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위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는 2019. 6. 피고 재단법인 C(이하 '피고 재단'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피고 재단의 D본부 E실 소속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2023. 7. 31. 퇴사하였다.
피고 B은 공인노무사로서 피고 재단의 경영지원본부 R팀 팀장이자, 피고 재단의 '성희롱 · 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요령'에 따른 성희롱 · 성폭력 고충상담원이다.
2023년 초경 원고와 같은 기획실에는 실장 F, 원고, H 연구원 등 총 5명이 재직중이었다.
이 사건 신고의 경위 및 처리 경과
원고는 2023. 2. 9. 피고 B을 통하여 H이 별지 1 '상담 내용' 기재 행위와 같은 성희롱을 하였다는 이유로 피고 재단에 신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신고'라 한다). 이후 원고는 이 사건 신고와 관련하여 2023. 2. 15. 피고 B과 면담을 진행한 후 2023. 2. 22. 외부위원 K으로부터 조사를 받았고, K은 이에 대한 조사문답서를 작성하였다(이하 '이 사건 문답서'라 한다).
피고 재단은 2023. 3. 2. 고충심의위원회를 거쳐 2023. 3. 6. 원고에게 H의 성희롱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통보를 하였다.
이에 원고는 위 통보 당일인 2023. 3. 6. H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재신고하였고, 피고 재단이 이를 조사한 후 2023. 3. 15. '직장 내 괴롭힘 미인정' 결정을 하자 2023. 3.21. 대전지방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포함)'으로 진정을 하였으나, 대전지방노동청은 2023. 4. 28. 원고의 위 진정에 대해 '법위반 없음'으로 종결 처리하였다.
H은 2023. 3. 31.자로 피고 재단에서 퇴사하였다.
이 사건 관련신고의 경위 및 처리 경과
한편 H은 2023. 2. 6. F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였다고 피고 재단에 신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관련신고'라 한다).
피고 재단 징계위원회는 F에 대하여 2023. 4. 7. 징계를 의결하고, 2023. 5. 3. 위 징계에 따라 감봉 3개월, 보직 해임 및 M팀의 무보직 직원으로 인사 발령하는 조치를 하였다.
F은 2023. 5. 17. 위 조치에 대하여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이하 '충남지노위'라 한다)에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충남지노위는 2023. 7. 21. F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S). 이에 대하여 F은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라 한다)는 2023. 11. 1. 위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T).
F은 중노위의 위 재심판정에 대하여 서울행정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서울행정법원은 2025. 5. 8. F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F이 이에 불복하여 항소함에 따라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서울행정법원 2023구합87761, 서울고등법원 2025누6832호 사건, 이하 위 재심판정 및 행정소송을 통틀어 'F의 구제신청 사건'이라 한다).
이 사건 문답서의 제출 경위
원고는 F의 구제신청 사건에서 2023. 3. 8. 및 2023. 4. 17. H이 주장하는 F의 직장 내 괴롭힘은 허위라는 내용의 사실확인서(이하 '이 사건 사실확인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F에게 교부하였고, F은 2023. 5. 18. 충남지노위에 이 사건 사실확인서를 증거로 첨부한 이유서를 제출하였다.
충남지노위는 2023. 5. 19. 피고 재단을 상대로 위 이유서에 대한 답변서를 2023. 5. 25.까지 제출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였다.
이에 피고 B은 2023. 6. 21. 피고 재단의 대리인인 N 노무법인 담당 공인노무사 O에게 이 사건 문답서를 첨부하여 이메일로 보냈고, 피고 재단은 2023. 7. 3. 이 사건 문답서가 첨부서류로 포함된 답변서(이하 '이 사건 답변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이를 충남지노위에 제출하였다.
관련 형사사건의 경과
원고는 이 사건 문답서 제공 행위와 관련하여 피고 B, O 등을 개인정보 보호법위반으로 고소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전유성경찰서 사법경찰관은 2023. 12. 5. 불송치결정(각하)을 하였고, 원고가 위 결정에 이의신청을 하자 대전지방검찰청 검사는 2024. 3. 29. 피고 B을 비롯한 피고소인들에 대하여 모두 불기소처분(죄가안됨) 처분을 하였다(대전지방검찰청 2024형제996호).
원고는 이 사건 제1심판결이 선고된 이후인 2024. 10. 2. 피고 B을 재고소하였는데, 대전지방검찰청 검사는 2025. 9. 11. 피고 B에 대하여 불기소처분(혐의없음)을 하였다(대전지방검찰청 2025형제12352호). 이에 불복하여 원고는 재정신청을 하였고, 대전고등법원은 2026. 2. 6. 위 재정신청을 기각하였다(대전고등법원 25초재603, 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2, 15, 20, 21호증, 을 제1 내지 3, 6, 8,9, 11 내지 14, 17 내지 2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피고 B은 이 사건 신고의 조사업무를 담당한 피고 재단의 성희롱 · 성폭력 고충상담원으로, 내밀한 개인정보가 포함된 이 사건 문답서를 원고의 동의를 받지 않고 O에게 제공하여 F의 구제신청 사건에 제출함으로써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제1항, 제59조 제2호 및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14조 제7항 본문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를 하였고, 피고 재단은 피고 B의 사용자로서 원고에게 사용자책임을 부담하므로, 피고들은 정신적 손해배상으로 공동하여 원고에게 30,000,1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들
피고 B은 노동위원회법에 따른 충남지노위의 답변서 제출 요구에 응하여 이 사건 문답서를 제공하였고, 이에 기초하여 피고 재단이 이 사건 답변서를 제출한 것이므로, 이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한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 단서의 '관계 기관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판단
관련 법리
이 사건 관련 법령은 별지 2 기재와 같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4. 8. 선고 2000다53038 판결 등 참조). 또한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가 수집한 개인정보가 정보주체의 의사에 반하여 유출된 경우, 그로 인하여 정보주체에게 위자료로 배상할 만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는, 유출된 개인정보의 종류와 성격이 무엇인지, 개인정보 유출로 정보주체를 식별할 가능성이 발생하였는지, 제3자가 유출된 개인정보를 열람하였는지 또는 제3자의 열람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다면 제3자의 열람 가능성이 있었거나 앞으로 열람 가능성이 있는지, 유출된 개인정보가 어느 범위까지 확산되었는지, 개인정보 유출로 추가적인 법익침해 가능성이 발생하였는지,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가 개인정보를 관리해 온 실태와 개인정보가 유출된 구체적인 경위는 어떠한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발생 및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어떠한 조치가 취하여졌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사건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다219994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피고 B이 원고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원고의 이름, 직위, 소속 및 이 사건 신고 관련 조사문답 내용이 기재된 이 사건 문답서를 O를 통하여 F의 구제신청 사건에 제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에 의하면, 피고 B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 및 남녀고용평등법상'성희롱 발생 사실의 조사 내용을 보고 받은 사람 또는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에 해당하며, 이 사건 문답서에 포함된 '원고의 이름, 직위, 소속'은 개인정보 보호법상의 '개인정보'에, 이 사건 신고 관련 조사문답의 구체적인 내용은 위 피고가 '성희롱 발생 사실의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에 해당하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 B의 이 사건 문답서 제공행위가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및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7항 위반으로 위법한지 및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위자료로 배상할 만 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든 각 증거에 을 제4,5, 7, 10, 15, 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원고는 H이 이 사건 관련신고를 하자 2023. 2. 14. 피고 B에게 '이 사건 관련신고는 부당하고 F이 직장 내 괴롭힘을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발송한 이후 F에게 두 차례에 걸쳐 이 사건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였고, F은 이를 자신의 구제신청 사건의 이유서에 적시하면서 입증자료로 제출하였다. 따라서 피고들로서는 F의 구제신청 사건에 대응하기 위하여 충남지노위의 2023. 5. 19.자 답변서 제출 요청 공문에 따라 F 및 원고의 주장을 반박하고, 그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한 객관적 입증자료로 이 사건 문답서를 제출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인다.
F의 구제신청 사건 행정소송 제1심법원에서 '원고는 H과 적대적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등을 근거로 'H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한 사실이 없다.'는 F의 주장이 배척되고, U이 H에게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 점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충남지노위는 2023. 5. 19.자 답변서 제출 요청 공문에 앞서 2023. 5. 18. 피고 재단을 상대로 F의 구제신청이 접수되었음을 알리고 F의 이유서가 제출되는 대로 송부할 예정이니 답변서 작성에 대비하라고 하면서 '답변서 작성시 참고사항' 표를 기재하여 공문을 송부하였는데, 위 표에는 '기타 신청인의 주장에 대한 의견', '입증자료 첨부' 항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의하면 만약 피고 재단이 2023. 7. 3. 이 사건 문답서를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노동위원회로부터 이 사건 신고와 관련한 구체적인 자료인이 사건 문답서의 제출 요청을 추가로 받았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위와 같이 피고들이 이 사건 문답서를 제공하게 된 경위나 방식에 비추어 보면, F의 구제신청 사건에서의 피고들의 방어권 행사의 방법이 부당하다거나 그 한계를 현저히 일탈하였고 보기 어렵다. 피고들이 이 사건 문답서를 F의 구제신청 사건의 증거로 제출한 외에 다른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다거나 무단 유출한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이 사건 사실확인서의 내용은 이 사건 관련신고가 허위라는 것으로, 원고는 F의 주장에 부합하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해주고 이후 구제신청 사건 심문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까지 하였던 바, 비록 원고가 F의 구제신청 사건의 당사자는 아니더라도, 위와 같이 원고 스스로 위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 및 관여한 이상, 이 사건 신고와 전혀 무관한 사건에 이 사건 문답서가 임의로 제출되어 이용되었다고 볼 것은 아니다.⑥ 원고의 성명, 직위, 소속과 같은 개인정보는 원고가 직접 작성하여 F을 통하여 제출한 이 사건 사실확인서 및 F의 이유서에 기재되어 있었으므로, 이 사건 문답서가 아니더라도 F의 구제신청 사건 기록에 이미 현출되어 있었다.
또한 이 사건 문답서의 제공 상대방은 F의 구제신청 사건에서 피고 재단의 대리인이던 공인노무사, F, 노동위원회 위원들이고,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문답서가 이 사건 신고 상대방인 H에게 직접 전달되었다거나, F의 구제신청 사건 외에 추가적으로 유출되었다는 객관적인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런데 F은 당시 원고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원고로부터 이 사건 사실확인서를 작성 받아 이를 입증자료로 제출한 당사자이므로 원고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있었고, 공인노무사와 노동위원회 위원들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이 사건 문답서를 제공받은 것으로서 관련 법령에 따라 직무상 취득한 비밀의 엄수 등의 의무가 있으므로, 이 사건 문답서 제공에 따른 개인정보의 유출 및 성희롱 발생 사실의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의 누설로 원고의 법익침해 가능성이 발생할 여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실제로 O나 노동위원회 측이 이 사건 문답서의 내용을 다시 유출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엿보이지 않는다.
나아가 이 사건 문답서의 제공 시점은 피고 재단이 심의위원회를 거쳐 2023. 3. 6. 원고에게 이 사건 신고와 관련하여 성희롱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통보를 하고, 대전지방노동청 역시 2023. 4. 28. 원고의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포함) 신고에 대해 '법위반 없음'으로 종결 처리한 이후이며, H은 이 사건 문답서 제공일 수개월 전에 이미 피고 재단에서 퇴사한 상태였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문답서 제공 행위로 인한 2차 피해에 대한 공포는 막연하고 주관적인 우려에 불과하고, 원고가 이로 인해 위자료로 배상할 만한 정신적 고통을 입게 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 문답서 제공 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어떠한 불이익이나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는지에 관한 객관적인 증거나 자료가 제출된 바도 없다.
피고 B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2023. 9. 14. 국민신문고를 통해 '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서류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법위반 여부'를 질의하는 내용의 민원 신청을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개인정보위원회는 2023. 10. 4. 개인정보 보호법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을 하였다.
결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이경한(재판장) 조준호 황성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