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등법원판결

부산고등법원 2019. 9. 25. 선고 2019나50215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교육부장관은 2007년경부터 세계적 수준의 인문학 연구진 및 연구소를 육성하여 수준 높은 인문학 연구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학 부설 인문학 연구소를 지원하여 연구기반을 구축하고 연구주체를 양성하기 위한 '인문한국(Humanities Korea) 사업(이하, ‘HK사업‘이라고 한다)’을 추진하였고, 한국연구재단은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위 사업을 위탁받아 이를 수행하였다.

나.

B대학교 부설 C연구소와 인문학연구소(D연구소)는 2007년 HK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되어 학술예산을 지원받았는데, 원고는 위 인문학연구소에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HK연구교수로 재직하였다.

다.

원고는 2015. 8. 24. B대학교 총장 및 위 B대학교 부설 인문학연구소 소장과 사이에 원고를 HK사업의 HK전임교원으로 임용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임용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라.

한국연구재단이 HK사업의 추진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정하기 위하여 2014. 4. 25. 제정하고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승인받은 ‘인문한국(HK)지원사업 관리운영규칙’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마.

B대학교의 전임교원 임용에 관한 사항을 정한 B대학교 전임교원 인사규정(이하 ‘이 사건 인사규정’이라고 한다)과 HK사업 연구인력의 임용에 관한 사항을 정한 B대학교 인문한국지원사업 연구인력 인사규정(이하 ‘이 사건 HK 인사규정’이라고 한다)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각 다음과 같다.

자로서, “B대학교 연구실적물 인정기준 지침”에 따른 연구실적물이 임용기간

바.

B대학교 총장은 2017. 8. 31. B대학교 부설 C연구소와 인문학연구소(D연구소)에 원고를 포함한 HK부교수 및 HK조교수 등 17명이 위 일자로 임용기간이 만료되었음을 통보하는 공문을 보냈다가 다음날 위 공문을 철회하였다.

사.

B대학교 총장은 위 17명의 HK부교수 및 HK조교수 중 이 사건 HK 인사규정 제5조 제1항에 따라 연구실적물이 임용기간 동안 연평균 250퍼센트 이상인 16명에 대하여는 재임용을 하였으나, 원고에 대하여는 임용기간(계약기간: 2015. 9. 1. ~ 2017. 8. 31.) 동안의 연구실적이 연평균 202.5%에 불과하여 연구실적 조건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2017. 10. 17. B대학교 부설 인문학연구소에 공문을 보내어 원고의 임용기간이 이 사건 임용계약에 따라 2017. 8. 31.자로 만료되었음을 통보(이하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라고 한다)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5, 6, 8, 10, 12, 15, 16, 17, 호증, 갑 제9 호증의 3, 10, 을 제1, 2, 3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

1)

이 사건 인사규정과 이 사건 HK 인사규정은 취업규칙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임용계약의 내용 중 위 각 취업규칙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은 효력이 없다. 그런데, 이 사건 인사규정에서 조교수의 임용기간을 4년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임용계약 중 임용기간을 2년으로 정한 부분은 취업규칙인 이 사건 인사규정보다 원고에게 불리하므로 근로기준법 제97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임용계약상의 임용기간을 이유로 원고의 HK조교수 임용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2)

통상 대학교의 교원은 임용기간을 정하여 두고 임용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그 임용기간이 만료될 경우 재임용이 체결되리라는 기대를 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이 사건 임용계약상 임용기간 부분은 원고의 비진의의사표시에 해당하고 피고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 임용계약상 임용기간 부분은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무효이고,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 역시 무효이다.

3)

HK교수들의 재임용과 관련하여, B대학교 총장은 이 사건 인사규정에 따라 임용기간 만료일과 임용에 필요한 사항을 통지하고, 계약만료 4개월 전까지 필요한 서류를 제출받아 심사하며, 임용만료 2개월 전에 재임용 여부를 당사자에게 통지하여야 할 절차상 의무가 있는데,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는 이 사건 인사규정의 위와 같은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 또한 이 사건 임용계약 제8조에 의하면 계약기간 연장은 당사자간 합의에 의하여야 하는데 B대학교 총장은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를 하였다. 결국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는 위와 같은 절차적 하자가 있고, 또 재임용 내지 재임용을 위한 협의를 기대한 원고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으로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나.

피고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는 이 사건 임용계약에 정해진 바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므로 적법ㆍ유효하다.

3.

판단

가.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의 효력

1)

이 사건 인사규정 및 이 사건 HK 인사규정이 취업규칙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취업규칙이라 함은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사업장에서의 근로자에 대한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정한 것으로 노사간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일정의 법규범이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두11566 판결 등 참조). 취업규칙은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우선하지는 못하지만 근로계약상의 개별약정보다는 우선하여 적용되므로,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미달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이 무효로 되고,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의한다(근로기준법 제97조).

나)

앞서 본 기초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인사규정은 전임교원의 신규임용 조건, 재임용 및 승진임용에 필요한 자격, 임용심사의 절차와 기준, 임용 시의 근무기간, 임용 시 보임되는 직급 등을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HK 인사규정은 HK사업을 수행하는 연구소 소속 연구인력의 인사와 업적평가에 관한 일반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바, 결국 이 사건 인사규정 및 이 사건 HK 인사규정은 B대학교 전임교원 또는 HK 사업을 수행하는 연구소 소속 연구인력의 임용방법과 절차 및 임용 후의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정한 것으로서 모두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의 효력 유무

가)

한편 앞서 본 기초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HK 인사규정은 HK전임교원의 신규임용에 관하여 ‘박사학위 소지’ 및 ‘연구실적물이 임용일 기준 최근 3년 이내에 300퍼센트 이상’의 자격만 정하고 있을 뿐(제4조 제1항) 신규임용의 구체적 절차나 임용조건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도 하고 있지 않고 있고 다만 ‘신규임용의 기준과 절차 등에 관하여는 이 사건 인사규정을 준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제7조 제1항), 결국 B대학교 전임교원의 임용에 관한 이 사건 인사규정은 이 사건 HK 인사규정에 배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 사건 HK 인사규정과 함께 HK사업을 수행하는 B대학교 부설 연구소 소속 HK전임교원의 임용에 관하여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이에 더하여 이 사건 인사규정 제2조 제2항 제3호는 전임교원인 조교수의 임용기간을 4년으로 정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결국 HK전임교원인 HK조교수를 신규로 임용하는 경우에는 취업규칙인 이 사건 인사규정 제2조 제2항 제3호에 따라 그 임용기간은 4년이라고 보아야 한다.

다)

그런데 이 사건 임용계약상 원고의 임용기간이 2015. 9. 1.부터 2017. 8. 31.까지로 되어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결국 이 사건 임용계약 중 원고의 임용기간을 2년으로 정한 부분은 취업규칙인 이 사건 인사규정보다 불리한 조건을 정한 것으로 효력이 없고, 원고의 임용기간은 이 사건 인사규정 제2조 제2항 제3호에 따라 2015. 9. 1.부터 2019. 8. 31.까지 4년이 된다.

라)

그렇다면 원고의 임용기간 중인 2017. 10. 17.에 이 사건 임용계약에 의한 임용기간이 만료되어 원고와의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는 취지의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는 여전히 원고의 임용기간이 유효하게 존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것으로 그 효력이 없다.

마)

피고는 이 사건 임용계약은 HK사업의 존속 및 그로 인한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의 예산지원을 전제로 체결된 것이므로 HK사업의 종료일을 이 사건 임용계약상 임용기간만료일을 정한 이상 원고의 임용기간은 그 약정일에 만료되는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① 이 사건 임용계약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에 해당하므로 취업규칙인 이 사건 인사규정과 이 사건 HK 인사규정이 당연히 적용되어야 하는 점, ② HK사업은 인문학 연구인력의 양성을 위하여 필요예산을 국가가 지원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에 불과하고 그와 같은 지원을 통해 연구인력을 고용하여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은 전적으로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대학 내지 연구소에 달려 있는 점, ③ 설령 HK사업 수행을 위한 연구소로 지정받기 위하여 한국인력재단이 요구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연구인력을 임용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HK사업에 의한 예산을 지원받기 위한 요건에 불과한 것이고 HK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연구소 내지 대학이 그러한 요건에 따라 임용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그 요건은 임용계약의 내용이 되어 그 임용계약은 HK사업의 종료 여부 또는 그로 인한 예산의 지원 여부와 무관하게 당사자가 약정한 바에 따라 존속하는 것인 점, ④ 따라서 HK사업이 종료되거나 중간 점검 단계에서 HK사업 대상 연구소의 자격을 잃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HK사업에 의한 예산지원이 종료된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지 당연히 그와 독립된 법률행위인 연구소 내지 대학과 연구인력 사이의 근로계약이 함께 실효되는 것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소의 확인의 이익 유무

직권으로 이 사건 소의 확인의 이익 유무에 관하여 본다.

1)

살피건대 해고무효확인의 소는 그것이 근로계약에 기한 원래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하여 또는 해고로 인하여 그 외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과거의 법률행위인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에 대하여 무효확인 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ㆍ적절한 수단이 되는 경우에 한하여 확인의 이익이 인정된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다2014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만료로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근로자는 당연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므로(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두5374 판결 등 참조), 이미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면 해고 무효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

2)

이 사건 인사규정 제2조 제2항 제3호에 의하여 원고의 임용기간은 이 사건 임용계약에도 불구하고 2015. 9. 1.부터 2019. 8. 31.까지임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그렇 다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심 변론 종결 전인 2019. 8. 31. 임용기간의 만료로 이미 종료되었다. 이 사건 임용계약에 의하면 당사자간의 합의를 통해 계약을 연장함을 원칙으로 한다고만 정하고 있을 뿐(제8조), 계약기간의 정함이 형식에 불과하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고, 이 사건 인사규정이나 이 사건 HK 인사규정에 의하더라도 임용기간이 만료된 교원은 승진 소요기간이 경과하고 연구실적물이 임용기간 동안 연평균 250퍼센트 이상인 경우에 한하여(이 사건 HK 인사규정 제5조), 연구, 교육, 봉사, 연구단 기여 등에 관한 업적평가위원회의 총체적 업적평가(이 사건 HK 인사규정 제7조 제2항 제2호, 제15조 내지 제21조) 등의 심사를 거쳐 비로소 재임용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어서 임용기간이 만료된 교원이 당연히 재임용이 되는 것이 아니며, 또 재계약 체결의 관행이 성립되어 계약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가지고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원고의 재임용이 거절된 이유는 이 사건 HK 인사규정 제5조에서 요구하는 ‘연평균 250퍼센트 이상의 연구실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기 때문인 점, 원고로서는 이 사건 임용계약상의 임용기간이 만료될 무렵에 자신이 이 사건 HK 인사규정에 의한 재임용심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음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보이는 점까지 보태어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관계가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던 중인 2017. 10. 17.경에 이루어진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에 관하여 그 주장과 같은 무효확인 판결을 받는 것이 그로 인한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대한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는 데 유효하고도 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볼 수 없다.

3)

결국, 이 사건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를 각하하여야 할 것인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주호(재판장) 임수정 오대석

각주1) 원래 교육부장관은 구 학술진흥 및 학자금대출 신용보증 등에 관한 법률(2009. 3. 25. 법률 제95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른 한국학술진흥재단에 HK사업을 위탁하였으나 한국연구재단법(2009. 3. 25. 법률 제9518호로 제정)이 2009. 6. 26. 시행됨에 따라 위 법에 의하여 설립된 한국연구재단이 위 법 부칙(제9518호) 제4, 5조에 따라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권리ㆍ의무를 포괄승계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