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변경 전 상호 한국자동차보험 주식회사, 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는 보험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1989. 4. 20. 피고에 입사하여 근무하다 2014. 1. 22. 퇴직한 근로자이다.
원고는 피고 회사 B지점 팀장으로 근무하던 중 1998. 8. 20. "위 본인은 근로기준법 제34조 제3항 및 취업규칙 등 관련 제규정에 의거하여 1998. 6. 30.을 기준으로 본인의 퇴직금을 중간정산하여 줄 것을 요청하며,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의 수용이나 그 시행방법 등 절차는 회사가 정하는 바에 따르기로 동의합니다"라고 기재된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와 "위 본인은 대출금 상환에 따른 본인의 편의를 위하여 1998. 6. 30.을 기준으로 중간정산한 퇴직금에서 본인의 사내 각종 대출금을 상환처리하여 줄 것을 요청합니다"라고 기재된 대출금 상환신청서에 각 서명하였다.
피고 회사는 위 신청에 따라 1998. 9. 4. 원고에게 원고 입사일인 1989. 4. 20.부터 중간정산 기준일인 1998. 6. 30.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당시 시행되던 취업규칙에 따라 산정한 중간정산 퇴직금 30,021,930원에서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대출채무 합계 15,865,000원 등을 공제하고 나머지 10,964,140원을 지급하였다(이하 '이 사건 중간정산'이라 한다)
피고 회사는 2014. 1. 22. 퇴사 당시 원고에게 중간정산 기준일 다음날부터 최종 퇴직일까지의 기간(1998. 7. 1.부터 2014. 1. 22.까지)에 대하여 당시 시행되던 취업규칙에 따라 산정한 퇴직금 142,400,210원을 지급하였다.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은 원고 입사 후 수차례 개정되었는데 퇴직금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입사 당시 취업규칙 부분을 '퇴직금 누진제'라 하고, 개정된 이후 취업규칙 부분을 '퇴직금 단수제'라 한다).
입사 당시 취업규칙
제57조(퇴직금)
직원이 퇴직한 때에는 근속 만 10년까지는 매 1년마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평균임금의 1개월분, 10년을 초과시는 초과 매 1년마다 2개월분의 퇴직금을 지급한다.
근속연수가 2년을 초과한 퇴직자에게는 제①항에서 정한 퇴직금의 100분의 50의 범위 내에서 근속 2년마다 100분의 10씩 가급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한다. 다만, 퇴직금의 가급은 근속 만 10년까지만 적용한다.
1995. 2. 23. 개정 후 취업규칙
제50조(퇴직금)
직원이 퇴직한 때에는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승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한다.
부칙
제1조(시행일) 이 규칙은 1995. 2. 23.부터 시행한다.
제2조(경과조치)
이 규칙 시행일 이전까지의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 계산방법은 종전 규칙을 적용한다.
2006. 7. 1.자 취업규칙
제27조(퇴직금)
직원이 1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한 때에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2,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피고 회사는 1998년경 직원들에게 퇴직금 형태로 돈을 지급하겠으니 부족한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고 이후 상환하라고 설명하며 전 직원들에게 일괄적으로 중간정산신청을 강요하였다. 원고는 부득이 중간정산신청서에 서명하였고, 피고 회사는 일방적으로 회사에 대한 대출금채무와 원고가 지급받을 중간정산퇴직금을 상계하고 나머지 퇴직금만을 지급하였다.
결국 이 사건 중간정산 신청은 피고 회사의 강압에 의한 것으로서 무효이므로, 최초 입사일인 1989. 4. 20.부터 2014. 1. 22.까지 근로계속이 인정된다.
피고 회사가 취업규칙 중 퇴직금 누진제를 단수제로 변경한 것은 종전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인데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얻지 못하였으므로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위 근로기간 동안의 퇴직금을 원고 입사 당시의 취업규칙에 따라 퇴직금 누진제를 적용하여 산정한 532,287,052원에서 기지급받은 퇴직금 합계인 172,422,140원(30,021,930원 + 142,400,210원)을 공제한 나머지 359,864,912원을 추가로 지급하여야 하는바, 그 중 일부인 53,849,30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한다.
피고 회사
이 사건 중간정산은 원고의 자발적인 신청에 의한 것으로 효력이 있고, 피고 회사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취업규칙을 변경하였다. 피고 회사는 입사일부터 퇴직일까지 유효한 취업규칙에 따라 정당하게 산정한 퇴직금을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퇴직금을 더 지급할 의무는 없다.
판단
이 사건 중간정산의 효력
구 근로기준법(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제3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당해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정산하여 지급한 후의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연수는 정산시점부터 새로이 기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퇴직금 중간정산 제도의 입법 취지와 퇴직금의 성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반드시 근로자가 먼저 중간정산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경우에만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가 유효한 것은 아니며,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가 개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면 퇴직금 중간정산의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2다41045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를 기초로 살피건대, 을 제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회사 부산본부 소속 근로자 383명 중 대다수인 359명이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아래에서 든 각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 인정사실 및 증인 C의 증언, 갑 제6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중간정산이 피고 회사의 강압에 의한 것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앞서 본 사실과 증인 D의 증언, 을 제3 내지 5, 7, 8, 10 내지 1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보면, 원고가 퇴직금 중간정산을 적극적으로 반긴 것은 아니지만 당시의 상황에서 퇴직금 중간정산이 최선이라고 판단하고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을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의 퇴직금 중간정산 합의는 유효하다.
피고 회사는 IMF 사태를 맞게 되며 금융감독위원회 및 보험감독원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선정되어 퇴출대상으로 지목되는 위기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피고 회사의 직원들은 1997. 12.말부터 1998. 1.초 사이에 고통분담 차원에서 6개월간 상여금을 포기하기로 결의하였고, 6개월 경과 후 다시 1999. 12.까지 상여금을 포기하기로 결의하였다.
피고 회사는 상여금 포기로 인한 직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1998. 8.경 퇴직금 중간정산 시행 이유 및 방법, 절차에 관하여 직원들에게 공지하였고, 원고를 비롯한 피고 회사 직원들은 중간정산 신청서에 스스로 자필 서명을 하였다.
원고를 비롯한 피고 부산본부 소속 근로자들은 1998. 8. 20.부터 24.까지 개별적으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하였고, 근로자 중 일부는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그들에게 특별히 인사상 불이익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를 비롯한 피고 회사 직원들은 중간정산 퇴직금을 이의 없이 수령하였고, 이 사건 소 제기 전까지 특별히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 중간정산 합의가 없었다거나 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다만, 원고는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근속기간 및 취업규칙에 관하여도 다투고 있는바, 이하에서 살펴본다).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근속기간
퇴직금 중간정산 후의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은 정산 시점부터 새로 기산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별도의 정함이 없는 한 중간정산 전·후의 계속근로기간은 단절되는 것인바(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2다41045 판결 참조),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최초 입사일부터 이 사건 중간정산일까지 및 중간정산일 다음날부터 최종 퇴사일까지 각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회사는 퇴직금 누진제에서 단수제로 변경하는 취지로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1995. 2. 23.부터 시행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 회사가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얻지 않았으므로, 퇴직금 누진제를 규정하고 있는 종전 취업규칙에 따라 퇴직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참조).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회사가 퇴직금 누진제에서 단수제로 변경하는 취지로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1995. 2. 23.부터 시행하는 것은 원고와 같이 퇴직금 누진제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들에게는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할 것이나, 을 제15 내지 2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각 사실들을 종합하면, 피고 회사는 위 개정 당시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얻은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적법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해당한다.
피고 회사는 1995. 2. 23. 퇴직금 누진제에서 단수제로 취업규칙을 개정하며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고 1995. 2.경 서울지방노동청에 근로기준법에 따라 취업규칙 변경을 신고하였다.
피고 회사는 이후에도 취업규칙을 수차례 변경하며 근로자들의 동의를 구하였는데, 변경된 취업규칙에서도 퇴직금 단수제 규정은 유지되어 왔다.
원고는 2011.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 변경 당시 개정 내용을 열람하였고 이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자필 서명하였고, 피고 회사의 2012. 취업규칙 개정 당시 피고 회사 근로자 4,868명 중 4,305명(88.4%)이 동의하였다.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 과정에서 원고를 비롯한 피고 회사의 직원들로부터 이의 제기나 법적 분쟁은 없었고, 원고 역시 이 사건 중간정산 당시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라 산정된 중간정산퇴직금을 아무런 이의 없이 수령하였다.
소결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원고의 입사일인 1989. 4. 20.부터 1995. 2. 22.까지는 종전 취업규칙에 따른 퇴직금 누진제를, 개정된 취업규칙 시행일인 1995. 2. 23.부터 퇴직금 중간정산일인 1998. 6. 30.까지는 개정된 취업규칙에 따른 퇴직금단수제를, 퇴직금 중간정산일 이후인 1998. 7. 1.부터 2014. 1. 22.까지는 퇴직금 단수제를 각 적용하여 위 각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하였으므로,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퇴직금을 추가로 지급하여야 할 의무는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지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