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판결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5. 2. 5. 선고 2024고단984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부산 강서구 B에서 C회사이라는 상호로 플라스틱 수지를 사출 성형하여 자동차용 컵홀더 등을 제조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주로서, 소속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보건 관리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23. 10. 5. C회사 사업장에서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 D(남, 58세)이 사출성형 원료인 플라스틱 수지 40포대(1포대 당 25kg, 총 1,000kg, 이하 '원료포대'라고 한다)를 파렛트에 올려 섬유로프를 연결한 후 크레인으로 인양하여 보관장소로 운반하는 작업을 하도록 피해자에게 지시하였다.

이처럼 중량물을 취급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 사업주인 피고인에게는 낙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고, 위와 같은 중량물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안전한 섬유로프 등 중량물 취급용구를 마련하고 그 손상 여부를 수시 점검하며 꼬임이 끊어진 것 또는 심하게 손상되거나 부식된 섬유로프는 사용하지 않도록 하며, 크레인을 이용하여 중량물을 인양할때 중량물이 떨어질 수 있는 위험구역에 근로자의 출입 · 접근을 통제하는 등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여 중량물 취급 작업에 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아니하고, 부식되고 꼬임이 일부 끊어져 손상 · 변형되고 기본 · 최대 사용하중 표식이 없는 섬유로프를 인양 작업에 사용하도록 내버려두는 등중량물 인양 작업을 제대로 관리 · 감독하지 않은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같은 날 17:25경 위와 같은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원료포대가 매달려 있는 곳 아래에서 정리작업을 하던 도중 섬유로프가 끊어지면서 원료포대가 아래로 떨어져 원료포대에 깔리는 사고로 같은 날 18:27경 부산대학교병원에서 가슴으깸으로 인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아니함과 동시에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근로자인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판단

가.

검사는 피고인이 3가지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아래에서 차례대로 본다.

①

피고인이 중량물 취급 작업에 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피고인이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였으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므로 위 의무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②

부식되고 꼬임이 일부 끊어져 손상 · 변형되고 기본 · 최대 사용하중 표식이 없는 섬유로프를 피해자가 사용함으로써 사고가 발생한 것은 맞다. 그러나 피해자가 사용한 로프는 1톤이나 되는 원료포대를 묶을 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물건을 묶을 때 사용하는 것으로 피해자 또한 충분히 이를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사용한 로프가 설령 부식되고 꼬임이 일부 끊어져 손상 · 변형되어 있었더라도 어차피 사고의 원인이 피해자가 사용하면 안 되는 로프를 사용한 것에 있으므로 위 의무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나아가 피해자가 사용한 로프에 기본 · 최대 사용하중 표식이 없었으나 그러한 이유로 피해자가 이를 모르고 사용한 것이라면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겠으나 피해자는 약 10년간 사고가 난 작업을 해왔고, 사고 이전에는 원료포대 이동 시 사고가 난 로프가 아닌 훨씬 두꺼운 로프를 사용해온 것으로 보이므로 피해자는 사고가 난 로프의 기본 ·최대 사용하중을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 따라서 이 부분 의무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③

피고인이 원료포대가 떨어질 수 있는 구역에 근로자의 출입 및 접근을 통제하지 않은 것은 맞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안전상의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지, 단지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위와 같은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7834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따라 보건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원료포대 아래에서 작업을 하도록 시켰다는 증거는 없고, 오히려 피해자가 스스로 원료포대 아래에서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 피고인은 사고 당시 사무실에 있어 피해자가 원료포대 아래에서 작업을 하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평소 그와 같이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였다고 볼 증거 또한 전혀 없다.

나.

그러므로 피고인이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의무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렀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

3.

결론

따라서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수홍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