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1. 1. 28. 선고 2020고단1608 판결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모두사실]

D 주식회사는 서울 광진구 E에 본점을 두고 인력송출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피고인 A은 2014. 12. 29.경부터 2017. 7. 26.경까지 위 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한 사람이다.

피고인 주식회사 C은 부산 영도구 F에 본점을 두고 선박건조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피고인 B는 2015. 2. 11.경부터 2017. 10. 31.경까지 위 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한 사람이다.

피고인 주식회사 C은 부산 영도구에서 G를 운영하다가 저임금 노동력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2006. 2.경 필리핀 H에 자회사(주식 99.99% 보유)인 I를 설립하여 2009. 4.경부터 현지에서 J를 운영하였는데, 이를 위해 피고인 주식회사 C은 D 주식회사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1월경 ‘생산지원 기술용역 계약’이라는 명칭의 계약을 체결하여 연평균 100여 명의 D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들을 위 J로 파견받아 근무하게 하였다.

가.

피고인 A

근로자파견사업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ㆍ기술ㆍ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하여야 하고, 누구든지 이를 위반하여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4. 12. 29.경부터 2017. 6. 10.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K 등 D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 14명을 주식회사 C이 운영하는 J에 파견하여 소조립 취부 등의 업무에 종사하도록 함으로써,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대상으로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였다.

나.

피고인 B, 피고인 주식회사 C

근로자파견사업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ㆍ기술ㆍ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하여야 하고, 누구든지 이를 위반하여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자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아서는 아니된다.

1). 피고인 B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5. 2. 11.경부터 2017. 6. 10.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D 주식회사로부터 근로자 14명을 주식회사 C이 운영하는 J로 파견받아 소조립 취부 등의 업무에 종사하도록 함으로써,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대상으로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았다.

2). 피고인 주식회사 C

피고인은 피고인의 대표이사인 B가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 1)항 기재와 같이 위반행위를 하였다.

2.

판단

가.

피고인들의 주장

피고인들은, ①고소인들이 J에서 근무한 것은 고소인들의 소속회사인 L(이하 ‘L’라고만 한다) 등과 피고인 주식회사 C(이하 ‘C’이라고만 한다)이 필리핀 법령에 따라 필리핀에서 설립한 독립된 법인인 ‘I’(I, 이하 ‘I’이라고만 한다) 사이의 도급계약에 따른 것으로서 고소인들은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소정의 파견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②설령 고소인들을 파견근로자로 보더라도 고소인들이 담당한 업무는 직접생산 공정업무가 아니라 위 조선소에 근무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에게 기술을 이전하는 교육업무이었으므로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을 위반한 것이 아니며, ③고소인들이 근무한 J는 독립된 법인인 I의 사업장이지 C의 사업장이 아니므로 고소인들의 노무제공에 대하여 C이나 그 대표이사이던 피고인 B의 책임이 인정될 수 없고, ④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은 국내의 사업이나 사업장에 대하여만 적용되는 것이므로 필리핀 법인인 I의 필리핀 소재 사업장인 J에서의 노무공급에 관하여 위 법률은 적용될 수 없는 것이고, ⑤피고인들에게는 고의가 없거나 이 사건은 피고인 A이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이전의 행위로서 불가벌적 사후행위라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나.

근로자파견 해당성

먼저 고소인들의 J에서의 노무제공을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소정의 근로자파견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위 법률 제2조 제1호는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ㆍ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근로자파견은 근로자의 채용과 사용이 분리되는 노동력이용관계라고 할 것이고, 그 법률관계의 핵심은 사용사업주의 파견근로자에 대한 ‘지휘ㆍ명령권’의 존재라고 해석된다. 구체적으로는 대법원의 판시와 같이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인정된다.

먼저 고소인들이 J에게 근무하게 된 구조에 관하여 보면, ①C은 필리핀에서의 조선사업을 위하여 2006. 2. 16.경 필리핀에서 필리핀 법령에 따라 I을 설립하고 그 주식의 99.99%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 ②C과 I은 2007년 C이 I에게 선박건조 및 수리에 관한 경영정보, 기술정보, 생산정보를 포함한 I의 조선소 운영에 필요한 지원과 협조를 제공 하기로 하는 ‘서비스 협정’을 체결하고 2017년까지 매년 계약기간을 연장하여 온 사실, ③C은 2009년 D 주식회사(이하 ‘D’라고만 한다)와 선박건조와 관련한 D의 생산기술 및 현장관리기술을 C 또는 C의 관계회사의 해외 신설법인과 관련회사에게 이전하기로 하는 ‘생산지원 기술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2017년까지 매년 계약기간을 연장하여 왔는데, 위 계약에는 C과 D가 기술지원요원의 수, 상주시기, 기한을 사전협의하고, C은 기술지원 요원의 적격여부를 검토하기 위하여 D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으며, 기술지원요원이 C의 근무규칙이나 업무요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준수하지 아니하고 직무에 충실하지 아니한 경우 C은 D에 그 요원의 교체를 요청할 수 있고 D는 이에 신속히 대처하여야 한다는 내용, C 등이 위 계약에서 정한 업무수행과 관련한 지시나 감독권을 행사하더라도 C 등과 기술지원요원 사이에 사용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 ④위와 같은 서비스 협정과 생산지원 기술용역 계약에 따라 C이나 I이 D에 I의 J에서 근무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에게 생산기술 및 현장관리기술을 이전할 기술지원요원을 보내줄 것을 요청하면, D는 기술지원요원들의 비자 등의 편의를 위하여 필리핀에 설립한 L 등 현지 법인과 기술지원요원들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그 현지 법인과 I이 선박건조, 수리 등에 관하여 체결한 용역계약에 따라 기술지원요원들을 J에 공급하였으며, 그와 같은 기술지원요원들은 J에서 외주직장으로 불려진 사실, ⑤기술지원요원들은 급여 중 일부는 L 등 D의 필리핀 현지 법인을 통하여 필리핀에서 받고, 나머지는 I이 서비스 협정에 따라 C에 지급하고, C이 생산지원 기술용역 계약에 따라 D에 지급한 금전으로 D로부터 대한민국에서 받았는데, 위와 같이 급여를 나누어서 지급한 이유는 필리핀의 세법을 고려하여 기술지원요원들의 과세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인 사실, ⑥고소인들은 위와 같은 구조에 따라 D가 I의 J에서 근무하도록 한 기술지원요원들인 사실 등이 인정된다.

다음으로 고소인들의 근무태양 등에 관하여 보건대, ①I의 근로자들은 고소인들을 포함한 기술지원요원들에게 I의 사내이메일이나 카카오톡 등을 통하여 선주의 요청에 따른 준비사항(증거기록 111면), 작업확인(증거기록 210면) 등 업무에 관한 지시를 하여온 사실, ②I의 조직도에는 I의 근로자들과 기술지원요원들이 별다른 구별 없이 혼재되어 함께 표시되어 있는 사실(증거기록 379면 이하), ③D나 L 등 D가 필리핀에 설립한 법인들은 I의 사업장에 근로자를 공급하는 것이 주된 업무이고, 스스로 선박을 건조하거나 수리할 기업조직이나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는 아니한 사실, ④고소인들을 포함한 기술지원요원들은 주로 필리핀 노동자들의 기술교육과 감독 업무에 종사하였고 긴급한 상황시에는 직접 작업을 하였으나 그 빈도는 미미하였던 사실 등이 인정된다.

위에서 인정한 사실, 특히 고소인들의 근무태양에 관한 사실들과 생산지원 기술용역 계약상 C과 D가 기술지원요원의 수, 상주시기, 기한을 사전협의하고, C은 기술지원요원의 적격여부를 검토하기 위하여 D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등 근로자 선발에도 관여할 수 있는 사실 등을 종합하면, 고소인들의 J에서의 노무제공은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소정의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다.

직접생산공정업무에 대한 근로자파견인지 여부

K는 이 법원 및 수사기관에서 고소인들이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기술지원요원들은 주로 필리핀 노동자들의 기술교육과 감독 업무에 종사하였고 긴급한 상황시에는 직접 작업을 하였으나 그 빈도는 미미하였다는 M의 사실확인서의 기재, 고소인들이 파견된 근거인 C과 D 사이의 생산지원 기술용역 계약이 생산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기술 및 현장관리기술의 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 점, 피고인 B의 검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J에서 생산업무를 담당한 사람들은 필리핀 노동자들이라고 할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고소인들을 포함한 기술지원요원들은 필리핀 노동자들의 교육과 감독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보이고, 직접생산공정업무를 담당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므로, K의 위 진술을 포함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고소인들이 직접생산공정업무를 담당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라.

J가 C의 사업장인지 여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J는 I의 사업장인데, I은 C이 필리핀의 법령에 따라 필리핀에 설립한 별도의 법인이므로, I의 법인격이 부인되지 아니하는 한 J를 C의 사업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친자회사는 상호간에 상당 정도의 인적·자본적 결합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자회사의 임·직원이 모회사의 임·직원 신분을 겸유하고 있었다거나 모회사가 자회사의 전 주식을 소유하여 자회사에 대해 강한 지배력을 가진다거나 자회사의 사업 규모가 확장되었으나 자본금의 규모가 그에 상응하여 증가하지 아니한 사정 등만으로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독자적인 법인격을 주장하는 것이 자회사의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인격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적어도 자회사가 독자적인 의사 또는 존재를 상실하고 모회사가 자신의 사업의 일부로서 자회사를 운영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전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을 것이 요구되며, 구체적으로는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재산과 업무 및 대외적인 기업거래활동 등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고 양자가 서로 혼용되어 있다는 등의 객관적 징표가 있어야 하며, 자회사의 법인격이 모회사에 대한 법률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하는 등의 주관적 의도 또는 목적이 인정되어야만 법인격을 부인할 수 있는 것인데(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4다26119 판결 참조), 이 사건에 있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C과 I 사이의 재산과 업무, 대외활동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 않다거나, C이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I을 설립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I의 법인격을 부인할 수 없고, 결국 J를 C의 사업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들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 판단할 것도 없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들이 판결공시 취지의 선고에 동의하지 않으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는다.

판사 이성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