점, 참가인이 채용한 다른 관리사무소 직원들 역시 근로계약이 반복하여 갱신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 및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참가인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이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근로자가 연가를 사용함에 있어서는 사용자의 승인이 필요함이 경험칙상 상당하다. 그런데 앞서 본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2023. 7. 8. 연가를 사용하면서 상급자 내지 관리소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연차를 사용하여 이에 대한 시말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연차 사용 당일에 연차휴가원을 결재받았다고 주장하나, 원고와 참가인의 회장 사이에 이루어진 대화 녹취록(갑 제4호증)에 의하면 원고가 스스로 '관리소장에게 승인을 받으려다가 연락처가 없어서 그냥 갔다'고 하여 승인을 받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원고는 자신의 휴게시간이 1차 계약서에 기재된 것과 같은 주간 1시간(오후 12시 ~ 1시), 야간 2시간(오전 2시 ~ 4시)이었음에도, 참가인이 휴게시간이 주간 1시간(오후 12시 ~ 1시), 저녁 1시간(오후 6시 ~ 7시), 야간 4시간 30분(오전 12시~ 4시 30분)으로 기재된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요구하였으므로, 원고가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 참가인은 이 사건 공고에서 휴게시간을 주간 2시간(점심시간 1시간에 저녁시간 1시간을 더한 시간으로 보인다), 야간 4시간 30분으로 공고하였던바, 비록 원고가 이 사건 공고를 보고 지원했던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참가인이 원고를 채용하면서 이 사건 공고와 동일한 내용의 근로조건을 제시하였으리라고 봄이 경험칙상 합리적인 점, ㉡ 원고는 근로조건과 관련하여 작성한 민원신청서(을나 제12호증)에 '관리실 업무시간은 09:00 ~ 18:00이며 점심시간은 12:00 ~ 13:00(관리사무소 전 직원), 저녁시간은 18:00 ~ 19:00(기전기사)이다'라고 기재하였던바, 원고 스스로도 자신에게 저녁 1시간의 휴게시간이 주어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이는 점(반면 1차 계약서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에게는 저녁 휴게시간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 원고에게 주어진 휴게시간이 1차 계약서에 기재된 것과 같이 하루 3시간(주간 1시간, 야간 2시간)에 불과하다면 원고가 참가인으로부터 계약기간 내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금액을 수령하였다는 것이 되는데[원고가 소장에서 스스로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다(원고 소장 6면 참조)], 만약 원고가 참가인으로부터 위와 같은 근로조건을 제시받았다면 당초 1차 계약 체결 시점부터 이의를 제기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참가인 측이 증거로 제출한 다른 직원들의 확인서에 의하면 직원들의 실제 휴게시간이 점심시간 1시간, 저녁시간 1시간, 야간 4시간 30분이었다는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실제 휴게시간은 주간 1시간, 저녁 1시간, 야간 4시간 30분이었음에도 단지 1차 계약서에 휴게시간이 주간 1시간, 야간 2시간으로 잘못 기재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참가인이 위와 같은 오기를 정정하는 내용으로 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였다는 이유로 원고가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한 것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것도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재심판정에서는 원고가 2차 계약이 종료되기 전에 다른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직원으로 취업한 것 역시 갱신 거절의 사유가 된다고 판단하였으나, 이는 피고가 이 사건 통보를 한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므로 갱신 거절의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다만 앞서 본 사유만으로도 참가인이 원고와의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보이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재심판정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김양규(재판장) 권종현 이소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