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17. 9. 5.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02. 6. 1.경부터 주식회사 ○○○○○○○○(이하 '사업주'라고 한다) 근로자로 근무하던 중, 2017. 3. 31. 13:20경 사업장에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되어 '자연지주막하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을 진단받았다.
원고는 2017. 4. 24.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하여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17. 9. 5.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 과 업무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17. 11. 30.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하였는데, 2018. 2. 9. 위 청구가 기각되었고, 2018. 3. 2. 그 기각결정이 원고에게 송달되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없는 사실, 갑 제2호증, 을 제1 내지 17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사업주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이 법원의 의료법인 ○○의료재단 ○○○○병원(이하 '○○○○병원'이라고만 한다)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이 법원의 ○○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이 법원의 ○○○○협회 의료감정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규율대상인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지만, 그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 악화된 부분이 악화 전의 상태로 회복하기까지 또는 악화 전의 상태로 되지 않고 증상이 고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상이 고정되기까지를 업무상 재해로서 취급함이 상당하다. 그리고 위와 같은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나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 증명의 정도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 상태, 발병 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라면 그 입증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위 법률에 규정된 요양급여는 업무상 재해로 상실된 노동능력을 일정 수준까지 보장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장해급여 등과 달리 업무상 재해에 의한 상병을 치유하여 상실된 노동능력을 원상회복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요양급여는 재해 전후의 장해 상태에 관한 단순한 비교보다는 재해로 말미암아 비로소 발현된 증상이 있고 그 증상에 대하여 상당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요양이 필요한지에 따라 그 지급여부나 범위가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두6186 판결, 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두25661 판결 등 참조). 아울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된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며,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연령에 비하여 육체적 강도가 과중하고 유해한 환경에서 장기간 작업하여 그 부담이 누적되었고, 유해한 환경에서 무거운 중량의 기구를 빈번하게 취급하다가 기존 질환인 뇌동맥류가 자연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상병의 발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있고, 이와 달리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원고의 근무시간이 주당 44시간 정도로 근무시간도 고정되어 있었고, 야근도 거의 없었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발병 7개월 전 동료근로자가 퇴직하여 원고의 업무량은 월별 1인당 정비 대수가 47대에서 62대로 증가하는 등 이전에 비해 32% 정도 증가하여 노동강도가 상당히 강화되었음은 명백하다. 아울러 동료근로자가 퇴직한 사유도 나이가 드는데 업무를 육체적으로 감당하기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는데, 3명의 근로자가 있을 때도 육체적 부하가 상당했던 업무를 7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2명이 수행하여 만 62세인 원고에게 상당한 육체적 부담이 가해졌다고 판단된다. 아울러 원고의 아들은 원고가 이 사건 상병 발생 후 언어 능력을 회복하지 못하였던 상황에서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과 관련된 사항들을 진술하였는데, 7개월 전 동료근로자가 퇴직한 후 충원이 되지 않아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하였고, 2017년에만 2번이나 보약을 복용할 정도였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하였고, 이는 평소에 원고에게 듣지 못했다면, 진술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그 신빙성이 높다. 원고는 동종의 업무를 오랫동안 수행한 숙련공이기는 했으나, 이 사건 발병 7개월 전부터 업무강도가 강화되어 육체직으로 힘에 부칠 정도로 업무가 힘들다고 느꼈음은 분명하다.
피고는 2018. 1. 1.자로 「뇌혈관질병·심장질병 업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지침」 을 개정하였고,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에 따른 육체적 업무강도 평가표'를 [별표 3]으로 추가하여, 직업의 특성을 '매우 경한(very light), 경한(light), 중등도(moderate), 힘든(heavy), 매우 힘든(very heavy)'으로 나누었다. 원고가 수행하던 건설용 기계정비(75361), 그 외 기계정비(75399)는 '신체적 요구도가 큰 설치작업 또는 수리작업 종사자, 상지의 요구도는 최고수준, 하지의 요구도도 높은 수준'으로 분류되어있고 '힘든(heavy)' 업무로 분류되어 있다. 위 지침이 피고 내부에서만 사용되어 구속력이 없고, 이 사건 상병 당시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위 지침이 각 직업군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과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하였을 것임을 감안하면, 일반적으로도 원고의 직군에 속하는 업무는 육체적으로 상당히 부하를 가져오는 것임은 분명하다. 아울러 원고의 구체적 업무과정을 제시받은 의학전문가들도 모두 무거운 공구의 빈번한 사용, 가변적이며 불안정한 작업자세, 수작업의 지속적 반복 등을 이유로 들어 '근골격계에 부담이 가는 업무'로 판단하였다. 그럼에도 원고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정기적인 휴식 시간을 보장받았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원고의 작업환경은 80db 이상의 소음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었는데, 소음으로 인한 혈압상승과 뇌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 증가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아울러 미세먼지에 노출된 환경이 조금이나마 뇌출혈의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상당하다.
이와 같이 원고의 근무시간이 길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유해한 작업환경(소음)에 노출된 업무'와 같이 뇌출혈에 복합적인 업무 유해 요인이 있었음이 명백하게 입증되었다. 아울러, 원고는 대형 트럭 등 업무용 차량을 정비 하는 업무를 하였으므로, 수리기간의 단축과 고객에게 약정한 기일의 준수가 매우 중요한 요소여서, 정신적 긴장도 역시 상당한 정도였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에게 뇌동맥류와 같은 개인적인 질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정신적으로 긴장을 놓기 어려운 상태에서 중량물을 취급하는 힘든 육체적 업무를 하면서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 있었는데, 그와 같은 환경에서 무거운 중량의 도구로 작업을 하다가 일시적인 혈압상승 등으로 이 사건 상병에 이르렀을 개연성이 상당하다.
원고는 정상보다 마른 체형이었고, 금연 중이었으며, 흡연기간 중에도 흡연량도 많지 않았다. 원고가 오래 전 고혈압 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이나 복약 등으로 이를 꾸준히 관리하여 수년간의 건강검진에서 정상범주에 드는 혈압이 관찰된 바 있다.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직후 160/80mmHg로 높은 혈압이 응급실에서 관찰되기는 하였으나 몇 시간 내에 120/80mmHg로 복귀한 것으로 보아, 응급실에서 최초 측정된 혈압은 지주막하출혈로 인한 일시적인 것이었다고 보인다. 원고가 거의 매일 음주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주종은 알콜도수가 낮은 막걸리 정도였던 것으로 보여 혈압상승이나 뇌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하지 않다.
결론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 한다. 판사 판사1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