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피고인이 이 사건 텔레마케터인 F, G, H(이하, 'F 등'이라 한다)의 출퇴근 시간을 확인한 것은 영업시간에 영업을 한 자에게 일정 금원(일비)을 지급하기 위한 것인 점, 피고인은 F 등에게 지각, 조퇴, 결근 등을 이유로 징계 등의 불이익을 가한 사실이 없는 점, F 등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전화장비를 사용하는 것은 통신판매라는 영업상의 특수성에 따른 불가피한 것인 점, F 등은 고정 급여가 없고 자신의 판매 실적에 따른 보수를 지급받았을 뿐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F 등은 주식회사 E(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서 사용·종속관계 없이 개별사업자로서 독립하여 사업을 영위한 것에 불과하여 이들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볼 수 없고, 피고인은 F 등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가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원심판결의 형(벌금 27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 단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보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인정된다.
피고인이 운영하는 이 사건 회사는 상시 70여 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통신판매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F 등은 전화로 제품을 판매하는 텔레마케터로서 위 회사에서 일반 직원들과 달리 TM사업부에 소속되어 영업을 하였으며, 위 사업부는 실장, 팀장, 반장, 팀원 등으로 인원이 구성되어 있고, 위 실장 등은 텔레마케터 중에서 근속년수가 오래된 직원 중에 임명되고, F 등은 팀원으로 근무하였다.
F 등이 이 사건 회사에 근무하면서 지급받은 월 급여의 주된 부분은 35만 원 내지 40만 원에 이르는 기본급과 판매 금액의 18% 상당에 해당하는 판매 수당으로 구성되는데, 위 기본급은 이른바 '일비'로서 텔레마케터들의 식비, 교통비 등을 감안해 하루 2만 원을 기준으로 출근한 일수를 곱하여 지급을 하는 것인데, 텔레마케터 입사 초기에는 35만 원을 한도로 지급을 하다가 일정 근속기간을 채우면 40만 원으로 상향되고, 2014년부터는 42만 원으로 인상되었다.
F 등은 대체로 평일 09:30부터 17:30까지 근무하였고, 전화 영업업무는 10:00부터 17:00사이에 이루어졌다. 이 사건 회사는 F 등으로 하여금 출퇴근카드를 작성하게 하여 출퇴근 여부 및 그 시각 등을 확인하였는데, 결근 및 조퇴시 급여에서 일정 금액이 공제되고 월 판매금액이 300만 원을 넘지 못할 경우 기본급으로 지급되는 일비 또한 감액되도록 하는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한편, F 등을 포함한 이 사건 회사의 텔레마케터들은 기본급과 판매 수당 이외에도 이 사건 회사가 작성한 급여 기준에 따라 매월 책임수당, 특별수당, 추가수당 등의 성과급을 지급받아 왔다.
F 등은 매일 아침마다 이 사건 회사에서 배정하는 텔레마케팅 대상고객명단을 받고 실장 등의 구체적인 지시 아래 그 명단에 있는 고객들을 상대로 전화를 돌리는 등 이 사건 회사가 지정한 판매 대상과 판매 내용에 따라 전화영업 업무를 수행하였고, 구체적 지시를 내리는 실장 등으로부터 업무 태도에 관해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점, 새로운 판매 상품에 관하여 교육을 받아야 하는 점, 이 사건 회사는 텔레마케터들의 실적이 부진할 때에는 전체 회의를 통해 영업 방식이나 실적 등에 관하여 독려를 한 것으로도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F 등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F 등은 이 사건 회사 사무실에서 이 사건 회사가 제공하는 전화설비, 책상 등을 사용하여 근무하였고, 텔레마케터들이 영업활동을 하는 데 필수적인 비용이라고 볼 수 있는 전화비용도 이 사건 회사가 납부하였다.
F 등은 사실상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인 이 사건 회사 사무실에서만 전화영업을 할 수 있을 뿐이고, 다른 장소에서 영업을 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F 등은 이 사건 회사에 근무하는 기간 동안 자신들이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이 사건 회사에 종속되어 업무 수행의 지시를 받고 급여를 목적으로 근무하는 이른바 근로자라는 점을 인식한 채 영업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사정들 및 전국에 산재한 유사 선례들에다가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서 설시한 여러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F 등은 실질에 있어서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비록 이 사건 회사가 F 등에게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한 점, F 등이 고용보험 등 이른바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점, 일반 직원들과 다른 공간에서 근무한 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이력서 이외에 별다른 입사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점, 근무평정에 따른 징계절차가 없는 점 등의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들은 사용자인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정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사정들만으로는 F 등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 직업안정법위반죄 등을 포함하여 수회의 전과가 있는 점, 여전히 F 등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 기타 이 사건 회사의 규모, F 등이 고소하게 된 경위, 피고인의 직위, 연령, 직업, 성행, 환경, 범행 후의 정황, 재범의 위험성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양형에 관한 모든 사항을 종합해 보면, 원심판결의 형은 적정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금석(재판장) 김태진 안현진
각주1) 텔레마케터들의 장기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근속년수에 따라 지급하는 수당.
각주2) 당월 판매실적이 600만 원 이상이 될 경우 지급하는 수당.
각주3) 판매상품 중 원가가 비교적 저렴한 상품의 경우 판매금액의 3~5% 정도 더 지급하는 수당.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