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2. 2. 17. 선고 2020나60031 판결

주문

1.

이 법원에서 확장 및 감축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원고에게 28,854,126원 및 이에 대하여 2019. 5. 1.부터 2022. 2. 17.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 중 2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3.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10. 9. 10.경부터 2017. 6. 20.경까지 피고가 운영하던 ‘C’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하였다.

나.

원고는 2019. 4. 15. 피고와 사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합의서(이하 ‘이 사건 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다.

피고는 이 사건 합의에 따라 2019. 4. 30. 원고에게 10,000,000원을 지급하였다.

라.

피고는 ‘원고와 사업장에서 휴일 문제로 다투던 중 화가 나 피해자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 폭행하였다’는 근로기준법위반죄, ‘2010. 9. 10.부터 2017. 6. 20.까지 피고의 사업장에서 근로하고 퇴직한 근로자인 원고의 퇴직금 35,025,330원을 당사자 간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로 2021. 7. 20. 약식기소되어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2021. 9. 8. 위 각 죄로 벌금 3,000,000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았는데(부산지방법원 2021고약

5153), 이에 피고가 정식재판청구를 하였다가 이를 취하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21고정

862).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12, 22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부제소 합의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것과 같이 이 사건 합의서에서 원고가 2019. 4. 30.까지 10,000,000원을 수령한 후에는 피고에 대한 금전채권(퇴직급여) 등 기타 일체의 권리주장(민, 형사상 이의제기, 고용노동부 판결, 고소, 고발, 이의제기,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등)을 포기하기로 약정하였고, 피고는 위 약정에 기하여 원고에게 2019. 4. 30. 10,000,000원을 지급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함으로써 원고가 피고가 운영하는 ‘C’에서 근무한 것과 관련하여 피고로부터 10,000,000원을 지급받고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퇴직금 등 금전채권에 관한 분쟁을 일괄적으로 종식하고 더 이상 민사상의 소나 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내용의 부제소 합의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원고의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1)

원고의 주장

가)

이 사건 합의서는, 원고가 뇌출혈로 인하여 인지능력이 저하되어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의사무능력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므로 무효이다.

나)

이 사건 합의서는, 뇌출혈로 인하여 인지능력이 저하되고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에 있던 원고의 궁박, 경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04조에 따라 무효이다.

다)

이 사건 합의서는, 원고가 10,000,000원을 수령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는데, 원고가 피고로부터 위 돈을 수령하기 전인 2019. 4. 26. 피고에게 이 사건 합의서에 기한 약정이 무효라고 통지함으로써 위 약정은 무효이거나 취소되었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제소 합의에 반하는 제소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의사무능력을 이유로 한 무효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내지는 지능을 의미하고, 의사능력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특히 어떤 법률행위가 그 일상적인 의미만을 이해하여서는 알기 어려운 특별한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가 부여되어 있는 경우 의사능력이 인정되기 위하여는 그 행위의 일상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에 대하여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을 요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58367 판결 등 참조). 한편 의사무능력을 이유로 법률행위의 무효를 주장하는 측은 그에 대하여 증명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09다53093, 23109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다가 갑 제2, 3, 6, 7, 13, 14, 20, 21, 23 내지 25호증, 을 제3, 5, 10, 15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F병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에 대한 진료기록감정 결과, 이 법원의 F병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할 당시 그 합의의 법률적인 의미나 취지 및 그 효과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의사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합의서에 기한 부제소 합의는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①

원고는 2018. 7. 4.경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입원치료를 받아오고 있었는데, 2019. 1. 28.자 언어평가검사(PK-WAB-R & K-BNT)에서 ‘읽기: 2~3어절 정도의 비교적 쉬운 내용의 글은 이해 가능하나 소리내어 읽기 시에는 착어를 보이거나 잘못 읽는 경우가 많았음’, ‘쓰기: 받아쓰기 및 자발적인 쓰기 수행력이 좋지 못한 상태‘, ’문장이해: 일부 항목에서 오반응을 보임‘의 평가를 받았다. 이후 2019. 7. 2.자 언어평가검사(PK-WAB-R & K-BNT)에서도 ‘Reading: 2~3어절 정도의 짧은 글은 이해하나, 더 길고 비교적 어려운 단어 포함 시에는 이해의 어려움 있음. 문자 이해력에 비해 음독시 오류는 많은 편임’의 평가를 받았다.

②

이 사건 합의서 작성 무렵인 2019. 4. 18.자 간이멘탈시험(K-MMSE) 결과에 의하면, 원고는 총 30점 중 19점으로 중등도의 인지장애 상태임이 확인되었는데, 이는 최근 사건이나 시사, 중요한 개인사를 기억해내는데 분명한 장애가 있고, 혼자서 외출하는 것, 금전 관리에 지장을 보이는 정도의 인지장애로서, 다만 시간이나 사람에 대한 지남력, 잘 아는 사람과 낯선 사람을 구분하는 것, 익숙한 길을 다니는 것과 같은 영역에서는 대개 장애가 없는 상태로 평가된다.

구체적으로, 시간 지남력 1/5점, 기억 회상 2/3점, 주의집중 및 계산 0/5점, 언어능력에서 명령시행은 2/3점에 불과하였다. 위 검사는 이 사건 합의서 작성 전후인 2019. 1.경부터 2019. 6.경까지 매달 이루어졌는데, 그중 위 주의집중 및 계산 부분에 있어 5점 만점 중 2점 획득한 경우는 1회, 1점을 획득한 경우는 3회, 0점을 획득한 경우는 2회였다. ③ G병원 의사는 이 사건 합의서 작성일로부터 약 20개월 후인 2020. 12. 16. 원고에 대해 ‘기억력 저하, 추상적인 사고력, 보편적인 지각력 등의 전반적인 인지기능 저하(IQ 57, 기억지수 59)가 뚜렷한 호전 없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의 ‘기질성 기분(정동)장애’로 진단하였다. 또한, 원고는 2021. 10. 14. 근로복지공단 부산중부지사장으로부터 장해등급재판정통지서를 수령하였는데, 거기에는 원고의 상태에 대해 ‘신경계통의 기능 또는 정신기능에 뚜렷한 장해가 남아 특별히 쉬운 일 외에는 할 수 없는 사람으로서 수시 간병을 받아야 하는 상태이고, 스스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워 보호자의 감독이 수시로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평가되어 있다.

④

위와 같은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이 법원의 감정의는 ‘옆에서 이 사건 합의서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는 경우 이해도 가능한 상태였을 것으로 생각되나, 관련검사 결과 문장 이해 일부 항목에서 오반응을 보이고 계산, 기억 능력이 저하되어 있어 일상적 대화는 가능하나 논리적 판단에는 장애가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진료기록감정 결과), ‘이 사건 합의서 작성 무렵 원고의 지능은 경도 지적 장애 수준, 언어이해력은 지적 장애 수준이었던 것으로 확인되며, 언어 이해, 논리적 판단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던 상태로 판단된다’(사실조회 결과)는 의견을 밝혔다.

⑤

이 사건 합의서 작성에 앞서, 당시 원고의 누나가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의 지급을 요구하면서 피고로 하여금 원고를 만나지 못하게 하던 상황이었는데, 원고와 함께 피고의 직원으로 근무하였던 E이 2019. 4. 15.경 원고를 만나러 병원을 찾아왔고, 이에 원고의 누나가 면회를 수락하자 위 E은 기다리고 있던 피고로 하여금 원고를 대면하도록 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합의서(금액 10,000,000원 부분과 날인 부분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이미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던 상태였다)를 제시한 후 원고의 무인을 받았고, 위 E도 참석인으로서 위 합의서에 사인을 하였다. 위와 같이 이 사건 합의서가 작성된 경위를 살펴보면, 피고도 원고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할 때 E이 작성한 사실확인서(을 제3호증)나 E의 전화진술 청취 수사보고(을 제15호증)의 내용도 그대로 믿기 어렵다.

⑥

원고가 재직 중 피고로부터 합계 35,962,740원을 차용하였다가 피고 명의 계좌에 보관되던 원고의 적금 40,000,000원(매월 원고의 급여에서 1,500,000원씩을 공제하여 적금계좌에 넣은 돈이다)과 공제된 사실, 이후 피고는 2017. 9. 30. 원고에게 그 남은 잔액 4,037,260원(= 40,000,000원 – 35,962,740원)을 지급하여 차용금에 대한 정산이 마쳐진 사실은 인정되나, 그 외 피고가 원고에게 재직 중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는 ‘퇴직금에 관하여 재직 중 중간정산이 완료되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함으로써 원고가 이 사건에서 구하고 있는 퇴직금 35,025,330원의 약 29%에 불과한 10,000,000원을 받고 피고에 대한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 합의를 한 것이어서 그 자체로서 원고에게 상당히 불리하고 피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고가 이 사건 합의서 작성 당시 그 동안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있었던 퇴직금, 차용금 등 법률관계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에 관한 부제소 합의의 법률적 의미와 그에 따른 결과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나아가 원고는 원고 측의 사람이 동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 E과 사이에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였는데, 원고와 피고의 이해가 상반되는 점이나 E과 피고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피고나 E이 원고가 이 사건 합의서에 무인을 찍을 때 원고에게 이 사건 합의서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하게 설명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3.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앞서 본 기초사실에 의하면, 2010. 9. 10.부터 2017. 6. 20.까지 피고의 사업장에서 근로하였던 원고의 퇴직금은 35,025,330원이라고 할 것이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해 퇴직금 채권 35,025,33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17. 7. 5.부터 발생하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고, 피고가 2019. 4. 30. 원고에게 10,000,000원을 변제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나.

이에 위 변제액을 별지 충당액 계산표 기재와 같이 변제충당하면, 위 퇴직금 잔액은 변제일인 2019. 4. 30.을 기준으로 원금 28,854,126원이 남게 된다[이에 대하여 원고는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17. 7. 5.부터의 지연손해금 전체에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이율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하여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 청구의 소를 제기하고, 그 소송에서 사용자의 항변이 일부 받아들여지는 경우에는 해당 소송의 판결 선고일까지 사용자가 미지급 임금의 존부를 다투는 것이 타당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 기간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지연이율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는데(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5다54219 판결,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8다292418 판결 등 참조), 제1심판결에서 원고의 퇴직금 청구가 모두 기각되었다가 이 법원에서 퇴직금 청구가 인용되는 점을 고려할 때, 아래에서 보는 것과 같이 피고가 이 판결 선고일까지는 미지급 퇴직금의 존부를 다투는 것이 타당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잔액 28,854,126원 및 이에 대하여 변제일 다음날인 2019. 5. 1.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2. 2. 17.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한 제1심판결을 부당하므로 원고가 이 법원에서 확장한 청구와 원고의 항소를 각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병준(재판장) 목명균 이순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