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피고는 ‘C’이라는 상호로 D의 부산, 양산, 김해 지역 총판을 맡아 음악서적의 도ㆍ소매업을 영위하는 사람이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공급받은 음악서적을 부산 북구, 양산, 김해 지역의 음악학원 등에서 판매하고, 판매대금을 수금하여 피고에게 건네준 다음 그중 일부를 수당으로 지급받아 왔다.
원고는 2006. 3. 1.부터 위와 같이 음악서적 판매업무를 수행하다가 2017. 1. 27. 위 판매업무를 종료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호증, 을 제1,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의 정산을 요구하며 피고를 상대로 부산동부 고용노동지청에 진정을 하였는데, 위 진정사건에서 미지급 수당을 지급받으면서 퇴직금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소 제기는 부제소 합의에 위반하여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 퇴직금 청구에 관하여 부제소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본안에 관한 판단
당사자의 주장
원고
원고는 음악서적 판매업무를 수행하면서 지정된 시간에 출근하였고, 음악서적 판매업무 외에도 피고의 지시에 따라 화물 수령업무, 세미나 준비업무, 악기 수리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원고는 최초 입사 당시 고정급여를 지급받았으나, 이후 판매 실적에 따른 수당만 지급받는 형태로 임금 지급 방법이 변경되었다.
원고는 2016년경 피고의 지시에 따라 부산 북구, 양산 지역의 거래처를 피고의 사위에게 양도하였다.
위와 같이 원고는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으로 29,676,89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원고는 피고와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의 내용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수수료를 받아 온 독립적인 사업자일 뿐,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종속되어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퇴직금 청구는 이유 없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참조).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고가 피고로부터 음악서적을 공급받아 피고가 지정한 지역의 음악학원 등에서 위 음악서적을 판매하고, 그 판매대금 중 일부를 수당으로 지급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갑 제1, 3, 7호증의 각 기재와 이 법원의 금정세무서장,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장에 대한 각 제출명령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는 피고의 지시에 따라 특정 음악학원 등에서 음악서적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담당하는 지역의 음악학원 등을 직접 방문하여 음악서적의 거래를 권유함으로써 거래처를 확보하였고, 음악서적의 판매대금 역시 피고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라 권장소비자가격의 20% 내지 30% 내에서 임의로 할인하여 정할 수 있었다.
피고는 D으로부터 음악서적을 권장소비자가격의 40% 내지 55%로 공급받았는데, 원고는 이를 음악학원 등에서 권장소비자가격의 20% 내지 3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 다음 그 마진(권장소비자가격의 70% 내지 80% - 권장소비자가격의 40% 내지 55%)을 약정 비율에 따라 수당 명목으로 피고로부터 지급받았다.
위와 같은 영업 방식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수당은 오로지 원고의 판매 실적에 따라 결정되었고, 위 수당에 상한이나 하한이 존재하지 않아 이윤의 창출과 손실 초래의 위험을 오롯이 원고가 부담하였다.
원고는 입사 후 몇 달간 피고로부터 1,400,000원의 고정급여를 지급받았다고 주장하나,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단기간에 불과하고, 피고의 주장처럼 원고의 초기 판매 실적이 적을 것을 염려하여 짧은 기간 영업비 또는 활동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해 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원고는 음악서적 판매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거나, 피고가 원고의 판매 실적이나 근무 상황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승진 등을 위해 원고의 업무를 평가한 정황을 찾아보기 어렵다.
원고는 2016년경 피고의 지시에 따라 부산 북구, 양산 지역의 거래처를 피고의 사위에게 양도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피고로부터 음악서적을 공급받아 판매한 약 9년의 기간 동안 마지막 무렵에 피고의 지시로 담당 지역을 양도한 사정만으로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를 받아 음악서적 판매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원고는 오전 9시에 출근하는 등 피고가 정한 근로시간에 맞추어 근무했다고 주장하나,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가 없고, 출퇴근 현황이나 휴가 등 원고의 근태가 관리되었다는 사정 역시 찾아볼 수 없다.
나아가 원고는 피고의 지시에 따라 화물 수령업무, 세미나 준비업무, 악기 수리업무 등을 수행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피고는 원고에게 음악서적 판매업무를 위하여 차량을 지원하거나 주유비 등을 보조하지 않았고, 오히려 원고가 원고 소유의 차량을 이용하여 영업활동을 하였으며 업무 수행 중 발생하는 비용도 원고 스스로 부담하였다.
한편 피고는 2017. 9. 20.경 ‘급여에 유류비 및 식대 포함’, ‘업무 실적에 따른 성과금 지급’, ‘주 5일 근무, 공휴일 휴무’, ‘9시-18시 근무’, ‘반드시 차량을 소유하셔야 합니다’, ‘부산을 4군데 지역으로 나누어 영업을 합니다. 현재 거래를 하고 있는 거래처를 대상으로 관리 및 영업을 하시면 됩니다.’는 내용의 채용공고를 인터넷에 게시하였으나, 위 공고는 원고의 업무 종료 이후 게시된 점에 비추어, 원고와 피고가 위와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는 원고에게 음악서적 판매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면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고, 원고를 피보험자로 하여 4대 보험에 가입하지도 않았다.
원고는 ‘C사 영업부장’이라고 인쇄된 명함을 가지고 다녔는데, 위 명함에는 피고가 영위하는 음악서적 총판업 외에 ‘E 공연․전시․세미나’, ‘악기 도․소매’, ‘학원알선 및 매매’ 등이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원고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판결은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오영두(재판장) 김상현 이은명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