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아래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1, 2, 3호증, 을 1 내지 6호증, 을 8호증의 1, 2, 3, 을 9호증의 1, 2, 을 1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피고는 일반택시운송사업자이고, 원고들은 피고 소속 택시운전사이다.
부산통합택시노동조합가입회사대표와 부산통합택시노동조합 사이에 2011. 2. 23. 체결된 2010년도 임금협정서(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고 한다) 제5조는 운송수입금(택시이용자에게서 받은 운임이나 요금)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는 아래의 기준 운송수입금을 반드시 납입하여야 하며, 월 기준 운송수입금 초과 납입시에는 초과금액의 20%를 성과수당으로 지급하고, 미달시에는 급여에서 공제한다.
근무제도별·차종별 1일 기준 운송수입금은 아래와 같다.
오토차량(차종무관): 1인 1차일 경우 124,000원
부산통합택시노동조합가입회사로부터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위임받은 부산광역시 택시운송사업조합과 부산통합택시노동조합은 2011. 2. 24. 아래와 같은 내용의 추가협약(이하 '이 사건 추가협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아래의 신차종을 출고할 경우에는 이 사건 단체협약 제5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단위 사업장 노사대표자의 합의로 기준 운송수입금을 조정할 수 있다.
대상차종: 기아자동차 K5 이상, 현대자동차 YF쏘나타 이상
부산광역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부산통합택시노동조합은 2013. 4. 1. 기준 운송수입금을 1일 130,000원(오토차량, 차종무관, 1인 1차 기준)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하였다.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은 2011. 2. 28. 피고 소속 K5 택시운전사는 등록일로부터 4년간 기준 운송수입금보다 3,000원이 인상된 금액을 매일 추가납입하는 내용의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를 하였다.
원고 A은 2013. 1. 3.부터, 원고 B는 2011. 3. 29.부터, 원고 C은 2011. 3. 31.부터, 원고 D은 2011. 9. 9.부터, 원고 E은 2011. 7. 1.부터 각 2013. 11. 30.까지 K5 택시를 운전하였고, 원고들은 피고에게 기준 운송수입금에 3,000원을 더한 금액을 매일 납입하였다.
원고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상급단체의 노사합의에 위반된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들은, 피고와 피고 노동조합 사이의 이 사건 합의는 상급단체의 노사합의인 부산통합택시노동조합의 이 사건 단체협약 제5조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이 사건 단체협약상의 기준 운송수입금만을 납입받아야 함에도, 기준 운송수입금에 3,000원을 추가한 돈을 납입받았는바, 피고는 법률상 원인없이 위 추가납입액에 해당하는 이득을 얻고 원고들로 하여금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원고들에게 부당이득금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합의는 별도의 단체협약체결권한있는 피고의 노동조합이 부산광역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부산통합택시노동조합 사이의 이 사건 추가협약에 기하여 체결한 것이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 내용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단체 상급단체의 노사합의인 이 사건 단체협약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법령에 위반된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들은, 이 사건 합의 또는 이 사건 단체협약 제5조는 이른바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규정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및 관련 법령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납입받은 운송수입금 중 추가납입액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1조 제1항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운송사업자는 운수종사자가 이용자로부터 수령한 운임 또는 요금의 전액을 당해 운수종사자로부터 납부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이른바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나아가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가 위 전액관리제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94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과태료 등의 행정적 제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국토해양부 훈령 제870호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시행요령' 제3조는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납하는 행위(제2호)와 차량 운행에 필요한 제반경비를 운수종사자에게 운송수입금이나 기타 금전으로 충당시키는 행위(제3호)를 위 전액관리제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는바, 이는 궁극적으로 택시운수종사자들에 대한 완전월급제를 유도하여 일반택시운송기업의 경영투명성을 확보하고 택시운수종사자들의 생활안정에 기여하며, 나아가 택시이용자에 대한 서비스의 질 제고라는 사회·경제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에 관련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및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위 각 규정은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에 반하는 사실적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제재를 가함으로써 그 반사적 효과로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의 정착을 유도하는 단속규정에 불과할 뿐 일반택시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 사이에 체결된 약정의 효력 자체를 부인하는 효력규정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와 피고 노동조합 사이의 이 사건 합의 및 부산광역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부산통합택시노동조합 사이의 이 사건 단체협약이 위 각 규정에 어긋난다고 하더라도 그 사법상 효력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들은, 이 사건 합의와 이 사건 단체협약 제5조 및 이 사건 추가협약은 택시운송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하는 비용 중 일부를 택시운전사에게 전가시키고 택시운전사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등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것이어서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운송수입금의 추가납부액에 상당하는 부당이득금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 여부는 단체협약의 내용과 그 체결경위, 당시 사용자 측의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 및 이 사건 변론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단체협약은 택시운전사가 기준 운송수입금을 초과납입한 경우 초과금액의 20%를 매월 성과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점, ② 이 사건 추가협약은, 택시운송사업자가 기존 택시의 차종보다 연비, 내구성, 편의성 등이 우수한 새로운 차종(K5, YF쏘나타)을 택시로 공급함으로 인하여 택시운전사도 유형·무형의 이득을 얻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새로운 차종을 공급받는 택시근로자에 한하여 개별 택시회사와 단위노동조합 사이의 합의에 따라 추가 운송수입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인 점, ③ 이 사건 합의는 추가 운송수입금의 납입기간을 최초 등록일로부터 4년으로 제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합의와 단체협약 및 추가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이라고 하기 어렵고, 달리 위 각 합의 내지 협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자료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근로자로 하여금 새로운 채무를 부담하게 하여 무효라는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들은, 이 사건 합의와 이 사건 단체협약 제5조 및 추가협약은 개별 택시운전사들의 동의 없이 택시운전사가 택시운송사업자에 대하여 채무를 새로이 부담하게 하는 내용이어서 무효라고 주장하나, 위 합의 내지 협약은 택시운전사가 택시이용자로부터 받은 운임·요금 등을 택시운송사업자에게 납입하는 운송수입금에 관한 내용일 뿐이고 택시운전사로 하여금 택시운송사업자에 대하여 새로이 채무를 부담하게 하는 내용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들은, 이 사건 합의와 이 사건 단체협약 제5조 및 이 사건 추가협약은 근로계약과 동업계약이 혼합된 무명계약이어서 오로지 근로계약임을 전제로 하는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단지 계약 일반의 효력만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인데, 이에 대하여 개별 조합원의 동의가 없었으므로, 결국 위 각 합의 내지 협약은 모두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33조 제1항은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한다', 같은 조 제2항은 '근로계약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 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무효로 된 부분은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에 의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노동조합이 당사자로서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 중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을 정하고 있는 부분"에 관하여는 단체협약에 고유하게 인정되는 특수한 법적 효력인 이른바 '규범적 효력'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 그와 같은 효력이 인정되는 단체협약의 내용 부분을 '규범적 부분'이라 하며, 단체협약 중 규범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나머지 부분은 계약 일반의 효력과 다름이 없는바, 이를 단체협약의 '채무적 효력'이라 한다.
여기서 규범적 효력이 인정되는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을 정하고 있는 부분"이라 함은 근로내용·근로시간·임금·인사·복지 등 조합원인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개별적 근로관계의 내용을 이루는 사항으로서 그들 사이의 구체적 권리의무관계를 정하는 사항을 의미한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1조 제1항에 따르면, 택시운전사는 택시이용자로부터 운임·요금 등의 명목으로 받은 운송수입금을 택시운송사업자에게 전액 납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② 택시운송사업자와 택시운전사 사이의 근로관계는 택시운전사가 택시이용자에게 택시운송근로를 제공한 대가로 운임·요금 명목의 운송수입금을 받은 후 이를 택시운송사업자에게 납입하고, 택시운송사업자는 납입받은 운송수입금으로 회사를 운영하며, 택시운전사는 택시운송사업자로부터 일정한 임금을 지급받는 형태로 형성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운송수입금은 택시운전사와 택시운송사업자 사이의 개별적 근로관계의 내용을 이루는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단체협약 중 운송수입금에 관한 부분은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을 정하고 있는 부분"으로서 규범적 효력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운송수입금에 관한 이 사건 합의와 이 사건 단체협약 제5조 및 이 사건 추가 협약의 규범적 효력이 인정되는 이상 위 각 합의 내지 협약에 대하여 개별 근로자의 동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위 합의 내지 협약이 무효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민수(재판장) 곽태현 김승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