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과 승계참가인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들이 부담하고, 원고 A의 승계 참가인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 A의 승계참가인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 A은 1994. 3. 19. 피고회사 창원공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설비관리업무를 담당하던 사람이고, 원고 B은 원고 A의 배우자이며, 원고 C, D, E은 원고 A의 자녀들이다.
원고 A은 2012. 6. 13. 06:25경 이 사건 작업장에서 야간근무를 하던 중 라커룸에서 쓰러진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상세불명의 우측 중뇌대동맥 경색증, 기질성 정신 장애'(이하 '이 사건 질환'이라 한다)가 발병한 것으로 진단되었다.
원고 A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신청을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창원지방법원 2013구단674호로 요양불승인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여 2014. 8. 27.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받았고, 이에 대하여 근로복지공단이 부산고등법원 2013누11345호로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에서 재판부로부터 원고 A에게 산업재해보상을 하는 내용의 조정권고를 받고 수용함에 따라 원고 A이 소를 취하하였다.
참가인은 국민연금 가입자인 원고 A에게 2016. 4월까지 이 사건 질환에 대한 장애연금으로 합계 7,716,67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6, 7, 갑나 제12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 및 참가인의 주장
원고들의 주장
원고 A의 사용자인 피고는 법이 정한 근로조건에 따라 근로시간과 휴식, 연장, 야간, 휴일근로 등에 관한 규정을 준수하여 근로자가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장해를 입지 않도록 사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보호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2009. 6월 이후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주간 6명, 야간 2명의 근무조를 주간 5명, 야간 1명으로, 그 후 다시 주간 4명, 야간 1명으로 감원하여 근무하도록 하고 거의 매일 10시간 이상을 근무하도록 혹사시키는 등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였고, 그로 인하여 원고 A으로 하여금 이 사건 질환을 앓게 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원고들이 그로 인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또한, 피고회사는 근로자의 자녀 3명에 한하여 국내 대학교 입학금 및 등록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원고 A의 경우 피고의 불법행위가 없었다면 정년까지 근무하면서 자녀들인 원고 C, D, E이 피고로부터 대학 학자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을 것이므로, 이들이 국내 대학교에 재학하는 것을 조건으로 이들의 대학 학자금을 지급할 의무도 있다.
참가인의 주장
참가인은 국민연금법 제114조 제1항에 의하여 원고 A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함으로써 원고 A의 불법행위자인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일부를 대위취득하였으므로 피고는 참가인이 원고 A에게 지급한 장애연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참조).
원고 A의 근무 상황
원고 A의 담당 업무
원고 A은 1994. 3. 19.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하여 그로부터 약 18년 이상 설비 관리 업무를 담당하였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 사업장의 컴프레셔, 에어 드라이어, 냉각수 공급, 스팀 공급, 도시가스 공급, 냉난방, 용수 공급, 음용수 공급, 유류 공급, U/T 자동제어, 위생시설, 공조시설, 배관 등 각종 설비를 운전하고, 보수 및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 사건 사업장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이후 2009. 6.경 회사 전체의 인력 감축이 포함된 구조조정을 하였다. 이에 의하면 원고 A의 담당 업무는 2009. 6.경 이전 주간 6명, 야간 2명이 수행하다가, 2009. 6.경 이후 주간 5명, 야간 1명이 수행하는 것으로 변경되었고, 그 후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주간 4명, 야간 1명이 수행하는 것으로 다시 변경되었다.
이 사건 사업장은 2009. 6.경 구조조정 이후 야간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야간근무자는 설비 제어실에서 각종 설비 상태를 감시 및 점검하고, 1일 2회 정도 순찰 점검을 실시하였으며, 가동 시간이 정해져 있는 컴프레셔, 보일러를 적시에 가동하고, 주 1~2회 정도 발생하는 배관, 스팀 고장 등 즉각적인 보수가 필요한 비상상황에 대응하였다.
원고 A의 근무 현황
원고 A의 주간근무 정규 근무시간은 08:00부터 17:00까지로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이고 10:00 및 15:00에 각 10분간 휴식시간이 있으며, 야간근무 정규 근무시간은 20:30부터 다음날 08:00까지이다.
원고 A은 이 사건 질환 발병 무렵 5인 1조로 담당업무를 수행하면서 주간근무 4주와 야간근무 1주를 교대로 근무하였는데, 이 사건 질환 발병 직전인 2012. 6. 10. 및 2012. 6. 11. 각 10.5시간씩 2일 연속하여 야간근무를 하였고, 2012. 6. 12. 20:03부터 야간근무를 수행하던 중 다음날 06:25 이 사건 사업장 라커룸에서 쓰러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이 사건 발병 전 3개월 동안 원고 A의 근무 현황은 아래와 같다.
원고 A의 건강상태 등
원고 A은 F생으로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시 41세이고, 신장 172cm, 체중 82kg이며, 약 17년 정도 하루 1갑 정도의 흡연 습관이 있다.
원고 A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매해 실시한 건강검진 결과 비만, 혈압, 이상 지질혈증 등 관리가 필요하다는 등의 소견을 받았고, 2011. 10. 17.경 혼합성 고지질혈증으로 1개월 약물치료를 받은 내역이 있다.
[인정근거] 앞서 든 증거들, 갑 제8, 9호증, 을 제6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앞서 든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청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가 원고 A이 수행하는 근로로 인하여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한다.
비록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A이 이 사건 질환을 앓기 전 이 사건 사업장에서 상당한 기간 연장근로 및 주 · 야간 혼합근무를 하는 등 근로조건이 양호하지는 않았고 원고 A의 질환에 대하여 전문의들 중 일부는 이러한 근로조건이 이 사건 질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등의 사정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2, 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각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가 원고 A에게 이 사건 질환이 발병할 우려가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근로를 하게 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회사는 2009년 구조조정 이후 기존 주 · 야간 생산라인 운영형태가 주간에만 운영하는 것으로 변경됨에 따라 설비 관리 업무 담당 근무자를 감축하였고, 2010. 10월경부터는 장비의 주요 수리업무를 외부에 도급하여 설비 관리 업무 담당 업무량이 추가로 감소됨에 따라 순차적으로 근무인원을 감축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 A의 구체적인 업무는 주간에는 생산라인이 가동되는 상황에서 작업장의 기본설비를 이루는 장비를 관리하고 간단한 보수를 하는 것이고, 야간에는 생산라인이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건물의 기본설비에 대하여 기본적인 점검을 하는 것으로 특별히 업무내용이 과중하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원고 A은 이 사건 질환 발병 2개월 전과 비교하여 1개월 전에 급격하게 야간근무시간이 늘어나기는 하였으나, 이는 5인 1조로 설비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들이 상호 협의 하에 4인 주간 근무, 1인 야간근무를 순환하여 근무하는 과정에서 월 단위로 나누어 야간근무시간을 계산함으로써 발생한 것으로 보일 뿐 근로자들의 근무형태가 지나치게 불규칙적이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원고 A의 경우 위와 같은 연장근로 및 휴일근로를 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수당을 모두 받아 왔고 재직기간 중 한 번도 근무형태 및 연장근로에 대하여 피고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고혈압이나 건강상의 문제가 있어 근무조건의 변경을 요구하였다는 자료가 보이지 않는다{근로자가 근로기준법상의 연장 근로시간 상한선을 초과하여 근무한 경우에도 근로자의 동의를 얻은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과로로 인한 발병에 대하여 사용자측에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4. 10. 28. 선고 94다33491 판결 참조)}.
소결론
따라서 원고 A의 질환이 피고의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하여 발병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 및 참가인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어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 및 참가인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형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