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전문건설하도급을 목적으로 하는 'C' 대표인 사람으로,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2005. 6. 17.경부터 2006. 2. 14.경까지 타워크레인 운전기사인 D, E를 고용한 후, 부산 북구 F아파트 시공사인 G 주식회사와 사이에 그 타워크레인 설치, 해체 등 공사에 관하여 하도급을 받은 H 주식회사를 통하여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로 하여금 위 시공현장에서 G 주식회사 관리직원의 지휘·명령에 따라 타워크레인 설치공사업무 등에 종사하도록 하여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고,
2005. 6. 23.경부터 2006. 2. 14.경까지 타워크레인 운전기사인 I, J, K, L을 고용한 후, 부산 사하구 M 아파트 시공사인 G 주식회사와 사이에 그 타워크레인 설치, 해체 등 공사에 관하여 하도급을 받은 H 주식회사를 통하여 운전기사로 하여금 위 시공현장에서 G 주식회사 관리직원의 지휘·명령에 따라 타워크레인 설치공사업무 등에 종사하도록 하여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였다.
판단
인정사실
피고인, 증인 N의 이 법정에서의 각 진술, 각 타워크레인 하도급계약서의 기재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H 주식회사(이하 H라고 한다)는 이 사건 각 건설현장의 시공회사인 G 주식회사(이하 G이라고 한다)와 사이에 계약기간 동안 H가 보유한 타워크레인에 대하여 '타워크레인 운전기사에 대한 노무비'를 포함한 계약금액을 총액으로 산정하는 방식으로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및 임대차계약'이라는 명칭의 각 체결하였다(이하 임대차계약이라 한다).
H는 피고인과 사이에 위 각 공사현장에 투입할 타워크레인 중 일부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조건으로 '하도급계약'이라는 명칭의 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하도급계약이라 한다).
기동기간 : 타워크레인 운전기사 투입일부터 작업 완료일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는 피고인이 채용하여 국민연금 등 운전기사를 위한 4대 보험은 피고인이 가입한다.
피고인은 반드시 공사현장에 관리자를 보내 타워크레인의 정상 가동 여부, 작업현황 등을 관리한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D, I 등 타워크레인 운전기사 등과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그들을 이 사건 각 공사현장에 투입하여 타워크레인 운전을 하도록 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 의함 근로자파견사업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① 파견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고용관계가 존재하여야 하고, ②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사이에 근로자의 노무제공을 내용으로 하는 근로자파견계약이 체결되어야 하며, ③ 근로자가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여야 한다(법 제2조 제1, 2호).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파견사업자라고 할 수 있는 피고인과 근로자인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 사이에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인정되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의하면 피고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를 사용한 사용사업주가 G이라는 것이므로, 결국 피고인이 이 사건 각 공사현장에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를 투입한 행위가 근로자파견사업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파견사업주인 피고인과 사용사업주인 G 사이에 근로자파견계약이 체결되고(② 요건), 근로자인 타워크레인 운전기사와 사용사업주인 G 사이에 지휘·명령관계(③ 요건)가 인정되어야 한다.
근로자파견계약의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
먼저, 파견사업주인 피고인과 사용사업주라는 G 사이에 타워크레인 운전기사에 대한 명시적인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한 적은 없다. 이 사건과 관련된 당사자들 사이에 명시적으로 체결된 계약은 G과 H 사이의 임대차계약, H와 피고인 사이의 하도급계약인데, G과 H 사이의 임대차계약을 근로자파견계약이라고 본다면 H가 파견된 근로자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관계를 이유로 직업안정법상의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근로자파견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피고인이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근로자파견사업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H와 피고인 사이의 하도급계약을 근로자파견계약이라고 본다면 근로자파견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G이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사업주에 해당할 여지가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지되기 위하여는 "G과 피고인이 H와 사이의 별개의 계약을 매개로 사실상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하였다."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G과 피고인 사이에 사실상 근로자파견계약이 성립되었다고 인정되기 위하여는 G과 H 사이의 임대차계약과 H과 피고인 사이의 하도급계약이 모두 G과 피고인 사이의 사실상의 근로자파견계약을 은폐하기 위한 형식적인 계약에 불과하여야 한다·G과 H 사이의 임대차계약이 그 자체로 실질적인 계약이라면 G과 사이에 근로자를 파견할 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은 H일 뿐 실제로 근로자를 파견한 피고인은 H가 부담하는 근로자파견의무에 대한 이행보조자에 불과하고, H와 피고인 사이의 하도급계약이 그 자체로 실질적인 계약이라면 설령 피고인의 근로자를 제대로 파견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은 H에 대하여 부담할 뿐 G에 대하여 부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G과 H 사이의 임대차계약과 H과 피고인 사이의 하도급계약이 모두 G과 피고인 사이의 사실상의 근로자파견계약을 은폐하기 위한 형식적인 계약에 불과하다."라는 점을 입증하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H의 규모와 타워크레인 임대업계에서의 지위, G과 사이의 거래 경위, 피고인과 유사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과 H의 관계, 그들과 H가 이 사건 하도급계약과 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 실제로 건설현장에 파견된 타워크레인 운전기사와 관련하여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G, H, 피고인이 각각 담당한 업무내용, G이 H에 임대차계약에 따른 대금을 지급하는 관계나 H가 피고인에게 하도급계약에 의한 대금을 지급하는 관계 등을 고려하면 G과 H 사이의 임대차계약과 H와 피고인 사이의 하도급계약은 각각 그 자체로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 계약이지 G과 피고인 사이의 사실상의 근로자파견계약을 은폐하기 위한 형식적인 계약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
지휘·명령관계의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
타워크레인 운전기사와 G 사이에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상의 지휘·명령관계가 성립하려면 위 법률의 목적,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비추어 G과 타워크레인 운전기사 사이에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정도의 근로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단순히 도급인과 도급계약상의 수급인의 이행보조자 관계에 불과한 경우에는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서 규정한 지휘·명령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 증인 N, E, J의 이 법정에서의 각 진술, 제4회 공판조서 중 증인 D의 진술기재의 의하여 인정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건설현장에 파견된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이 시공사인 G의 현장 관리직원의 작업지시에 맞추어 타워크레인 운전작업을 실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인적·물적인 시설이 투입되는 건설현장에서 효율적인 결과 달성을 위해서는 개별적인 인적·물적인 시설이 유기적인 연관성을 가지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필요성이 있고, 이를 위하여 그 건설현장의 책임자가 투입되는 여러 인적·물적인 시설에 대하여 지시 • 감독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렇다고 건설현장에 투입된 모든 관련자들이 건설현장 책임자와 사이에 근로관계가 성립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건설현장에서 필요한 부분의 완성을 목적으로 건설현장에 투입된 수급인도 자신이 담당한 일을 제대로 완성하기 위하여는 건설현장 책임자의 지시 • 감독에 따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워크레인 운전기사가 G과 근로관계가 성립한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는 단순히 외형상 건설현장 책임자의 지시·감독에 의하여 작업이 진행되는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사이의 계약 목적, 작업의 실질내용과 지시자에 대한 작업자의 종속성 여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G이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을 파견받은 근거는 G과 H 사이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에 기인한 것인데, 그 임대차계약서는 타워크레인의 임차 대수, 공사기간 등에 의하여 그 계약의 핵심적인 내용이 결정된 것이지 파견될 타워크레인 운전기사의 조건(나이, 경력, 자격증 소지, 경력에 따른 급여조건 등)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G 입장에서는 임차한 타워크레인이 건설현장의 상황에 맞추어 건설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작업을 제대로 수행하여 주는 것이 목적이지 어떤 경력과 기술을 보유한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를 파견받아 G의 지휘·감독 아래 그 운전기사의 기능과 노동을 사용할 것에 있지 않다. 이는 비록 작업현장의 일정에 따라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의 작업일정도 변동되지만, 현장에서 필요한 타워크레인 작업이 종료하면 그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은 다른 공사현장의 인부들과 달리 작업현장에 남아 다른 종류의 노동에 종사할 필요도 없고, G의 입장에서도 타워크레인 작업 이외에 그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을 자신의 건설현장에서 시급히 요구되는 다른 업무에 전용하지도, 전용하려 하지도 않는 점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결국, G이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을 건설현장에 투입한 것은 H와 사이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에 따라 '타워크레인의 원활한 현장 사용'이라는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한 도급계약에 기인한 것이고, 그 건설현장에 투입된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이 G 현장책임자의 작업지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한 것 역시 위 도급계약에 따른 수급인의 이행보조자로서 도급인의 작업지시에 따른 것일 뿐 도급인인 G에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공소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그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엄기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