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법리오해)
피고인들이 G 광장에 출입한 행위는 주식회사 G가 향유하는 주거의 사실상 평온을 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피고인들의 행위는 노동조합인 M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의 정당한 조합활동에 해당하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4조<1> 또는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A은 E지회 부지회장이고, 피고인 B은 E지회 회원이고, 피고인 C는 F지부 사무국장이고, 피고인 D은 E지회에 회원으로 주식회사 G의 용역업체 소속 직원이다.
피고인들은 부산 해운대구 H에 있는 G 광장(이하 ‘이 사건 광장’이라 한다)에 주식회사 G와 주식회사 G 외곽 인도의 경계를 확인할 수 있는 구조물(이하 ‘철제 구조물’이라 한다)이 둘러싸여 있어서 위 광장이 주식회사 G가 관리하는 건조물 또는 그 위요지임을 알고 있음에도 다음 날 있을 집회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 집회용 확성기를 장착한 승합용 차량을 위 광장에 미리 주차해 놓기로 공모하였다.
피고인들은 위 공모에 따라 2019. 7. 30. 21:10경 위 광장에 피고인 A이 집회용 확성기를 장착한 승합차량((차량번호 1 생략), 스타렉스, 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을 운전하여 G 내 차량이 이동할 수 없는 경로인 I 건물 앞으로 이동 후 차량 주차가 허용되지 아니한 위 광장 옆 통로에 주차하였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위 승합차량에 함께 타고 오다가 수신호 등을 하기 위해 먼저 내려서 피고인 D은 위 A에게 구체적인 주차할 위치를 손으로 가리키며 안내하여 주었고, 피고인 B과 C는 위 승합차량이 주차할 위치를 지정해 주었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피해자 주식회사 G(이하 ‘G’라 한다)가 관리하는 건조물에 침입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광장은 G가 관리하는 위요지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에게 위 위요지에 침입하는 고의가 있었으며, 위 공소사실 기재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인정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G는 부산광역시의 ‘G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근거하여 설치된 공기업으로 주식회사 V, W, X 등의 용역업체와 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하여 위 용역업체들이 시설관리업무 등을 수행해 왔다. 피고인 A, B, D은 위 용역업체 근로자로서 E지회(이하 통틀어 ‘이 사건 노조’라 한다) 소속 조합원이었고, 피고인 C는 위 F지부의 사무국장이었다.
G는 위 용역업체들의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기 위해 정규직 전환 협의기구를 구성하였고, 6차에 걸친 협의를 진행하여 2018. 12. 11.경 위 용역업체들 소속 근로자들을 G가 설립하는 자회사로 고용하기로 하였다.
G는 위와 같은 협의에 따라 2019. 5. 2. Y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사장을 선임하였다. 이 사건 노조는 G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 시 근로조건에 대하여 협의를 하고자 하였으나 결렬되자 2019. 5. 9.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을 하였는데 위 위원회가 2019. 5. 15. 조정중지 결정을 하자 2019. 5. 20.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여 2019. 5. 22.부터 G를 상대로 정규직 전환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조건 개선논의를 할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시작하였다.
이 사건 노조는 위 집회에 관하여 2019. 5. 9.경 부산해운대경찰서에 개최일 시는 2019. 5. 12. 00:01 ~ 2019. 6. 8. 23:59(24시간), 개최장소는 ‘G K 입구[인도(출입구 제외)] 및 광장, 정문주차장’으로 지정하는 옥외집회 신고를 하였고, 2019. 6. 5.경에는 개최일시는 2019. 6. 9. 00:01 ~ 2019. 7. 5. 23:59(24시간), 개최장소는 ‘G K 입구, 야외 출입구 앞 인도, 정문주차장(출입구 제외)’으로 지정하는 옥외집회 신고를 하였으며, 2019. 7. 1.경에는 개최일시는 2019. 7. 6. 00:00 ~ 2019. 7. 31. 23:59, 개최장소는 ‘K G 정문, I 입구(정문) 인도’, ‘G K 외곽 인도, 맞은편 인도, G L 앞 인도’로 각 지정하면서 집회장소를 그린 도면을 첨부한 옥외집회 신고<2>를 하였다(이하 위 각 신고에 따른 집회들을 통틀어 ‘이 사건 집회’라 한다).
G는 이 사건 집회가 진행되는 기간 중인 2019. 5. 23.경 자회사인 Y 주식회사 운영을 연기하면서 Y업무에 관한 용역업체를 다른 업체로 변경하였고, 위 교체된 용역업체는 피고인 A, B에 대한 채용 거부의사를 밝혔다.
한편, G는 2019. 6. 3.경 부산해운대경찰서에 ‘G 옥외전시장 및 주자창 등의 부지는 그 구역이 획정되어 있는 G가 관리하고 있는 영업시설로 G와 사전 임대계약 체결 및 협의된 행사 외는 어떠한 행사, 집회, 시위 등이 G 허가 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장소이므로 추후 G 옥외전시장에서의 집회, 시위 등과 관련한 신고 접수 시 참고 요청함’이라는 공문을 보냈고, 2019. 6. 9.경에는 이 사건 노조에 G 부지 내 집회 참가 확성기 차량을 G 부지의 외곽인 집회 신고 장소로 이동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집회 기간 중인 2019. 7. 30.경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철제 구조물의 안쪽인 이 사건 광장에 들어가 이 사건 차량을 주차하였다.
피고인들이 사실상 평온을 해하였는지 여부(구성요건 해당성)에 대한 판단<3>
관련 법리
주거침입죄에 있어서 주거 또는 건조물이라 함은 단순히 가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그 위요지를 포함한다 할 것이고 침입이라 함은 거주자 또는 간수자의 의사에 반하여 들어가면 족한 것이고 어떤 저항을 받는 것을 요하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장소라도 필요가 있을 때는 관리자가 그 출입을 금지 내지 제한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출입금지 내지 제한하는 의사에 반하여 무리하게 주거 또는 건조물 구내에 들어간다면 주거침입죄를 구성한다 할 것이고(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1363 판결 참조), 건조물침입죄는 건조물의 사실상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거주자나 관리자와의 관계 등으로 평소 그 건조물에 출입이 허용된 사람이라 하더라도 건조물에 들어간 행위가 거주자나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함에도 불구하고 감행된 것이라면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2도976 판결 참조). 나아가 관리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행위자의 출입행위가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려면, 출입하려는 건조물 등의 형태와 용도ㆍ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ㆍ관리 방식과 상태, 행위자의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행위자의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에 비추어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법으로 건조물에 들어갔다고 평가되어야 한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0도8030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이 사건 광장에 들어간 행위는 관리자인 G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해하는 것으로서 건조물침입죄를 구성하고, 피고인들의 출입이 G 관리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실도 인식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인들이 이 사건 차량을 주차한 장소는 G가 관리하는 부지에 해당하고, 그 경계가 철제 구조물에 의하여 물리적으로 명확하게 구획되어 있었다.
G는 이 사건 발생 전에도 이 사건 노조에 이 사건 광장에 주차된 확성기 차량에 대한 이동을 요청하였고, 부산해운대경찰서에 집회 개최장소에 대한 공문을 보내 이 사건 광장에서의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여 이 사건 노조에게 명시적으로 이 사건 광장에 집회를 위한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표시를 하였다.
이 사건 광장이 평상시에 일반인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끔 개방되어 있는 장소라고 하더라도 관리자가 필요에 따라 그 출입을 제한할 수 있고, 피고인들이 차량을 이 사건 광장에 주차시킬 당시에도 위와 같이 철제 구조물을 설치하여 집회에 관한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였다.
이 사건 노조가 2019. 7. 1.경 집회 신고를 한 장소는 모두 인도로 기재되어 있고, 위 집회 신고에 별첨한 각 도면에 의하더라도 인도를 벗어나는 범위를 추가로 신고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기 어려움에도 피고인들은 이 사건 차량을 통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차량이 운행할 수 없는 통로를 통하여 이 사건 광장에 위 차량을 주차하였다.
이 사건 당시 이 사건 광장의 관리자인 G가 피고인들이 이 사건 차량을 주차하기 위하여 이동한 통로를 막아두지 않은 것은 위 통로로 차량이 진입하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지 이 사건 노조가 위 통로로 차량을 진입시키는 것을 추정적으로 승낙하겠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최근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608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등)에서 ‘침입’의 의미를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보아 이 사건의 경우 위와 같은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최근 대법원 판례의 태도에 의하더라도 관리자가 출입을 거부하였음에도 ‘관리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이유는 없다<4>.
소결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5도8074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피고인들의 행위는 G를 상대로 정규직 전환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조건 개선논의를 할 것을 요청하는 집회를 하는 과정에서 근로조건 및 경제적 지위의 향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이 사건 광장에 들어간 행위가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노조가 이 사건 당시 집회 신고를 한 장소는 모두 인도로 기재되어 있고, 위 신고할 당시 별첨한 도면에 의하더라도 인도를 벗어난 범위를 추가로 신고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기 어렵다.
이 사건 이전에 G 측에서는 이 사건 노조에게 광장에서의 집회를 금지하여줄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노조도 G 광장 밖에 있는 인도로 한정하여 집회 신고를 하였다.
이 사건 광장에는 G 측이 설치한 철제 구조물이 있어서 인도와 G가 관리하는 부지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었는데, 피고인들은 차량을 이용하여 정상적이지 않은 통로를 통하여 이 사건 광장에 진입하였다.
피고인들의 변소에 의하더라도 다음 날 집회를 준비하기 위하여 위와 같이 차량을 진입시켰다고 하는바, 피고인들이 G 측에 양해를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사건 광장에 차량을 주차하여야 할 긴급한 상황이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피고인들이 집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사건 광장에 차량을 주차시키지 않고도 G 측이 설치한 철제 구조물 바깥에 차량을 주차시키고 집회를 하여도 충분한 의사표시를 할 수 있었다.
G 측에서 이 사건 노조 이외에 다른 노조에 대하여는 이 사건 광장에 차량 등을 주차시키는 등 통행을 자유롭게 허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소결
따라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원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도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금석(재판장) 우경아 박승휘
각주1) 형법 제20조를 쟁의행위 등에 적용하는 조항이다.
각주2) 이 사건 노조는 2019. 7. 1.자 옥외집회 신고서를 2부 제출하였다(증거기록 제86 내지 91쪽).
각주3) 피고인들은 당심 변론 과정에서 당초의 항소이유와는 달리 ‘주거침입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없다’고 다투는바, 이는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의 주장이어서 적법한 항소이유로는 될 수 없지만 직권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각주4)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침입의 의미와 판단기준을 새롭게 제시하면서도 종래 침입의 의미에 관하여 이른바 의사침해설을 취한 많은 대법원 판결(대법원 1955. 12. 23. 선고 4288형상25 판결, 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1363 판결,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293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도9963 판결,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7186 판결,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7도21323 판결 등 참조)을 폐기하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