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등법원판결

부산고등법원 2022. 6. 22. 선고 2022나50420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원고에게 한 2017. 8. 31. 자 해고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교육부장관은 2007년경부터 세계적 수준의 인문학 연구진 및 연구소를 육성하여 수준 높은 인문학 연구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학 부설 인문학 연구소를 지원하여 연구기반을 구축하고 연구주체를 양성하기 위한 '인문한국(Humanities Korea) 사업(이하, 'HK사업'이라고 한다)'을 추진하였고, 한국연구재단은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위 사업을 위탁받아 이를 수행하였다.

나.

B대학교 부설 C연구소와 인문학연구소(D연구소)는 2007년 HK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되어 학술예산을 지원받았는데, 원고는 위 인문학연구소에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HK연구교수로 재직하였다.

다.

원고는 2015. 8. 24. B대학교 총장 및 위 B대학교 부설 인문학연구소 소장과 사이에 원고를 HK사업의 HK전임교원으로 임용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임용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라.

한국연구재단이 HK사업의 추진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정하기 위하여 2014. 4. 25. 제정하고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승인받은 '인문한국(HK)지원사업 관리운영규칙'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마.

B대학교 HK사업 연구인력의 임용에 관한 사항을 정한 B대학교 인문한국지원사업 연구인력 인사규정(이하 '이 사건 HK 인사규정'이라고 한다)과 B대학교의 전임교원 임용에 관한 사항을 정한 B대학교 전임교원 임용규정(이하 '이 사건 임용규정'이라고 한다)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각 다음과 같다.

바.

B대학교 총장은 2017. 8. 31. B대학교 부설 C연구소와 인문학연구소(D연구소)에 원고를 포함한 HK부교수 및 HK조교수 등 17명이 위 일자로 임용기간이 만료되었음을 통보하는 공문을 보냈다가 다음날 위 공문을 철회하였다.

사.

B대학교 총장은 위 17명의 HK부교수 및 HK조교수 중 이 사건 HK 인사규정 제5조 제1항에 따라 연구실적물이 임용기간 동안 연평균 250퍼센트 이상인 16명에 대하여는 재임용을 하였으나, 원고에 대하여는 임용기간(계약기간: 2015. 9. 1. ~ 2017. 8. 31.) 동안의 연구실적이 연평균 202.5%에 불과하여 연구실적 조건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2017. 10. 17. B대학교 부설 인문학연구소에 공문을 보내어 원고의 임용기간이 이 사건 임용계약에 따라 2017. 8. 31.자로 만료되었음을 통보(이하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라고 한다)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5, 6, 8, 10, 12, 15, 16, 17, 호증, 갑 제9 호증의 3, 10, 을 제1, 2, 3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의 요지

가.

원고

1)

이 사건 임용계약 중 임용기간을 2년으로 정한 부분은, 취업규칙인 이 사건 임용규정에서 임용기간을 4년으로 정한 것보다 불리하여 근로기준법 제97조에 따라 효력이 없다. 원고의 임용기간은 이 사건 임용규정 제2조 제2항 제3호에 따라 4년(2015. 9. 1.부터 2019. 8. 31.까지)이므로 2017. 8. 31. 계약기간이 만료되지 않았다.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는 무효이다.

2)

이 사건 임용계약 중 임용기간을 2년으로 정한 부분은, 원고의 비진의 의사표시에 의한 것으로 피고도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무효이다. 원고의 임용기간은 이 사건 임용규정 제2조 제2항 제3호에 따라 4년(2015. 9. 1.부터 2019. 8. 31.까지)이므로 2017. 8. 31. 계약기간이 만료되지 않았다.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는 무효이다.

3)

B대학교 총장은 이 사건 임용규정에 따라 임용기간 만료일과 임용에 필요한 사항을 통지하고, 계약만료 4개월 전까지 필요한 서류를 제출받아 심사하고 임용만료 2개월 전에 재임용 여부를 통지하여야 함에도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원고에게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를 하였다. 이 사건 임용계약 제8조에 의하면 계약기간 연장은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하여야 하는데 B대학교 총장은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를 하였다.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는 위와 같은 절차적 하자가 있고, 재임용 내지 재임용을 위한 협의를 기대한 원고의 신뢰를 저버린 것으로 신의칙에 반한다.

나.

피고

1)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는 이 사건 임용계약의 계약기간 약정에 따른 것이므로 유효하다.

2)

HK사업이 종료되어 원고는 HK사업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고 B대학교는 HK사업 예산의 범위 안에서 급여를 지급할 수 없게 되어 계약조건을 변경할 필요가 발생하였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HK 인사규정 제7조 제2항, 이 사건 임용규정 제14조의 '계약 조건을 변경하고자 하는 자'로 재계약임용 대상자에 해당하게 되었다. 원고는 재계약 시점인 2017. 8. 31.까지 이 사건 HK 인사규정에 따른 재계약임용 요건의 최소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에는 정당한 이유가 인정된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취업규칙이라 함은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사업장에서의 근로자에 대한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정한 것으로 노사간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일정의 법규범이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두11566 판결 등 참조). 취업규칙은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우선하지는 못하지만 근로계약상의 개별약정보다는 우선하여 적용되므로,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미달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이 무효로 되고,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의한다(근로기준법 제97조).

나.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의 효력

1)

이 사건 HK 인사규정과 이 사건 임용규정이 B대학교 전임교원 또는 HK사업을 수행하는 연구소 소속 연구인력의 임용방법과 절차 및 임용 후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정한 것으로서 모두 취업규칙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원고와 피고는 당심 4회 변론기일에서 이 사건 HK 인사규정 및 이 사건 임용규정이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사실은 다툼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2)

앞서 본 기초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HK 인사규정은 HK전임교원의 신규임용에 관하여 '박사학위 소지' 및 '연구실적물이 임용일 기준 최근 3년 이내에 300 퍼센트 이상'의 자격만 정하고(제4조 제1항) 'HK전임교원의 신규임용, 승진임용, 재계약임용, 정년보장임용에 관한 기준과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은 이 사건 임용규정과「B대학교 전임교원 임용심사규정」을 준용한다'(제7조 제1항)고 규정하고, 이 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이 사건 임용규정 등 관련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1조 제1항). B대학교 전임교원의 임용에 관한 이 사건 임용규정은 이 사건 HK 인사규정에 배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 사건 HK 인사규정과 함께 HK사업을 수행하는 B대학교 부설연구소 소속 HK전임교원의 임용에 관하여 적용된다.

이 사건 임용규정 제2조 제2항 제3호는 전임교원인 조교수의 임용기간을 4년으로 정하고 있는 사실, 원고는 2015. 9. 1. HK조교수로 임용된 사실, 이 사건 임용계약에 따른 원고의 임용기간은 2년(2015. 9. 1.부터 2017. 8. 31.까지)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 사건 임용계약 중 원고의 임용기간을 2년으로 정한 부분은 원고와 같은 HK전임교원인 HK조교수의 임용에 적용되는 취업규칙인 이 사건 임용규정에 미달되는 근로조건을 정한 것으로 무효로 되고 원고의 임용기간은 취업규칙인 이 사건 임용규정 제2조 제2항 제3호에 정한 4년(2015. 9. 1.부터 2019. 8. 31.까지)이 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는 원고의 임용기간이 유효하게 존속 중인 2017. 10. 17.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

3)

피고는 이 사건 임용계약은 HK사업의 존속 및 그로 인한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의 예산지원을 전제로 체결된 것이므로 HK사업의 종료일을 이 사건 임용계약상 임용기간 만료일로 정한 이상 원고의 임용기간은 그 약정일에 만료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받아들이기 어렵다. ① 이 사건 임용계약은 원고와 B대학교 총장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에 해당하므로 취업규칙인 이 사건 임용규정과 이 사건 HK 인사규정이 당연히 적용되어야 한다. ② HK사업은 인문학 연구인력의 양성을 위하여 필요예산을 국가가 지원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에 불과하고 그와 같은 지원을 통해 연구인력을 고용하여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은 전적으로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대학 내지 연구소에 달려있다. ③ 설령 HK사업 수행을 위한 연구소로 지정받기 위하여 한국인력재단이 요구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연구인력을 임용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HK사업에 의한 예산을 지원받기 위한 요건에 불과한 것이고 HK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연구소 내지 대학이 그러한 요건에 따라 임용계약을 체결하였다면 그 요건은 임용계약의 내용이 되어 그 임용계약은 HK사업의 종료 여부 또는 그로 인한 예산의 지원 여부와 무관하게 당사자가 약정한 바에 따라 존속하는 것이다. ④ 따라서 HK사업이 종료되거나 중간 점검 단계에서 HK사업 대상 연구소의 자격을 잃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HK사업에 의한 예산지원이 종료된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지 당연히 그와 독립된 법률행위인 연구소 내지 대학과 연구인력 사이의 근로계약이 함께 실효되는 것은 아니다.

4)

피고는 앞서 본 것처럼 원고는 '계약 조건을 변경하고자 하는 자'로 재계약임용 대상자에 해당하게 되었는데 재계약 심사 당시까지 재계약임용의 최소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앞서 본 취업규칙의 강행규정성에 반하는 주장으로 보이고, 나아가 주장의 당부에 관하여 살펴보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받아들이기 어렵다. ① HK사업이 종료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원고가 계약조건을 변 경하고자 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재계약 임용의 최소기준을 정한 이 사건 HK 인사규정 제5조는 이 사건 임용규정에서 정한 승진 소요기간이 경과한 자에게 적용되는 것인데 원고는 승진 소요기간(4년, 이 사건 임용규정 제2조 제2항 제3호)이 경과한 자에 해당하지 않아 위 규정을 들어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③ 재계약 임용에 따른 '계약 조건의 변경'은 계약기간의 존속을 전제로 그 복무규율과 임금 등 조건을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피고와 같이 계약기간 자체의 종료 가능성도 내포한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미달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의 효력을 사실상 인정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다.

소결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는 원고의 임용기간이 유효하게 존속 중인 2017. 10. 17.에 이루어진 것으로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에 해당하여 무효이다(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임용기간만료 통보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이상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해고무효확인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문관(재판장) 박진웅 배동한

각주1) 원래 교육부장관은 구 학술진흥 및 학자금대출 신용보증 등에 관한 법률(2009. 3. 25. 법률 제95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른 한국학술진흥재단에 HK사업을 위탁하였으나 한국연구재단법(2009. 3. 25. 법률 제9518호로 제정)이 2009. 6. 26. 시행됨에 따라 위 법에 의하여 설립된 한국연구재단이 위 법 부칙(제9518호) 제4, 5조에 따라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권리ㆍ의무를 포괄승계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