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6. 3. 26. 선고 2025구합200787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5. 1. 22. 원고에 대하여 한 견책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93. 2. 1.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되어 2020. 7. 3. 소방령으로 승진한 후2024. 2. 14.부터 소방청 화재예방국 B과에서 근무하였다.

나.

피고는 소방공무원 징계위원회의 징계의결을 거쳐 2025. 1. 22. 원고에게 감봉 1월의 징계처분을 하였다. 구체적인 징계사유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다.

원고는 위 징계처분에 불복하여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하였고, 소청심사위원회는 2025. 5. 15. 원고가 32년 동안 모범적인 공직생활을 해왔던 점, 동종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다른 유형의 비위로 징계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원고의 위 행위가 단 한번이었으며 그 후 유사한 언행을 하지 않았다는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위 감봉 1월 처분을 견책처분으로 감경하였다(이하 감경된 견책처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2.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처분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가.

제1 주장

원고가 이 사건 징계사유로 특정된 일시에 'C'이라는 커피숍에 간 사실이 없다. 다만, 원고와 신고인 등 부서원들이 1차 식사 후 2차로 커피숍에 간 사실은 있다. 그러나 거기서 원고가 신고인에게 이 사건 발언을 한 적은 없다.

나.

제2 주장

설령 원고가 그러한 발언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

3.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4.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제1 주장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징계사유가 되는 비위사실은 여러 의무를 동시에 위반한 것으로 평가하는 일이 적 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징계사유의 특정은 그 비위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될 정도로 적시함으로 족하고(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두14380 판결 등 참조), 성비위행위의 경우에는 징계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각 행위의 일시, 장소, 상대방, 행위 유형 및 구체적 상황이 다른 행위들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야 하지만, 각 징계혐의사실이 서로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어 있고, 징계대상자가 징계사유의 구체적인 내용과 피해자를 알 수 있다면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2. 1. 14. 선고 2021두50642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4 내지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이 'C'이라는 상호의 커피숍에서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원고가 2024. 2. 28. 저녁 부서 1차 회식이 끝난 후 2차로 부서원들과 함께 간 커피숍에서 신고인에게 이 사건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피고가 이 사건 징계사유를 인정함에 있어서 위와 같이 장소를 잘못 특정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먼저 이 사건 사고 발생 장소에 관하여 본다.

피고가 인정한 이 사건 징계사실은, 원고가 2024. 2. 28. 소방청 청사 인근 'C'이라는 커피숍에서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는 것인데,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발생 장소가 위 커피숍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가 2024. 2. 28. 저녁 1차 회식 후 2차로 간 커피숍에서 신고인에게 이 사건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런데 원고가 이 사건 발언을 한 일시, 상대방 및 구체적 상황이 다른 행위들과 충분히 구별되고, 원고 스스로도 2024. 2. 28. 저녁 원고와 신고인 등이 1차 식사 후 2차로 커피숍에 함께 간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 그 곳에서 이 사건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부분을 다투고 있다. 소청심사위원회 역시 원고와 신고인을 포함한 일행이 1차 식사 후 2차로 커피숍을 갔다는 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설령 피고가 2차 커피숍 장소를 'C'으로 잘못 특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소방공무원 징계위원회 결정이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이 사건 발생의 장소를 달리 인정한다고 하여 징계사유의 동일성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사건 발생의 장소가 이 사건 징계사유에서 본질적인 부분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러한 변경이 원고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지장을 초래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발생의 장소를 잘못 특정하였다고 하여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나)

나아가 원고가 이 사건 발언을 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신고인은 원고가 2024. 2. 28. 1차 회식 후 2차 커피숍에서 자신에게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비록 식당이나 커피숍의 정확한 상호, 참석자 전원의 구성 등 부수적 정황에 관하여 일부 기억이 불명확한 부분이 있으나, 이 사건 발언이 이루어진 시점 및 발언의 핵심 내용 등에 관한 진술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신고인이 없었던 일을 거짓으로 꾸며서 원고를 신고할 만한 특별한 사정도 발견하기 어렵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이 사건과 같은 발언을 한 사람은 그 뒤 이를 쉽게 잊어버릴수 있으나, 그 발언을 듣고 심한 불쾌감을 느꼈던 상대방은 이를 오랫동안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부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 사건 회식에 참석한 동료 직원은 소방청 내부 조사과정에서 "원고의 발언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원고가 당시 신고인에게 비슷한 유형의 질문을 하였고, 이후 신고인에게 별도로 결혼여부를 물어보았고 신고인으로부터 기혼이라는 답변을 듣자 그럼 (원고가) 왜 그렇게 물으셨지? 라고 신고인과 이야기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을 제4호증의 1). 이는 원고의 발언이 있었음을 전제로 한 후속 대화로서 신고인의위 진술에 부합한다. 반면, 신고인의 위 진술을 부인할 만한 반증이 부족하다.

위와 같은 점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발언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

제2 주장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용자,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또는 ② 상대방이 그러한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의 취지 참조).

여기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또는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 언어적 ·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뜻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하여 반드시 행위자에게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와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반응의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의 이 사건 발언이 징계처분을 할 정도의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이를 징계사유로 삼아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가)

이 사건 발언 내용은 "애인이 있느냐, 애인이 있을 것 같다, 나는 여친이 있다"라는 것이다. 위 발언의 핵심은 상대방의 교제 여부를 묻고 자신의 교제 상황을 언급한 데에 있을 뿐,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성적 행위, 신체적 특징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이를 구체적으로 암시하는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 즉, 이 사건 발언은 그 자체만으로 상대방을 향한 성적 요구 또는 성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이 사건 발언은 1차 회식 후 2차로 간 커피숍에서 직원들이 테이블과 의자를옮기며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다수의 동료 직원이 함께 있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성적 언동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행위가 행해진 장소와 상황은 그 행위의 성격과 의미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고려요소인바, 이와 같이 다수의 동료 직원이 모두 지켜보는 공개된 장소에서, 그것도 자리를 정리하는 어수선한 과정의 대화 중에 이루어진 발언은 원고가 의도적으로 신고인만을 상대로 은밀하게 성적 접근을 시도한 것이라기보다는, 즉흥적인 대화의 흐름에서 나온 경솔한 발언으로 보인다.

다)

징계처분의 사유가 되는 성희롱 해당 여부는 당사자의 관계와 그 형성 정도, 행위가 이루어진 맥락, 행위의 내용과 정도, 행위의 반복성, 지속성, 관계 악용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2024. 2. 14. B과로 부임한 이후 불과 2주 정도가 지난 시점에 이 사건 발언을 하였는바, 당시 신고인과는 아직 개인적 친밀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신고인의 혼인 여부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원고가 신고인을 불쾌하게 대해야 할 만한 아무런 이유도 찾을 수 없다. 또한 원고가 이 사건 전 후로 신고인에 대하여 특별히 무례하거나 성적인 발언 및 행동을 한 적이 없고, 이 사건 발언은 우발적이고 단발성으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발언은 원고가 부임직후 부하 직원의 개인적 사정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경솔하게 무례한 질문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언정, 신고인을 성적 대상으로 삼아 관심을 표시하거나 성적 의미를 전달하려는 의도적인 발언으로 보기 어렵다.

라)

특히 피고가 이 사건 발언 중 성희롱의 핵심적 징표로 삼고 있는 "본인은 여친이 있다"는 부분과 관련하여, 피고 주장과 같이 위 발언을 신고인에 대한 성적 관심 또는 성적 접근의 표현으로 이해할 경우, 이는 기혼자인 원고가 부임 2주 만에 친분도 없는 부하직원에게 다수의 동료 직원이 함께 있는 공개된 자리에서 자신에게 배우자외의 여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 즉 자신의 불륜 사실을 느닷없이 스스로 고백하면서까지 신고인에게 성적 접근을 시도하였다는 것이 되는데, 이는 일반적인 사회통념에 비추어 선뜻 수긍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원고에게 그렇게 이상한 행동을 할 정도의 성향이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다. 오히려 위 발언은 원고가 자신의 기혼 사실을 구태여 밝히지 않는 상황에서 가벼운 농담이나 허세의 차원에서 한 경솔한 발언이었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이를 신고인에 대한 성적 함의를 가지는 의도적 표현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5.

결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선오(재판장) 나광윤 김하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