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노동조합이라면 그 단체교섭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의 규정이 없는 이상 당연히 단체교섭권을 가지는 것이고, 노조법 부칙 제5조 3항은 `노동부장관은 2001년 12월 31일까지 제1항의 기한이 경과된 후에 적용된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단체교섭의 방법, 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을 강구하여야 한다'하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같은 부칙 제5조 제1항을 전제로 하는 규정임이 법문상 명백할 뿐 아니라, 입법취지도 그 수범자를 노동부장관으로 하여 그에게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의 강구의무를 부과하는데 있는 것이지 허용된 복수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사용자측에게 단체교섭 거부권을 수여한 것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 사건/2000.7.25 선고, 부산지법 제1민사부 2000카합351 쟁의금지가처분
* 채권자/○○터미날 주식회사 대표이사 이○은, 이○환
대리인 변호사 안석태, 이기열
* 채무자/전국○○하역노동조합 대표자 위원장 김종인
내지 15. 별지 목록 기재와 같다.
피신청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부산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정재성
주문
채권자의 이 사건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신청비용은 채권자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기초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채권자 회사는 1996.3.20 설립된 이래 부산항 확장구역에서 컨테이너 및 이와 관련되는 화물의 하역, 보관, 운송업 등을 영우하고 있고, 채무자 하역노조는 화물운송, 항만하역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1999.3.2 설립되어 같은 달 3일 설립신고증이 교부된 전국규모의 산업별 단위노동조합이다.
한편, 신청외 부산항운노동조합(이하 신청외 항운노조라고 한다)은 부산지역의 항만, 철도, 육상, 농수산물의 하역업, 운송업, 보관업 및 이와 관련되는 부대업 또는 기타 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여 1980년경 설립된 지역별, 직종별 단위노동조합인데, 채권자 회사에 신청외 항운노조 ○○터미날 연락소를 두고 있고, 채권자 회사와 사이에 유효기간이 2000.8.31까지인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채무자 하역노조는 1999.12.9 채권자 회사 소속 근로자인 이×영 등 별지 목록 기재 채무자들이 가입한 후 ○○터미날지부를 설립하고, 같은 달 10일경부터 여러차례에 걸쳐 채권자 회사에게 단체교섭에 임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자, 2000.1.10 신청외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여 같은 달 20일 위 위원회로부터 조정결정을 받고, 같은 달 26일 쟁의행위찬반투표를 거쳐 회사 사업장 내에서 파업중에 있다.
주장 및 판단
채권자 회사는, ①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한다) 부칙제5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복수노동조합의 설립 및 가입이 2001.12.31까지 유예되어 있으므로 채무자 하역노조는 적법한 노동조합이 아니고, 가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② 같은 부칙 제5조 제3항의 규정에 비추어 채권자 회사는 채무자 하역노조의 단체교섭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으며, ③ 채무자들의 쟁의행위는 노조법에 정한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복수노동조합인정여부에 관하여
현행 노조법은 구 노동조합법(1997.3.13 법률 제5310호로 폐지되기 전의 법) 제3조 제5가 ‘조직이 기존의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 하거나 그 노동조합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 것을 삭제하고, 제5조에서는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복수노동조합의 설립 및 가입을 허용하면서, 다만 부칙 제5조 제1항에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에는 제5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2001.12.31까지는 그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하는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복수노동조합의 설립에 관하여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나아가 노조법 부칙 제5조 제1항에 의하여 일정기간 복수노동조합의 설립이 유예된 노동조합의 범위에 관하여 살피건대, 위 조항에서 규정하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는 기업체 그 자체를 말하고, 위 조항을 둔 조치가 구노동조합법(1986.12.31 법률 제39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조 제1항이 단위노동조합의 형태를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하는 것으로 강제한 이래 기업별 노동조합이 주칙이 된 우리나라 산업현장을 고려하여 산업현장에 대한 충격을 취소화하기 위하여 기업단위의 복수노동조합의 설립은 한시적으로 유예한 데 있다고 봄이 합리적이라고 볼 때 위 조합이 일정기간 그 설립을 유예하고 있는 복수노동조합은 기업별단위노동조합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에 돌아가 보건대, 신청외 항운노조가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이 아님은 앞에서 본 바이고, 신청외 항운노조가 채권자 회사에 설립한 ○○연락소 역시 노조법 제10조, 같은법 시행령 제7조에 정한 설립신고를 하지 않은 점, 위 연락소의 장의 임면은 신청외 항운노조의 위원장이 그 인사위원회의 결의를 얻어 하도록 하고 있는 점(신청외 항운노조 규약 제40조 1호 마목), 단체교섭 협약 및 노사협의회의 대표자는 신청외 항운노조의 위원장이 되는 점(같은 규약 제52조 제1항) 등에 비추어 볼 때 채권자 회사에 조직된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이 아니라고 할 것인바, 그렇다면 채권자 회사에는 현재 기업별 단위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지 않다고 할 것이므로 채무자 하역노조나 그 ○○터미날지부는 노조법 부칙 제5조 제1항에서 일정기간 설립을 제한한 복수노동조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단체교섭요구에 불응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채권자 회사는, 그가 채무자 하역노조의 단체교섭요구에 응하게 된다면 채권자 회사는 기존의 교섭대상 노동조합인 신청외 항운노조 이외에 채무자 하역노조와도 단체교섭을 하여야 하는 결과, 2001.12.31까지 어떠한 형태이든 하나의 사업장 내에 복수의 교섭단체는 있을 수 없음을 전제로 2002.1.1 이후 하나의 사업장 내에 복수노동조합이 전면 허용될 경우를 대비하여 노동부장관에게 교섭창구의 단일화 방안을 강구하도록 한 노조법 부칙 제5조 제3항의 취지에도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채권자 회사는 채무자 하역노조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조합이라면 그 교섭단체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의 규정이 없는 이상 당연히 단체교섭권을 가지는 것이고, 노조법 부칙 제5조 제3항은 ‘노동부장관은 2001.12.31까지 제1항의 기한이 경과된 후에 적용될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단체교섭의 방법, 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같은 부칙 제5조 제1항을 전제로 하는 규정임이 법문상 명백할 뿐만 아니라, 입법취지도 그 수범자를 노동부장관으로 하여 그에게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의 강구의무를 부과하는데 있는 것이지 허용된 복수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사용자측에게 단체교섭거부권을 수여한 것이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채권자 회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쟁의행위 조정절차 위배에 관하여
채권자 회사는 ① 채무자 하역노조가 2000.1.10 신청외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신청한 조정신청은 그에 대한 결정내용이 취지가 위 조정신청은 조정위원회의 조정대상이 아니라는 점에 비추어 위 조정신청 자체가 부적법하고, ② 2000.1.18 10:00경 있었던 태업은 조정결정이 있기 전이었으므로 채무자들의 이 사건 쟁의행위는 노조법 제45조 제2항에 정한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에 관하여는 위 조정신청에 대한 결정취지가 채무자 하역노조의 조정신청은 법령에 대한 해석, 적용, 준수 등 권리분쟁에 관한 사항으로서 조정위원회의 조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일 뿐이어서 위 결정내용을 들어 위 조정신청 자체가 부적법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고, ②에 관하여는 채권자 회사가 채무자 하역노조가 위 조정결정이 있기 전에 이미 2000.1.18 태업을 하였다는 점을 들어 채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함을 별론으로 하고 조정절차를 거쳐 현재 적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쟁의행위의 당부를 다툴 사유는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채권자 회사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채무자들의 쟁의행위가 위법함을 전제로 그 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채권자의 이 사건 신청은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므로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신청비용은 채권자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김진수(재판장), 김태경, 도진기 ♧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