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피고인은 B과 근로계약서에 임금을 실제보다 높은 금액으로 기재하는 것을 조건으로 사고 장소 및 사고 경위를 허위로 신고하는 내용의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이 2021. 11. 18.자 근로계약서에 서명한 것은 사실이나, 피고인의 실제 작업 내용에 맞추어 근로계약서를 재작성하는 것으로 생각한 것일 뿐 피고인에게는 허위 내용으로 보험급여를 신청하여 보험급여를 받아 편취하려는 고의 내지 기망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신빙성 없는 증인들과 J의 진술만을 기초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
설령 피고인에게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일부 보험급여를 적법하게 수령할 권한이 있었으므로, 정당하게 수령할 수 있는 보험급여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만 죄가 성립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8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제1심이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한 뒤 그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논리성·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다른 증거들과의 부합 여부 등은 물론,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 증인신문조서에는 기록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심증까지 모두 고려하여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게 된다. 이에 비하여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에 대한 항소심의 신빙성 유무 판단은 원칙적으로 증인신문조서를 포함한 기록만을 그 자료로 삼게 되므로, 진술의 신빙성 유무 판단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진술 당시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을 그 평가에 반영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제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9. 7. 24. 선고 2018도17748 판결 등 참조).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기망 및 편취의 고의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여러 사정들을 설시한 다음 피고인이 2021. 11. 1.경 D과 사이에 이 사건 작업에 대한 일당을 19만 원으로 합의한 사실, B과 피고인이 이 사건 산재사고 발생 이후 상호 합의하에 피고인의 일당을 25만 원으로 기재한 근로계약서를 다시 작성한 사실을 인정하여 이를 기초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에 더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며,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먼저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의 임금 액수에 관하여 본다. B은 피고인의 일당으로 2021. 7.경 15만 원, 2021. 8.경 17만 원을 각 지급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B이 제출한 출근부 기재 내용도 위 진술과 부합한다. 한편 B은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피고인에게 일당 19만 원을 지급하기로 정하였다고 진술하였고, H도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의 임금이 일당 19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이 2021. 7., 8.경 지급받았던 일당의 액수, 2021. 11. 1.자 근로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던 피고인의 일당이 19만 원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2021. 11.경 피고인의 일당이 19만 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021. 11. 18.자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25만 원의 일당은 허위로 기재된 것으로 보이고, 이와 달리 실제 근로계약 내용에 맞추어 새로 작성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뿐만 아니라2021. 11. 18.자 근로계약서에는 근로기간도 종전에 작성된 근로계약서와 상이하게 기재되어 있다).
다음으로 피고인과 B 사이에 근로계약서 허위 작성의 합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피고인과 B 중 누가 먼저 피고인의 일당을 올려서 기재할 것을 요청하였는지, 누가 피고인의 일당을 25만 원으로 특정하였는지에 대한 B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B은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과 B 사이에 근로계약서에 피고인의 일당을 올려서 기재하는 것을 조건으로 사고 장소 및 사고 경위를 허위로 기재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주요 사실에 대하여는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한 점, B이 이 사건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날로부터 원심 법정에서 진술할 때까지 약 3년의 시간이 경과하였으므로 기억이 불분명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B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B은 원심 법정에서 '결론적으로는 협의 이후에 모든 진행은 제가 주도를 했습니다', '피고인 측에서 먼저 제의하지는 않았습니다'라고 진술하는 등(공판기록 211면) 자신의 기억에 남아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설령 피고인에게 유리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사실대로 진술하는 태도를 보인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들을 고려하여 보더라도 B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
I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으며 I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허위의 진술을 할 만한 특별한 사정도 찾을 수 없어 I의 진술 내용 역시 신빙할 수 있다. 피고인은 J의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그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고, 이 법원의 심리과정에서 그 신빙성 판단에 영향을 미칠 만한 새로운 특별한 사정이 드러나지도 않았다.
피고인은 오로지 B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사고 장소 및 사고 내용을 허위로 기재하기 위하여 2021. 11. 18.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B과 피고인 사이에 허위 신고에 관한 합의가 없었다면 이 사건 사고 장소 및 사고 경위를 허위로 작성하는 것 이외에 피고인의 임금을 실제보다 높게 기재할 만한 이유가 없어 위와 같은 주장은 경험칙상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일당과 근로기간이 변경 작성된 2021. 11. 18.자 근로계약서가 소급하여 새롭게 작성된 점(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여 보더라도 피고인이 위 근로계약서 재작성 당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단순히 서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B이 피고인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피고인의 일당 액수를 증액할 이유가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과 B 사이에 2021. 11. 18.자 근로계약서에 피고인의 임금을 실제보다 높게 기재하여 이를 기초로 사고 신고를 하는 내용의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위와 같은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피고인이 먼저 일당을 올려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거나 피고인이 인상된 일당을 25만 원으로 특정한 것이 아니라는 사정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유무죄 판단에 있어 중요한 사정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위와 같은 허위의 근로계약서 작성 및 이를 기초로 한 사고 발생 신고에 대한 합의가 있었던 이상 피고인에게 기망 및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최초 제출된 휴업급여신청서의 필체와 각 근로계약서의 필체가 다른 것으로 보이기는 하다. 그러나 당시 피고인이 병원에 입원 중이었으므로 피고인이 아닌 사람이 휴업급여신청서를 대신하여 작성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점, 위와 같이 피고인이 작성에 관여한 2021. 11. 18.자 근로계약서에 기초한 휴업급여 신청이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피고인이 휴업급여를 수령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직접 요양급여신청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다거나 2021. 11. 18.자 근로계약서를 직접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과 B 사이의 합의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고, 이 사건 공소사실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편취액수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피고인이 정당하게 수령할 수 있었던 휴업급여 부분은 편취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사기죄에 있어서는 기망으로 인한 재물의 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 피해자의 재산 침해가 되어 이로써 바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상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다거나 피해자의 전체 재산상에 손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도6012 판결 등 참조).
한편 정당한 청구권자가 담당자를 기망하여 정당한 청구액보다 많은 금액을 받은 경우 수령한 금액 가운데 정당한 청구권자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득액에서 제외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1989. 1. 31. 선고 88도2136 판결 등 취지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일당 19만 원을 기준으로 한 휴업급여를 수령할 청구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기망으로 인한 금원의 교부로 인하여 수령한 금액 전체를 사기 범행으로 인한 이득액으로 보아야 하고, 피고인이 정당하게 수령할 수 있었던 금액을 이득액에서 공제할 것은 아니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산재사고로 인한 후유장애로 육체노동을 하기 어려운 상태이고, 그 결과 경제사정이 매우 어려운 점, 피고인이 휴업급여 초과 수령분을 분할하여 납부하고 있는 점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사유를 충분히 감안하여 피고인의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당심에 이르러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양형조건의 변화가 없고[원심판결문 첨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비고(부당수령액, 원)'란에 지급받을 수 있었던 금액을 초과한 부당수령액이 별도로 산정되어 있어 피고인이 주장하는 편취금액과 관련한 사정은 원심의 양형판단에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당심에서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모든 양형조건을 다시 살펴보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이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결론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이현정(재판장) 박은진 홍은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