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판결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3. 2. 17. 선고 2021가단117874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82,681,05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10. 2.부터 2023. 2. 17.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4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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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는 부산 사하구 C에서 ‘D’라는 상호의 파이프 제조업체를 경영하는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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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는 선박배관용 파이프 생산업체인 주식회사 E(이하 ‘E’이라 한다)의 이른바 ‘소사장 업체’ 내지 ‘사내 하청업체’로서 E의 사업장 내에 사무실 및 작업장을 두고 있고, E은 이를 무상으로 사용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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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는 E 또는 타 업체로부터 원자재와 작업지시서를 제공받고, 작업지시서에 따라 원자재를 가공(커팅 및 용접)하여 파이프를 제작한 다음 이를 E 또는 타 업체에 납품하는 계약을 도급받아 영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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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는 2000. 9. 10.부터 2020. 9. 17.까지 피고의 작업장에서 피고의 파이프 제작 업무(이하 ‘이 사건 업무’라 한다)에 종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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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의 이 사건 업무에 투입되는 인력은 총 8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고를 포함한 F, G, H, I, J 등 6명(이하 ‘원고 측’이라 한다)은 피고가 제공한 작업지시서에 따라 파이프를 제작하는 업무를 수행하였고, 나머지 2명은 제작된 파이프에 대하여 수압테스트를 실시한 후 적재함에 넣어 E에 납품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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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는 원고 측과 사이에는 도급계약서 형식의 프리랜서 계약서(이하 ‘이 사건 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였고, 나머지 2명과 사이에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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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는 2012. 6. 1.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하였고, 2012. 7. 17.부터 2020. 9. 18.까지 매월 원고에게 지급할 보수에서 일정액을 공제하여 그 공제액을 원고의 퇴직연금계좌에 부담금으로 납입하여 왔는데, 피고가 부담금으로 납입한 공제액은 합계 27,760,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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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는 원고에게 원고의 전체 근무기간 중 2012. 6. 1.부터 2020. 9. 17.까지의 기간에 대하여만 퇴직연금 형태로 퇴직금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2, 3, 4, 8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증인 F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 주장의 요지

가.

원고

1)

미지급 퇴직금 청구

원고는 피고에게 고용되어 2000. 9. 10.부터 2020. 9. 17.까지 근무하였는데, 피고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한 2012. 6. 1.부터 2020. 9. 17.까지의 퇴직금만을 지급하였고, 2000. 9. 10.부터 2012. 5. 31.까지의 퇴직금 합계 54,921,05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2)

퇴직연금 부담금 반환 청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라 한다) 제20조에 따라 근로자에 대한 퇴직연금 부담금은 전액 사용자가 부담하여야 함에도, 피고는 원고에게 지급할 임금에서 이를 납입하였고, 그 금액의 합계는 27,760,000원이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 금액을 부당이득금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3)

국민연금 미가입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피고는 국민연금법 및 동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당연적용사업장의 사용자로서 근로자인 원고에 대하여 국민연금에 가입할 의무가 있고, 기준소득월액의 일정액을 연금보험료로 납부할 의무가 있음에도 피고는 원고의 근무기간 동안 원고에 대하여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고, 연금보험료도 납부하지 않았다.

이러한 피고의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가 없었다면, 원고의 전체 근무기간에 대한 월 평균임금은 4,022,700원이고, 그에 따른 예상 국민연금 월 수령액은 658,350원이므로, 원고는 64세부터 80세까지 204개월간 합계 134,303,400원을 지급받을 수 있었는데, 위 금액에서 원고 본인의 부담금 43,627,000원을 공제한 다음 이를 현재가치로 환산한 53,552,700원이 피고의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의 손해액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

원고는 피고가 고용한 근로자가 아니라 원고를 포함한 원고 측 6명이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계약서를 작성하고, 별도로 팀을 구성하여 독자적인 지위에서 피고로부터 하도급받은 이 사건 업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에 따른 보수를 지급받았으므로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3.

원고의 근로자성 여부에 대한 판단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 사건 계약서의 형식(노무도급계약)과 달리 원고의 지위가 근로자임을 전제로 하는바, 선결 문제인 원고의 근로자성 여부를 먼저 판단하기로 한다.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44276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과 그에 드러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피고에게 고용된 근로자라고 봄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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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는 피고의 작업장에서 무려 20년 가까이 근로를 제공하였고, 같은 기간에 원고가 다른 사업장에도 근로를 제공하였다거나, 제3자와 사이에 개인사업자로서 파이프 제작 업무를 도급받았다고 볼 만한 정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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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는 원고를 위하여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하였고, 원고에게 2012. 6. 1.부터 2020. 9. 7.까지의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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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는 원고 측과 사이에 당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오다가, 2015. 10. 1.부터 ‘프리랜서 계약서’라는 명칭의 이 사건 계약서를 작성하여 왔다. 증인 F는 이에 대하여 피고가 일방적으로 이 사건 계약서의 작성을 요구하여 ‘우리가 왜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하여야 하느냐’고 항의를 하였지만, 사용자인 피고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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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는 원고에게 파이프 1인치당 1,900원의 단가를 보수로 지급하였다면서 원고와 체결한 프리랜서 계약을 근로계약이 아니라 노무도급계약이라고 주장하나,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업무 수행에 대하여 매월 지급한 금액은 모두 최소 1만 원의 단위로 지급되었고, 매월 같은 금액이 지급된 기간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바, 1인치당 1,900원의 단가로 계산한 보수액이라기보다는 통상적인 근로자의 급여에 더 가까워 보인다. 위 금액이 매월 일정한 날짜에 지급되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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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계약서의 작성일은 2016. 6. 1.과 2019. 1. 9.로 약 2년 6개월 이상의 시차를 두고 있는데, 모두 계약금액을 1인치당 1,900원으로 산정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2019. 1. 9. 작성된 이 사건 계약서의 경우 제6조 제2항에서 ‘24개월의 계약기간 만료 후 이상 없을시 계약금액은 전과 동일’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가 동등한 사업자의 지위에서 실질적인 계약조건 협의를 거쳐 이 사건 계약서를 작성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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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업무에 필요한 전기용접기 6대, 선반 2대, 밀링머신 1대 등 기계설비, 엘보 등 원자재 및 보안경, 용접봉, 용접용 장갑 등 소모품은 원고의 소유가 아니고, 피고 소유의 전기용접기 4대를 제외한 기계설비는 모두 E의 소유이며, 위 원자재와 소모품은 E이 무상 제공한 것이다. 원고 측과 E 사이에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는바, E은 피고와의 계약관계에 따라 피고에게 이 사건 업무에 필요한 기계설비, 원자재와 소모품을 무상으로 제공한 것이고, 피고도 원고 측과의 계약관계에 따라 E이 무상 제공한 기계설비, 원자재와 소모품을 원고 측에게 그대로 제공한 것이므로, 결국 원고 측은 자신의 계산으로 이 사건 업무를 영위하였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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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E이 작성한 이 사건 업무에 대한 작업지시서를 피고가 원고 측에게 그대로 전달한 것 또한 원고 측과 계약관계가 없는 E의 작업지시가 아니라 원고 측과 계약관계를 맺은 피고의 작업지시로 봄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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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는 F를 중간관리자인 이른바 ‘직장’으로 칭하고, 그 직책에 대한 추가 수당까지 지급하였는바, F가 원고를 비롯한 원고 측 나머지 근로자들의 보수액을 결정하고 그들을 지휘·감독한 것은 F가 나머지 근로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용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피고의 업무 편의상 F를 중간관리자의 지위에 두고 피고가 행사할 원고 측 나머지 근로자들에 대한 지휘·감독권한을 위임하여 행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피고 스스로 파이프 납품기한을 준수하기 위하여 원고 측의 작업진척 상황을 살폈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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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는 원고가 개인사업자로서 이 사건 업무의 보수에 관하여 사업소득세 등을 납부하였고, 피고가 원고를 위하여 건강보험 등 소위 4대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없음을 들어, 원고와 체결한 프리랜서 계약을 노무도급계약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계약에 의하여 근로자를 사용하는 대신 노무도급이라는 편법적인 형식으로 사람을 사용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소득세 납부의 형식이나 4대 보험 미가입 사실만을 놓고 원고가 피고로부터 독립된 사업자의 지위에서 이 사건 업무를 도급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아가 원고는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았는바, 피고는 자신의 소득세를 신고·납부하면서 원고에게 지급한 보수액에 대한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데, 근로소득세보다 사업소득세의 원천징수세율이 낮아 피고로서는 위와 같은 편법적인 형식을 취할 충분한 동기가 있다. 증인 F도 세금 때문에 프리랜서 계약 형식을 갖추게 되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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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가 제공한 작업지시서에는 파이프 납품기한이 기재되어 있는바,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가 아니라 독립적인 사업주체라면 파이프 제작 지체시 원고가 부담하여야 할 책임 등이 기재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 계약서에는 이에 관하여 아무런 내용이 없다.

-

원고가 피고를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으로 고소한 것에 대하여, 부산지방검찰청 서부지청 담당 검사는 2021. 12. 7. 원고가 피고에게 고용된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처분을 하였으나, 이는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임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수사기관의 판단일 뿐이므로, 그와 증명의 책임·정도 등을 달리하는 이 사건이 위 불기소처분의 취지에 구속될 것은 아니다.

4.

원고의 청구에 대한 판단

가.

미지급 퇴직금 청구

원고는 2000. 9. 10.부터 2020. 9. 17.까지 피고에게 고용된 근로자로서 근무한 사실, 피고는 원고의 근로기간 중 2012. 6. 1.부터 2020. 9. 17.까지의 기간에 대하여만 퇴직금을 지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는 2012. 6. 1.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하면서 설정 전의 원고 근무기간을 가입기간에 포함하지 않은 사실, 2020. 9. 10.부터 2012. 5. 31.까지 근로기간을 포함할 경우 미지급 퇴직금은 54,921,050원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퇴직금 54,921,05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퇴직연금 부담금 반환 청구

1)

관련 법리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한 사용자는 가입자의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현금으로 가입자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납입하여야 한다(퇴직급여법 제20조 제1항).

퇴직급여법에 따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가 설정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사용자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부담금을 납입하면서 동액 상당을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에서 공제하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의 설정이나 사용자의 그러한 부담금 납입행위 자체가 무효로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경우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퇴직연금의 부담금 명목으로 공제된 금액 상당의 미지급 임금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고, 만일 정당한 부담금액과 이미 납입된 부담금액의 차이가 있다면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그 차액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것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을 뿐, 퇴직금제도에 따라 평균임금의 재산정을 통해 계산하는 방식으로 추가 퇴직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는 없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018다244877 판결 참조).

2)

판단

피고가 원고에 대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부담금 합계 27,760,000원을 납입하면서 이를 자신이 부담하지 않고 퇴직급여법 제20조 제1항에 반하여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에서 공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원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에게 퇴직연금의 부담금 명목으로 공제된 27,760,000원의 미지급 임금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있다.

원고는 부당이득반환으로 위 공제액 27,760,000원의 지급을 구하나, 피고가 27,760,000원 상당을 부당하게 공제하여 원고에게 동액 상당의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원고는 여전히 피고와 체결한 근로계약에 따라 동액 상당의 임금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피고가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6다45779 판결 참조).

다만, 원고는 피고가 퇴직급여법에 반하여 퇴직연금 부담금을 원고의 임금에서 전액 공제하여 원고가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원고의 임금채권이 시효로 소멸되지도 않았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를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으로 선해하여 인용하기로 한다.

다.

국민연금 미가입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인바, 피고는 1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사업장은 당연적용사업장으로서 근로자인 원고와 사용자인 피고는 당연히 사업장가입자가 되고(국민연금법 제8조 제1항), 원피고는 원고의 기준소득월액의 45/1,000에 해당하는 금액을 각각 원고에 대한 연금보험료로 납부할 의무가 있는데(국민연금법 제88조 제3항), 피고는 원고를 근로자가 아니라고 보아 원고의 사업장가입자 자격을 취득하지 않았고, 원고에 대한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런데,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원피고는 근로계약서와 이 사건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국민연금을 비롯한 소위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기로 약정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의 원고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자 자격 미취득과 연금보험료 미납을 원고에 대한 채무불이행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또한 원피고가 이 사건 계약서 등에서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에 사용자인 피고의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있으나, 이를 국민연금법 제119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용자가 근로자가 국민연금 가입자로 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 등으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의 성립을 전제로 한 이 부분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설령 피고의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더라도,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주장하는 예상 국민연금 월 수령액은 2020. 1월에 최초로 국민연금에 가입한 것을 기초로 산정된 액수로서, 향후 실제 연금수급액은 수급 당시의 전체가입자의 평균소득월액과 재평가율이 적용되어 변동될 수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원고의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적용되는 요소는 아니고, 여기에다가 국민연금법 제4조는 국민연금 재정이 장기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국민연금 재정 수지를 계산하여 급여액, 급여의 수급 요건 등을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까지 보태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금액을 원고의 손해액으로 인정하기도 어렵다.

라.

소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합계 82,681,050원(= 54,921,050원 + 27,76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2020. 10. 2.부터 피고가 이 사건 이행의무의 존부 내지 범위에 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3. 2. 17.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상 법정이율 이내로서 원고가 구하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이 기각한다.

판사 유기웅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