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토공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2014. 5. 2.부터 2018. 1. 31.까지 원고에게 고용되어 원고의 공사현장에서 근무하였다.
피고는 일당제 근로자로 근무하던 2014. 5.부터 2014. 12.까지는 1일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10,000원씩을, 월급제 근로자로 근무하던 2015. 1.이후부터는 매월 200,000원 내지 300,000원씩을 임금 외의 별도의 퇴직금으로서 피고의 통장에 적립한다는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원고는 피고 명의 계좌 적요란에 "A퇴직선급"이나 "A퇴직선급금"이라는 내용으로 46차례에 걸쳐 총 합계 12,177,090원을 지급하였다.
피고는 퇴직한 이후 노동청에 원고로부터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진정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9. 7. 피고에게 퇴직금 11,039,338원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2019. 6. 24. 피고를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2019가소552223호로 위 다.항 기재 금원 중 6,657,421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구하는 부당이득금 청구의 소(이하 '이 사건 전소'라고 한다)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원고의 청구대로 이행권고결정(이하 '이 사건 이행권고결정'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 사건 이행권고결정은 2019. 7. 31.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4, 6 내지 8, 11, 14 내지 9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이행권고결정의 등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이후 원고가 2019. 7. 17.이 사건 전소의 청구금액을 12,177,090원으로 변경하는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하여 2019. 7. 22. 위 신청서가 피고에게 송달된 후 2019. 7. 31. 이 사건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되어 결국 변경된 청구금액 12,177,090원 모두에 대하여 이행권고결정을 받았으므로, 이 사건 소는 기판력에 저촉되어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행권고결정은 확정되어도 기판력이 생기지 않으므로 후소 법원으로서는 그 이행권고결정에 기재된 모든 청구원인 주장에 관하여 심리·판단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6다3419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이행권고결정에는 기판력이 인정되지 않아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위 제1의 나.항 기재와 같이 일정 금액을 매월 임금과 별도로 퇴직금으로 추가하여 지급하는 방법으로 퇴직금 선급금을 미리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피고에게 퇴직금 선급금 합계 12,177,090원을 지급하였지만, 이러한 퇴직금 선급금의 지급은 무효이므로,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이를 취득하였다.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퇴직금 11,039,338원을 지급한바, 피고는 위 퇴직금 선급금 12,177,090원 중 이 사건 이행권고결정에서 인정된 6,657,421원을 제외한 나머지 5,519,669원(=12,177,090원 - 6,657,421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관련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 · 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퇴직금 분할 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에 항을 구분하여 임금과 퇴직금의 구체적 금액이 명백히 구분되어 있는 점, ② 위 근로계약서에 퇴직금을 퇴직 시에 한꺼번에 지급받을지 아니면 퇴직금을 분할하여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받을지 여부에 대하여 선택할 수 있게끔 기재되어 있고 추가로 서명까지 요구하고 있으며, 피고가 이에도 서명한 점, ③ 원고는 피고 계좌로 임금과 별도로 퇴직금을 이체하였고, 피고 계좌의 적요란에 "A퇴직선급" 내지 "A퇴직선급금"이라는 내용을 기재하여 피고 입장에서는 쉽게 임금과의 구별이 가능해 보이는 점, ④ 원고가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원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실제로 산정된 퇴직금의 액수보다 초과하여 지급되었으므로 관련 법령상 근로자인 피고에게 불이익하게 지급된 것이라고 보기 힘든 점, ⑤ 기타 위와 같은 퇴직금의 지급으로 피고의 근로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되었다는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비추어 볼 때,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실질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퇴직금 분할 선급 약정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가 실질적으로 피고에게 임금을 지급한 것이었음에도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는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 원고로부터 임금과 별도로 지급받은 금액 합계 12,177,090원 중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이행권고결정에서 인정된 6,657,421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5,519,669원(= 12,177,090원 -6,657,421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9. 9. 17.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오영두(재판장) 김석수 류승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