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4. 9. 12. 선고 2024나202605 판결

주문

1.

피고의 항소와 원고의 부대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로 인한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고, 부대항소로 인한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항소취지 및 부대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2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부대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사실

가.

당사자 관계

원고는 대전광역시 의회사무처 C에서 근무하는 임기제 6급 공무원이고, 원고의 대학교 선배인 피고는 원고와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지방별정직 5급 공무원으로 원고의 상급자이다.

나.

원고의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 그 심의 결과

원고는 2021. 12. 6. 및 같은 달 7. 피고를 성희롱·성폭력 및 갑질·괴롭힘으로 고충 신고하였고, 이에 피고의 부하직원에 대한 성희롱 및 갑질행위 등을 안건으로 하는 대전광역시 감사위원회가 2022. 4. 20. 개최되었으며, 이를 기초로 대전광역시의회 인사위원회는 2022. 8. 3. 피고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피고에 대한 정직 2월의 징계처분을 의결하고, 2022. 8. 18. 피고에게 정직 2월의 징계처분을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가.

원고

1)

피고는 다음과 같이 원고에게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하였다.

①

피고는 2020. 3.경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러 가는 도중 원고에게 바짝 다가와 “나도 해 줘, 선물. 네가 해줄 수 있는 일이야. 돈도 안 들어, 여자 해줘”라고 말하였다.

②

피고는 2020. 5. 22. 점심시간 무렵 원고와 함께 있는 상황에서 “유흥업소 직원들이 제일 불쌍하다. 지금 시점에 가줄 수도 없고, 재난지원금은 거기부터 줘야 한다”고 말하며, 이에 대응하지 않는 원고에게 “왜 내 말에 동의 안하냐?” 내 말이 틀렸다는 거냐?“라면서 자신의 성희롱 발언에 동조하도록 강요하였다.

③

피고는 같은 날 원고에게 걸음걸이를 지적하면서 ”너는 걸음걸이가 왜 그러냐 앞으로 쏠려서“라고 말하였고, 원고 상의 가슴 부분의 자전거 모양 로고를 가리키며 ”거기 그림도 그렇네“라고 하면서 계속 원고의 가슴을 쳐다보는 한편, 걸음걸이를 고칠 방법으로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녀“라고 하였다.

④

또한 같은 날 저녁 비가 내리자, 피고는 원고에게 ”남편보고 데리러 오라고 해. 그리고 집으로 가지말고 아무도 없는 산 속으로 들어가 빗소리를 들어, 빗소리만 들어“라고 말하였다.

⑤

피고는, 원고가 피고에게 보고 등을 할 때 수시로 자기 자신의 신체 특정부위를 지속적으로 만지면서 원고를 응대하였다.

⑥

피고는, 원고가 일자미상의 여름철에 얇은 블라우스를 입고 온 것을 보고 ”뒤에서 보니까 배가 많이 나왔더라“라고 말하였다.

⑦

피고는, 원고가 피고의 언행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를 하자 ”네가 나한테 감히 법을 얘기해? 신고해봐. 누가 이기나 해보라고“라고 윽박지르며 원고를 협박하였다.

2)

피고는 다음과 같이 원고에게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하였다.

①

피고는 수시로 원고를 공부시킨다는 핑계로 원고의 업무가 아닌 피고 자신의 업무를 원고에게 부당하게 지시하였다.

②

피고는 2017. 8. 17. 원고를 비롯한 직원들이 도시락 등을 싸와서 먹는 모습을 보고 ”남편하고 애는 밥 굶고 학교 가는 것 아니냐? 집에 있는 남편이랑 애들은 아침밥 어떻게 하냐? 챙겨주고는 나오는 거냐?“라고 말하였다.

③

피고는 2017. 9. 19. 원고에게 ”너 어디 가서 법대 나왔다고 하고 다니지 마, 내가 어쩌나 두고보고 있었어. 두 달이나 일 뭉개고 있었잖아. 아직도 이런 걸 틀리냐, 공부는 안 하냐, 너 같은 연구원들 다 자르고 일 잘하는 7급 행정직 둘만 데려다 놔도 우리 실 다 돌아간다. 조례 이까짓 것 너네가 하는 게 시간이 더 걸린다. 내가 하면 10분이면 끝날 거를 도대체 며칠을 질질 끌고 있는 거냐, 니가 뭘 했다고 연봉 인상을 해주냐“라고 말하였고, 그 무렵 법무6급 임기제 공고와 관련하여 ”그 자리 니 자리 아니니까 원서 낼 생각하지 마라. 실력도 안 되면서 지금 하는 일이나 제대로 해“라고 말하면서 원고의 인격을 모독하였다. 그 이후에도 ”나한테 까부는 사람은 다시는 일어서지도 못 하게 찍소리도 못 내게 제대로 밟아줘야 한다“라고 말하였다.

④

피고는 2021. 1. 11. 원고가 임기제 평가의 공정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고 말하자, 원고에게 ”그럼 너는 집행부에서 바로 자를 걸, 니가 문제제기 하는 순간 결재한 실장님과 처장님이 다친다“고 말하며 원고를 협박하였다.

⑤

피고는 2021. 2.경 ”아부 싫어하는 사람 없다. 본인도 선물, 아부 아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원고를 비롯한 부하직원들에게 직, 간접적으로 선물을 강요하였다.

⑥

피고는 2021. 5. 23. 주말 오후에 출근하는 원고에게 ”다른 직원 누가 있으니까 같이 점심먹어“라고 강압적으로 말하였고, 원고가 집에서 먹고 왔다고 대답하자, 강압적인 말투와 기분 나쁜 표정으로 ”그래도 또 먹어!“라고 재차 말하였다.

⑦

2021. 5. 25. 피고가 이상한 농담을 한 것에 대하여 원고가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자, 피고는 원고가 일부러 못들은 척 한다고 하면서 ”나를 위해 꽈배기를 사오기 전까지 괴롭혀주겠다. 너 때문에 우산 챙겨 나갔는데 비 안 오면 가만 안 둔다“고 말하였다.

⑧

원고가 유연근무제를 요청한 것에 대하여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절하였다.

⑨

피고는 수시로 사무실에서 ‘씨발’, ‘미친새끼’, ‘무식한 것들’ 등의 욕설을 하였고, 원고가 업무와 관련한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이야기하면 ”그런 것도 못하겠으면 집에 가야지“라고 말하며 모멸감을 주었다.

3)

피고는 위와 같은 행위로 원고에게 정신적 피해를 입혔고, 이로 인해 원고는 공황장애, 우울증 등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 위자료로 2,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원고와 피고는, 원고가 공무원이 되기 이전부터 가족까지 잘 알고 지내는 친밀한 관계로 원고가 직장에 들어와서도 허물없이 지내던 사이였다.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의 언행들은 원고가 지나치게 과장하는 것으로, 원고의 대학 선배인 피고가 원고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으로 원고의 행동을 지적, 지도하는 측면이 있었을지언정 직장 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원고를 괴롭히거나 원고에게 성적 불쾌감을 유발한 적은 없다. 이 사건 징계처분은 피고가 원고와의 관계 및 개인 가정사 등 문제로 징계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받은 것일 뿐, 이 사건 징계처분으로써 피고가 원고에게 원고가 주장하는 언행들을 하였다고 증명된 것은 아니다. 또한 원고가 주장하는 일부 행위들은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완성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

3.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가.

관련법리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2조 제2호는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한다.

이때의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또는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뜻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와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과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두22498 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또 이러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살피건대, 피고가 부하직원에 대한 성희롱 및 갑질행위로 이 사건 징계처분을 받은 점 외에 피고가 직장 내에서 원고를 성희롱하고 괴롭혔다는 구체적 사실을 인정할 별다른 증거가 없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도 원고가 주장하는 사실의 상당 부분에 대해 자신이 그러한 언행을 비슷하게 하였다고 인정하고 있고, 다만 그 의도가 원고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주거나 원고를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원고를 지도 내지 훈계하려는 것이었다고 주장할 뿐인데, 피고가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부분의 사실관계의 내용 및 그 경위만을 보더라도, 피고의 언행들은 전체적으로 그 의도나 내심에 상관없이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 또는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장 내 성희롱 내지 괴롭힘 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만, 그 위자료의 액수에 관하여 정하기 전에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에 관하여 먼저 살펴본다.

2)

소멸시효 완성 항변에 관한 판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하고,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 사건에서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다39784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원고의 소장 등에 따르면 원고는 피고의 언행 당시에 피고의 언행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한바, 이 사건 소가 제기된 2022. 10. 6.로부터 역산하여 3년이 경과하였음이 명백한 2019. 10. 5. 이전의 피고의 언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부분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시효가 도과하지 않은 행위들에 대하여 피고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 언행들의 각 경위와 내용 및 그 수위, 피고의 위와 같은 언행들은 일회성에 그쳤던 것이 아니라 함께 근무하는 수년간 원고를 괴롭게 한 점, 피고의 불법행위와 이 사건 징계처분 이후 피고가 복직하여 다시 함께 근무해야 하는 사정 등으로 인하여 원고가 겪었을 심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고려하되, 다만 원고와 피고의 관계 및 원고 주장 자체에 의하더라도 피고의 언행들 중 일부는 존부 내지 위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는 1,000만 원으로 정한다.

4)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1,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22. 10. 20.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 판결 선고일인 2024. 1. 9.까지는 민법이 정하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하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 및 원고의 부대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일수(재판장) 설승원 윤지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