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은 구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2015. 3. 27. 법률 제132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문화재수리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문화재수리기술자(단청) 자격증을 가진 자로서 단청공사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유한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이라고 한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나, C이 단청 공사를 수주하지 못하여 실제 단청공사 관련 업무를 하지 못한 것일 뿐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구 문화재수리법 제59조, 제10조 제3항이 금지하는 '자격증 대여' 행위를 하였다고 할 수 없고, 근로계약을 정상적으로 체결하였으므로 구직급여와 조기재취업수당을 부정한 방법으로 수령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판단
구 문화재수리법은 문화재를 원형으로 보존 계승하기 위하여 문화재수리의 품질향상과 문화재수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로서(위 법 제1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문화재의 소유자가 문화재수리를 하려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문화재수리업자에게 수리하도록 하거나 문화재수리기술자 및 문화재수리기능자가 함께 수리하도록 하여야 하고(제5조 제1항 본문), 문화재수리업을 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한 기술능력, 자본금 및 시설 등의 등록 요건을 갖추어 주된 영업소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도지사에게 등록하여야 하며, 문화재수리업자는 문화재수리기술자 보유현황이 바뀐 경우 등 등록 사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사항이 변경된 경우에는 변경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등록한 시·도지사에게 변경신고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제14조). 또한 문화재수리업자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한 경우 등록을 취소하여야 하고, 제14조 제1항에 따른 기술능력 등 등록 요건에 미달한 사실이 있는 경우 등록을 취소하거나 영업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 한편(제49조), 제14조 제1항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아니하거나 거짓 또는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을 하고 문화재수리업을 영위한 자는 형사처벌하며(제58조 제1호), 문화재수리기술자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을 사용하여 문화재수리 등의 업무를 하도록 하거나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을 대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0조 제3항).
한편, 구 문화재수리법 시행령(2014. 12. 16. 대통령령 제258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종합문화재수리업을 등록하기 위하여 '보수기술자 2명과 단청기술자 1명을 포함하여 보수 단청 분야 기술자 4명 이상'을 문화재수리기술자와 관련한 기술능력 요건(이하 '이 사건 등록 요건'이라고 한다)으로 정하고 있다(제12조 제1항 제1호, 별표 7).
이러한 구 문화재수리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의 입법 목적과 규정의 내용 및 취지에 비추어 보면, 문화재수리기술자가 그 자격에 따른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문화재수리기술자격증을 빌려주어 마치 문화재수리업과 관련하여 문화재수리기술자가 실제로 고용되어 문화재수리기술자격에 따른 직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을 받아 문화재수리업을 하도록 하였다면, 구 문화재수리법 제59조 제2호, 제10조 제3항에서 금지하는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을 대여하는 행위에 해당하며, 문화재수리업과 관련하여 다른 사람이 적극적으로 문화재수리기술자인 것처럼 행세하여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였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도13062 판결 등 취지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위 법리를 종합하면, 피고인은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에 따른 직무를 수행할 의사 없이 이 사건 회사가 문화재수리업 등록을 하도록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을 대여한 것이라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회사는 원심 판시 범죄 일시 당시 구 문화재보호법 및 같은 법 시행령상 이 사건 등록 요건을 충족하여야만 문화재수리업자로서의 등록을 유지하고, 문화재 보수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 사건 회사는 피고인에게 2011. 1. 24. 1,400만 원, 2011. 12.경 1,400만 원, 2013. 1. 25. 1,100만 원을 지급하였는데,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회사로부터 받은 3,900만 원이 등록증 값이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38면).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인 증인 D 역시 위 돈은 자격증 대여의 대가이고, 피고인으로부터 자격증을 대여한 이유는 이 사건 등록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함인데, 이후 자격요건이 완화되어 피고인의 자격증을 대여할 필요가 없어져서 피고인을 퇴사처리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제87 내지 제89면). 나아가 피고인에게 위 자격증 대여료 이외에 현장대리인으로 나갈 때마다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한 사실도 없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제92면).
이 사건 회사는 실제 피고인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하면서도 피고인의 계좌에 매월 급여 명목으로 100만 원 내지 150만 원을 입금한 후 위 돈을 현금으로 출금하여 피고인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외관을 창출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제55 내지 59면).
이 사건 회사는 피고인을 P 단청공사, Q 보수정비공사의 현장대리인으로 신고하였으나, 피고인을 현장대리인으로 파견한 바 없고(공판기록 제91면), 피고인이 이 사건 회사에 출근한 사실도 없다(공판기록 제87면).
피고인 측이 제시하고 있는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도17018 판결은, 해당 피고인이 실제 현장대리인으로 역할을 수행한 사실이 있는 등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여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또한 무자격자가 '문화재수리기술자'의 업무를 수행한 경우에만 문화재수리법이 금지하는 대여 행위에 해당하여 처벌이 가능하다고 해석한다면, 문화재수리기술 자격을 대여받아 등록 요건만을 충족시킨 후 문화재수리업을 하는 관행을 처벌하기 어렵게 되는데, 이는 문화재수리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고, 문화재의 보존 및 계승을 도모한다는 문화재수리법의 취지도 몰각하는 결과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남재현(재판장) 박재인 이유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