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 A, B과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 중 원고 A, B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각자 부담하고, 나머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의 판결 이유는 원고 A, B이 이 법원에서 강조하거나 추가하는 주장에 관하여 아래 제2항과 같이 추가로 판단하고, 피고가 이 법원에서 추가하는 신의칙 항변에 관하여 아래 제3항과 같이 추가로 판단하는 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원고 A, B의 주장에 관한 추가 판단
주장의 요지
원고 A, B은 E회사의 채용공고에 따라 피고 창원공장에 채용될 당시 피고 직원인 생산관리부 자재보급과 F 과장의 면접을 거쳤고, 피고 소속 반장의 지시에 따라 업무배치를 받았다. 이후 주된 업무로 지게차와 트랙터의 배터리 충전업무를 담당하였지만, 피고 소속 반장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자재 및 부품의 보급·서열, 공렉 회수, 조립라인 페인트 작업 등 자동차 생산 공정에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있는 업무를 함께 담당하였다. 그 밖에 피고가 작성한 표준작업서, 단위작업서에 따라 작업하였고, 피고 소속 반장으로부터 교육, 업무지시, 근태관리를 받았으며,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동일하게 정하여진 작업시간, 식사시간, 휴식시간을 적용받았고,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동일한 생산계획에 따라 연장·야간·휴일근무를 하였다는 점은 나머지 원고들과 동일하다. 따라서 원고 A, B과 피고 사이에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 관계가 있어 고용이 간주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원고 A, B의 근로자지위확인과, 고용간주된 이후인 2013. 8월부터 2016. 7월까지 기간 동안 피고 소속 근로자로서 제공한 근로에 대한 임금에서 위 원고들이 사내협력업체로부터 지급받은 임금과 퇴직금을 공제한 차액의 지급을 구한다.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갑 제88, 93, 134 내지 14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 A, B이 이 법원에서 제출한 갑 제130 내지 145호증을 보태어 보더라도 ‘위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을 뒤집기에 부족하고, 달리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제1심에서, 원고 A은 ‘생산관리부 자재보급과 소속으로, 지게차 배터리 교환·충전·수리 업무를 현재까지 동일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하였고, 원고 B은 ‘현재까지 충전실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하였다. 그런데 위 각 진술서에는 이 법원에서 주장내용으로 추가한 ‘자재 및 부품의 보급·서열, 공렉회수, 조립라인 페인트 작업’ 등에 관한 언급이 없다.
원고 A, B이 이 법원에서 제출한 갑 제134호증 ‘05년 10월 DC 수입직 근무편성도’와 갑 제135호증 ‘충전실 일일 점검일지’도, 위 원고들이 충전실 관리 및 배터리 교환 등 업무를 담당하였음을 보여줄 뿐이고, 오히려 위 근무편성도에는 원고 B, A에 대한 ‘안전관리, 인원관리, 근태관리, 장비관리’ 등 업무를 수급업체인 E회사 소속 근로자였던 H과 I이 담당하였던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원고 A, B은 이 법원에서 제출한 위 갑 제135호증과, 갑 제136호증 ‘세안기 점검일지’, 갑 제137호증 ‘밧데리 케이블 점검 리스트’, 갑 제138호증 ‘창원공장 충전전원 공급장치 안전점검 결과’에 대하여, ‘2007년 라인 재배치 전까지는 피고 소속 반장들의 결재를 받았다’고 주장하나, 위 각 증거에는 아무런 결재가 없거나 오히려 E회사 소속 직장의 결재서명이 있을 뿐인 데다, 설령 2007년 이전에 원고 A, B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근로관계의 실질을 달리 볼 만한 사정이라고 보기에 부족하다. 갑 제141 내지 145호증 각 ‘진술서’ 역시, 부동문자로 인쇄된 진술서 용지에 E회사 소속 직원인 진술인들이 각자의 이름, 주소, 근무 시작일 만을 수기로 써넣은 것으로서 원고 A, B 본인의 주장을 넘는 객관적 증거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원고 A, B이 피고로부터 교부받았다고 주장하는 갑 제139호증 ‘안전작업절차서’에는 오히려 E회사의 표장이 삽입되어 있고, ‘관리감독자’ 및 ‘승인자’도 각각 E회사 소속의 J로 기재되어 있다.
원고 A, B은 피고가 작성한 갑 제140호증 ‘안전개선활동사례’(“충전실 작업시간에는 작업장 내로 이동인원이 없도록 홍보 및 출입금지판 부착”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를 이 법원에 제출하면서 그것이 피고의 위 원고들에 대한 안전개선 관련 지시의 증거라고 주장하나, 산업안전보건법 제62조 이하의 규정에 따르면,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도급인은 필요한 안전조치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위 주장사실만으로는 근로자파견 관계의 존재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소결
원고 A, B이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한 위 원고들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피고의 신의칙 항변에 관한 추가 판단
항변의 요지
원고들은 오랜 기간 사내협력업체 소속임을 전제로 행동하였고,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청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그 권리행사의 기대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였다. 피고는 지방고용노동청 특별근로감독, 검찰수사 등을 통해 사내협력업체들과의 관계가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 받아, 그들과의 도급관계가 적법한 도급이라는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피고가 원고들을 포함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여야 하게 된다면, 피고로서는 예측할 수 없었던 재정적 부담을 안게 되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된다. 따라서 원고들의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판단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이라 한다)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한다. 여기서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19.2.14. 선고 2015다217287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 즉 피고의 창원공장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소속 노동조합을 통하여 이미 2005년경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여 조사가 진행되었고, 그에 따라 당시 피고 대표이사와 일부 사내협력업체 대표자들이 파견법위반으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2013.2.28. 관련 형사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점, 일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선고받았고 2016.6.10. 관련 민사판결이 확정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을 제23 내지 52호증 등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에게 적법한 도급관계에 관한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항변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 A, B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원고 A, B의 청구와 나머지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같이한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 A, B과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관용
판사 채동수
판사 권보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