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 A에게 40,000,000원, 원고 B, C에게 각 4,000,000원, 원고 D에게 22,000,000원, 원고 F, G에게 각 13,5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7. 7. 24.부터 2018. 10. 18.까지는 연 5%의, 2018. 10. 19.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7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인정사실
당사자들의 관계
피고는 1969. 10. 17. 제일화학공업사로 설립하여 1977. 2. 23. 제일화학 주식회사로 법인전환된 후 1999. 12. 29.경 다시 현재의 상호로 변경한 회사(이하 상호변경과 관계없이 '피고'라 한다)로서, 1969. 10.경 부산 동래구 연산동(후에 연제구 연산동으로 변경, 이하 같다) 525 지상에 석면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하 '이 사건 석면공장'이라 한다)을 신축하여 1969. 12.경부터 이 사건 석면공장에서 석면사, 석면포, 석면테이프, 석면로프 등 석면제품을 제조하여 오다가 1990. 3. 26. 이 사건 석면 공장을 폐쇄하였고, 그 후에는 양산으로 공장을 옮겨 2006년경까지 석면제품을 생산하다가 이를 중단하였다.
원고 A은 1978. 6.경부터 1981. 6.경까지 이 사건 석면공장의 생산 부서에서 근무하였다. 원고 B, C은 원고 A의 자녀들이다.
망 E은 1973. 3.경부터 1978. 4.경까지 이 사건 석면공장의 석면방직 부서에서 근무하였고, 2017. 12. 10. 사망하였다. 원고 D은 망 E의 남편이고, 원고 F, G은 망 E의 자녀들이다.
석면공장의 근무환경 등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존재했던 석면방직공장은 14개 정도로 대부분 근로자가 30명 미만의 중소규모 사업장이었고, 부산에 9개, 경남에 2개, 울산에 1개, 충북에 1개, 경기에 1개의 사업장이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 근로자 수와 생산량이 가장 많았던 사업장은 피고가 운영하던 이 사건 석면공장이다.
피고는 이 사건 석면공장에서 1969. 12.부터 1990. 3. 26.까지 석면제품을 생산하였고, 그 사이에 이 사건 석면공장에 근무한 근로자는 최소한 1,515명 이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피고는 1976년경 이전에는 근로자들에게 필터가 부착되지 않은 마스크를 제공하다가 1976년경부터는 방진 마스크를 제공하였으나 방진 기능을 담당하는 필터를 제때 교체해주지 않았고, 작업도중 석면사가 끊어질 경우 이를 이어야 하는 업무를 담당하던 근로자들에게 방진 장갑을 제공하지 않았으며, 작업복도 방진 작업복이 아닌 일반 천으로 만들어진 일반 작업복만을 제공하였고, 작업장의 방진 및 집진시설을 제대로 설치하거나 가동하지 아니하여 작업장에 항상 석면 분진이 비산되어 있었다.
또한, 피고는 근로자들에게 아침조회 등의 시간을 이용하여 방진마스크와 스카프를 착용하라는 내용의 안전교육을 시행하기는 하였으나, 석면 노출로 인하여 유발될 수 있는 질병이나 그에 대한 예방방법 등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
석면과 석면에 의한 질환
일반적으로 석면이란 자연계에 존재하는 섬유상의 광물성 규산염을 총괄하여 일컫는 용어이다. 석면은 직경이 0.02~0.03㎛로 아주 미세한 결정을 가지는 섬유 모양의 규산화합물로, 길고 가늘고 강한 섬유로서 쉽게 갈라지고 천으로 직포할 수 있으며, 내열성, 불활성, 절연성이 있어 불연소성, 내전도성, 화학적 불활성이 요구되는 곳에 흔히 쓰인다. 석면의 종류가 다양하여 30가지가 넘는다고 하나 일반적으로는 사문석(Serpentine) 계통인 백석면과 각섬석(Amphibole) 계통인 청석면과 갈석면 등 3가지가 상업적으로 중요하며, 세계적으로 생산량은 백석면이 95% 이상을 차지한다.
백석면은 부드럽고 곱슬하며 잘 부서져 미세한 섬유로 갈라질 수 있으나, 각섬 석형은 아무리 미세하게 갈라지더라도 딱딱한 상태로 있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백석면은 소기도의 상부에 많이 침착되지만, 청석면, 갈석면, 양기석 등의 각섬석형 석면은 기도의 저항을 적게 받으면서 말초기도까지 내려가고, 또한 대식세포의 산성환경에서도 오랜 기간 남아 있으면서 폐실질세포 손상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백석면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석면은 유해하여 폐질환의 원인이 된다.
석면은 한번 노출되면 그 후에 다시 노출되는 일이 없어도 장기간의 잠복기(보통 5년 내지 30년 정도)를 거쳐 폐암, 석면폐, 중피종 등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데, 석면으로 인한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석면폐와 폐암, 늑막암의 일종인 중피종암이 있다. 그 외에 확실히 알려진 건강장해로는 기관지염, 폐기종, 기관지 확장증, 폐렴, 장관계 암인 위암과 소장암, 대장암, 직장암 등이 있다. 이외에도 일부 연구자들에 의하여 석면은 유방암, 난소암, 췌장암, 인후두암 등의 암 발생을 비롯하여 기관지확장증, 기관지염, 폐렴, 무기폐, 늑막염 등의 비악성 질환을 일으키는 물질로 보고되고 있다.
석면의 유해성 인식 및 석면 관련 규제
폐의 이상과 석면 노출과의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1930년대 초이고, 석면과 폐암 등의 관계는 1950년대 내지 1960년대에 밝혀져 석면의 위험성에 대한 의학적 견해는 1960년대 전부터 확립되었다.
독일이 1943년 석면폐로 인한 폐암을 석면으로 인한 직업병으로 인정하고 그에 따라 석면노출 근로자들에게 보상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의 경우 1970년대부터 석면제조업자들을 상대로 한 제조물책임소송이 증가하여 1980년대에는 많은 소송이 제기되었고 1989년부터 석면에 대한 단계적 규제가 이루어졌으며, 북유럽 국가에서는 1980년대부터 석면사용을 법률로 금지하기 시작하였다.
국제보건기구(WHO)의 부속기관인 국제암연구기관(IARC)은 1977년 석면의 발암성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였고,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1980년 산재보상에 관한 조약 중 보상 가능한 질병 목록에 석면으로 인한 암을 포함하도록 개정하고, 1986년 석면에 관련한 조약을 제정하였다.
국내에서도 1980년대 중후반부터 석면 취급 사업장의 유해환경 등에 관한 연구가 시작되었고,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산업안전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석면사업장의 작업환경 및 근로자의 건강실태에 대한 조사를 하여 왔으며 그 무렵부터 석면 관련 종사자에 대한 역학조사가 이루어지고 석면폐와 석면폐의증 환자가 발견되기도 하는 등 석면 취급 사업장 근로자의 질병에 관한 연구는 199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국내에서 석면과 관련된 최초의 법령은 1982. 10. 29.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으로, 위 시행규칙 제39조 제4호가 정한 특정화학물질에 석면이 포함됨으로써, 석면을 취급하는 작업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었고, 시행규칙 제43조 제3항에 의하여 석면을 취급하는 근로자들에 대하여 특수건강진단이 실시되게 되었다.
그 후 1990. 7.경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사용허가대상 유해물질에 석면이 추가되었고, 1991. 2.경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이 제정되어 대기오염물질, 특정대기유해물질에 석면이 포함되었으며, 1991. 9.경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특정 폐기물에 석면이 추가되었다. 1997. 5.경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으로 제조 등 금지 유해물질에 청석면, 갈석면이 추가되었고, 1998. 1.경 지하생활공간 공기질관리법 시행규칙이 제정되어 지하생활공간 공기오염물질에도 석면이 포함되었으며, 1999. 6.경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제조 등 금지 유해물질에 청석면, 갈석면이 함유된 중량 비율이 1% 이상인 제품이 추가되었다. 2003. 6.경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금지석면종류를 악티노, 안소필, 트레모라이트석면(각섬석계 석면의 일종) 및 위 석면이 함유된 중량 비율이 1% 이상인 제품으로 확대하였고, 2003. 7.경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이 개정되어 석면함유 건축물에 대한 철거허가제도가 시행되었으며, 2009. 1.경부터 노동부 고시로 석면의 중량이 제품 중량의 0.1%를 초과하는 건축자재 등 석면함유제품을 제조, 수입,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었고, 2009. 2. 6.에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의 철거·해체 전 석면함유를 조사토록 하는 석면조사제도를 도입하는 등으로 국내에서의 석면규제가 진행되어 왔다.
석면 허용농도는 산업장 근로자를 위한 산업보건기준과 일반 대중을 위한 기준이 있는데,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일반 대중에게는 모든 석면에 대해 허용농도를 0.01개/㎤로 엄격히 규정하고 있고, 산업장 근로자에 대해서는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에서는 모든 석면에 대해서 허용농도를 0.1개/㎤로 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허용기준은 석면의 종류에 따라 2.0개/㎤(백석면)부터 0.2개/㎤(청석면)까지 기준을 달리하다가 2008. 9. 18.에야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노동부령 제308호)을 개정하여 석면 노출에 관한 허용기준을 0.1개/㎤로 정하였다.
망 E, 원고 A의 석면 관련 질환 발병
원고 A은 2017. 7. 24.부터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석면 및 기타 광섬유에 의한 진폐증'으로 진료를 받았다. 원고 A은 근로복지공단에 장해등급 판정 및 요양급여를 신청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2017. 5. 17. 상병(傷病)명을 '석면 및 기타 광섬유에 의한 진폐증'으로, 장해등급을 '일반 11급 11호'로 인정하고, 장해급여 26,216,360원을 지급한다고 결정하였다.
망E은 2016. 9. 9. H병원에서 '폐암, 심낭압전' 진단을 받았고, 2017. 12. 10. 사망하였다. 망 E은 근로복지공단에 장해등급 판정 및 요양급여를 신청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2017. 6. 28. 상병명을 '비소세포 폐암'으로 인정하고, 산재요양승인을 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