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등법원판결

부산고등법원 2003. 1. 29. 선고 2002나9899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 중 원고에게 파산자 주식회사 B에 대하여 124,780원을 초과하여 파산채권이 있음을 확정한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제1, 2심 소송비용은 이를 5분하여 그 1은 피고의, 나머지는 원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이유

2.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제1호증, 을제2, 3호증, 을제4호증의 1 내지 30, 을제5호증의 1 내지 5, 을제6호증의 1, 2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D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주식회사 B(이하 B이라 한다)에 1993. 6. 4.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2000. 10. 27. 퇴직하였다.

나.

B은 부산의 중심상권이 기존의 광복동, 남포동 일대에서 서면일대로 옮겨지자매출이 격감하여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던 중 1997년 말 외환위기까지 겹쳐지면서 유동성 악화로 1997. 10. 21. 부도를 내었다.

다.

B이 부도난 후 1998. 4. 13.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화의개시결정을 받게 되자, 임,직원들 사이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부산의 항토백화점을 살리자는 여론이 생겨 이에 호응하는 한편, 화의인가를 받기 위한 자구노력도 필요하여 1998. 5. 하순경 먼저 과장급 이상 간부직원들이 회사 살리기를 위한 매출증대, 비용절감 등 자구방안을 논의하던 중 그 일환으로, B 임직원 일동은 회사에 영업이익이 날 때까지 임원은 급여를 삭감하고, 직원들은 향후 상여금을 반납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다. 당시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경우 장기근속자들의 퇴직금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임금삭감 대신 향후 상여금을 반납하는 것으로 결의하였다.

라.

간부직원들이 위와 같이 결의하고 결의서를 만들어 서명까지 한 후, 각 부서장들은 단위부서별로 소속 직원들을 모아 놓고 자체 회의를 개최하여 회사 재정의 어려움과 회사 살리기 운동의 취지, 상여금 반납결의 경위와 취지 등을 설명하고, 의견개진 절차를 거쳐 위와 같은 내용의 결의에 동의하는 직원들로 하여금 결의서에 자발적으로 서명하게 하였다.

마.

이런 과정에서 원고를 포함한 일부 직원은 불만을 토로하며 위 결의에 부동의하기도 하였고, 일부 부서의 직원들은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동의하기도 하였으나 전체 직원 362명 중 305명(84.2%)이 위 결의에 동의하고 결의서에 서명하였다(이하 이 사건 반납결의라 한다).

바.

이에 B의 대표이사는 전직원이 모인 조회자리에서 직원들이 상여금을 반납해 가면서 회사 살리기에 동참해 준 것에 대하여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한편,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하여 추석과 설에 이른바 떡값을 따로 지급하기도 하였다.

사.

B은 위와 같은 자구노력으로 화의인가는 받았으나, 이른바 IMF 사태의 여파와 계속되는 경기침체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영업이익을 계속 내지 못하다가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2001. 1. 29. 화의취소결정을 받고, 같은 해 6. 22. 파산선고를 받았으며, 같은 날 그 파산관재인으로 C가 선임되었다(이하 피고라고만 한다).

아.

이 사건 반납결의 당시 B에는 종업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었다(B의 노동조합이 1987. 9. 1. 설립되었으나 조합원 수가 90명 정도에 불과하였고, B의 부도 이후 그 활동이 사실상 거의 없는 상태였다).

자.

B의 취업규칙(1984. 6. 30. 제정, 1991. 7. 1. 개정)은, 상여금은 입사 1년 이상의 종업원에 대하여 기본급의 500%, 입사 3개월 이하의 신입 종업원은 3만 원, 경력 종업원은 기본급의 30%, 입사 4개월 이상 6개월 이하의 신입 종업원은 기본급의 30%, 경력 종업원은 기본급의 50%, 입사 7개월 이상 12개월 미만의 신입 종업원은 기본급의 50%,경력 종업원은 기본급의 100%를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제56조), 단체협약은, 입사 12개월 이상의 종업원에게 설날, 6. 30., 7. 31., 추석, 12. 31. 각 기본급의 100%에 해당 하는 상여금을 지급하고, 단 영업실적에 따라 특별상여금을 따로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43조).

차.

B은 1998. 6.부터 2000. 9.까지 원고에게 취업규칙에 따른 상여금 합계 4,771,990원(이하 이 사건 상여금이라 한다)과 연차수당 124,780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카.

원고는 위 법원이 정한 파산채권의 신고기간 내에 위 상여금과 연차수당 채권을 파산채권으로 신고하였으나, 피고는 2001. 9. 19. 이에 대하여 전부 이의를 제기하였다.

2.

상여금 채권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B이 원고의 재직 당시 시행되던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 따라 원고에게 상여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1998. 6.부터 2000. 9.까지 이 사건 상여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며 그 지급을 구함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상여금은 위에서 본 B 직원들의 이 사건 반납결의에 의하여 포기되었으므로 이에 응할 수 없다고 다투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먼저, 이 사건 상여금 반납결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반납결의는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므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B의 직원들은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취업규칙의 변경으로 볼 수 없고, 취업규칙의 변경으로 보더라도 이는 단체협약에 반하는 내용으로 변경된 것이므로 그 효력이 없고, 더구나 원고는 이 사건 반납결의에 서명하거나 동의한 사실도 없으므로 원고에게는 그 적용이 없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그러므로 먼저 이 사건 반납결의가 적법한 회의방식에 의한 것으로서 취업규칙의 적법한 변경에 해당하는지와 원고에게도 그 효력이 미치는지에 대하여 함께 살피건대, 원칙적으로 장래에 발생할 상여금을 반납함으로써 상여금지급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상여금 등을 포함한 근로조건에 관한 일반적인 규율을 목적으로 하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근로자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얻은 경우에 한하여 그 효력이 있다고 할 것이고, 동의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할 것이나 그 회의방식은 반드시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전체 근로자가 일시에 한자리에 집합하여 개최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상호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고 할 것인데,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비록 B의 직원들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상태에서 일시에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개최하여 이 사건 반납결의를 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B의 직원들은 과장급 이상 간부직원들이 위와 같이 상여금의 반납결의를 하자 각 부서별로 회의를 개최하여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직원들 상호간에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를 가진 후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그 동의 여부를 결정하고, 이를 다시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반납결의를 하였던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반납결의는 회의체 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로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어서 적법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해당하고, 취업규칙이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불이익하게 변경된 이상 유효한 법규범으로 작용하므로 원고가 비록 이 사건 반납결의에 개인적으로 동의한 바 없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도 일반적으로 적용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B은 위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라 그때부터 영업이익이 날 때까지 원고에 대한 상여금 지급의무가 없다 할 것이므로, B이 변경전의 취업규칙에 따라 상여금 지급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2)

다음으로 이 사건 반납결의 내용이 단체협약에 반하는 내용으로 변경된 것이므로 그 효력이 없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피건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에 반하는 취업규칙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단체협약이 체결되기 전부터 존속하던 취업규칙이 단체협약에 위반되는 내용을 포함하거나 단체협약 체결 당시에는 위반사항이 없던 취업규칙의 일부 또는 전부를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에 반하는 내용으로 변경하는 경우 그 부분을 무효로 한다는 의미이고, 더욱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상시 사용되는 동종의 근로자 반수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된 때에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사용되는 다른 동종의 근로자에 대하여도 당해 단체협약이 적용되나 B의 경우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노동조합이 없어 그 노동조합과 B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이 동종의 근로자에 대하여 일반적 구속력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상여금을 포함한 근로조건에 관한 규율을 목적으로 하는 보수규정 등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으로서 근로자 과반수의 적법한 동의를 얻은 경우에는 그것을 무효라고 할 수 없다 할 것인데, 이 사건 반납결의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회의체 방식에 의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취업규칙의 적법한 변경에 해당한다 할 것이어서 원고의 위 주장도 모두 이유 없다.

3.

연차수당 채권에 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파산 회사에 대하여 124,780원의 연차수당 채권을 가지고 있고, 위 채권은 파산 회사의 파산 선고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임이 분명하므로 파산채권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위 연차수당 채권을 포기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는 파산 회사에 대하여 124,780원의 파산채권을 가지고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할 것인바, 원고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인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고 피고의 항소는 일부 이유 있으므로 위에서 인정한 파산채권액을 초과하여 인정한 피고의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종백(재판장) 김태경 소영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