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관계
피고는 각종 정밀기계와 그 부속품, 내연기관 및 자동차 등의 부속품 등을 제조와 판매를 주된 영업으로 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1987. 9. 21. 생산직 근로자로 피고에 입사하여 근무해 오던 중 2018. 1. 1. 부터 모터사업본부 모터생산팀에서 기감으로 일하였다.
원고의 사직원 및 서약서 제출
원고는 2019. 6. 21. 피고에게 '2019. 7. 6.을 사직일로 하여 자발적 의사에 따라 사직한다'라는 취지의 사직원(이하 '이 사건 사직원'이라 한다)과 함께 '근무기간 중 회사로부터 부당한 조치 및 대우가 일체 없었음을 동의하고, 퇴사 후 이에 대한 민·형사 및 행정상 소 제기를 포함한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라는 취지의 서약서(이하 이 사건 서약서'라고 한다)를 제출하였고, 피고는 이 사건 사직원과 이 사건 서약서를 수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 5, 6,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 주장
원고
원고는 2019. 6. 18. 피고로부터 구두로 해고통보를 받고 피고의 종용 내지 압박으로 본인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하고 퇴사하였는데, 이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효력이 없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위 2019. 6. 18.자 해고의 무효확인과 위 해고일 다음날인 2019. 6. 19.부터 원고의 복직시까지 매월 월 급여 상당액인 4,75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할 것을 구한다.
피고는 원고가 회사(피고)의 물품(폐와이어)을 무단반출하였다는 사유로 원고를 해고하였는데, 원고는 이미 같은 이유로 총 6개월 동안의 휴직이라는 징계를 받았으므로 피고의 위 해고는 동일한 사유로 이중징계를 한 것이다.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휴직, 해고 등의 징계를 하면서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 등에서 정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원고가 임의로 반출한 회사(피고)의 물품은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약 1만 원도 되지 않는 정도로, 그 횟수와 내용, 그 동안 원고가 30년 이상 성실하게 근무하였던 점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해고는 징계양정에 있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다.
피고
원고는 이 사건 서약서로써 피고와 사이에 퇴직과 관련한 부제소 합의를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위 부제소 합의에 위반되어 부적법하다.
원고는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에 따라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하였고, 피고는 원고에게 사직원의 제출을 강요 또는 종용한 바가 없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피고가 이 사건 사직원을 수리하여 종료된 것이므로, 피고가 원고를 해고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설령 원고 주장의 해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휴직은 피고의 사정상 원활한 회사 운영을 위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징계가 아니므로 위 해고와는 무관한 것이고, 위 해고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피고(회사)의 물품(폐와이어)을 임의로 반출하였음'이라는 해고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당하다.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
근로자가 퇴직금, 위로금 등의 돈을 받으면서 퇴직과 관련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각서와 영수증을 회사에 제출하였다면, 이에 의한 근로자와 회사 사이의 약정에는 근로자가 해고처분의 효력을 다투고 그 무효를 전제로 금원지급을 구하는 등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의 합의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1. 4. 26. 선고 91다4799 판결, 대법원 1996. 6. 14. 선고 95다3350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원고가 피고를 퇴사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사직원과 함께 '회사로부터 부당한 조치 및 대우가 일체 없었음을 동의하고, 퇴사 후 이에 대한 민·형사 및 행정상 소 제기를 포함한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라는 취지의 이 사건 서약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로써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피고에서 퇴직하면서 근로관계의 종료와 관련한 일체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피고에게 민사소송 등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 합의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및 그에 따른 임금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소는 위 부제소합의에 위반하여 제기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서약서가 피고의 원고에 대한 징계가 정당함을 전제로 한 것인데, 피고의 원고에 대한 징계는 위법하여 무효이므로 이 사건 서약서도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나,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아래 4항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피고의 해고(징계)가 아니라 원고의 사직(이 사건 사직원)으로 종료되었으므로,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가정적 판단)
원고의 퇴직과 관련하여, 원고는 피고로부터 징계해고를 당하였다고 주장하고,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하여 스스로 사직하였다고 주장하므로, 피고가 원고를 해고하였는지 여부부터 살펴본다.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 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케 하였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51919, 51926 판결,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0528 판결 등 참조).
이때 의원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서의 기재 내용과 회사의 관행, 사용자 측의 퇴직권유 또는 종용의 방법, 강도 및 횟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직서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제공 여부, 사직서 제출 전후의 근로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다52575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위 기초사실,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2018. 8. 15. ~ 2018. 12. 8. 7차례에 걸쳐 총 109kg의 물품(작업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와이어)을 합계 535,300원을 받고 피고의 거래처 2곳에 임의로 반출하였다'라는 사실을 확인하여 이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였고, 이에 관하여 사고내역서라는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2019. 6. 7. '폐와이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폐와이어가 자루에서 쏟아지는 일이 자주 있어 업체(거래처) 근무자에게 방법을 알려주는 일이 자주 발생하였다(특히 야간), 30여년 근무 중 큰 과오를 해서 내가 왜 그렇게 했을까...... 작은 유혹에 흔들린 제가 너무나 바보스럽고 원망스럽다'라는 취지의 경위서를, 2019. 6. 13. '폐자재를 거래처에 임의로 반출하였음을 인정하고, 이를 반성한다'라는 취지의 경위서를 각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원고의 상급자인 모터사업본부 이사 C은 2019. 6. 4. 피고에게 '2018. 12. 22. 10:00경 모터사업본부 생산팀장 D로부터 관재실 담당자 E를 통하여 원고의 폐와이어 부정 반출 건을 알게 되었다는 보고를 받았고, 2018. 12. 24. 원고와 면담을 하여 「원고가 2018. 8. 15. ~ 2018. 12. 8. 총 7회에 걸쳐 폐와이어를 부정 반출하였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라는 취지의 경위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위 인정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 을 제7, 10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비추어 보면, 원고는 회사의 물품(폐와이어) 부정 반출 건으로 징계절차가 진행될 경우 해고의 중징계가 예상되는 상황이 있고, 이에 더하여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청구도 받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 원고는 이러한 징계처분 및 민·형사상 책임을 지기 전에 스스로 사직하는 것이 원고에게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사직원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의 불이익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자발적으로 사직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는 폐와이어 부정 반출 건으로 징계가 검토되는 과정에서 피고에게 이 사건 사직원을 제출하였다.
피고는 원고에 대한 사고내역을 조사하면서 원고의 행위가 절취 또는 횡령·배임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피고의 취업규칙에는 회사의 물품을 임의로 반출한 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자 등을 해고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사직원과 함께 퇴사 후에 민·형사 소송 등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이 사건 서약서도 제출하였다.
원고가 사직의 의사가 없었음에도 피고의 강요나 압박, 회유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사직원을 작성, 제출하였다고 볼 사정이나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다.
휴직급여로 정상 급여의 93%에 해당하는 돈이 지급되었던 점(을 제10호증) 등으로 미루어 보아, 2019. 1. ~ 2019. 6. 이루어진 6개월 동안의 원고의 휴직을 폐와이어 부정 반출로 인한 징계라고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성호(재판장) 김문성 안혜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