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5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피고인이 운영하던 '주식회사 B(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의 사후적인 경영상 어려움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마스크 제조 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이 실패하여 피해자 유한회사 C, 주식회사 E(이하 '피해자 회사들'이라 한다)에 투자금을 반환하지 못한 것으로, 이 사건 사업 관련 투자 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 체결 당시 피고인에게 편취의 고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4년)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미필적 고의에 의하여도 사기죄는 성립되는 것인바,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8도443 판결 등 참조).
원심의 판단 요지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2020. 12. 5.까지 투자금을 전액 반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원심 판시 기재와 같이 편취 범의를 가지고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금전을 편취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피고인 회사의 2019년 재무제표에 의하면, 위 회사의 자본금은 110,000,000원, 부채는 총 849,082,402원으로, 회사 자본금보다 부채가 더 많았고, 위 재무제표에 당기순손익이 632,641,246원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피고인은 'Q'라는 회사와 허위거래로 세금계산서를 주고 받는 방식으로 매출을 발생시키도 하였다는 것인바, 결국 투자자들로 하여금 위 회사가 건실한 것으로 보이도록 꾸민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회사의 직원 급여는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기 전부터 이미 밀려있는 상태였고,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으로 약 38,000,000원의 급여를 지급하였다. 피고인은 2020. 7.경 무렵 발생한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수차례 약식명령을 발령받았다.
피고인은 2020. 7. 10. 본인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R의 법인통장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 중 52,000,000원을 송금하였다. 그러나 R는 2020년 7월 및 8월경 이미 영업 중단 상태였다.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P에게 반도체 검사 기계 조립대금으로 합계 25,300,000원을 지급하였고, 이는 마스크 사업과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
피고인은 2020. 6. 3. 주식회사 N로부터 대금 155,000,000원에 마스크 기계 1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2020. 6. 4.경부터 2020. 7. 2.경까지 합계 153,450,000원(대금의 90%)을 지급하였으며, 마스크 제조 기계를 납품받은 뒤 마스크 공장에서 마스크 생산을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피고인은 나머지 잔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피해자들이 지급한 돈으로는 2020. 7. 2. 38,200,000원을 지급함).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협약을 체결한 뒤인 2020. 7. 8.경 주식회사 M와 사이에 마스크 제조설비 2대를 260,000,000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같은 날 위 회사에 계약금 130,000,000원 중 100,000,000원만 지급하였다. 피고인은 위 회사가 피고인의 요청에 따라 마스크 제조 설비를 보완한 뒤 이를 검수하였음에도 중도금, 잔금을 지급하지 않아 주식회사 M는 피고인에게 위 설비를 인도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J에게 중국에서 마스크 제조 기계를 2대 수입해 달라고 부탁하였고, 기계 대금은 80,000,000원이었으나 피고인이 J에게 2020. 7. 14. 및 2020. 8. 4. 합계33,200,000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J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피고인은 마스크 제조 사업을 위하여 합계171,400,000원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주식회사 M, J에게는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기계를 납품받지 못하여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마스크 제조 사업과 관련 없이 합계 115,300,000원을 사용하였고, 나머지 113,300,000원도 그 사용처를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마스크 제조 사업에 사용하였다는 자료는 전혀 없다. 이와 같은 편취금의 사용 흐름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은 2020. 7. 2.경 피해자들과 협약을 체결할 당시 '마스크 제조 관련 사업을 원만히 진행하여 피해자들에게 2020. 12. 5.까지 투자금 전액을 반환할 수 없는 상태였음'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당장 눈앞에 놓은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금전을 편취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S과의 마스크 공급 계약이 불발되어 결국 사업이 실패하였던 것일 뿐 이라고 주장하나,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회사는 2020. 11. 17. U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1. 3. 10. 기계 설비공급계약,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인바, 위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들과 협약을 체결한 2020. 7.2.경 이후의 사정일 뿐이어서 범의를 판단하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정도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2020. 7. 2. 당시 이미 피해자들에게 2020. 12. 5.까지 투자금 전액을 반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뒤집지 못한다.
당심의 추가적인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편취 범의를 가지고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돈을 편취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이 사건 협약 제8조에는 '늦어도 2020. 12. 5.까지 투자자금 전액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나,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들에게 위 일자까지 투자금을 반환하지 못하였다.
피고인 회사와 피해자 회사들이 이 사건 사업에 관한 협약을 체결할 무렵, 피고인 운영 회사는 약 849,082,402원 상당의 부채가 있었고(증거기록 1권 126면), 직원들의 급여도 제때 지급되지 못하였던 상황이었다(실제로 피고인 운영 회사 계좌 거래내역에 의하면, 이 사건 투자금이 입금된 후 직원들의 급여 지급에 우선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증거기록 2권 101면 이하). 피고인은, 피고인 회사에 6억 원 가량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인 스스로도 이 사건 협약 체결 당시 회사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한 점(증거기록 2권 136면)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위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R에 관하여 '2012. 3.경부터 반도체 장비 제조, 설비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업한 것으로 2020. 7. 8.경부터는 실질적으로 사업이중단된 상태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증거기록 2권 132면), 이 사건 협약에 따른 투자금이 입금된 후 R 명의 계좌로 돈을 이체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하여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였다(증거기록 2권 133면 이하).
피고인 회사 명의 계좌에서 P 명의 계좌로 2020. 7. 21. 1,200만 원, 2020. 8. 3.800만 원, 2020. 8. 7. 530만 원이 각 이체된 것이 확인되는데(증거기록 1권 174면), 이는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반도체 장비 조립 대금으로 지급된 것으로(증거기록 1권 69면), 이 사건 사업의 이행과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결국 피고인이 이 사건 사업을 위하여 사용한 돈은 총 투자금 4억 원 중 원심에서 인정한 1억 7,140만 원뿐이며, 나머지 돈은 이 사건 협약에서 정한 내용과 무관한 용도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협약서에는 투자자금 사용계획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고(덴탈 마스크 설비 구입 계약금 약 1.5억 원, KF94 마스크 설비 구입 계약금 약 1.5억 원, 설비 Spare Part 구입 약 0.5억 원, 기타 운영비 지출 예정 약 0.5억 원, 증거기록 2권 10면), 이 사건 사업에 관한 '4억 투자시 자금활용 및 손익예상' 문서에서도 이 사건 투자금 사용 계획에 대하여 정하고 있는데(증거기록 2권 15면), 피고인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투자금을 피해자 회사들에 미리 통보한 자금활용계획과는 다른 용도에 사용하면서도 이에 대하여 피해자 회사들에게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았고, 그와 같은 자금지출에 대한 사후 동의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D은 경찰 피의자신문 대질 조사에서 '투자금 사용 용도를 제한한다는 내용이 투자약정서에 명시되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네, 그렇죠. 협약서 제4조에 투자자금 사용계획에 나와 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는바, 당사자들 사이에도 그와 같은 내용의 합의가 이루어졌었다고 봄이 타당하다(증거기록 2권 129면 이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회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투자금으로 사업을 진행하여 수익을 발생시키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자금 확보 방안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고인이 이 사건 투자금을 마스크 제작 기계 대금 잔액을 지급하는데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등 마스크 제작 기계를 확보하고 계약을 이행하려는 노력을 하였다고 볼 정황을 찾아보기 어렵고, 피고인은 이 사건 투자금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돈을 이 사건 사업이 아닌 다른 용도에 사용하였다. 만일 피고인이 이 사건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투자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 돈만을 이 사건 사업에 사용할 것을 피해자 회사들이 알았더라면 별다른 담보도 없이 각 2억 원의 거액을 이 사건 사업에 투자하지 않았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는 피해자 회사들로부터 이 사건 투자금을 편취할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한편 피고인은 시제품의 하자 발생, 납품계약의 불발, 부품 공급의 차질 등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앞서 본 것과 같이 이 사건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사업과 무관한 용도로 사용한 점, 피고인이 이 사건 투자금을 받은 이후 이 사건 협약에 따른 계약의 이행 및 투자금 반환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만한 정황도 발견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들고 있는 여러 사정들은 사기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제1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과 양형기준 등을 종합하여 볼 때에 제1심의 양형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거나, 항소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새로이 현출된 자료를 종합하면 제1심의 양형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항소심은 형의 양정이 부당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은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들을 기망하여 거액의 금원을 편취한 것으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
다만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중대한 범죄전력이 없고, 항소심에 이르러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들에게 일정 금액을 추가로 변제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여 피해자 회사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점, 피고인이 구금기간 동안 반성의 기회를 가졌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경제활동을 계속하여 피해자 회사들에 대한 나머지 채무를 변제하도록 하는 것이 피해자 회사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비롯하여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