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03. 6. 13. 선고 2000가합6257 판결

손해배(기)등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금 2,000,000원과 이에 대한 2000. 4. 28.부터 2003. 6. 13.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90%는 원고가, 1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 3, 4, 9, 10, 12호증(각 가지 번호 포함), 을 제2, 3, 4, 5, 12, 13, 15, 18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C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1999. 3. 2. 설립신고를 하여 다음날인 같은 달 3.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조합으로서 화물운송, 항만하역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전국규모의 단위노동조합이고, 피고는 부산항 제3단계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착공된 컨테이너 전용부두인 D 부두를 관리·운영하기 위하여 1990. 6. 26. 설립된 이래 컨테이너화물의 하역, 운송업 등을 영위하여 온 회사이다.

나.

한편, E노동조합(이하 'E노조'라고 한다)은 부산 지역의 항만, 철도, 육상, 농수산물의 하역업, 운송업, 보관업 및 이와 관련되는 부대업 또는 기타 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여 1980. 12. 1. 'F노동조합 부산지부'라는 명칭으로 설립신고한 후 1997. 4. 23.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신고한 단위노동조합인데, 피고는 그 설립 이후 위 E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왔고,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발효중인 단체협약은 피고 등 회원사를 대표하는 G협회와 E노조 등 단위노동조합의 조합원을 대표하는 H단체 사이에 2002. 6. 28. 체결된 것으로서 그 유효기간은 2002. 6. 1.부터 2003년 5. 31.까지이다.

다.

원고는 피고 소속 근로자인 I가 1999. 12. 9. 원고에 가입하자 다음날인 같은 달 10. 피고에게 I 가 원고에 가입하여 I를 지부장으로, J를 부지부장으로 하는 B지부를 설치하였음을 통보한 후 2000. 1. 7.경까지 수차례에 걸쳐 피고에게 원고와의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유일 교섭단체인 E노조가 조직되어 있으므로 구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2001. 3. 28. 법률 제64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부칙 제5조 1항에 의하여 원고를 단체교섭 대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요구를 계속 거부하여 왔다(특히 노동부가 1999. 12. 29. 원고를 단체교섭 대상으로 인정하여야 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한 1999. 12. 14.자 피고의 질의에 대하여 피고 사업장에는 이미 E노조가 조직되어 있으므로 피고 소속 근로자는 원고에 가입·활동할 수 없다는 취 지로 회시를 하자 피고는 이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원고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하였다).

라.

이에 원고는 2000. 1. 10.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하였으나 위 위원회는 같은 달 20. 노동쟁의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조정위원회의 조정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결정을 하였고, 이에 원고는 2000. 1. 20.부터 같은 달 25.까지 파업찬반투표를 하여 투표에 참가한 조합원 298명 중 257명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하였다.

마.

부산지방법원은 2000. 2. 11. 2000카합53호로 피고는 원고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취지의 단체교섭거부금지가처분결정 하였는데, 이에 위 결정시까지 파업을 유보하고 있던 원고가 위 결정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피고에게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다시 수차례 요구하였으나 피고가 계속 거부하자 2000. 2. 25. 19:00부터 파업에 돌입하였다가 같은 해 4. 30. 이를 종료하였다.

2.

단체교섭거부금지 청구에 대한 판단

가.

기존 노동조합의 존재 여부

(1)

개정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2001. 3. 28. 법률 제6456호, 이하 '노조법'이라고한다) 제5조에서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복수노조의 설립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면서, 그 부칙 제5조 1항에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에는 제5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2006. 12. 31.까지는 그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하는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은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의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이 주축이 된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복수노조의 설립을 즉시 허용할 경우 야기될 수 있는 단체교섭 상의 혼란, 노노 간의 갈등 등의 문제를 예상하여 교섭창구의 단일화를 위한 방법과 절차 등 필요한 사항이 강구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이를 금지하려는 것이므로, 부칙 제5조 1항의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는 기업별 단위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는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고, 다만 위와 같은 입법취지에 비추어 독립한 근로조건의 결정권이 있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소속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한, 초기업적인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단위노동조합의 지부 또는 분회로서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을 하면서 당해 조직이나 그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대하여는 독자적으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능력을 가지고 있어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에 준하여 볼 수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5361 판결 참조).

(2)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E노조가 피고의 사업장에 조직되어 있는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이 아님은 분명하고, 피고에 설치되어 있는 E노조의 D 연락소의 경우 연락소장의 임면은 E노조의 위원장이 위 노조 인사위원회의 결의를 득한 후 집행하도록 되어 있고(을 제13호증 E노조 규약 제40조 1.의 마항), 조합의 단체교섭 협약 및 노사협의회의 대표자는 E노조의 위원장이 되는(위 규약 제52조) 등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을 하면서 당해 조직이나 그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대하여 독자적으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능력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고 할 수 없어서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에 준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결국, 피고의 경우에는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어서 노조법 부칙 제5조 1항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위 조항을 근거로 한 피고의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나.

원고의 단체교섭 요구자격 구비 여부

(1)

그런데 피고가 피고 소속 근로자들 중 현재 원고에 가입한 근로자가 한 명도 없는 상태이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갑 제9호증, 을 제19 내지 21호증의 각 기재, 증인 C, K의 각 일부 증언에 변론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소속 근로자로서 원고에 가입한 근로자는 1999. 12. 20. 현재 325명이고, 2000. 7.경에는 150명으로 줄어들고, 그 후 위 인원수에 변동이 있어오다가,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피고의 전체 직원은 690명이고, 이 중 노동조합 가입대상자가 아닌 75명을 제외한 615명 중에서 L 등 101명은 어느 노조에도 가입하지 아니한 비노조원들이고, M 등 나머지 514명은 E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들이며, N 등 원고에 가입했던 근로자들도 다시 E노조에 가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 소속 근로자들 중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원고에 가입해 있는 근로자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다른 증거가 없는 이상, 원고는 피고에게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자격조건을 구비하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다.

(2)

이에 대하여 원고는 N 등 원고에 가입했던 근로자들이 원고에 탈퇴서를 제출하거나 직접 탈퇴 의사를 밝힌 사실이 없으므로 위 근로자들은 여전히 원고의 조합원들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갑 제1호증의 2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규약 제8조에서 '조합의 선언, 강령, 규약을 찬동하여 조합에 가입하고자 하는 자는 소정의 가입신청서를 해당 지부 또는 본조에 제출하며, 위원장의 승인으로 조합원의 자격을 취득한다. 탈퇴 역시 가입절차에 준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 규약에 위와 같이 탈퇴 절차가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조합의 존속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조합원의 종신까지 존속할 것을 정한 때에는 각 조합원은 부득이한 사유 없이 조합에 불리한 시기가 아닌 한 언제든지 탈퇴할 수 있는 점(민법 제716조 1항),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가입할 수 있는 것이므로(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5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유로이 탈퇴할 수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에 가입하였던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그 후 E노조에 다시 가입하였다면, 비록 원고 규약상의 탈퇴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에서 탈퇴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위 근로자들이 여전히 원고의 조합원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위자료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원고의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던 기간인 1999. 12. 10.부터 2000. 1. 7.까지 수차례에 걸쳐 피고에게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가 계속하여 이를 거부하였고, 더욱이 부산지방법원이 2000. 2. 11. 2000카합53호로 피고는 원고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취지의 단체교섭거부금지가처분결정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거부하였으며, 이에 원고는 부득이 2000. 2. 25.부터 같은 해 4. 30.까지 2개월여 동안 파업을 하게 되었던 것인바, 피고가 위와 같은 법원의 가처분결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하여 계속 원고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위와 같은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의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나.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이에 대하여 피고는 먼저 2002. 4. 15. 원고의 B 지부장 I, 사무장 O과, 같은 해 6. 4. 부지부장 J와 원만히 합의하였으므로 원고에 별도로 위자료청구권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가사 위와 같은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조합원 개인의 손해와 조합의 손해는 별개의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또한 피고는 원고의 불법 파업으로 피고는 40억 원 이상의 직접 손실과 수백억 원에 달하는 간접 손실 등의 막대한 손해를 입었으므로, 원고에 대한 위와 같은 손해배상채권으로 상계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가사 피고에게 위와 같은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손해배상채무가 피고의 고의의 불법행위, 즉 법원의 가처분결정을 위반한 정당한 이유 없는 단체교섭 거부로 인한 것인 이상 피고는 자신의 채권으로 상계할 수 없는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나아가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의 피해 정도와 현재 상황, 피고의 불법행위의 경위와 결과,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보면 그 액수는 금 2,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로서 금 2,000,000원과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인 2000. 4. 28.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사건 판결선고일인 2003. 6. 1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피고는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종기(재판장) 이훈재 김종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