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6. 2. 11. 선고 2025노1554 판결

주문

1.

제 1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기의 점과 관련하여 피고인은 무죄.

이 부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2.

제2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제1 원심판결에 대하여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이 비록 고소인 N(이하 '고소인'이라고만 한다)에게 납품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현재에 이르렀으나, 피고인이 납품받은 부품(물품)의 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할 생각으로 또는 그것을 지급할 능력이 없음에도 그와 같은 발주를 한 것은 아니다. 그와 같은 발주과정에서 피고인이 고소인을 기망한 바도 없다.

(2)

양형과중 가사, 그것이 아니더라도 제1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0월)은 과중하여 부당하다.

나.

제 2 원심판결에 대하여 제2원심 선고한 형(징역 4월의 형 집행을 1년간 유예)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제1원심판결 부분

가.

공소사실 및 원심의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 피고인은 2023. 11. 3.경 당진시 M 소재 고소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O의 사무실에서 고소인에게 "자동차 머플러에 들어가는 부품인 벨로즈, 인터락(이하 '이 사건 부품'이라 한)을 해외에 수출할 계획이니, 이를 납품해 주면 그 대금을 지급해 주겠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당시 이미 수출을 위한 납기를 지키지 못하여 해당 거래를 중개하는 무역업체 P로부터 2023. 8. 31.경 지급받은 선불금 19,110유로를 2023. 10. 23.경 반환한 상태였을 뿐만 아니라, 위 P과 사이에 위 납기 지연으로 인한 피해배상금을 수출대금 총액 상당인 63,300유로(한화 90,619647원)로 정하여 P에 지급하기로 약속하였는바, 고소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품을 납품받아 P을 통해 수출을 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거래로 인한 수출대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또한, 피고인은 당시 피고인 운영업체의 근로자에게 지급하지 못한 임금, 퇴직금 등 합계액이 7,000만원을 초과한 상태였고, 다른 업체에 대해서도 비용 내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2023. 11. 15.경 피고인 소유 공장 부지 및 건물에 대해 강제경매 개시가 결정되었으며, 금융기관에 대한 개인채무가 3,800만원을 초과하는 등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아 고소인에게 이 사건 부품 납품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23. 11. 8.경부터 2024. 1. 3.경까지 시가 합계 74,500,360원 상당의 이 사건 부품을 교부받았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2] 고소인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3] 수사보고서(참고인 Q 전화 통화), 수사보고서(참고인 O 전화 진술 청취), [4] 합의서, 견적서, 전자세금계산서, 각 회의록, 거래명세표, C 납품 현황, [5] 견적 송장, 국내간자금이체거래계산서, 이메일, 채무변제계약공정증서, 확약서, 각 견적서, 발주서, 신용보고서, 부동산등기부등본』 등의 지지증거(支持證據)에 입각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한 다음 징역 10월의 실형(實刑)을 선고하고 그날 법정에서 구속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기본법리

(가)

형사재판에 있어서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307조), 이는 증거능력 있고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에 의해서만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을 뜻한다. 나아가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유죄의 인정은 범행 동기, 범행수단의 선택, 범행에 이르는 과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 여러 간접사실로 보아<1>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하고, 피고인이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 및 경험법칙상 위와 같이 의심스러운 정황을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그 추정의 번복은 직접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도2236 판결 등 참조).

(나)

한편, 재물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재물을 교부받았을 당시 더 정확하게는 편취행위라고 의심받는 당해 행위를 하였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상대방으로부터 금원을 교부받았을 당시에는 그와 관련한 자신의 반대급부를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이후에 경제사정의 변화로 그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고, 한편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도2630 판결 등 참조). 요컨대, 본건과 같은 이른바 약속에 의한 사기죄<2>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변제약속을 할 당시에 변제의사나 능력이 없어야 하고, 단지 사후적으로 변제기에 이르러 변제능력이 없어지는 바람에 채무를 불이행하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섣불리 사기죄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 예컨대, 약속에 의한 사기의 대표격인 소위 차용사기 사건에서 "차용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차용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이 차용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후에 경제사정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은 일찍부터 정립되어 있는 법리(위 대법원 97도2630 판결을 비롯하여, 대법원 1996. 3. 26. 선고 95도3034 판결, 2001. 3. 27. 선고 2001도202 판결, 2015. 6. 11. 선고 2015도1809 판결 등 참조)이다. 위 차용사기 만큼이나 전형적인 약속에 의한 사기사건의 일종인 본건의 사기죄 성부를 논함에 있어서도 동일한 법리<3>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2)

이 사건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의「실행의 착수 시점」에 관하여 -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를 언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가? - i ) 우선 이 사건의 소송물을 본다. 이것은 공소장에서 적시한 사실관계를 기준 내지 기반으로 하여 파악되어야 한다. 이것에 의하면, 이 사건 사기 범행에 관한 실행의 착수는 2023. 11. 3.경에 있었다는 것<4>이다. 여기에서의 실행의 착수 시점은, 본건과 같은 사기 사건의 중요 구성요건요소인 편취의 범의(犯意) 존부 등을 판단하는 기준 시점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특히나 본건의 경우 피고인이 주장하는 기준시점과 공소사실이 지목한 시점이 다르고 그 사이에 극 도로 중요한 사정변경이 있었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ii) 살피건대,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이 사건 부품의 공급을 요청한 시점 내지 체약 시점 즉 이 사건 공소사실에 있어서의 '실행의 착수 시점'은 공소사실이나 고소인의 주장과 달리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2023. 10. 10.경 이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간단히 말하여,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이 사건 부품의 공급을 요청한 것은, 검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2023. 11. 3.이 아니라 2023. 10. 10.경에 이미 그러한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1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면,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이 사건 부품을 발주한 것은 2023. 9.경인데 당시에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협의가 진행되지 못한 면이 있어서 발주계약의 체결 내지 성립에 이르지 못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2023. 10. 10.경에는 고소인과의 사이에서 이 사건 부품의 납품가 등에 관한 확정적인 합의(그 당시 피고인과 고소인은 이 사건 부품의 단가를 1,500원으로 정하였다고 한다)가 성립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2 그런데 고소인의 주장은 이것과 상당히 다른데, 검사는 고소인의 주장을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여 공소제기에 이르고 있다. 이 사건에서 고소인의 최초 주장(진술)이 나오는 것은 당진경찰서에 제출한 2024. 2. 1.자「고소장」인데, 여기에서 고소인은 "C(피고인)와 (주)O(고소인)는 C의 임가공 요청에 따라 2023. 11. 3. 고소인과 피고인의 회의를 거쳐 임가공 견적을 제출하였으며, 이에 피고인은 견적금액에 합의하여 견적서에 싸인하였다"라고 주장하였다(증거기록 제7쪽). 고소인은 이와 같이 주장하면서 그 계약의 성립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자료로 이 사건 부품의 단가가 2,200원으로 되어 있는 2023. 11. 3.자 견적서(이것은 당연히 고소인이 피고인에게 발행·교부한 것이다)를 첨부하여 제출하였다. 여기에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고소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고소인과 피고인 사이에서 이 사건 부품 공급계약에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고소인이 견적서를 제출하고 여기에 피고인이 동의하는 것으로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3 이후 고소인은 2024. 2. 20. 경찰에 출석하여 고소보충진술을 하였는데, 당시 조사 경찰에게 다음과 같이 "2023. 11. 3.자로 이 사건 부품 공급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취지로 말하였다(다음의 적색 밑줄 부분). 이때에는 아예 고소인은 "피고인이 그날 고소인의 회사 를 찾아와서 첫 거래가 성사되었다'라고 말하고 있다(증거기록 제39쪽).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서 고소인이 "그날 회사로 찾아와서 하는 피고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피고인이 C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라"는 취지의 말(위 청색 밑줄 부분)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말대로라면 고소인은 생면부지의 피고인을 그날 처음 보았고, 그 자리에서 피고인이 고소인과 동종의 물품을 생산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임을 밝혔다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고소인은 여기에 이어서 다음과 같이 "고소인은 2023. 11. 8.부터 2024. 1. 3.까지 수회로 나누어 피고인에게 이 사건 부품을 납품하였으나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결과 총 7,450만원 가량의 물품을 편취당한 셈이다"라는 취지의 진술도 하였다(증거기록 제40, 41쪽). 4 그런데 고소인은 2025. 8. 20. 당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그 진술(증언)에는 여러 가지 사항이 담겨 있는데, 차제에 여기에서 검토하는 실행의 착수 시점과 관련된 사항 이외에도 이것을 통하여 확인되는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하여 두기로 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위 경찰의 진술 당시 고소인은 2023. 11. 3.경 이 사건 부품 공급을 제안받으면서 처음으로 피고인을 알게 되었던 것처럼 말하였지만 당심 법정에서 변호인으로부터 "C를 운영하였던 피고인 A을 언제부터 어떤 경위로 알고 지냈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고소장에서 말한 것처럼 금번 부품 거래로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그다지 오랜 동안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고, 처음 알게 된 것도 고소인의 회사에서 생산하는 물품을 피고인도 생산하기 위하여 구매할 생각으로 찾아와서 알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피고인의 필요에 의해 고소인을 찾아와서 알게 된 사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은 "피고인이 고소인을 알게 된 것은 아무리 늦어도 2017년경의 일이고,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이인지라 간간이 만나면서 교유하였고, 때로는 피고인이 고소인을 안양 인덕원 등지까지 차를 태워주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 피고인은 오히려 자신의 회사가 더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세(社勢)도 더 컸다는 취지로 변소하고 있다. 고소인이 피고인에게 일감을 나누어 줄 수 있는지 즉 임가공(賃加工)을 맡겨줄 수 있는지 물은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역으로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여야 할 상황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사정은 명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피고인과 고소인이 알고 지낸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변호인이 제출한 피고 인의 회사에서 60km 떨어져 있는 당진 소재 되는 바가 없지 않다. 고소인의 회사인 (주)O에 방문하였다가 고소 면, 피고인이 오후 1시 무렵 평택 소재 피고 어리의 11월 27일 기재 사항이다. 여기에 보 인의 과거 업무일지의 기재를 통하여 짐작 왼쪽은 피고인이 찾아낸<5> 2017년도 다이 인과 함께 다시 피고인의 회사로 복귀한 후 오후 4시 무렵 퇴근하면서 고소인을 안양 인덕원까지 태워다 주었던 행적이 기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피고인과 고소인이 처음 만난 것은 아무리 늦어도 위 2017. 11.28. 이전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날만 하더라도 고소인은 피고인의 차를 타고 60km 거리에 있는 피고인의 회사를 거쳐 안양까지 동행하기까지 하였던 것임이 분명하다.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은 당심 증언 당시인 2025. 8. 20.로부터 4년 전인 2021년이 아니라 8년 전인 2017년이었으니, 피고인과 고소인 사이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알고 지낸지거의 10년 가까이 되어간다"라고 말하여야 할 정도로 오랜 교분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고소인은 경찰에서는 이 사건 부품 공급 건으로 비로소 알게 된 사이인 것처럼 진술하였고, 당심 법정에서는 버젓이 알고 지낸지 '단 4년'이 되었을 뿐이라고 말하였다. 위 증언 당시까지만 하여도 피고인은 비록 보석허가로 석방은 되었지만 아직 위 다이어리와 같은 증빙자료를 찾지 못하여 당심에 제출하지 못하고 있던 상태였던바, 피고인과 변호인은 그런 고소인의 증언에 구체적인 자료를 가지고 반박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에 따라 변호인은 고소인에게 그 교유의 역사에 관하여는 더 묻지 못하고 "2023. 9. 중순경 증인(고소인)이 피고인에게 먼저 연락을 해와서 일거리 있는지 있다면 일거리를 달라고 하였지요?"라고 물었을 뿐이다. 그에 대한 고소인의 답은 아래와 같은데, 여기에도 기왕의 경찰 진술을 번복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고소장이나 경찰에서의 진술대로라면 알고 지내면서 간간이 -1년에 한두 번이라도-연락을 하거나 한 적이 없었다고 말해야 마땅할 것인데, 차마 그렇게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고소인은 어떻게든 "이 사건 부품 공급 건 이전에는 피고인과 거의 교류가 없었다. 더구나 고소인이 피고인에게 일감을 나누어 달라는 말을 먼저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하고 싶어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고소인은 왜 이런 태도를 취하고 있을까? 고소인 스스로 연유를 밝힌 적이 없어서 짐작을 하는 것이 전부이지만, 어쩌면『만약 피고인과 고소인 간의 관계가 피고인이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이 오랜 세월 알고 지내면서 밀접하거나 가까운 교분을 쌓아온 경우이었다면, 대금 지급을 단 일주일 지체한 것<6>만으로 사기죄의 죄책을 물어 형사고소까지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도 않고 상식에 부합하지도 않는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과 모종의 관련이 있을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실무상의 처리 관행 등으로 보더라도,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에서, 그리고 평소에 고소인이 피고인에게 일감을 보내달라고 요청을 하는 관계이었다면, 수억 원이 아니라 5,100만원 가량의 물품 대금 지급기한을 단 7일 지체한 일로는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그와 같이 이행지체가 발생한 7일이라는 기간과 5,100만원이라는 수액을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여전히 상대방에 대하여 사기의 죄책을묻고자 한다면, 별수 없이 피고인과 고소인 사이의 인적 관계를 박약(薄弱)하고 소원(疏遠)한 것으로라도 만들어야 할 것인바, 바로 이러한 사정과 위와 같은 무리한 주장이 관련이 있을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고소인이 위와 같이 진술한 연유가 그것이었다면, 이제 그 기도는 실패하였음이 분명하고, 그 와중에 고소인이 거짓말을 한 사실이 여실하게 드러난 이상 다른 부분 진술의 신빙성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음은 분명하다<7>. 5 이제 다시 이 사건 범행의 실행의 착수 시점에 관한 증언을 보건대, 고소인은 위 증언 당시 이 사건 부품 관련 교섭일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문답하였다. 여기에 이어서 고소인은 "그날 9월 초에 와서는 견적서만 내 달라고 한 게 전부였다. 그때는 일을 맡길 수 있다는 것처럼 얘기를 하면서 단가 얘기는 했다"라고 증언하면서, 특히 변호인의 "그러면 그게 9월 초라고 했으니까 9월초에 나간 견적서가 있다는 얘기네요?"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예.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또한 변호인은, 이 사건 경찰 조사과정에서 피고인이 제출하였던 2023. 10. 10.자 견적서(증거기록 제83쪽)를 고소인에게 제시하면서 "이것은 9월 초에 발행한 견적서가 아니겠네요?"라고 물었는데, 고소인은 "예. 나중일 겁니다. 10월 10일자 견적서는 9월 초에 발행한 견적서가 아닙니다"라고 대답하여 본건 수사과정에서 제출된 위 10월 10일자 견적서는 9월초에 발행된 견적서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였다. 특히 나중에 진행된 반대신문 과정에서 검사가 다시 한 번 고소인에게 "9월 초순에 만나서 벨로즈를 생산해 달라고 정확하게 의뢰를 받은 거예요?"라고 확인질문을 하였는데, 고소인은 그에 대하여서도 분명하게 "예"라고 대답하여 확인해 주었다. 이러한 진술에 의하면, 그것이 형식적인지<8> 실질적인지 여부와는 별개로 피고인의 고소인에 대한 임가공 발주 내지 부품 생산·납품 요청은 2023. 9. 초에 있었던 것임이 분명하며, 형식적·실질적 의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그 임가공 발주 내지 부품 생산·납품 계약이 체결된 것은 2023. 10. 10.경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 뒤에 아래에서 보는 것과 같이 단가조정 즉 계약 내용의 변경이 이루어졌다고 하여 그 계약 체결시점 자체를 다시 뒤로 미를 이유는 없다. 위에 이어서 고소인을 상대로 단가가 1,500원으로 되어 있는 위 10월 10일자 견적서 이외에 단가가 2,200원으로 증액된 11월 3일자 견적서, 즉 고소인이 고소장에 첨부한 견적서(증거기록 제15쪽)의 작성경위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는데, 이 부분 문답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여기에서 증인(고소인)이 하고 있는 말은, 피고인의 변소 즉 "원래는 9월초에 이미 생산·납품을 의뢰하였다가 10월 10일경 단가를 1,500원으로 조정하여 생산을 시작하였는데 그로부터 약 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고소인이 갑자기 단가인상을 요구하여 납품가를 47% 가까이 인상된 2,200원으로 조정하였다'는 주장과 온전히 일치하고 있다. iii) 이러한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판단하건대, 생산·판매하는 물품에서 상당 부분 겹치면서도 주로 수출용 부품을 생산하는 피고인과 자동차회사 납품용 부품생산을 주로 하던 고소인은 늦어도 2017. 11.경부터 서로 알고 지내온 사이로서, 아래와 같이 이 사건 부품 수출을 하여야 했던 피고인은 2023. 9. 초 무렵에 고소인이 이 사건 부품의 임가공 내지 생산·납품을 요청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만 보기에 따라서는 그 시점에 있었던 피고인의 제품(부품) 생산·납품 요청이 다소 '형식적인 의사타진' 다시 말하여 이른바 '청약의 유인'에 유사한 것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그에 대한 고소인의 반응 즉 '견적서'의 발행 내지 구두승낙이 오히려 '청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리고 피고인이 사급자재를 고소인에게 보내 준 것을 '승낙'에 대응하는 것으로 해석할 소지가 미약하지만 있을 수는 있겠으나 그렇게 보는 경우에도 10월 10일자 견적서가 발행되고 최초의 부품생산이 시작된 2023. 10. 10. 무렵에는 이 사건 부품공급계약은 정식으로 성립하여 효력을 발하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더구나 사기죄에서는 사람을 기망하는 행위가 착수된 때에 실행의 착수가있게 된다. 사람을 착오에 빠뜨리게 하려는 행위가 있으면 족하고 상대방이 이것에 의하여 착오에 빠진 것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람을 기망하는 행위의 착수가 사법(私法)상의 계약 성립과 무관한 것임도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말하는 피고인의 기망행위라는 것은 결국 『사실은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추고 부품을 공급해 주면 당연히 대금을 지급할 것처럼 말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고, 이것은 사법(私法)상의 계약 성립과 무관한 것임이 분명한바, 본건에서는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최초로 이 사건 부품의 생산과 납품을 요청한 바로그 순간에 공소장 기재 사기범행의 실행의 착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본건 사기죄의 실행의 착수시점은 2023. 9. 초순경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바로 그 시점에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를 따져서 본건 사기죄의 성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위 시점을 아무리 늦추어도 위 견적서가 발행되고 납품할 물품(부품)의 생산을 시작한 2023. 10. 10. 이후로 늦춰 잡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부품 관련 수출 계약의 취소 등 - 수출계약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부담을 포함한 자력에 대한 검토 - i )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언동과 배치되는 실제의 상황 즉 고소인으로부터 공급받을 부품 대금을 지급할 의사·능력의 부재에 관한 가장 강력한 근거 내지 상황은 피고인이 당시 이미 수출계약은 파기 당한 상황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점이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당시 이미 수출을 위한 납기를 지키지 못하여 해당 거래를 중개하는 무역업체 P O이 운영하는 무역회사인바, 실질적으로 그 개인으로 지칭하는 것이 실체에 부합한다. 이하 이 회사를 'O으로 고쳐서 부르기로 한다)로부터 2023. 8. 31.경 지급받은 선불금 19,110유로를 2023. 10. 23.경 반환한 상태였을 뿐만 아니라, 위 Q과의 사이에 위 납기 지연으로 인한 피해배상금을 수출대금 총액 상당인 63,300유로(한화 90,619,647원)로 정하여 O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하였는바, 고소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품을 납품받아 Q을 통해 수출을 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거래로 인한 수출대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라는 부분이 바로 그것을 적시하고 있는 것인데, 여기에서는 이와 관련한 문제들을 검토하기로 한다. 이러한 검토의 편의를 위해 우선 위 Q과의 거래 내용 즉 수출계약의 체결과 파기 및 손해배상합의 등에 관한 사실관계를 정리하기로 한다. ii)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비롯하여, 당심 증인 Q, N의 각 법정진술에다가 이 사건에 제출된 피고인측 증거들, 기타 고소인의 탄원서와 참고자료 형태로 제출되어 있는 일체의 자료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P이라는 무역업체를 운영하는 Q은 해외 바이어의 요청으로 차량용 벨로우즈를 생산하는 업체를 찾다가 2023년 1~2월경 피고인의 회사를 알게 되었고, U실장이라는 회사 직원과 접촉하게 되었다. 위 Q은 2023년 7~8월경 피고인의 회사를 방문하여 생산·수출 가능성을 확인<9>한 다음 2023. 8. 30.경 총 63,300유로 상당의 부품을 생산·수출하기로 하는 내용의 정식 납품·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그 이튿날인 2023. 8. 31. 계약금(선수금)으로 19,100유로를 지급하였다. 그 납품·수출 계약에서 정하여진 명확한 납기(納期)를 확인할 수 있는 문건<10>은 제출되어 있지 않은데, Q은 당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계약서에 기재가 되어 있겠지만 제가 기억하기로는 납품시기는 9월 중순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또는 "9월 초순까지 납품받기로 약정하였다"라고 증언하였다. 이러한 약정과 관련하여서는 피고인도 별다른 이견이 없는바, 결국 "통상적으로 피고인의 회사에서 이 사건 부품을 생산하는 경우 10여일 혹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2주 안에 생산을 완료할 수 있는 물량이다"라는 피고인의 주장<11>에 부합하는 내용의 계약이 체결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2 그러나 피고인 내지 그의 회사인 C는 위 납기를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12>. 결국 피고인은 위 당초의 납기일 며칠 뒤인 2023. 9. 25. 합의로 이 사건 부품의 수출납기를 2023. 10. 14.로 연기하였다. 3 그런데 피고인은 그 연기된 납기도 지키지 못하였고, 결국 2023. 10. 23.자로 위 선수금 19,100유로를 Q에게 반환하여 계약을 해제하였고, 2023. 10. 26.에는 Q과 위 수출대금 63,300유로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계약파기 관련 손해배상금으로 정하여 이것을 2023. 11. 30.까지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증거기록 제115쪽). 피고인과 Q은 다시 2023. 10. 30.경 위와 같은 계약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의 문제를「채무변제(준소비대차)계약공정증서」를 작성하여 매듭지었는데, 여기에서는『위63,300유로를 한화 90,619,647원으로 환산(환전)하여 확정한 후 그것을 2023. 12. 12.에 전액 지급하는 것』으로 약정하고 있다(증거기록 제108~114쪽). 그런데 위와 같이 손해배상의 문제와 관련하여 공정증서까지 작성한 상태였음에도 Q은 적어도 2023. 12. 초까지는 아직도 피고인에게 이 사건 부품의 생산을 요청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Q의 "그 제품에 대해서 필요함을 저도 느였고, 그리고 저희는 어찌되었건 말로만 시행이 되었을 경우에 또 안 지켜지게 되면 저히 업체 신뢰를 계속 잃어가는 상황이 될 거라 생각해서 그 전에 말씀을 드렸던 것으로 기억을 하고 그 후에 그것에 대한 보증개념으로 그 변제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일단 10월 30일 날에 공증서류를 마무리를 짓고, 그 후에도 저희는 아까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일단 제품이 필요하기는 했어요", "품질 문제가 있던 게 아니라서 만일 11월이든 당연히 12월초든 피고인이 물건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하면 증인은 당연히 물건을 받았을 것이고 피고인에게 그런 취지로 말을 하였다"라는 당심 증언으로부터 분명하게 확인되는 사항이다. 4 피고인은 위와 같은 손해배상합의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Q에게 위 손해배상금에 상응하는 물건인 이 사건 부품으로 대물변제할 수 있는지를 타진하였는데, 그것이 쉽게 받아들여졌다. 왜냐하면, 당시 Q으로서도 해외의 바이어에게 손해배상을 하여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그것을 현금으로 배상하는 것이 여의치 않았는데 마침 그 바이어는 여전히 이 사건 부품(물건의 규격 자체가 그 바이어의 필요에 따라 제작된 것이었다고 증언하고 있다)을 필요로 하는 상황인 까닭에 그와 같은 대물변제 즉 부품 납품을 통한 손해배상책임의 이행이 훨씬 유익한 상황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즉, 위 손해배상금 63,300유로는 이 사건 부품의 수출대금이기도 하였던바, 만약 이 사건 부품으로 대물변제가 가능하다면 피고인은 조달원가 수준에서 손해배상책임을 모두 이행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Q의 입장에서는 아직 해외의 바이어들과 현금 손해배상합의나 관계청산이 전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이 여전히 필요로 하는 물품인 이 사건 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면 신뢰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별도의 현금출연을 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굳이 새로운 조달처를 물색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었던 것이다. 양자의 이러한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위 현금 손해배상합의는 대물변제의 방식으로 이행되었다<13>. 즉, 피고인은 고소인에게서 공급받은 총 7,450만원 어치의 이 사건 부품을 Q에게 보내주는 것으로 위 63,300유로(한화 90,619,647원)의 지급책임을 모두 이행한 셈이 된 것이다. Q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인과 Q은 대략 11월 초경에 이러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진 것<14>으로 봄이 상당하다. 5 그에 따라 피고인은 2023. 11. 말경부터 이 사건 부품을 Q에게 공급하기 시작하여 2024. 1.에는 예정한 물량 전부를 공급하였다. 6 한편, Q은 위 증언 말미에 이루어진 검사의 반대신문에 "사실 그 계약이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저랑 바이어랑 원래 C에 있었던 U실장이랑 MOU 체결과 함께 1년 계약에 대한 논의를 동시에 하고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계약 물량이 크기 때문에 이 계약에 대해서 더욱 깔끔하게 마무리 하고 싶었던 부분이었고, 그리고 납기가 계속 연장이 되면서 한 주 한 주 계속 연장이 되다 보니까 저히 입장에서는 이것이 더 이상 진행이 가능할지 바이어도 그것에 대한 의심이 점점 커가게 되었고, 바이어도 한국에 들어와서 C를 수차례 저와 함께 방문했고, 그런 과정에 있어서 이제 공정증서를 써야겠다라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것은, 이 사건 부품 수출이 진행되고 있던 당시 피고인의 회사로서는 훨씬 큰 수출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공정증서로 약정한 손해배상의 합의라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처럼 강력한 기속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피고인 주장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진술이다. iii) 위 인정사실들을 종합하여 판단하건대, 피고인이 수출을 위한 납기를 지키지 못하여 무역업체로부터 지급받은 선불금을 반환하였고, 나아가 그 무역업체와 사이에 그 납기 지연으로 인한 피해배상금을 수출대금 총액 상당으로 정하여 지급하기로 하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시점은 공소사실에서 말하는 '당시' 즉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이 사건 부품의 납품을 요청한 시점'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이후라고 보아야 한다. 요컨대, 검사가 기망행위라고 지목한 피고인의 고소인에 대한 이 사건 부품 공급에 관한 언동(言動)을 하였던 당시에는 '위 수출과 관련하여 고소인에게 설명하였어야 할 특별한 사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고, 그 당시에는 무역업체와 사이에서 수출대금 총액 상당의 피해배상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선불금의 반환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인바, 공소사실에 적시된 이 부분 사실은 실제 내지 실체적 진실과는 전혀 다르다. 즉, 고소인에 대한 피고인의 이 사건 부품 공급 요청 시점을 2023. 9. 초경으로

말하는 '당시' 즉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이 사건 부품의 납품을 요청한 시점'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이후라고 보아야 한다. 요컨대, 검사가 기망행위라고 지목한 피고인의 고소인에 대한 이 사건 부품 공급에 관한 언동(言動)을 하였던 당시에는 '위 수출과 관련하여 고소인에게 설명하였어야 할 특별한 사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고, 그 당시에는 무역업체와 사이에서 수출대금 총액 상당의 피해배상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선불금의 반환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인바, 공소사실에 적시된 이 부분 사실은 실제 내지 실체적 진실과는 전혀 다르다. 즉, 고소인에 대한 피고인의 이 사건 부품 공급 요청 시점을 2023. 9. 초경으로 볼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제출된 견적서를 통해 명확히 확인되는 위 2023. 10. 10.경이라고 보는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이 사건 부품의 생산과 납품이 가능하였을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 지난 연후에야 정식으로 수출계약이 해제되고 손해배상을 하는 절차로 이행되었던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특히나 위 견적송장(Proforma Invoice)에서도 명확히 밝히고 있듯이, 이 사건 부품은 일거에 수출(선적)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나누어서 보내질 것을 예정하고 있었고, 실제로 나중에 대물변제가 이루어질 당시에도 2023. 11. 말부터 2024. 1.까지 여러 차례로 나누어서 보내졌던 점에 비추어 고소인이 위 2023. 10. 10.부터 생산을 시작하여 일부라도 납품을 하였더라면 피고인과 Q 사이에서 위와 같이 수출계약 자체를 해제하는 지경으로 일처리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즉, 고소인이 당초 단가를 1,500원으로 정하여 발주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생산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고 지연하면서 단가의 인상을 요구하다가 마침내 단가를 15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한 연후에야 생산을 시작한 것 자체가 위와 같은 수출계약의 해제를 촉발하였을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이점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은 결코 경시하거나 간과할 것이 아니다. iv) 또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는 "위와 같은 수출계약의 해제와 그에 따른 후속 손해배상합의로 인하여, 고소인으로부터 이 사건 부품을 납품받아 수출을 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거래로 인한 수출대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편취범의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기업간의 거래에서 당해 부품대금을 그것의 수출대금으로만 변제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위 주장(공소사실)에는 심각한 논리의 비약(leap of logic)이라는 심각한 흠결이 내포되어 있고, 결과적으로 심히 부당하다. 즉, 당해 부품의 수출 자체를 통해서는 고소인에 대한 변제자금을 획득할 수 없다 하더라도 기업의 일반적인 수익금으로 그것을 변제할 수만 있다면 별다른 문제가 생길 이유가 없다. 피고인과 같은 기업가는 각각의 거래행위가 최선의 결과를 유발하도록 노력하여야 하는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손실의 극소화가 최선의 이윤추구 행위로 평가받아야 한다. 금번 거래에서는 그와 같이 손실의 축소를 추구하면서 다음 거래에서 이익의 극대화를 통해 과거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면 기업가가 그 길을 마다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본건에서 이러한 형태의 이른바 '유연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기업가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은 다분하다. 위에서 본 것처럼 피고인과 Q이 공히 "비교적 소액인 당면 수출거래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규모가 큰 수출거래를 논의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일 수 있다.

(다)

여타의 사정들에 대한 검토 - 이른바 '편취범의'의 존재를 추인할 간접사실 내지 정황사실에 대하여 - i )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는 『피고인은 당시 피고인 운영 업체의 근로자에게 지급하지 못한 임금, 퇴직금 등 합계액이 7,000만원을 초과한 상태였다』는 점을 편취범의를 인정하기 위한 중요한 정황사실 내지 간접사실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살피건대, 제 1 원심이 유죄의 지지증거로 거시하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에는 증거순번 49~51로 제2 원심판결의 심판대상인 2건의 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사건 공소장과 재판진행내역이 증거로 제출되어 있고(증거기록 제99~110쪽), 그 사건들에서 체불금액으로 적시된 임금·퇴직금 합계액이 69,324,701원이라는 점에서 검사가 말하는 위 '체불 임금·퇴직금 7,000만원'은 바로 그것들을 가리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제 2원심판결에 의하면, 피고인이 체불하였다는 임금은 2023년 11월분부터 2024년 1월분까지의 것들이고, 퇴직금을 체불하였다는 근로자들의 퇴직일자는 2024. 1. 31.이거나 2024. 3. 7.이다. 즉,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이 사건 부품의 납품을 요청하였던 시점(이것이 공소사실에서 말하는 '당시'이다)이라고 보아야 할 2023. 10. 10.까지는<15> 피고인은 그러한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하고 있지도 않았다.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본건과 같은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시점은 위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이 사건 부품의 납품을 요청하였던 시점'인바, 위와 같은 임금·퇴직금의 체불이라는 사정은 본건에서는 간접증거 내지 정황증거로 사용될 여지가 전무하다. ii)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제시하고 있는, 편취범의 추인을 위한 또 다른 정황사실은,『피고인이 다른 업체에 대해서도 비용 내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2023. 11. 15.경 피고인 소유 공장 부지 및 건물에 대해 강제경매 개시가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 부동산 강제경매 개시결정은 2023. 11. 15.에 있었던 것임이 공소사실과 부동산등기부 자체로부터 분명한바,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피고인의 고소인에 대한 모종의 행위 당시에는 아직 발생한 사건이 아니었다.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이 사건 부품의 생산과 납품을 요청한 최초의 시점은 2023. 9. 초경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가사 그것을 부정하는 경우에도, 늦어도 2023. 10. 10.경에는 확정적으로 그와 같은 의사표시- 대금의 당연한 지급을 전제로 한 이 사건 부품의 공급요청 행위-가 있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리고 바로 그 시점에 존재하였던 사정들이 피고인의 편취범의 즉 고소인에게 이 사건 부품 납품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의사나 능력의 존부를 추인할 수 있는 간접사실로 사용될 수 있다. 피고인에게 앞으로 1달 보름이나더 지나야 신청될 부동산강제경매를 미리 예측이라도 하여 고소인에게 그것마저 고지하거나 감안할 수 있도록 안내한 다음에야 편취의 범의를 가지지 않고 부품의 납품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16>고 보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iii) 당심에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피고인 내지 그가 운영하던 회사(C)의 연매출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21년에는 50억원에 육박하였고,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24억원과 20억원 수준으로 감소하기는 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만 2023년의 경우 매출총액에서 매입총액을 공제한 영업수지가 현저히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회사경영이 극단적으로 어려워졌다고 단정할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정도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금융기관에 3,800만원이 넘는 채무를 지고 있다는 상황을 근거로, 그가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사기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즉 7,500만원이 채 안 되는 물건(부품)값을 떼어먹을 요량으로 사기를 쳤을 갓이라고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한 증명이 되지 않는 한에 있어서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정신에 배치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 사건 당시를 전후한 피고인의 수출실적만 하여도 아래<17>와 같이 결코 적은 규모라고 볼 수 없다는 점에다가 피고인의 수입이나 보유자산이 상당한 정도에 이르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18>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iv) 한 가지를 첨언하기로 한다. 피고인은 1996년에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인 C를 창업하여 이 사건 당시까지 약 28년간 운영해 왔고, 23명에 이르는 직원을 고용하여 사업을 계속해 오다가 최근에는 직원이 16명까지 줄어들었다고 말한다(증거기록 제74쪽). 피고인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 등의 문건을 보건대, 그다지 사교성이 높은 성품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본인의 전공분야에 대한 높은 긍지와 열의를 가지고 있는 전형적으로 엔지니어(engineer)적 소양을 가진 기업가의 한 사람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 그가 알고 지낸지 10년 가까이 된 고소인에게 7,500만원 가량의 물품대금을 체불하고 있는 일로 경찰이 불송치결정을 하였음에도 고소인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인 검찰의 재수사를 통하여 사기죄로 기소되기에 이르렀고, 제1심 판결 선고와 동시에 법정에서 구속되면서 회사는 도 산하였고,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강제경매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여 공장부지와 건물은 경매로 팔려 나갔다.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특히나 그와 기업체를 운영하는 어떤 사람의 자력(資力)을 평가함에 있어서는 단순히 그가 손에 쥐고 있는 현금이나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를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가 가지고 있던 사업상의 신용은 물론이고, 그 사업 자체의 독창성, 잠재적 성장가능성과 안정성을 비롯하여 그 사업가가 가지고 있는 기업가 정신의 표출 내지 징표라고도 할 수 있는 '진취성'이나 '역동성'과 같이 무형적 가치를 표상하는 여러 인자들을 모두 포함하여야만「기업가(企業家)로서의 피고인」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가치와 능력 즉「한 경제주체로서의 종합적인 자력(負力)」에 대한 어느 정도라도 현실성 있는 평가가 가능하여 진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자력을 평가함에 있어 그와 같은 점들에 대하여 일말이라도 평가 내지 감안을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한 비계량적이고 추상적인 무형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어렵다는 차원에서 위와 같은 관념적 요소들에 대한 감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사업에 실패하였다고는 하지만 사기를 치려고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는 피고인의 처절한 반문 혹은 변소가 갖는 무게를 함부로 가벼이 보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라)

소결론 이상의 점들을 모두 종합하여 판단하건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에 대하여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로 판단하여야 할 것임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 1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3.

제2원심판결 부분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 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므로,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 법리를 기반으로 이 사건을 살피건대, 제2원심이 설시한 바와 같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여러 정상들과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기록과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참작하여 보면, 제2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량은 적절하다고 판단되고 그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또한 위 원심판결 선고 이후 원심의 형을 감경할 만한 특별한 양형 조건의 변화도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제 1 원심판결에 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등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제 1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 [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와 같이 판결하고, 제2원심판결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다시 쓰는 판결 이유 ] 1. 공소사실의 요지 위 「제2의 가.(1)항」기재와 같다.

2.

판단 위 「제2의 나.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구창모(재판장) 조길상 김하림 각주1) 일반적으로,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5. 10. 21. 선고 94도2048 판결 등). 여기에서의 '객관적인 사정'이라는 것이 바로 간접사실이다. 위 편취의 범의라는 것은 피고인의 내심의 의사를 가리키는 것이라서 피고인의 자백을 제외하고는 이것을 인정하기 위한 '직접증거'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각주2) 사기죄로 공소제기 되는 사건 중에는, 피고인이 실제로는 피해자에게 어떠한 급여를 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그러한 급여를 하겠다고 거짓말을 함으로써 피해자를 속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것을 공소사실로 내세우는 것이 많다. 이처럼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일정한 내용의 채무를 부담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여 피해자가 이를 승낙한 행위', 달리 말해 '피해자에게 장래에 어떠한 급여를 하겠다고 약속한 행위' 그 자체를 기망행위로 하는 유형의 사기범행을 통상 『약속에 의한 사기』라고 부른다. 차용금을 빙자한 금원 편취에 기한 사기 사건이 약속에 의한 사기의 전형적인 한 유형으로 논의되지만, 본건과 같은 대금 미지급을 통한 물품 편취 형태(유형)의 사건도 전형적으로 이러한 약속에 의한 사기사건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각주3) 위 무죄추정의 원칙과 같은 재판원칙을 엄수(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유형의 사기 사건들이 가지는 여러 가지의 특징들 즉 폭넓은 적용 범위, 공소사실 구성의 편리성, 형사절차의 높은 활용가능성과 효율성 등으로 인하여, 약속에 의한 사기를 광범위하게 인정할 경우 이것은 곧바로 민사상 채무불이행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형사처벌하게 될 위험이 급격히 증대되는 문제가 야기되기 때문이다. 종국에는 약속에 의한 사기라는 틀을 매개로 민사상 채무불이행 분쟁을 광범위하게 형사사건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폐해 내지 부작용의 통제는 근본적으로 위와 같은 재판원칙의 준수를 통하여 달성되어야만 한다. 각주4) 만약 이러한 통제가 유효·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면, 성실하지만 불운한 채무자, 즉 변제할 의사를 갖고 약정을 체결하였지만 이후 사정변경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채무불이행에 이르고 만 채무자도 자칫 약속에 의한 사기죄로 처벌될 위험이 있다. 이는 잠재적 거래자들로 하여금 일정 수준 이상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동반한 거래를 꺼리게 함으로써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형사처벌에 대한 우려가 아니었다면 체결될 수도 있었을 쌍방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계약의 체결을 좌절시킴으로써 사회 전체의 이익을 저하시킬 위험이 있다. 각주5) 누구든지 채무를 불이행하기만 하면 사기죄로 고소되어 징역형을 포함한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에 노출되는 한편, 어떻게든 채무를 변제하여 채권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받아야만 형(刑)의 감경(減輕) 내지 석방(釋放)을 기대할 수 있다면, 사실상 인신구속을 채무변제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결과를 우리 사회공동체가 승인하는 것이 되어 버린다. 이것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을 형사상의 '범죄'로 규정하지 않은 입법자의 결단 내지 국민적 총의(總意, Konsens)에도 심각하게 역행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각주6) 이는 공소사실 중 『피고인은 2023. 11. 3.경···고소인에게 "자동차 머플러에 들어가는 부품인 벨로즈 인터락을 해외에 수출할 계획이니 이를 납품해 주면 그 대금을 지급해 주겠다'고 말하였다』는 부분으로부터 명확하다. 각주7) 앞서 말한 것처럼, 피고인은 원심 선고 당일 법정에서 구속되었다. 항소 후 당심 공판기일에서 변호인과 피고인이 자신들의 주장을 정리하고 입증방안을 모색하던 중 구금상태의 피고인이 집과 회사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찾을되었던바, 그 후 피고인은 자신이 오래전에 사용하였던 다이어리를 어렵게 찾아내어 수 있는 자료들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고, 실제로 피고인은 2025. 7. 24. 보석으로 석방변호인을 통해 2025. 9. 19.에서야 당심에 증거로 제출하였다. 각주8) 고소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고소인과 피고인은 2023. 12. 18.자로 "당시까지 공급한 부품의 대금 5,100만원을 2024. 1. 25.까지 입금한다"는 취지로 합의한 바 있다는 것(증거기록 제13쪽)인데, 고소인은 그 지급기한으로부터 단 7일 뒤인 2024. 2. 1.자로 당진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각주9) 이와 같이 피고인의 변소와 대립하는 소송관계인의 진술만이 유일한 증거일 경우에, 그 소송관계인 진술의 신뢰성을 판단함에 있어 유념하여야 할 또다른 사항은 "피고인과 대립관계에 있는 소송관계인의 전체 진술 중 일부는 일관성이 없거나 객관성·상당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보면서도, 다른 일부 진술에는 신빙성이 있다고 보아 그 부분만을 토대로 공소사실을 인정함에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각주10) 이는 특정인의 진술 중 일부 혹은 상당 부분에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 나머지 진술은 어떠한 경우에 신빙할 수 있게 되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달리 말하자면, "거짓말쟁이의 입에서 나온말은 어떠한 경우에 진실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답(결론)은 "그 나머지 진술부분에 대하여는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소극적인 신뢰요건 충족으로는 부족하고 오히려 그 부분만큼은 다른 증거에 의한 보강이 가능하다는 것과 같이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할 만한 특별한 사정의 존재가 적극적으로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각주11) 여기서 특히 유념하여야 할 점은, 특정인의 진술 중 일부에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그 문제된 일부분이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그 특정인 진술의 신빙성은 전체적으로 허물어졌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고, 위와 같은 조건의 충족을 이유로 일부 진술부분만을 떼어 내어 신빙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으로만 허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거짓말쟁이가 하는 말은, 명백히 거짓말임이 밝혀지지 않은 일부에 대하여서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이를 진실로 믿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각주12) 이러한 답변을 하는 상황은 공소사실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었던바, 검사는 연이어 "피고인이 먼저 자재를 갖다 줘야지 그때부터 생산이 가능하다는 말슴이니, 일단 9월에는 그냥 형식적인 의뢰만 받은 거네요?"라는 취지의 유도신문성 질문을 던졌고, 고소인은 그에 순응하여 "예"라고 대답하였다. 비록 피고인에게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증인이라고는 하지만 검사의 신문이 반대신문이었던 것은 분명하므로 형사소송규칙 제76조 제2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유도신문이 허용됨은 분명하고, 위 질문사항이 상당하지 아니한 방법에 의한 유도신문이라고 보아 제한할 수 있는 경우(제3항)는 아니다. 각주13) Q은 당심 법정에서 "C 업체와 최초 계약은 6~7월즘으로 제가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 첫 번째 초¦ 각주14) 기물량이라고 7월즘에 트라이얼 오더(trial oder)를 진행했을 때 그 물량 계약 건에 대해서는 문제없이 계약이 진행되었고요"라고 분명하게 증언한 바 있다. 본건에서 그 계약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각주15) 피고인이 위 계약 당일인 2023. 8. 30.자로 발행한 견적송장(Proforma Invoice, 공판기록 제27쪽 및 증거기록 제85쪽)에서는 납기를 2023. 9. 25.로 정하고 있다. 각주16) 이에 관하여는 당심 증인 Q도 "8월 말에 이 사건 수출 발주를 하면서 9월초까지 물건(부품)을 받기로 약정하였으니 대략 10여일이면 생산이 가능한 것을 전제로 협의(계약)가 진행되었다"라고 증언하여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각주17) 피고인은 그 무렵 다른 생산물량이 많아서 Q이 발주한 이 사건 부품을 생산할 여력이 없는 상태였는데, U실장이라는 직원이 그 수주를 받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고소인을 통해서 임가공을 한 적이 없었던 피고인이 유독 이 사건 부품과 관련해서는 고소인에게 임가공을 맡긴 것도 이러한 회사의 사정 때문이라고도 말(주장)한다. 각주18) 피고인 주장으로는 그 무렵 고소인으로부터 일감을 나누어달라는 요청 즉 임가공을 맡겨달라는 부탁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고, 고소인도 당심 법정에서 "우리는 OEM 자동차 것을 하고, 저기는 AS 타제품하면 됩니다. 차원이 틀립니다. 사실 자동차가 문제가 있으니까 우리한테 생산 맡기면 해줄¦ 각주19) 게 이런 얘기를 그 전에 1년에 한두 번 왔다 갔다 했어요 한 번 전화 한 것은 있습니다"라고 증언함으로써 자신이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음을 시인하였던바 있다. 각주20) 이는 Q의 "증인과 해외 수입상 바이어 측에서의 계약 관계는 아직 유지가 되고 있었고, 그쪽에서 일단 급한 것은 현지에서 조달을 했는데, 아직도 자동차 수리용 부품인 벨로즈 제품이 필요하다라고 하고 있었다", "일단 10월 30일 날에 공증서류를 마무리를 짓고, 그 후에도 저희는 아까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일단 제품이 필요하기는 했어요. 사실 C에도 그 당시에 그걸 했지만 자금이 없다라는 걸 저히한테 계속 얘기를 했었고요", "피고인도 그 얘기를 했었고, 저 또한 해외 바이어한테 피해보상에 대한 그것에 대해서 현금으로 바이어한테 줄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그때 생각한 것은 물건으로 받을 수 있으면 물건으¦ 각주21) 로 주면 여기서 손해는 더 이상 안 날 수 있겠다는 판단하에 그 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라는 당심 증언으로부터 명확히 확인된다. 각주22) Q은 당심 법정에서 "그 제품이 저희 바이어가 필요한 사이즈로 생산이 된 제품이기 때문에 제 생각으로는 C에서도 이 제품을 다른 데다 딸기 그러면 저희한테 그렇게 털어버리는 게 맞다고 생각을 했고,그런 이야기가 오간 시점은 11월 초인 것 같습니다"라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각주23) 가사 검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2023. 11. 3.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에도 피고인이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하고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최소한 검사가 제출하고 있는 위 증거들을 통하여서,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이 사건 부품의 납품을 요청할 당시에 피고인이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될 여지는 전무(全無)하다. 각주24) 고소인이 2024. 2. 22. 경찰에 제출한 「추가진술서」에서 주장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당초 이¦ 각주25) 사건 수사를 담당한 경찰은 이러한 고소인의 무리한 주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사실관계판단에 의거하여 '불송치 결정'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고소인이 위 불송치결정에 대하여 제기한 이의신청(증거기록 제1권 제2~4쪽)을 받아들여 조사를 진행한 검사는 적절한 증거취사 결정 없이 위와 같은 사실까지도 포함하여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함에 이르고 있다. 각주26) 당심 국선변호인이 2025. 9. 19. 제출한「변호인 의견서」의 제5쪽 참조. 이것은 이미 피고인 본인이 수사기관이나 원심법원에 제출하였던 자료를 변호인이 다시 정리하여 놓은 것이다. 각주27) 피고인은 2024. 3. 4. 경찰조사 당시 자산상황을 묻는 질문에 "월 수익은 따지기 어렵고, 연 수익은 4억원 정도 나옵니다. 현재 자산은 감정가로 30억원 정도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증거기록 제73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