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부산 영도구 B 소재 C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실경영자로, 상시 3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수중구난업을 영위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4. 10. 1.부터 2014. 11. 30.까지 챔버기사로 근무한 D의 임금 10,859,220원, 같은 기간 챔버기사로 근무한 E의 임금 7,031,790원, 2014. 6. 1.부터 2014. 10. 31.까지 수중 잠수사 감독관으로 근무한 F(이하 이들 근로자들을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의 임금 18,522,000원, 합계 36,413,010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체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이나 퇴직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4도12753 판결 등 참조).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실제 경영자이고, 이 사건 회사는 2014. 5. 27. 해양경찰청장으로부터 구 수난구호법(2015. 7. 24. 법률 제13440호로 '수상에서의 수색·구조 등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수난구호법'이라 한다) 제29조에 따라 2014. 4. 16. 08:58경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방 1.5해리에서 전복, 침몰된 G의 실종자 수색과 관련한 수난구호종사명령을 받고 이 사건 근로자들을 고용하여 2014. 5. 26.경부터 2014. 11. 11.까지 G 수색 작업을 실시하였다.
해양경찰청은 이 사건 회사 등 G 수색작업에 참여한 업체에 수색 등에 관련된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하였고 처음에는 그 비용도 직접 지불하였으나, 작업기간이 길어지자 예산 등의 이유로 지급을 중단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회사 등 수색작업에 참여한 업체들은 수색작업비용을 먼저 지불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 사건 회사 역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까지 받아 수색작업비용을 지출하였다.
이 사건 회사는 2014. 6. 27.부터 2014. 11. 19.까지 G 수색 작업을 위하여 잠수사 등 고용, 바지선 임차 등 수난구호비용 합계 18,574,500,043원이 소요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해양경찰청에 그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해양경찰청은 그중 5,658,274,824원만을 지급하였고, 나머지 금액의 지급을 거절하였다.
이 사건 회사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위 차액과 수난구호에 소요된 추가 비용 2,649,394,633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제1심에서 청구금액 대부분에 해당하는 2,501,636,018원의 승소판결(2017. 6. 2. 서울행정법원 2016구합65183 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인정금액이 2,251,472,416원으로 250,163,602원 감액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17. 9. 14. 2017누57570 화해권고결정).
이 사건 회사는 2014년경까지는 특별한 경영상의 문제가 없었으나, G 수색 작업에 투입되어 지출한 비용을 제때 정산받지 못한 결과 부채가 누적되어 2016. 8월경 폐업하였다.
대한민국은 위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이 사건 회사를 위하여 2,585,183,810원을 공탁하였고, 이 사건 회사에 대한 압류채권자들의 신청에 의하여 위 공탁금에 대하여 배당절차가 이루어졌으나, 이 사건 근로자들은 위 배당절차에 참여하지 못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회사는 2014. 5월부터 해양경찰청의 수난구호종사명령에 따라 이 사건 근로자들을 고용하여 G 수색작업에 동원되고도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때 비용을 지급받지 못함에 따라 부채의 급증 및 이에 따른 금융비용의 급증으로 인하여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게 되어 근로자들의 임금을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고, 이는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근로기준법위반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한 책임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위 배당절차에 참여할 수 있게 하였다면, 이 사건 근로자들이 다른 채권자들에 우선하여 배당받을 수 있었던 사정은 있지만, 법률전문가도 아니고 위 배당절차에 적극적 당사자로 참가하지도 않은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업무처리를 하지 못하였다 하여 죄책을 물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 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신형철
각주1) 현재는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