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등법원판결

부산고등법원 2015. 7. 15. 선고 2014나4088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 입주기업체를 위한 전기, 증기, 각종 용수의 생산 및 공급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2009. 11. 20. 까지 피고 회사에서 물처리 설비, 유연탄 이송설비 관리 및 청소 등의 업무를 수행하던 근로자들이다.

나.

피고는 경기침체로 인한 경영위기로 구조조정 대상자를 선정하여 명예퇴직의 기회를 부여하였는데, 2009. 11. 17.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E, 원고 A, B을 포함한 4명에 대하여 해고통지를 하였고, 이에 원고들과 E는 2009. 11. 20. 피고와 사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명예퇴직에 관한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를 하고 피고에게 명예퇴직원을 제출하였다.

다.

피고는 2009. 12.경 E를 대표로 한 'F'와 사이에, 'F'가 2010. 1. 1.부터 2012. 12. 31.까지 피고의 물처리 설비 및 유연탄 이송설비의 정상운전을 위한 시설물 관리 및 청소 역무를 수행하고, 피고는 'F'에게 월 21,638,000원을 대가로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고, 원고들은 'F'에서 기존에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던 것과 같은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였다.

라.

피고는 2011. 11. 23. 'F(대표 E)'에 2012. 12. 31.자로 피고와 'F' 사이의 물처리설비, 유연탄 이송설비 관리 및 청소 등에 관한 도급계약 기간이 만료됨을 통보하고, 원고들에게 2013. 1. 1.부터는 근로제공의 수령을 거부할 것임을 통보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2, 3, 4, 5호증(이하 특별히 가지번호를 기재하는 이외에는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및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의 명예퇴직 이후 형식적으로는 'F'의 대표인 E가 원고들의 사용자 지위에 있었으나 실질적으로는 피고가 원고들의 채용, 업무 지시, 임금 지급 등 근로관계에서의 모든 권한을 행사하였으므로, E는 피고의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하고 피고가 원고들의 실질적인 사용자이다. 따라서 이 사건 도급계약 기간의 만료에 불구하고 원고들은 여전히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고, 아울러 피고는 원고들에게 2013. 1. 1. 부터 원고들의 근무 복귀 시점까지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할 수 있으려면, 원고용주는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 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사실상 당해 피고용인은 제3자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제3자이고, 또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제3자이어서 당해 피고용인과 제3자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1979. 7. 10. 선고 78다1530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5다75088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의 형식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2859 판결 등 참조), 특히, 종전에는 단순한 근로자에 불과하였다가 어떠한 계기로 하나의 경영주체로서의 외관을 갖추고 종전의 사용자(모기업)와 도급계약을 맺는 방법으로 종전과 동일 내지 유사한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게 된 경우(이른바 소사장의 형태를 취한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스스로 종전의 근로관계를 단절하고 퇴직한 것인지, 아니면 그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형식적으로 소사장의 형태를 취하게 되었는지 여부, 작업수행과정이나 노무관리에 있어서 모기업의 개입 내지 간섭의 정도, 보수지급방식과 보수액이 종전과 어떻게 달라졌으며 같은 종류의 일을 하는 모기업 소속 근로자에 비하여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여부 등도 아울러 참작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3. 11. 선고 2004두916 판결, 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1도5995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갑 제8, 9, 10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E, G, H의 각 일부 증언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들이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라 피고에게 제공한 근로의 내용이 종전의 그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고, 'F'에는 피고 회사에서 명예퇴직한 원고들 및 E, I 이외에 다른 채용절차를 거쳐 채용된 근로자가 없었던 점, 'F'는 설립 당시 설립자금 기타 자본금이 없었고, 위탁업무 처리에 필요한 안전용품 및 소모품은 피고가 모두 제공한 점, E와 원고들 사이에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관한 협상이 이루어진 사실이 없었으며, E는 피고가 주는 것만큼 원고들에 대한 산재보험료,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였고, 피고가 도급금 명목으로 주는 돈을 원고들에게 나누어 준 점, 원고들은 당일 정해진 업무를 수행한 다음 근무일지를 작성하여 피고의 직원에게 보고하였고, 피고의 직원이 어느 정도 원고들의 업무에 관하여 지시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나) 그러나 한편으로,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위 E, H의 각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원고들이 피고와 사이에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①

피고는 2009년경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 제3공장의 가동정지로 인하여 잉여인력이 발생하는 등으로 경영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게 되었고, 노조와 15차례에 걸친 협의 끝에 구조조정 규모를 7명으로 줄이는 외에 대상자들을 위하여 위로금을 지급하고 분사기회를 제공하라는 노조의 요구사항을 수용함으로써 구조조정 합의에 이르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인사고과, 포상, 징계, 근태, 근속, 부양가족 유무, 배우자 소득 유무 등을 고려하여 구조조정 대상인원 7명을 선정하였다. 원고 A, B은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2009. 11. 16. 구조조정 대상자로 선정되었고, 원고 C은 그즈음 피고에게 스스로 명예퇴직을 신청하여, 각자 피고와 사이에 명예퇴직금 및 퇴직위로금을 지급받고, 2010. 1. 1. 부터 3년간 분사기회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합의를 하였다.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원고 A는 명예퇴직금 55,794,150원, 퇴직위로금 95,400,000원 합계 151,194,150원을, 원고 B은 명예퇴직금 79,157,025원, 퇴직위로금 72,700,000원 합계 151,857,025원을, 원고 C은 명예퇴직금 97,542,350원, 퇴직위로금 95,500,000원 합계 193,042,350원을 피고로부터 각 지급받았고, 피고는 2010. 1. 1. 부터 2012. 12. 31. 까지 'F'와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매월 도급금액 21,638,000원을 지급하였으며, 원고들은 'F'에 소속되어 기존에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던 것과 같은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면서 3년간 아무런 이의 없이 월급을 수령하다가, 도급계약 기간이 만료된 이후인 2013. 3. 8. 에야 비로소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의 확인 등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이러한 이 사건 합의의 경위,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이후의 정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가 근로자들인 원고들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형식적으로 원고들로 하여금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근로제공 형태를 취하게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고, 오히려 일부 근로자들에 대한 경영상 해고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근로자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여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으로 보일 뿐이다.

②

비록 피고가 'F'의 대표인 E와의 사이에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E에게 일괄적으로 도급금액을 지급하기는 하였지만, 이는 '회사는 분사기회를 제공하고 분사조건은 2010. 1. 1. 부터 3년간으로 하며 금액은 임금의 65%로 한다'는 내용의 원고들을 포함한 'F' 소속 근로자들과 피고 사이에 이루어진 이 사건 합의에 따른 것으로서, 이에 비추어 볼 때 'F' 소속 근로자들은 실질적으로는 각자가 피고와의 사이에서 계약 기간 및 도급금액에 관하여 합의한 소사장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결국, 'F'는 이러한 소사장들로 구성된 소사장 연합체로서, 다만 구체적인 도급계약 내용의 확정 및 도급금액 지급의 편의를 위하여 E가 소사장 연합체 대표로서의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일 뿐이므로, E와 원고들 사이에 별도의 채용절차나 근로조건에 관한 협상과정이 존재하지 아니하였다거나 E가 원고들의 업무수행 및 근태상황 등을 관리·감독한 바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③

원고들은 피고의 동력1파트 또는 동력2파트 사무실로 출근하여 피고 소속 H 대리와 J 팀장의 업무 지시 및 감독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업무 종료 시에는 업무일지를 작성하여 보고한 후 퇴근하는 등 원고들이 근무장소, 근무내용, 근무시간 등에 관하여 어느 정도 피고의 통제를 받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 내에서 피고의 설비를 이용하여 청소 등 업무를 수행하는 이 사건 도급계약의 내용상 근무장소의 종속성이 원고들의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는 없고, 한편, 업무시간 등과 관련해서는, 피고의 공장 가동 계획에 맞추어 원고들의 청소 등 업무가 시작 및 종료되어야 하는 관계상 원고들의 업무시간 및 업무내용과 관련하여 피고로부터의 어느 정도의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보이는바, 피고 소속 직원들의 위와 같은 지시 및 감독은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업무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으로서 도급인으로서의 통상적인 지휘·감독권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일 뿐, 이를 근거로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④

'F' 소속 근로자들과 피고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작업 인원이나 임직원이 교류된 바가 전혀 없으며, 한편, 이 사건 도급계약에는 'F' 소속 작업 인원에 변동이 있을 경우 변동사항을 서면으로 피고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을 뿐(제10조), 달리 원고들이 제3자를 추가로 채용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작업 인원의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하여, 원고들로서는 필요한 경우 추가로 또는 원고들을 대체할 작업 인원을 업무에 투입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사용자인 피고가 간여하지 않는 임의적 근로자의 추가 또는 변경으로서,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들을 가리켜 사용자인 피고에게 일신전속적 근로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⑤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피고는 필요한 경우 E에게 'F'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관한 취업규칙 및 임금 기준 보수표에 관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제18조), 원고들은 'F'의 자체규약에 의한 규율을 받을 뿐, 피고의 취업규칙이나 인사 및 급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않고, 휴가사용 등과 관련하여 엄격하게 피고에게 사전 보고하거나 허가를 받지 아니하였음은 물론, 개개인의 결근이나 조퇴 여부와 관계없이 매월 종전 임금의 65%를 정액으로 지급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고는 원고 C과 관련하여 그가 산업재해로 요양한 기간을 근무일수에서 제외하여 일할계산한 도급금액을 지급하기는 하였으나, 원고 C의 요양기간 동안 'F'가 원고 C의 대체인력을 업무에 투입하지 아니한 이상, 설비관리 및 청소업무의 특성상 작업 인원의 감소에 따른 업무의 질적 저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다가 청소나 이사 등 용역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투입되는 인원 수에 따라 용역대금이 정해지는 점까지 고려해 볼 때, 이러한 일할지급 사실이 원고들과 피고가 단순한 도급계약관계에 있음을 인정하는 데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

따라서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손지호(재판장) 문상배 반병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