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유죄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이유
심판범위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의 점 및 각 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하여는 이를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공소를 기각하였는데, 피고인만이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에 관하여 항소를 제기하여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은 항소기간의 도과로 분리·확정되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에 한정된다.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의 점과 관련하여, 피고인은 주식회사 I(이하 'I'이라 한다)과 적법하게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I이 하도급계약에 따라 실제 공사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그에 따른 기성금을 정당하게 지급하였을 뿐, 공사대금을 허위 또는 과다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 H의 법인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없고, 망 N이 I의 실제 사주라는 사실도 하도급계약 체결 당시 전혀 알지 못하였으므로 망 N과 횡령을 공모한 사실도 없다.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징역 3년)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G은행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주식회사 H(이하 'H'이라고 한다)의 대표이사이다.
피해자 H은 2005. 12. 22.경 J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이하 '이 사건 도시개발조합'이라 한다)으로부터 경주시 K 및 L 일원 약 556,160m²의 부지(이하 '이 사건 공사현장'이라 한다)를 주거지역 등으로 개발하는 사업(이하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이라 한다)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 업무 및 토목공사 부분을 일괄 수급 받아, 2006년 하반기부터 위 도시개발사업의 토목공사 등을 시행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2007. 12. 초순경 위 도시개발사업 현장사업소장인 M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현장의 부지 정지작업에 필요한 토사를 한국철도시설공단 영남지역본부(이하 '철도시설공단'이라 한다)로부터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는 보고를 받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피고인은 피해자 H의 도시개발사업을 총괄하는 본부장이자 I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N과 공모하여 위 토목공사 중 토공사 부분을 피해자 H이 I에 하도급을 주되 공사대금을 과다 지급하여 피해자 H의 회사자금을 횡령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08. 1. 31.경 부산 동구 O 소재 피해자 H 사무실에서 피해자 H이 I에 위 토목공사 중 토공사 부분을 65억 7,800만 원에 하도급을 주는 내용으로 계약(이하 '이 사건 하도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I로 하여금 토공사를 담당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I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실제 담당한 토공사는 거의 없었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위 토공사 중 85% 가량의 비용이 소요되는 토사반입은 무료로 이루어졌던 관계로 피해자 H이 그 부분에 대하여는 공사대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피해자 H의 대표이사로서 회사 자금을 관리하던 중 2008. 4. 28.부터 2008. 12. 24.까지 사이에 9회에 걸쳐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와 같이 I에 토사 반입 대금 명목으로 합계 1,780,540,440원을 지급해주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망 N과 공모하여 피해자 H의 자금을 횡령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알 수 있는 피고인과 I 또는 망 N의 관계,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체결 경위와 내용, 계약의 이행 및 하도급대금의 지급 내역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H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망 N과 공모하여 업무상 보관하던 H의 자금을 개인자금과 같이 사용․처분하기 위한 수단으로 I과 형식적으로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I에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H의 자금을 무단으로 인출하였다고 판단하였다.
피고인의 형인 망 N과 동생인 B 등 피고인의 형제들은 I이 설립되기 이전부터 피해자 H 등과 같은 G은행의 건설 관련 특수목적법인 또는 관계회사의 임직원으로 수년간 근무하였고, 피고인도 2002년 이전부터 BA회사 등 G은행의 특수목적법인 또는 관계회사의 임직원으로 근무하다가 2002년경 피해자 H의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 다음 2003. 12.경부터 2011. 2.경까지 피해자 H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
피해자 H은 2005. 12.경 이 사건 도시개발조합으로부터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 중 토목공사 등 일부 공사를 수주하였는데, 망 N은 그 수주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였을 뿐 아니라 수주 이후에도 사업의 진행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였고, 위 토목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직후인 2007. 3.경 내연녀 AE을 명목상의 대표이사로 내세워 I을 설립하였다.
한편 피해자 H의 현장소장 등 임직원은 이 사건 공사현장의 부지정지작업에 필요한 토사를 구하기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던 중 2007. 11.경 인근의 경주고속철도 노반시설공사현장에서 상당량의 토사를 무상으로 반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현장소장 M 등은 업무보고 등을 통해 피고인과 망 N 등에게 그러한 토사 반입 관련 사항을 보고하였고, 피고인과 망 N은 토사 무상반입 추진을 지시하였다.
그에 따라 피해자 H은 2007. 12. 7.경 철도시설공단에 경주고속철도 노반시설 공사현장에서 토사를 지원하여 달라고 요청하여 2007. 12. 14.경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2007. 12.경부터 162,618m³ 상당의 토사 제공이 가능하고 이후에도 요청에 따라 추가로 토사를 무상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았고, 실제로 그 무렵 회신 내용과 같은 양의 토사가 무상으로 반입되었다. 그 이후에도 피해자 H은 철도시설공단에 추가로 토사 지원을 요청하여 2008. 2. 14.경 269,055m³ 상당의 토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피해자 H은 위와 같이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무상으로 토사를 제공받고 있던 중인 2008. 1. 31. I과 사이에 토사반입을 포함한 토공사 부분(이하 '이 사건 토공사'라 한다)을 I이 대금 65억 7,800만 원(부가가치세 598,000,000원 포함)에 하도급 받아 시행하는 내용의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계약에 따르면, I은 토사깎기, 토사운반, 토사쌓기, 표토제거, 규준틀 설치, 기존 구조물 철거 등의 작업을 수행하고 공사대금으로 65억 7,8000만 원을 지급받는데, 총 공사대금의 약 83%에 이르는 49억 8,700여만 원은 토사운반에 소요되는 비용이고, 그 토사운반 비용 중 49억 8,000만 원이 순성토 비용(외부에서 토사를 반입하는 비용)이며, 나머지 700여만 원은 사업장 내에서 덤프트럭 등으로 토사를 운반하는 비용으로 산정되어 있었다. 피해자 H로서는 경주고속철도 노반시설공사현장 등에서 무상으로 반입되는 토사에 해당하는 비용을 I에게 하도급대금으로 지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에도, 이 사건 하도급계약은 외부에서 반입되는 토사 전부가 유상으로 제공되는 것을 전제로 I에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었고, 무상으로 반입되는 토사에 상응하는 대금을 면제하거나 지급된 대금을 피해자 H에 반환하기로 하는 이면약정은 없었다. 이러한 계약의 주요 내용은 망 N의 지시에 따라 정해졌고, 피고인이 피해자 H의 대표이사 지위에서 최종적으로 계약의 체결을 승인하였다. 당시 J지구는 R지구와 함께 피해자 H의 핵심 사업지로서 경영진이 상당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고, I이 하도급 받은 토공사 부분도 피해자 H이 수주한 전체 공사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피해자 H의 개발사업팀장 등에게 이 사건 토공사를 I이 하도급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요청하는 등 하도급계약의 체결에 직접 개입하였다.
한편 피해자 H은 2007. 12. 12.경부터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무상으로 토사를 제공받기 시작하여 무상반입 토사량이 2008. 4. 15. 무렵에는 약 400,000m³, 2008. 6. 8. 무렵에는 약 536,355m³에 이르렀고, 그 외에도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공사현장, 경주 시내의 아파트 공사현장 등에서 무상으로 토사가 반입되어 이 사건 토공사에 필요한 외부반입 토사의 거의 대부분이 무상반입 토사로 충당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 토공사와 관련한 장비업체 및 공사인부의 선정과 관리·감독 등의 업무의 대부분은 피해자 H의 임직원이 수행하였고, 그러한 장비나 인부의 운영과 관련한 비용(장비대, 유류대, 인건비 등)은 피해자 H이 I을 통하지 않고 장비업체나 인부 등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처리하였다.
그럼에도 I은 자신이 장비업체 및 공사인부 등을 동원하여 외부에서 유상으로 토사를 반입한 것처럼 순성토 비용, 자재비, 노무비 등을 공사대금으로 산정하여 기성금청구를 하였고, 피해자 H은 2008. 4. 28.부터 2008. 12. 24.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1) 기재 각 금액을 I에 대한 순성토(토사운반) 비용 명목으로 지급하였다. I은 이 사건 토공사를 수행할 만한 인력을 현장에 배치하지도 않았고 기성금청구 등의 업무도 피해자 H의 직원이 담당하여 처리하였다.
피해자 H의 현장소장 등 일부 임직원은 이러한 계약 체결 및 이행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피고인과 망 N이 I의 배후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였고, 그에 따라 피해자 H과 I 사이에 여러 번에 걸쳐 하도급대금을 감액하는 변경계약이 체결되었다가 최종적으로 대금을 3,856,490,000원으로 감액하는 변경계약이 체결되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무상으로 반입된 토사가 유상으로 반입된 것처럼 허위로 기성금청구를 하고 지급하는 행태는 지속되었다. 그 과정에서 I에 지급된 자금이 피해자 H의 용도로 사용되거나 피해자 H에게 반환된 정황은 없었다.
피고인은 피해자 H의 대표이사로 수년간 재직하면서 G은행의 건설 관련 사업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으나 정작 피해자 H의 지분은 보유하지 못한 전문경영인에 불과하였고 망 N도 비슷한 처지였다. 그리고 피해자 H은 주요 자금의 집행과 관련하여 G은행의 통제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과 망 N이 피해자 H의 자금을 운용하는 데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르고 있었다. 피고인과 망 N으로서는 I이라는 별도 회사의 설립과 하도급 공사의 발주를 통해 그러한 제약에서 벗어나 피해자 H의 자금을 운용·처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여지가 있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하도급 계약 체결 당시부터 피고인과 망 N이 I의 실제 운영자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고, 실제로 망 N의 사망 직후에 피고인의 동생인 B이 대표이사로, 피고인의 처와 처남 등이 이사 등의 임원으로 각 등재되어 I의 경영에 관여하기도 하였으며, 피고인이 2008. 7.경 대표이사 가지급금을 변제하기 위하여 망 N을 통해 I의 계좌에서 피해자 H의 계좌로 5억 원가량을 송금받기도 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피고인과 망 N의 공모 여부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수사 초기부터 I의 실질적인 사주가 망 N이라는 점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2008년 하반기에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공모관계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하고 있는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망 N과 횡령을 공모하였다는 원심의 판단은 충분히 수긍이 간다.
먼저 피고인은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망 N이 I의 실질적인 사주라는 사정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나, ㉠ CH회사과 H은 모두 G은행의 관계회사로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였고, 피고인의 형인 망 N은 형식적으로는 CH회사의 직원이었으나 실질적으로 H의 본부장의 직책으로 H의 일을 처리한 점, ㉡ 이 사건 하도급계약이 체결될 무렵 H의 대부분의 직원들이 I의 실제 사주가 망 N이라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음에도, 유독 망 N의 동생인 피고인만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 ㉢ 피고인은 주간공정회의나 직원조회시 수시로 "I은 우리의 SPC이다"라고 말하였다는 점(증거기록 2,258쪽)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무렵 망 N이 I의 실제 사주임을 알았음이 넉넉히 인정된다.
나아가 ㉠ H이 이 사건 하도급계약에 따른 기성금으로 I에게 2008. 4. 28. 86,275,711원을, 2008. 5. 16. 기성금으로 52,100,621원을, 2008. 6. 17. 35,233,652원을 각 지급하다가, 피고인의 BC군의회 의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하여 그 자금출처 등에 관한 검찰조사가 진행되자, 2008. 7. 16. 그 금액을 대폭 늘려 816,253,934원을 지급한 점, ㉡ 이에 망 N이 2008. 7. 24. I의 자금에서 5억 원을 인출하여 피고인의 H에 대한 대표이사 가수금 채무를 변제한 점, ㉢ 그런데 피고인이 그 다음날 H 경리부장 V을 불러 I의 법인통장에서 H의 법인통장으로 5억 원이 입금되면 자금 흐름이 드러난다는 이유로 위 5억 원을 망 N에게 다시 반환하라는 지시하였고, 그에 따라 H 계좌에서 5억 원이 인출되어 망 N에게 다시 지급된 점, ㉣ 이후 망 N은 2008. 7. 25.부터 2008. 10. 9.경까지 수십 회에 걸쳐 합계 금 539,000,000원의 현금을 가져와 피고인의 가수금 채무를 변제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망 N은 I에 지급된 하도급대금 중 일부를 빼돌려 피고인의 가수금 변제 등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은 이 사건 하도급계약이 정당하게 체결되었고, 실제 I이 실제 공사를 수행하였다고 주장하나, 원심이 적절히 지적하고 있는 사정에다가,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보태어 보면, 이 사건 하도급계약은 H의 자금을 횡령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체결된 것에 불과하고, I이 공사를 실제 수행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은 충분히 수긍이 간다.
종합건설면허를 가지고 있어 이 사건 토공사 부분을 직영할 수도 있었던 H로서는 2007. 11.경 철도시설공단으로 상당한 양의 토사가 무상으로 반입될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토공사 부분을 I에 하도급 줄 이유가 없었다고 보이며, 실제로 2008. 1. 31.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주식회사 동부건설중기를 통해 토사를 운반하거나 불도저 등 장비를 임차하여 토지 정지작업을 하는 등 토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공사대금 중 토사운반비는 약 49억 원에 이르므로, 만일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상당량의 토사가 무상으로 반입될 경우 수십억 원의 공사비가 절감될 수 있음은 쉽게 예상할 수 있음에도, H이 토사가 전부 유상으로 들어 올 것을 전제로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과 변호인은 이 사건 하도급계약 체결 당시에는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얼마의 토사를 언제까지 받을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여 이를 계약사항에 반영하기 어려웠고, 2008. 5.말까지 그때까지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의 무상반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그때까지 무상으로 들어온 반입량을 기초로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공사대금을 6,578,000,000원에서 3,416,380,000원으로 감액한 것이라고 변소하고 있다. 그러나 ㉠ M이 2007. 12.경 이미 피고인에게 이 사건 공사현장의 부지 정지작업에 필요한 토사 대부분이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무상으로 반입될 수 있다고 보고하였고, 실제 위 보고대로 상당한 양의 토사가 무상으로 반입되었다는 점, ㉡ 2008. 1. 31.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도 향후 상당량의 토사가 무상으로 반입될 것이 예상되고, 그에 따른 공사대금 감액 요인이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었으므로, H로서는 향후 실제 무상으로 반입된 토사량을 토대로 대금을 감액할 수 있다는 등의 조건을 제시하고 그러한 조건을 계약사항에 포함시키는 것이 상당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는 점, ㉢ 심지어 이 사건 하도급계약과 관련하여 실무를 처리한 M은 거래상대방인 망 N으로부터 계약조건을 포함한 제반사항을 지시받아서 그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였다는 점, ㉣ 이 사건 하도급계약 체결 후 W 부장 등 일부 직원이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고 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였고, 이러한 이유로 2008. 6. 1. 공사대금을 감액하는 변경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와 같은 변소는 설득력이 없다.
I이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실제 수행하였는지 여부와 관하여 보건대, M, Y의 수사기관 및 원심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업무처리는 H 현장소장인 M 등이 처리하였고, I에서는 현장소장으로 Y를 상주시켰지만, Y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하도급계약의 이행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잡무만을 처리하였을 뿐, 하청업체를 물색하여 하청을 주거나 토공사를 하는 데에 필요한 장비를 구매 또는 임차하는 등과 같은 실질적인 업무는 처리하지 않았다는 점, 심지어 Y를 채용하여 I에 일하도록 지시한 사람 역시 M이라는 점, 한편 이 사건 공사현장에 Y 외에도 CI, BS 등 일부 직원이 충원되기도 하였으나, 이들이 충원된 시점은 피고인과 H에 대한 검찰조사가 진행되던 무렵이라는 점 등이 확인되는바,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I이 공사대금이 65억 7,800만 원에 이르는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수행할만한 현장인력을 배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기성금의 산정과 그 지급 절차와 과정 등에 관하여도 보건대, ㉠ 망 N이 M에게 I에 지급할 기성금 액수를 매달 미리 정하여 주었고, M이 망 N이 정해 준 액수를 Y에게 그대로 전달하여 주면, Y가 그 금액에 맞추어 다시 H에 기성금을 청구하는 절차를 밟은 점, ㉡ H은 위와 같은 경위로 책정된 기성금 전부를 I에 지급한 것이 아니라, I 의 재하도급 업체들에게 공사대금을 우선 직불처리한 후, 직불처리하고 남은 금액을 관리비 명목으로 I에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 ㉢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실제 공사와 관련된 제반 업무를 처리한 것은 H이고, I이 공사를 수행한 것은 없거나 극히 미미하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H은 토사 무상 반입으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초과 이윤을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형식을 빌어서 I에 나누어 준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각 범행은 피고인이 이 사건 도시개발조합으로부터 도급받은 공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토사가 무상으로 반입되어 막대한 이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자, 망 N과 그 이윤을 빼돌리기로 공모하여 I과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형식적으로 체결한 후 I에 지급할 필요가 없는 토사 반입 비용 등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법인자금을 횡령하고, 피고인이 피해자 H에서의 대표이사로서의 지위와 근무경험 등을 이용하여 수년간 법인자금을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출금 또는 송금하여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하는 방법 등으로 횡령한 것으로, 범행기간, 방법, 피해규모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점,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인한 횡령 액수가 27억 원이 넘는 거액이라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한편, 이 사건 토공사 하도급 관련 횡령 범행의 경우 범행 수익의 대부분을 망 N이 가져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실제 이득을 취득하였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는 점, 한편 피고인은 피해자 H의 실제 주주인 G은행의 경영진에 의해 H의 전문경영인으로 발탁되어 H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G은행의 지시와 통제 하에 업무를 처리하였고, 이 사건 각 횡령 중 일부는 G은행의 경영진의 지시를 받아 그들의 이익을 위하여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H의 주주들 전부 및 H의 실제 사주인 G은행의 임원진이 2008. 12. 10. 피고인에게 '피고인이 H 대표이사로서 회사경영 및 업무 집행과 관련한 일체의 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원하지 아니하고, 향후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처불불원서 및 확인서를 작성하여 준 점, 피고인이 BA회사에 대한 구상금 채권 6억 1,600만 원을 피해자 H에 양도하였고, 가지급금 상환으로 2010. 10.경 8,000만 원, 2010. 11.경 1,500만 원을 반환하고, 2013. 12.경 H이 임직원들에게 체납한 임금 합계 3,600만 원 상당을 대신 변제하였으며, 당심에 이르러 2014. 6. 24. 피해자 H을 위해 8,000만 원을 공탁하는 등 나름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V, M 등 H의 임직원들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이 사건 각 범행은 판결이 확정된 뇌물공여죄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정하여야 하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위와 같은 여러 정상들과 피고인의 나이, 직업,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 및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량의 범위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