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9. 25.부터 2023. 9. 6.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주택관리업, 경비업, 건물위생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2020. 1. 10. 원고의 인사관리 총괄 담당 임원(직위 전무)으로 입사하였다가 2021. 1. 10. 퇴사한 사람이다.
원고의 대표이사 C은 동종 업계 회사의 인수합병을 검토하다가 2020. 7.경 포항소재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을 인수대상회사로 소개받고 D의 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E와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한 비밀유지약정을 체결한 후 실사에 돌입하였다.
그러나 위 C과 E는 2020. 11.경 D의 인수자금에 관한 상호 입장차이를 확인하였고, E는 2020. 11. 17. C에게 D의 매각을 보류하고자 하는 의사를 전달하였다.
E는 2020. 11. 25. 피고, F, G을 만나 D에 관한 매각 협상을 하였다.
E는 2020. 12. 8. C에게, 제3의 업체와 D에 관한 매각협상을 하고 있고 최종적으로 결정이 나면 원고에게 그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한편 피고는 2020. 12.경 퇴직 의사를 밝혔고, 원고와 퇴직일자를 2021. 1. 10.로 협의하면서 아래와 같은 내용의 비밀유지각서(이하 '이 사건 각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E는 2021. 1. 6. C에게, 제3의 업체와 한달 이상 협의하고 있는 중이고 위 협상의 전면에 있는 당사자가 피고이며, 이후 피고가 실질적으로 D을 인수하여 운영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E는 2021. 7.경 D을 H, I에게 매각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 1 내지 7, 9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증인 E의 증언, 이 법원의 증인 F의 일부 서면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
이 사건 각서에 의하면 원고와 E와 사이 D의 매각협상에 관한 정보(이하 '이 사건 정보'라 한다)는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나아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상의 영업비밀에도 해당한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의 전무 내지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취득한 이 사건 정보를 가지고 원고와 E 사이 D에 관한 매각협상이 보류상태에 빠지자 E와 접촉하여 D의 인수를 시도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이 사건 정보를 취득하여 이를 사실상경쟁업체인 제3자에게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를 하여 이 사건 각서를 위반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서상 위약금인 2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이 사건 각서는 근로계약 중에 작성되었고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내용이므로 위 각서상 위약금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를 위반하여 무효이다.
이 사건 각서상 위약금 약정은, 실제로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이 사건 정보에 관한 누설행위만 있으면 피고에게 위약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이는 사용자인 원고가 그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피고에게 위와 같은 부담을 강제하는 것이어서 그 사회적 타당성이 없어 민법 제103조를 위반하여 무효이다.
설령 이 사건 각서상 위약금 약정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정보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피고가 영업비밀을 취득하여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한 사실도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약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판단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 11,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각서는 피고가 재직시 취득하였거나 장래에 취득하게 될 '원고의 타 회사 인수상황'을 영업비밀로 규정하고, 위 영업비밀을 제3자에게 공개하거나 누설하지 말 것을 원고에 대한 피고의 의무로 정하면서 피고가 이를 위반할 경우 20,000,000원을 위약벌로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 ② 피고는 원고와 D 사이의 매각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던 상태였는데, 원고와 E 사이에 인수협상가격에 관한 입장이 서로 달라 E가 매각협상을 잠시 보류하겠다고 통지한 2020. 11. 17.으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2020. 11. 25. F, G과 함께 E를 만난 사실, ③ 이 법원의 증인 E의 증언에 의하면 E는 2020. 11. 25. 이전에는 피고와 일면식이 없었고, 원고가 아닌 새로운 매수자를 소개받아 나간 2020. 11. 25.에 피고, G, F을 처음 만나 그 무렵부터 D에 관한 매각협상을 시작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한 점, ④ 이 법원의 증인 F은 '피고가 매물로 나온 업체가 다른 매수처를 찾는다고 해서 E를 만나러 가게 되었다'는 취지로 서면증언하고 있는 점, ⑤ 피고는 이 사건 정보가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고 영업비밀 침해행위 등도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이를 부인하나,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각서상 의무위반을 이유로 위약금을 구하는 것일 뿐,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영업비밀 내지 영업비밀 침해행위 등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이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보면, D의 매각협상에 관한 이 사건 정보는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이 사건 각서상의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피고는 영업비밀인 이 사건 정보를 제3자인 G, F 등에게 공개하거나 누설하여 이 사건 각서상의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이 사건 각서상 위약금 약정에 따라 위약금 2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등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 주장에 관하여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 더 나아가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위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계약 체결시의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의 해지를 보호하려는 데 있다 할 것인바(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참조), 이 사건 각서의 주된 목적은 근로관계를 강제하는데 있지 아니하고 원고의 영업비밀을 보호하는 데 있다고 보이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민법 제103조 위반 주장에 관하여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 및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위약금 약정이 사용자인 원고가 그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각서 위반행위만 있으면 위약금을 부담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으로서 사회적 타당성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위 이 사건 각서상 위약금 약정이 민법 제103조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약금 2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21. 9. 25.부터 피고의 항쟁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3. 9. 6.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대부분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위 인정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에게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우종(재판장) 위은숙 신승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