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18. 7. 8.부터 2018. 7. 10.까지의 업무방해의 점에 대하여는 원심판결서 제4~5쪽 기재와 같이 판결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면서, 이와 일죄의 관계에 있는 판시 2018. 7. 11.부터 2018. 7. 27.까지의 업무방해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유죄 부분에 대하여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하였고, 검사는 위 이유무죄 부분에 대하여 별도로 항소하지 아니하였는바, 상소불가분 원칙에 의하여 이유무죄 부분도 유죄 부분과 함께 당심에 이심되기는 하나, 이유무죄 부분은 이미 당사자 사이의 공격·방어 대상에서 벗어나 사실상 심판대상에서 이탈되었다.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원심판결 중 이유무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한정되고, 원심의 이유무죄 부분에 대하여는 원심판결의 결론에 따르기로 하여 당심에서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 주식회사 D(이하 '피해자 회사'라고 한다)로부터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덤프트럭(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고 한다)을 위탁받아 관리하던 중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는데, 당시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차량의 반환을 요청하거나 그 소재를 확인한 사실이 없다.
나아가 피고인이 근로관계 종료에 따라 피해자 회사 측에 부담하는 이 사건 차량의 인도의무는 특정물인도채무로써, 피고인은 민법 제460조에 따라 변제준비를 완료하고 그 통지 및 수령을 최고하면 족하다. 이에 피고인은 이 사건 차량을 기존에 주차하였던 장소에서 계속 관리하면서 피해자 회사에 위 차량과 열쇠를 받아갈 것을 고지하는 등 그 반환을 위한 의무를 다하였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과 피해자 회사 사이의 근로관계가 유지되고 있고, 피해자 회사 측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차량의 반환을 요청하였음에도 피고인이 위 차량의 주차장소를 알리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는바, 위와 같은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판단
관련 법리
재물손괴죄에 있어 '은닉'이란 재물 등의 소재를 불분명하게 함으로써 발견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여 그 효용을 해하는 것을 말한다. 피해자가 은닉행위자의 점유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은닉행위자가 재물 등을 자기 점유하에 이전하여 은닉하여 구체적인 소재발견을 곤란하게 한 이상 이는 은닉에 해당하고, 은닉행위자에게 후일 재물 등을 반환할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은닉죄의 성립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피고인과 피해자 회사 사이의 근로관계가 2018. 7. 11.경 종료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우선 피고인과 피해자 회사 사이의 근로관계가 2018. 7. 11.경 종료되었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위 무렵 피고인과 피해자 회사 사이의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는 피해자 회사와의 근로관계가 종료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고, 피해자 회사의 실제 운영자인 G 역시 경찰에서 "피고인이 사직하거나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을 해고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하였다.
한편 G은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이 2018. 7. 8.경 이 사건 차량의 열쇠 2개 중 1개를 반납하면서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그러나 G의 위 진술은 경찰에서의 진술과 모순되는 점, 피고인과 F(G의 아들이자 피해자 회사의 대표자로 등재된 사람이다)은 2018. 7. 8. 이후에도 근로관계 종료 여부에 관하여 다툼을 계속한 점(F은 피고인의 사직서 제출 또는 권고사직 형식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가 해고하지 않은 한 자발적으로 사직할 의사는 없다는 취지로 반발하였다), 실제로 F은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피고인과의 근로관계 종료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증언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G의 원심 법정에서의 증언은 믿기 어렵다.
피고인이 2018. 7.경부터는 피해자 회사에 정상적인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 측에 사직하겠다는 취지의 의사 표시를 하였다거나 피해자 회사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지 않은 이상,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고인과 피해자 회사 사이의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피고인은 임금 등 미지급을 이유로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하였고, G이 근로기준법위반 등으로 기소되었다(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19고정536호).
위 법원은 2020. 1. 10. G에 대하여 일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을 이유무죄로 판단한 후 G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하였다. 그런데 위 판결에 따르면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서 퇴직한 날은 2018. 7. 27.이다(위 법원은 피고인의 2018. 7.분 임금 및 퇴직금을 2018. 7. 8.을 기준으로 판단하였으나, 이는 검사가 위 날짜를 기준으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을 산정하여 기소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회사의 적법·유효한 인도요청의 부존재 관련 주장에 관하여
다음으로 피해자 회사가 2018. 7. 11. 피고인에게 이 사건 차량을 반환하라고 지시하였는지를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해자 회사 측은 2018. 7. 11. 피고인에게 이 사건 차량을 반환하라는 지시를 하였고, 이는 피고인과의 근로관계에 기한 적법·유효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전부터 피해자 회사로부터 급여를 제때 지급받지 못하여 G, F 등과 급여 정산, 근로관계 종료 여부 등에 관하여 갈등이 있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F은 2018. 7. 11. 피고인에게 "권고사직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이 사건 차량은 인도하는게 맞다고 본다. 오늘 3시까지 반납하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위와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 회사 사이에 근로관계에 관한 분쟁이 존재하고 있었더라도 이 사건 범행 당시에는 피고인와 피해자 회사 사이의 근로관계 자체는 유지되고 있었으므로, 위와 같은 F의 지시는 피해자 회사의 대표자 지위에서 피고인에게 한 업무상 지시로 보아야 한다.
건설기계를 이용하여 운수업 등을 영위하는 피해자 회사가 영업재산인 이 사건 차량의 운전수인 피고인에게 한 차량의 인도 지시는 통상적인 업무수행명령에 속한다. 따라서 피해자 회사의 근로자인 피고인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피고인은 이에 관하여, 위와 같은 피해자 회사의 이 사건 차량의 반환지시가 적법·유효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반환의사 외에 반환 장소, 시간, 대상, 하자검수 여부 및 방법 등에 관하여도 특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주장은 이 사건 차량의 인도 당시 하자 유무 등에 관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하여 피해자 회사가 위와 같은 요청을 하였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피고인과 피해자 회사 사이에 별도 소송 등으로 해결할 문제에 불과할 뿐이고,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해자 회사에게 차량 인도 지시와 관련한 추가적인 의무가 발생한다거나, 피고인에게 차량 인도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적법한 인도의무 이행 관련 주장에 관하여
마지막으로 피고인이 위와 같은 피해자 회사의 업무수행명령에 따른 이 사건 차량의 반환의무를 이행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에 관하여 적법한 인도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은 이 사건 차량의 반환의무가 특정물인도채무에 해당하고, 따라서 그 이행장소는 민법 제467조 제1항에 따라 위 차량이 있던 장소에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주장은 피해자 회사와의 근로관계 종료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피고인과 피해자 회사 사이의 근로관계가 종료되지 않았음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그렇다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 회사의 이 사건 차량 반환과 관련한 업무수행명령에 응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고(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반환 장소는 피해자 회사의 주소지 또는 피해자 회사가 지정하는 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임의로 이 사건 차량의 반환장소를 특정할 수는 없는바,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설령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차량의 반환의무가 특정물인도채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민법 제460조에 따라 채무내용에 좇은 현실제공을 하여야 하고,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가 급부를 즉시 수령할 수 있는 상태에 있어야만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채무자가 채무내용에 좇은 급부를 제공하면서도 채권자가 그 급부를 즉시 수령하기 어려운 장애요인을 형성·유지한 경우에는 현실제공이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1다1740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 측이 피고인이 언제든지 이 사건 차량을 반환받아 갈 수 있도록 차량 열쇠를 준비하고 차량을 관리하여 온 것으로 볼만한 사정이 없는 점(오히려 피고인은 F이 2018. 7. 16.에도 위 차량을 인도받기 위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자, '볼일이 있어 조금 멀리 있으니 이틀 뒤에 가져가라'고 답하기도 하였다), ㉡ 피고인은 2018. 7. 27. G에게 위 차량을 반납할 때까지 F에게, 해고통지서, 차량인도 관련 서류,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지급 등을 차량 반납의 조건으로 제시하였는데,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대한 미지급 임금 등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의 위 차량 인도의무와 동시이행 관계에 있지 않으므로 위와 같은 피고인이 요구는 정당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위 차량의 인도의무와 관련하여 적법한 이행제공을 하였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피해자 회사가 위 차량을 반환받기 어려운 장애요인을 형성하였다고 보인다.
소결론
결국, 피고인은 2018. 7. 11.경부터 2018. 7. 27.까지의 기간 동안 피해자 회사와의 근로관계가 지속되고 있었고, 피해자 회사로부터 2018. 7. 11.경 이 사건 차량을 인도하라는 업무수행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위 차량의 소재를 불분명하게 함으로써 이를 은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다만 원심판결서 제4쪽 아래에서 2행의 "2017. 7. 10."은 "2018. 7. 10."의 오기임이 명백하므로,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에 의하여 직권으로 이를 정정하는 것으로 경정한다].
판사 김홍준(재판장) 김미진 박병주
각주1) 원심판결문 제4쪽 아래에서 2행에는 "2017.7.10."로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2018.7.10."의 오기로 보인다.
각주2) 위 법원은 G에 대한 공소사실 중 2018년 4월부터 6월까지 각 임금 3,500,000원, 2018년 7월분 임금 1,515,666원 등 임금 합계 12,016,666원 및 퇴직금 9,388,830원 등 합계 21,405,496원에 관한 미지급 부분의 점은 유죄로 판단하였고, 2017년 5월분 및 2018년 3월분 임금 합계 6,000,000원에 관한 미지급 부분의 점은 이유무죄로 판단하였다.
각주3) 한편 G과 검사는 위 판결에 대하여 모두 항소하여 현재 부산지방법원 2020노340 사건으로 계속중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