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5. 5. 8. 선고 2024노1659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D의 2019. 12. 9.부터 2019. 12. 10.까지 2일간의 연차유급휴가일에 관한 미사용수당 합계 201,110원(2일) 부분은 이미 휴가일이 변경된 부분에 관한 것으로,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D에게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을 지급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이 부분을 판결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면서, 이와 일죄 관계에 있는 원심 판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만 유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다. 이 경우 상소불가분의 원칙에 따라 위와 같이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도 원심판결의 유죄부분과 함께 항소심에 이심되기는 하나, 이미 당사자 간의 공격 · 방어의 대상에서 벗어나 사실상 심판대상에서 이탈되었으므로 이 부분을 다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도1293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심판결 중 위 이유 무죄 부분은 사실상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D은 해당 연차일에 실제 근무하였다고 주장하나 D의 서명은 대리서명 등으로 실제근무 여부를 알 수 없고, D이 제출한 근무에 관한 사진 등의 자료는 변조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D이 연차지정일에 실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현장 사무실에 들르지 않고 바로 현장에 나갔으므로 피고인은 D에게 노무 수령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없었다. 위와 같이 D의 신빙성 없는 증언 및 변조된 증거를 기초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과 심리미진, 채증법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

3.

판단

가.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합치하여야 한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 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의심을 일으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221 판결 등 참조).

제1심이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한 뒤 그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진술내용 자체의 합리성·논리성·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다른 증거들과의 부합 여부등은 물론,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등 증인신문조서에는 기록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심증까지 모두 고려하여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게 된다. 이에 비하여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에 대한 항소심의 신빙성 유무 판단은 원칙적으로 증인신문조서를 포함한 기록만을 그 자료로 삼게 되므로, 진술의 신빙성 유무 판단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진술 당시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을 그 평가에 반영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9. 7. 24. 선고 2018도17748 판결 등 참조).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설시하여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의 신빙성을 인정하였고, 그와 같은 증거를 바탕으로 "D은 2019. 12. 11.부터 2019. 12. 31.까지 14일간을, 2020. 12. 7.부터 2020.12. 31.까지 18일간을, 2021. 12. 14.부터 2021. 12. 30.까지 13일간을 각 연차유급휴가일로 지정하였음에도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C에 근로를 제공하였고, C은 이러한 사정을 소장 등을 통해 인식하여 C의 대표자인 피고인은 D이 근로의 제공으로 인해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여전히 보상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이를 지급하지 않았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1)

D 제출 사진 파일 출력물 등과 관련하여, 각 증거는 그 파일명과 파일 속성에 입력된 촬영 일시가 D이 C의 현장에서 근무하였다고 주장하는 근무일시 및 작업장 순회 점검 일지와 거의 일치하고, 달리 D이 위 각 증거의 파일명 및 파일 속성을 조작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2)

원심 증인 D은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위 일지의 서명 경위에 관하여 자신은 C의 공사현장 안전담당자로서 현장에 나가 업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자신의 출근 및 근무 여부를 확인한 공사팀 직원이 자신을 대신하여 서명하거나 입력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원심 증인 F, E의 각 증언도 이에 부합한다. 공사팀 직원 등이 D의 서명을 무단으로 위조하였음을 확인할 증거도 없으며, 공사, 공무, 품질, 소장의 각 결재 서명이 이루어진 후 D이 자신이 출근하지 않았음에도 위 일지에 사후 소급하여 서명 또는 입력하였음을 확인할 다른 증거도 없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 일지에 기재된 D의 서명들 중 일부가 제3자에 의하여 기재된 것이거나 제3자가 D의 사진화된 서명을 전자적으로 입력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D이 위 일지 기재 일시에 C의 공사현장에 출근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출근하여 근무한 것처럼 허위로 작성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3)

D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각 연차휴가일로 지정한 날에 자신이 안전담당자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 C의 공사현장에 출근하여 근무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각 현장근무사실 관련 증빙자료, D 제출 사진 파일 출력물, 작업장순회점검 일지의 각 기재 또는 영상도 D의 일관된 진술에 부합한다.

4)

원심 증인 E, F은 원심 법정에서 D이 2019년부터 2021년 사이의 12월에 10일 넘게 장기간 휴가를 간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D의 진술에 상당 부분 부합한다. 피고인도 수사과정에서 'D이 근무했던 청주 현장은 청주 시내의 거의 모든 큰 도로에 설치된 우수관을 없애고 더 큰 관을 묻거나 하는 공사로, 청주시 외곽의 현장 사무소와 여러 곳에서 공사가 동시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현장사무실에 들르지 않고 현장에 바로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주장하였는바, 이러한 피고인의 주장도 D의 진술에 부합한다.

5)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해당 기간 동안 D의 휴가를 이유로 한 D의 현장 이탈계를 작성하여 발주처에 보고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D의 업무를 대신할인력도 배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6)

피고인이 D에게 미사용 연차유급휴가 사용시기 지정 통보를 하면서 "만일 지정한 시기에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61조 연차유급휴가의 사용 촉진 규정에 따라 그 사용하지 않은 휴가에 대하여는 어떠한 보상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고지한 것은 사실이나, D이 각 연차유급휴가일을 지정하였다가 공사현장에 출근하여 업무를 수행하였음에도, 피고인과 공사현장관리자 등은 D에게 노무의 수령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지 않았다.

다.

이에 더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기록에 비추어 면밀히 검토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항소이유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의 잘못은 없다. 결국 피고인의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공사현장 작업자들은 작업일지와 작업장순회점검일지의 내용을 일괄적으로 취합하여 본사에 전송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공판기록 55, 56면, 증거목록 순번 36번 5면 참조),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들을 고려하여 보더라도 현장소장 등 현장관리자 또는 피고인 측이 D에게 노무 수령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이 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2)

연차지정일에 출근하는 근로자에게 노무 수령 거부 의사를 밝히는 구체적인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이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고, 만일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해석한다면 사업자가 노무 수령 거부 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상태로 현장을 운영하면 연차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된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3)

D이 원심 법정에서 증언할 당시 '재판장의 명으로, 증인이 현장에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실물화상기에 제시'하는 것을 전제로(공판기록 63면 참조) 진술하기는 하였으나, 제6회 공판기일에서 '지난번 증인신문 때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오셨잖아요. 그 휴대전화로 찍으셨던 것을 좀' 이라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한 적이 없고, 기존에 외장하드에 있는 것을 이 휴대폰에 옮겨서 보여 드렸던 것이지, 이 휴대폰으로 찍었다고 말씀드린 적은 없습니다'라고 답변하였다. D의 증언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D이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가 직접 사진촬영을 한 휴대전화인지 여부에 대하여 잘못 이해하고 답변한 것으로 보이고, 각 증거의 파일명 및 파일 속성을 모두 조작하였다는 다른 정황이 없는 상태에서 그와 같은 진술만으로 각 증거의 신빙성을 의심하기 어렵다.

4)

D은 원심 법정에서 '현장에서 업무를 진행하면서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진을 찍은 다음 공무팀에게 보내주거나 보관하였고, 위 사진들은 공사현황을 보고하는 자료 등으로 사용되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는데, 안전관리자가 현장에서 근로자들의 사고예방을 위하여 현장 점검 등을 하는 직책임을 고려하였을 때, 위와 같은 진술은 그 자체로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

4.

결론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이현정(재판장) 박은진 홍은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