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5. 8. 19. 선고 2024나223787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철도시설의 건설 및 관리와 그 밖에 관련 사업을 효율적으로 시행하려는 목적에서 철도산업발전기본법과 국가철도공단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 2023. 4. 13. 서해선 궤도에 있는 '중량철A(이하 '이 사건 중량철'이라 한다)' 130,231kg을 최고가 낙찰방식으로 매각한다는 공고를 하였다.

나.

원고는 위 입찰에 참가하여 낙찰자로 선정되었고, 2023. 5. 1. 피고로부터 이 사건 중량철을 대금 67,723,000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라 한다)을 체결한 다음, 2023. 5. 8. 위 대금 전부를 지급하였다.

다.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중량철 반출일정을 2023. 5. 16.부터 2023. 5. 17.까지로 정하였는데, 원고가 2023. 5. 11. 피고에게 철도안전운행관리자 배치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하자, 피고는 2023. 5. 12.부터 2023. 5. 18.까지 4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에 따라 위 중량철을 반출하라고 촉구하였다.

라.

위와 같은 피고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이 사건 중량철을 반출하지 않자, 피고는 2023. 5. 23. 원고에게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고, 위 공문은 그 무렵 원고에게 도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내지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서 중 "철도안전법 상 운행선 인접 또는 역구역 작업 시 철도 운영자(철도공사)와의 반출협의에 필요한 철도운행안전관리자를 계약상대자 비용부담으로 배치하여야 하며, 반출작업 중 안전사고 발생 책임은 계약상대자에게 있습니다"라는 특약사항(이하 '이 사건 특약조항'이라 한다)은, 강행규정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라 한다) 제9조 제2항 제1호를 위반하여 무효이거나, 철도운행안전관리자 배치비용을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시키는 불공정한 계약조항으로서 그 효력이 없다.

그렇다면 원고가 철도운행안전관리자를 배치하지 못하여 이 사건 중량철을 반출하지 못한 데에는 원고의 귀책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피고의 2023. 5. 23.자 해제 통지는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무효이다. 따라서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

3.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강행규정 위반 무효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중대재해처벌법상 제9조 제2항에 정한 재해예방 인력 배치 의무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강행규정이므로 재해예방 인력의 자격 요건, 배치기준 등은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 재해예방법령에 따라야 하고, 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같은 법에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재해예방 인력을 직접 선정 또는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과하거나, 비용부담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은데다, 재해예방 인력 배치를 위한 인력의 고용이나 비용 부담을 계약을 통해 낙찰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은 점, 철도안전법 역시 철도운행안전관리자의 고용 형태에 대한 명시적인 제한이 없는 점, 철도운행안전관리자와의 관계는 계약을 통해 형성된다 할 것인데 철도운행안전관리자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일정한 자격기준을 갖추고 필요한 교육훈련을 이수한 자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수급인인 원고가 철도 운행안전관리자를 선임하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고, 원고가 철도운행안전관리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것 또한 가능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특약조항 중 철도운행관리자의 선정과 그 비용을 피고가 아닌 계약 상대방에게 부담하게 하는 부분은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불공정한 법률행위 무효 주장에 관한 판단

민법 제104조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규제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궁박, 경솔, 무경험은 모두 구비되어야 하는 요건이 아니라 그 중 일부만 갖추어져도 충분한데, 여기에서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무경험'이라 함은 일반적인 생활체험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어느 특정영역에 있어서의 경험부족이 아니라 거래일반에 대한 경험부족을 뜻하고, 당사자가 궁박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나이와 직업, 교육 및 사회경험의 정도, 재산 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한편 피해 당사자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거나 또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면 불공정 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증거들에 을 제10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이 사건중량철 매각 입찰공고는 피고가 진행하는 일련의 공사가 끝난 이후 잔재하는 불용품을 대상으로 하는 점, ② 피고는 이 사건 중량철 매각 이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불용품 매각 입찰공고를 하였고 원고가 낙찰되었는데 해당 입찰공고에서 낙찰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철도운행안전관리자 등을 선정하여 배치하도록 정하였음에도 원고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③ 철도운행안전관리자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일정한 자격기준을 갖추고 필요한 교육훈련을 이수한 자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원고가 철도운행안전관리자를 선임하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는 점, ④ 원고는 폐기물 종합처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인 점 등의 사정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로부터 불용품을 저렴하게 매입해 처리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해 온 것으로 보이는바, 철도운행안전관리자 배치비용을 비롯해 상하차비용, 해체비용, 폐기물처리비용과 같이 불용품 반출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비용을 원고가 부담한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와 피고의 각 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 체결 당시 궁박, 경솔, 무경험 상태에 있었다고나 피고가 폭리행위의 악의를 가지고 이를 이용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며, 원고로서는 이 사건 불용품의 인수방법이나 그 조건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확인한 다음 입찰에 응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의 급부와 반대급부가 객관적으로 현저히 불균형하다거나, 피고가 폭리행위의 악의를 가지고 원고의 궁박, 경솔, 무경험을 이용해 위 물품매매계약을 체결한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특약조항은 유효하다 할 것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2023. 5. 12.부터 2023. 5. 18.까지 4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이 사건 중량철을 반출하라고 요청하였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자, 피고가 2023. 5. 18.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 제8조 제1항 제2호(계약서상의 인수기한 내에 계약된 물품의 인수를 거부하거나 반출하지 못한 때)에 따라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가 담긴 공문이 그 무렵 원고에게 도달하여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물품매매계약이 유효하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정재익(재판장) 유현정 강애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